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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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전화통화를 통해서 코로나19(COVID-19) 방역에서의 국제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팬데믹 (pandemic)으로 심화되면서 미국과 중국은 함께 협력하기는커녕 코로나 책임론 공방, 체제 논쟁으로 서로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사태로 경제적 상호의존성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미중 간에는 디커플링(decoupling)이 가속화되고 있고, 기술패권 경쟁도 한층 더 격렬해지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에서는 코로나 감염으로 발생한 미국의 군사력 공백에 대해 중국이 도발하며 군사갈등까지 첨예화되었다. 이렇게 코로나사태 이후 미중 간의 갈등이 다양한 양상으로 확대되면서 미중의 대립구도가 견고해지고 있다. 이러한 미중 대립구도는 양국의 국내정치적 요인과 전략적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부적으로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역내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 문제가 미중 간의 갈등요인으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개선에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중 갈등의 양상

지난 1월 15일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刘鹤) 중국 부총리는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이로써 2년여 동안 지속되었던 미중 간의 무역분쟁이 일단락되었고, 미중관계도 진전되는 듯했다. 하지만 당시 중국 우한에서는 이미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중국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면서 3월 11일 WHO는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선언했고, 그것은 미중 간 갈등의 양상을 더욱 확대했다.

1. 책임론 공방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중 간에는 코로나사태에 대한 책임론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초동 조치에서 실패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를 은폐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비민주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올해 초 국제사회에서는 코로나19를 ‘우한 폐렴’, ‘중국 폐렴’으로 부르는 등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게다가, 1월 말에는 워싱턴타임스가 이스라엘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인용하여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생물학무기연구소일 수 있다는 의혹을 보도하였고,1 이어서 톰 코튼(Tom Cotton) 미국 상원의원도 코로나19가 중국의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개발과정에서 유출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2 그런 상황 속에서 2월 27일 중난산(钟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가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며 코로나19의 발원지 문제를 제기했고, 시진핑 주석도 발원지를 밝히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발언 이후 중국 내 SNS를 중심으로 2019년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에 가져왔다는 소위 ‘미군 유포설’이 확산되었다. 그런데 3월 12일 자오리젠(赵立坚) 외교부 대변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이 ‘미군 유포설’을 그대로 제기했고,3 이후 미중 간의 책임론 공방이 본격화됐다.

