중국은 1999년 전국 정치협상회의 보고를 통해 자신들이 ‘책임대국의 모습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했다’면서 ‘책임대국론(論)’을 선언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모습은 책임대국(responsible great power)과는 맞지 않게 위선적이다. 지난 21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의 행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는데, 11개나 되는 안보리 대북 결의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응용한 발사체의 발사 금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을 대상으로 한 제재 결의에 찬성했던 중국의 최근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중국은 지난 22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각 당사국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각측은…각자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했고, 27일 안보리에서는 대북 규탄 결의안의 채택을 막고 북한을 감쌌다. 북한의 위험한 도박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유엔의 권위를 무시하며 국제비확산 체제를 뒤흔드는 행위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이에 침묵하며 뒤에서 지원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1년 유엔 회원국이 되기 전에는 물론 그 후에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도 중국은 유엔을 존중하지 않는다. 1947년 유엔총회는 유엔 감시 아래 ‘남북총선거안’을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북한이 이를 거부하자, 1948년 5월에 남한에서만 총선거가 치러져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고, 유엔은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했다.
1950년 6월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남침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부산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북한에 점령되기에 이르렀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미국·영국·프랑스·터키·호주를 포함한 16개국이 전투병을, 스웨덴·인도·이탈리아 등 6개국이 의무병력을 제공해 유엔 깃발 아래 침략자인 북한에 맞서 싸웠다. 그런데 중국은 연 290만 명을 파병해 북한을 도왔다. 침략자의 편에 서서 유엔을 상대로 전쟁을 한 것이다.
1971년 유엔 가입 이후 중국은 50년 넘게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누려 왔는데, 중국이 그 지위에 부합하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은 미사일 65발을 시험발사 했다.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인 만큼 안보리에서 조치를 해야 하는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며 북한을 감싸고 두둔했다. 이런 중국의 모습은 ‘책임대국’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이 자국 이기주의와 일방주의에 몰입해 북한과 같은 국제질서의 파괴자들을 감싸는 것은 안보리를 형해화하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 추구라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외치는 것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공산화라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의 이런 입장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 강화시킬 뿐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이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해친다는 점을 지적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한 국제적 압력에 동참해 ‘책임대국’의 역할을 다할 때 국제사회의 신뢰와 호응을 얻게 될 것이다.
* 본 글은 11월 30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