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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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이하 20차 당대회)와 2023년도 3월 양회에서 시진핑(習近平)이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으로 재선출됨에 따라 시진핑 3기가 시작했다. 이에 따라 ‘칠상팔하(七上八下: 67세 이하는 유임, 68세 이상은 은퇴하는 중국공산당의 세대교체 방식)’ 등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관례가 폐기되고 시진핑 1인 체제가 형성됐다. 이렇게 개혁개방 이후 30년 넘게 지속됐던 정치적 관례가 변화함에 따라 중국 정치의 예측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졌다. 시진핑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마오쩌둥(毛擇東) 시기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 마오쩌둥이 주도한 경제부흥운동으로 중국의 현실을 무시하고 무리한 공업화를 추진함으로써 실패한 운동)과 같은 정책적 폐단이 발생할 위험성도 높아졌다. 시진핑 개인의 시대 인식과 정치적 야망을 기반으로 중국의 대내외 정책이 결정되고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서구와는 차별된 ‘중국 특색’의 대내외 정책이 강화되고 중국 사회는 더욱 경직될 수도 있다.

시진핑의 3연임이 중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본 리포트는 2장에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이 추진했던 정치개혁의 배경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집단지도체제(集體領導; Collective Leadership)’의 내용을 살펴본다.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등 최고지도자 1인에게 정치권력이 집중되었던 마오쩌둥 시기에 발생했던 사회 혼란을 방지하고 중국공산당의 통치 정당성과 개혁개방의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서 중국공산당은 개혁개방과 함께 ‘집단지도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개혁을 추진해왔다. 그 과정에서 중국공산당은 임기 제한, 은퇴 제도, 인사제도 개혁 등을 도입해 권력독점을 방지할 뿐 아니라 권력 승계와 세대 교체를 보장하고 정치 엘리트 및 파벌 간 경쟁과 합의에 따른 정책 결정 방식을 구축하고자 했다. 또한 서구적 가치의 유입과 확산, 다양한 계층과 이익집단의 등장으로 중국 사회 내 정치개혁과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집단지도체제를 ‘중국식 민주’, 혹은 ‘정치 제도화’라는 이름으로 중국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활용해 왔다.

3장은 2022년 20차 당대회와 2023년도 양회에서 나타난 중국공산당과 국가기관의 주요 인선 및 기구 개편 내용을 분석해 시진핑 3기에 집단지도체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고찰한다. 20차 당대회에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시진핑 측근들이 대거 포진했고 시진핑이 속한 태자당(太子黨)의 반대 파벌로 알려진 공산주의청년단(共産主義靑年團) 세력이 크게 쇠퇴하면서 시진핑을 중심으로 하는 수직적 위계질서가 형성됐다. 또한 2023년 양회의 인선과 기구 개편을 통해서 시진핑 1인 체제를 제도화하려는 모습이 나타났다. 시진핑은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70후(70後: 1970년대생) 간부들의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등 자신의 정치권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세대 교체를 추진하는 모습도 보인다. 결론적으로 시진핑 1인 체제 구축으로 집단지도체제의 중요한 축이었던 정치 엘리트 간, 파벌 간 상호 견제와 합의에 기반한 정책 결정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

4장은 시진핑 1인 체제가 중국 국내외 정책과 한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전망한다. 시진핑 3기 정부는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중국이 강해지고 중화민족이 부흥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지만, 중국이 직면한 대내외 상황은 녹록치 않다. 경제성장, 사회 안정 등 기존의 업적 정당성(performance legitimacy)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시진핑 3기를 시작한 시진핑은 시진핑 1인 체제를 합리화하고 통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내적으로는 정치사상 교육과 사회통제를 강화할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시진핑의 통치하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강한 중국’의 실현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는 한중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진핑 정부가 시진핑의 권력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당의 영도, 사회통제, 정치사상 교육을 강조함에 따라 한중 간 체제와 가치의 이질성은 더욱 부각되고 한중 양국 국민 간의 상호 인식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중국의 국내정치적 변화가 중국의 대내외 정책, 중국인의 인식, 한중관계, 글로벌 현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가치를 새롭게 산정해야 한다. 둘째, 시진핑 3기 정부가 공세적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 동맹인 한국에 대한 회유와 압박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중국의 다양한 회유와 압박 조치를 상정해 대응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지속적으로 줄이는 한편, 유사입장국들(like-minded countries)과 함께 중국의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중국과의 외교적 소통을 확대하고 정례화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중국에게 한국이 중국을 의식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다양한 현안에 대한 한중 양국 정부의 인식과 정책을 이해하고 양국 간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한중관계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

 

목차

 
요약
 
I. 들어가며

II. 중국공산당 집단지도체제
   1. 집단지도체제의 형성 배경
   2. 집단지도체제의 주요 내용

III. 시진핑 3기와 집단지도체제의 변화
   1. 20차 당대회: 시진핑 1인 체제의 도래
   2. 2023년 양회 인선과 기구 개편: 시진핑 1인 체제의 제도화

IV. 시진핑 1인 체제의 대내외적 함의
   1. 대내적 함의
   2. 대외적 함의
   3. 한국에의 함의

V. 나가며

참고문헌
 

 

본 보고서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이동규
이동규

지역연구센터, 대외협력실

이동규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전공으로 국제지역학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清华大学)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일대일로: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의 확장과 그 함의”,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