[표1] 미국의 중국 책임론 논쟁 일지4

일자 내용
3월 16일 폼페이오 국무장관,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언급하며, 중국의 미군 유포설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치선전이라고 반박함.
3월 19일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언론브리핑에서 코로나19를 중국바이러스로 수정 및 강조함.
4월 15일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19 대응 TF 브리핑에서 미 당국이 우한연구소에서의 코로나 발생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언급함.
4월 17일 론 라이트(Ron Wright) 및 크리스 스미스(Chris Smith) 공화당 하원의원, 중국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WHO를 오도한 국가의 ‘국가 면제(state immunity)’를 박탈하는 ‘결의안 6524호’를 발의함.5
4월 18일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고, 중국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처벌해야 한다고 말함.
4월 19일 나바로 미국무역위원회 위원장, 폭스 비즈니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되었고, 중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전략적으로 은폐하여 방호물품을 사재기하고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함.
4월 20일 마샤 블랙번(Marsha Blackburn) 공화당 상원의원, 중국에게 코로나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힘.
4월 21일 미국 미주리 주정부, 중국 정부의 코로나 부실대응으로 초래된 경제적 손실과 고통에 대해 지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함.
4월 30일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우한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증거를 보았다며, 코로나사태의 책임을 물어 중국에게 1조 달러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음을 말함.
5월 6일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진주만공격이나 9.11 테러보다 더 나쁘고 미국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라며 코로나사태가 중국의 책임임을 강조함.
폼페이오 국무장관, 언론 브리핑에서 1월 3일 중국의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바이러스샘플을 파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코로나19가 우한연구소에서 발원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함.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에서 제기되는 중국 책임론은 세 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코로나19의 명칭 논쟁이다. WHO가 질병의 이름에 특정 지역을 넣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코로나19를 계속해서 ‘중국 바이러스’, 또는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고 있다. 코로나사태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음을 명시하며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손상시키려는 것이다. 둘째, 음모론 논쟁이다. 그것은 코로나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고, 중국이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코로나19의 발생 사실을 은폐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 대한 증거를 아직까지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이런 음모론은 중국 체제의 불투명성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셋째, 중국 정부에 대한 실질적 배상 요구이다. 주권국가가 다른 국가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국제법상의 주권 면제(sovereign immunity) 원칙과 미국 내의 외국주권면제특별법(FSIA: Foreign Sovereign Immunity Act)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주정부가 중국 정부를 기소하며 실질적인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질적으로 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주정부의 중국 정부 기소는 독일, 인도 내 민간단체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와 맞물려 코로나확산으로 받은 피해를 중국에게 전가하는 분위기를 국제사회에 조성하며 중국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미국의 중국 책임론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미국이 전염병사태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방어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언론을 통해서 미국의 방역조치를 비난하고 코로나19가 미국 내에서 발생했다는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신화통신은 4월 29일 “옛날에 바이러스가 있었습니다(Once upon a virus)”라는 영상을 통해서 미국의 방역 실패를 조롱했고,6 5월 7일에는 “코로나19에 관한 미국의 대중국 거짓말과 진실(美国关于新冠肺炎疫情的涉华谎言与事实真相)”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서 미국의 음모론에 반박했다.7 또한, 인민일보가 5월 1일에 게재한 “미국이 세계에 진실을 알려야 하는 10개의 문제(这10个问题,美国必须给全世界一个真相; 10 Questions the US Needs to Offer Clear Answers to the World)”가 환구시보, 베이징일보 등 다수의 언론사를 통해서 배포되고 있는데,8 그것은 2019년 미국 독감환자 중에 코로나19 환자의 수가 얼마인가, 생물학무기연구소인 포트 데트릭(Fort Detrick)이 왜 2019년 7월에 폐쇄되었는가 등 코로나19가 미국에서 시작됐다는 음모론을 제기할 뿐 아니라, 미국이 중국인 입국 금지 외에 어떤 효과적 방역조치를 취했는가 등을 물으며 미국의 방역 조치를 비난하고 있다.

2. 체제 논쟁

미국은 그 동안 중국의 인권 문제, 언론 통제 등을 비난하며 중국공산당의 통치를 간접적으로 공격해 왔다. 2019년에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법(Hongkong Human Rights and Democracy Act)’, ‘홍콩보호법(Protect Hongkong Act)’, 그리고 ‘위구르 인권정책법(Uyghur Human Rights Policy Act)’ 등이 최근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중국은 서구와는 다른 중국 특색의 길을 강조하며 민주, 자유, 인권 등이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서구의 가치에 불과하다고 폄하해왔다. 이러한 미중 간의 가치 논쟁은 미국과 중국 내 코로나19의 확산 시기, 양국의 대응방식과 그 결과가 각각 다르게 나타나면서 체제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불투명성과 비밀주의 때문에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며 중국 체제를 공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월 20일 언론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통해서 “중국 공산주의 정권을 실제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중국은 “악랄한 권위주의 정권이자 공산주의 정권(a brutal, authoritarian regime, a communist regime)”이고, “이데올로기적으로 또한 정치적으로 자유주의 국가들에게 적대적(ideologically and politically hostile to free nations)”이라며 중국의 체제를 비난했다.9 또한, 중국의 5.4운동 기념일인 5월 4일에 매튜 포틴저(Matthew Pottinger)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NSC) 副보좌관은 버지니아대학에서의 중국어 연설에서 코로나 시기 자행된 중국의 반체제 인사 탄압과 언론 통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의사 리원량(李文亮)이야말로 5.4운동의 정신을 실천한 사람이라며 중국인들이 공산주의 정권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것을 호소했다.10

한편 중국 정부는 도시 봉쇄, 사회 통제 등의 강력한 방역조치를 통해서 코로나사태를 외형적으로는 빠르게 안정화시키는 데에 성공했고, 이러한 방역 성과를 기반으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있다. 5월 8일 당외인사 간담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방역 성과를 강조하며, 코로나 방역과정에서 “중국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제도와 거버넌스 시스템의 우월성이 증명되었다”고 언급했다.11 주지하다시피, 중국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 서구 사상의 확산과 그에 기반한 정치변동 요구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경계해 왔다. 그래서 중국 체제를 비난하던 서구 국가들이 코로나사태로 큰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국공산당은 자국의 방역 성과를 자국민과 국제사회에 중국 체제의 효율성과 우수성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이자, 향후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국가들과의 가치 논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고 ‘전랑(戰狼) 외교(wolf warrior diplomacy)’12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은 “왜 트럼프는 도망가는가(Why Trump fled?)”라는 제목의 만화나 당나귀와 코끼리가 싸우는 그림을 트위터에 올려 코로나19에 대한 미국의 대응조치와 미국 국내정치를 조롱하기도 했다.13

3. 경제갈등의 심화

1) 디커플링 가속화

중국은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으로 인해서 글로벌밸류체인 내에서 요구되는 세계의 공장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결과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 발생 초기 다국적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예상되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팬데믹 이후 그러한 탈중국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것은 코로나19로 인해서 비교우위를 기반으로 구축된 글로벌밸류
체인이 안보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략물자의 개념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전쟁물자, 중요 자원, 기술 외에도 마스크, 방호복과 같은 방역물품이 국민들의 생명 보호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사태의 확산 속에서 의료물품 부족에 직면했는데, 심지어 코로나 검체를 채취하기 위한 면봉마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 결과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향후 미국에게 전략적 위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분쟁 과정에서 추진하던 리쇼어링(re-shoring)을 넘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고 있다. 미주리 주의 조쉬 홀리(Josh Hawley) 공화당 상원의원은 코로나사태로 인해서 미국의 공급망이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중국에 나간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14 5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비즈니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코로나사태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언급하며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15 미국이 미중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줄이고, 중국과의 디커플링의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러한 디커플링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월 15일 대만의 TSMC가 5나노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미국 아리조나에 지을 것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 내에서 반도체 부품을 자급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EPN)’를 제안하면서, 미국의 디커플링 정책이 중국과의 경제적 분리에 그치지 않고 일본, 한국, 베트남, 호주 등과 함께 반중국 경제블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했다.

2) 기술패권 경쟁의 지속

코로나19의 팬데믹은 5G 부문에서 화웨이의 질주를 가로막으며 미중 간의 기술패권 경쟁을 심화시켰다. 그 동안 미국은 보안 상의 위험성을 이유로 화웨이에 대해서 법적 규제는 물론 외교적 방식을 동원하며 압박해 왔다. 실제로 미국은 2018년 8월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해서 미국 행정기관의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한 것에 이어서 2019년 5월에는 ‘정보통신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Securing the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and Services Supply Chain)’ 행정명령을 통해서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 기술 사용을 금지했다. 또한, 2019년 2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유럽 순방 중 유럽국가들에게 화웨이 장비 도입의 금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유럽국가들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은 2020년 1월 자국의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 도입을 결정했고, 이어서 독일과 프랑스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발표했다. 스웨덴 등의 다른 유럽 국가들도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유럽 국가들의 5G 주파수 경매가 무기한 보류되었고, 특히 반중 정서가 형성되면서 영국은 자국의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틈을 타서 미국은 지난 3월에 ‘5G 확보를 위한 국가전략(National Strategy to Secure 5G)’을 발표하며, 미국이 5G의 개발과 상용화는 물론, 5G 인프라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5월 14일에는 화웨이 기술 사용 금지에 대한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하며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플랫폼에서 배제될 것에 위협을 느끼고, 나름대로 혁신경제를 지속하기 위해서 장기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4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5G 기지국, IOT, 빅 데이터 센터, AI, 특고압 송전망, 신에너지자동차, 고속철도 등 7개의 新 인프라(新基建) 건설에 34조 위안(한화 약 5,800조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는데, 특히 5G가 신 인프라의 선도 기술임을 강조하고 있다.16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첨단기술의 국산화와 독자적인 기술플랫폼 개발에 주력하며 미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 장기적으로 대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4. 군사적 긴장 재고조

미 해군은 2020년에도 지속적으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를 실시해 왔고, 특히 3월 19일에는 최초로 전시 해군전을 가정해 SM-2 대공방어 미사일 실사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4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서 미 해군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공모함이 작전 운행을 중단했고, 니미츠함, 로널드 레이건함, 칼 빈슨함도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서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아태지역 내 미국의 군사력 투사에서 일시적인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랴오닝(遼寧) 항공모함을 위시한 중국 함대가 4월 1달 동안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을 운항하며 해당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17 이런 중국의 군사 도발에 대해서 미 공군은 4월 13일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실시했고,18 미 해군도 4월 28일과 29일에 항행의 자유 작전을 연속으로 시행하면서 역외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계속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일련의 군사행위들로 인해서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었고 역내 불안정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중 경쟁의 심화 요인

위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동안 누적된 상호 불신과 갈등이 코로나사태를 계기로 표출되면서, 바이러스라는 인류 공동의 적에 대한 협력은커녕, 오히려 미중 간에는 다양한 양상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1. 국내정치적 요인

공교롭게도 미국에게 2020년은 대선이 있는 해이고, 중국에게는 ‘두 개의 백 년(两个一百年)19’의 첫 번째 목표인 전면적 샤오캉사회(小康社会)를 실질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해이다. 다시 말해서, 중요한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있는 양국 정부는 코로나사태로 인한 피해를 만회하기 위해서 코로나사태를 정치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자국의 이익과 경제 성장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팬데믹 이후 미국은 세계에서 확진자수와 사망자수가 가장 많다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장기간 시행되면서 국가 경제 또한 큰 타격을 받았다. 실제로 4월 미국 내 실업률이 14.7%까지 오르면서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20 이런 국내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과 비난을 야기하여 트럼프의 대통령 연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을 ‘희생양(scapegoat)’으로 삼고 ‘중국 때리기’를 강하게 밀고 나가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 공개된 공화당 비망록에 따르면, 공화당은 적극적으로 중국을 공격하는 선거전략 하에 후보자들에게 중국의 은폐로 인해서 코로나사태가 야기되었고, 중국에게 유화적인(soft) 민주당과는 달리 공화당은 코로나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 중국에 대한 제재를 추진할 것을 유권자들에게 강조하라고 하고 있다.21

시진핑 주석은 2020년 신년사에서 전면적 샤오캉(小康)사회의 연내 실현을 낙관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서 1분기 GDP 경제성장률이 오히려 -6.8%로 떨어졌다.22 그 동안 중국공산당이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근거가 되었던 경제성장과 “두 개의 백 년” 비전이 코로나19로 인해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이용해 국내정치적 위기를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1999년 나토의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폭격사건, 2001년 미중 정찰기 충돌 사건 등에서 미중 간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 미국이라는 외부의 적으로 인해서 중국 내부가 응집되어 중국공산당을 지지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음을 경험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중국 정부는 의도적으로 미중 갈등구도를 확대하며, 이를 자신의 방역 성과 및 방역 외교와 접목시켜 대내외적으로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홍보함으로써 국내정치적 불만을 완화시키려는 것이다.

2. 전략적 요인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여기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미국에게 코로나19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첫째, 미중 간 경제 성장률의 격차가 확대되었다. 군사력 측면에서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대국이지만,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미중 간의 경제력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미 2030년 전후로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미국은 중국보다 더 큰 경제적 충격을 받았다. IMF는 2020년 중국의 GDP 성장률을 1.2%로, 미국은 -5.9%로 예측했는데,23 이에 따라 미중 간의 GDP 성장률 격차는 2019년의 3.8%보다 늘어난 7.1%가 되었다. 이는 미중 간의 경제력 격차가 더욱 좁혀지고 중국의 기술추격이 가속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견제하고 차단하기 위해서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실시하며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쇠퇴하는 반면, 국제사회 내 중국의 영향력은 방역 외교를 통해서 확대되고 있다. 갑작스런 전염병사태에 직면한 세계 각국은 국경을 봉쇄하며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다. 이것은 물적〮인적 이동을 심각하게 제한하며 글로벌밸류체인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했고, 각국은 방역물품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은 방역 외교를 통해서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국가들에게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WHO와 같은 국제기구를 지지하며 국제협력과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미국과 대비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유엔인권이사회(UNHRC), 세계기후협정(UNFCCC)에서 탈퇴하고 이란 핵합의(JCPOA)를 파기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일방주의적인 외교 방식을 보여주었다면, 중국은 그 의도가 어떻든 간에 2017년 보아오 아시아포럼에서 천명했던 자유무역주의과 다자주의에 대한 지지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펼치는 이면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형성된 국제사회의 반중 정서를 자극해 중국의 입지를 축소하고 향후 중국과의 대립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는 것이다.

반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국 또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었다. 경제적 손실을 차치하더라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의 일원으로 책임 있는 대국의 이미지를 추구하던 중국은 코로나 팬데믹을 야기한 원흉으로 낙인찍히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미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에서도 반중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지도부에게 전달된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보고서는 1989년 톈안먼(天安门) 사태보다 더 심각한 반중 정서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24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코로나 팩데믹으로 국제사회가 킨들버거 함정(Kindleberger Trap)에 빠진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코로나사태 이후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 현상이 나타나고 글로벌 공공재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방역 경험, 임상 데이터, 그리고 막강한 제조능력을 기반으로 한 방역물품을 가지고 타국을 지원하며 반중 정서를 완화시키고 세계 주도국으로서의 지위를 견고히 하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코로나 초기 대응의 실패와 확산의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공격적이라고 할 정도로 방역 외교를 펼치고 있다.

 

미중관계 전망

상술한 국내정치적 요인과 전략적 요인을 고려할 때, 미중 간의 대립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미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양회가 개최된 지난 21일 미국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United States Strategic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이라는 제목의 의회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자국의 이익과 이데올로기를 위해서 국제체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 및 협력국들에게 해를 끼치는 중국의 행태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 중국을 압박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25 중국도 마찬가지로 강하게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에서 소위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였다. 홍콩 의회를 통하지 않고 전인대에서 직접 홍콩 법률을 제정한 것이다. 이는 홍콩민주화 시위의 장기화와 미국의 압박 때문에 송환법을 철회했던 작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중국은 오히려 외부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강 대 강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 악화된 미중 국민 간의 상호인식도 미중관계의 진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26 코로나사태로 인해서 중국에 대한 비호의적인 인식이 66%까지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비해서 20%p 상승한 것이다. 중국을 미국의 위협으로 인식하는 미국인이 90%에 달하고 그 중 62%는 중국을 주요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 대한 인식이 미국인의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트럼프 이후에도 미중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유라시아그룹의 설문조사는 중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27 미국에 대해 비호의적 인식은 28%로 2019년에 비해서 17%p 증가했고, 미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은 58%에서 39%로 낮아졌다. 이 설문조사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미중 갈등이 치열해지는 현 상황 속에서 미국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미중 간의 대립구도가 미소 냉전의 형태로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첫째, 국내정치적 갈등 요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 국내 분위기를 볼 때, 미국 대선 후 트럼프가 연임하든지, 바이든이 집권하든지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정부도 국내의 지지를 결집시키기 위해서 미국의 정치적 공격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 때리기가 공화당의 선거 전략 중의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선 이후 현재 미중 갈등을 격화시키는 주요 원인인 책임론 공방은 점차 가라앉을 것이고, 미국의 중국 책임론을 미국 대선 전략이라며 비난하는 중국도 그 대응 수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미중 간의 디커플링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 것인지가 미지수이다. 한 국가나 지역이 장기간의 세계화 추세 속에서 형성된 글로벌밸류체인에서 나와 독립적인 생산망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전략적인 이유로 디커플링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업들의 동참은 유도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셋째, 미국이 동맹국 및 협력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서 반중국 포위망을 형성한다고 하지만,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진영 간의 대립으로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은 자신을 견제하는 행위에 대해서 경제 보복을 할 것임을 한국의 사드(THAAD) 배치 사건을 통해서 보여줬다. 코로나19로 세계경제와 각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상황 속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국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넷째, 미중 간 체제 논쟁이 체제 간의 대립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적다. 미국 대선이 끝나더라도 홍콩 문제와 대만 문제로 인해서 미중 간의 체제 논쟁은 산발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은 국내의 정치변동 요구를 억제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방역 성과에 기초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방역 성과는 권위주의 체제의 승리가 아니라 효과적인 사회통제와 감시체제가 전염병사태에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냈을 뿐이다. 미국의 방역 실패가 민주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실패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체제 선전은 국내 선전용에 그칠 것이다. 또한, 중국이 기존의 국제질서를 대체할 새로운 이념과 체제를 제시하기는커녕 표면적으로 기존의 자유 국제질서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제 간 대립이 성립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미중 갈등이 주는 정책적 함의

미중 간의 대립구도가 미소 냉전의 형태로까지 발전하지는 않더라도 현재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미중 사이에서 한국 정부의 딜레마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

첫째, 내부적으로 분명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 미중 간 다양한 사안에서 갈등이 표출되면서 미중이 한국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경제번영네트워크, 홍콩 문제, 환율 문제, 화웨이와 관련된 부품제공 문제 외에도 항행의 자유 작전,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INF) 탈퇴 후 역내 중거리미사일 배치, 한중일 FTA, RCEP 연내 서명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서 미국과 중국은 보다 노골적으로 한국의 선택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미중 간의 타협과 관계 개선에 기대는 전략적 모호성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익과 한국의 발전 방향을 고려함으로써 내부적으로 분명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 안보협력, 경제협력, 코로나 방역협력 등 단기적으로 직면할 문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등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까지 고려하여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에 따라 각 사안별로 적절한 전략과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단기적으로 미중 양국의 압박을 동시에 야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중 양국으로부터 신뢰를 얻으며 한국의 외교적 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둘째, 일본, 아세안 등 역내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미중 갈등의 심화는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지역 내 모든 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만큼 역내 국가들과의 합의를 통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안별로 소통하며 대응방안을 논의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은 소위 ‘K-방역’으로 국제사화에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현재의 한일관계를 볼 때, 개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코로나사태로 전통안보에 대한 협력보다는 비전통안보 협력과 경제회복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관광객 감소, 도쿄올림픽 연기로 경제성장의 동력을 상실한 일본에서도 한국과의 방역 협력, 경제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할 것이다.

셋째, 남북관계 개선에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방역 협력을 제안하며 남북관계의 개선 의지를 다시 피력했다. 이러한 방역 협력을 북한이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방역 협력이 진행된다면 남북관계 진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사태로 인해서 연초에 제안한 남북협력사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중 대립구도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을 성급하게 추진한다면 미중 양국으로부터 압력을 받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방역 협력이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대북제재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꼬투리 삼아 방위비 협상 등에서 한국을 압박할 수도 있고, 북한의 대중의존도를 높여서 북한을 하나의 레버리지(leverage)로 사용하려는 중국도 한국의 행보를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현 시점에서 북한 문제는 또 다른 갈등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남북관계를 개선하려 하기보다 미중과의 소통을 통해서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잘 유지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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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이동규

한국외대 글로벌안보협력연구센터 연구위원

이동규 박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안보협력연구센터의 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전공으로 국제지역학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清华大学)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외교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2020)”,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2019)”,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2018)”,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2017)”, “China’s South China Sea Policy after the International Arbitration(공저, 201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