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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대한민국 외교 ‘진단과 처방’ – ① 미·중 전략경쟁과 한·미동맹 – 韓·美관계

중재자냐 운전자냐 조정하고… 韓·美이견 등 갈등 관리해야
동맹을 거래대상으로 삼지 말고… 자주, 美에게만 편향 안돼

 
[처방]
 
지난 2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통화 후 SNS를 통해 한·미 정상이 동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 동맹이 정말 반석 위에 다시 올라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동맹은 세 가지 핵심요소를 바탕으로 유지·발전된다. 공통의 위협인식, 공유하는 이익 그리고 쌍방 간의 신뢰다.

이 중 어느 하나에도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기 어려운 것이 한·미 동맹의 현주소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은 이제 미 본토를 위협할 수도 있는 상대가 된 반면, 한국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은 현저히 약해졌다. 미·중 무역 분쟁이 체제경쟁으로 확산하고, 워싱턴이 중국의 국제질서 파괴행위를 지적할 때도 한국은 한·중 간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면적으로는 손을 맞잡고 웃으면서도 이면에서는 다른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인을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이나, 우리 정부의 각료가 한·미 동맹을 ‘냉전적 동맹’이라고 평가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지난 2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통화 후 SNS를 통해 한·미 정상이 동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 동맹이 정말 반석 위에 다시 올라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동맹은 세 가지 핵심요소를 바탕으로 유지·발전된다. 공통의 위협인식, 공유하는 이익 그리고 쌍방 간의 신뢰다.

이 중 어느 하나에도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기 어려운 것이 한·미 동맹의 현주소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은 이제 미 본토를 위협할 수도 있는 상대가 된 반면, 한국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위협인식은 현저히 약해졌다. 미·중 무역 분쟁이 체제경쟁으로 확산하고, 워싱턴이 중국의 국제질서 파괴행위를 지적할 때도 한국은 한·중 간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면적으로는 손을 맞잡고 웃으면서도 이면에서는 다른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인을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이나, 우리 정부의 각료가 한·미 동맹을 ‘냉전적 동맹’이라고 평가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한국이 현재 걱정하는 것은 한·미 동맹으로 인한 ‘연루’(entrapment)지만, 오히려 미래에 위험성이 더 큰 것은 미·중 양자 모두로부터의 ‘방기’(abandonment)다. 워싱턴으로서는 ‘안보=미국, 경제=중국’식의 구도에 안주하는 동맹국과 함께해야 할 동기가 점점 약해질 것이며, 중국 역시 동맹이 없어진 한국에 공을 들여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동맹의 심각성이 외부로 드러날 때는 이미 손을 쓰기가 너무 늦어버린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74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왜곡된 동맹관을 가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현시점부터 동맹의 기초체력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첫째, 공통의 위협 인식을 다시 정립하는 일이며, 이는 북한 군사위협에 대한 분명한 인식의 천명과 직결된 문제다. 지난 2017년 때와 같이 북한이 미 본토와 해외 미군기지를 겨냥한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할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역시 이에 대한 적절한 경계와 경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여타 주변국에 대한 위협 인식 역시 꾸준히 양측의 편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공동의 위협 평가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둘째,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지향하는 것이 ‘중재자·촉진자’든 ‘운전자’든 선의의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중재자가 어느 한쪽에 편향된 논리와 판단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금물이며, 대북 몰입주의로부터의 탈피가 시급하다.

셋째, 동맹의 공유이익을 확장하려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여전히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한반도를 벗어난 역할과 임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고려를 해나가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결국 미·중 전략경쟁에의 연루와 연결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원칙에 충실한 접근을 한다면 부정적 여파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즉,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무역, 인권 그리고 정보 개방 등의 가치 훼손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되,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 된다. 그렇다고 모든 사안을 동맹의 입장에서만 판단할 필요는 없다.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일본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이 참가한 중국 비난 공동성명에 합류하지 않았다.

넷째, 우리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에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개정안에 대해 미 의회 인사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핵심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한·미 간 이견에 대한 적절한 ‘갈등 관리’에도 더 많은 관심을 둬야 한다. 이견을 수면 위에서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동맹국을 뒤에서 공격한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 측 인사들이 한·미 동맹에 상처를 입히는 발언을 한 후 ‘개인적 의견’이라며 수습하려 하지만, 이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워싱턴 여론 주도층은 아무도 없다.

여섯째, 한·미 연합훈련(연습) 유예 등과 같이 동맹을 거래대상으로 삼는 일 역시 삼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빈번한 국격(國格) 폄훼 발언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중국의 ‘3불’(추가 배치 금지, 미사일방어(MD)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요구에 대한 대응에서 나타나듯 우리의 ‘자주’가 미국에만 편향된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옆그레이드’란 말이 있다. 실제로 어떠한 대상을 발전시키는 것(업그레이드)이 아니라 그런 척만 하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옆그레이드’의 결말은 결국 동맹의 퇴보 혹은 와해다. 국제관계의 효용에는 희생이 따른다. 동맹의 효용은 즐기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모든 것을 얻겠다는 발상을 탈피해야 동맹의 미래가 보인다. 우리가 현재 한·미 동맹을 진정성 있게 ‘업그레이드’할 자세가 됐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할 때다.

 
韓·美, 대북·대중정책 놓고 근본적인 시각차 드러내
現정부 ‘동맹 업그레이드’를 ‘리셋’으로 보는 시각도

[진단]
 
‘G2(Group of 2)’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대립이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는 신냉전 시대의 도래로 한·미 동맹이 중대한 갈림길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출범 한 달을 맞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동맹국을 규합한 반중(反中) 전선으로 중국과의 ‘대회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중 갈등에 연루되지 않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을 지속하고 있다. 한미는 대북 기조에서도 근본적인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한국을 동맹국으로 보지 않고 ‘표류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진 상황이다. 문 정부는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하지만 이를 ‘리셋’ 구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18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모인 ‘쿼드(Quad)’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지난 1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견제를 위해 구체화한 쿼드에 대해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반면 문 정부의 미·중 갈등 대응 전략은 ‘전략적 모호성 유지를 통한 미·중 갈등 연루 위험의 방지’에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쿼드 참여와 관련해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취임 첫날 기자들과 만나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고,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 쿼드를 포함한 어떤 지역협력체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견제용인 쿼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정부는 중국 화웨이 5세대(G) 보이콧 등 미국의 클린네트워크(Clean Network)에도 불참했다. 미·중 경제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으로 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우리 정부는 일단 중립 기어를 넣은 셈이다.

문제는 미·중이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에 빠져들수록 전략적 모호성 유지가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촘촘한 대중 견제 청구서를 한국에 내밀 공산이 크다.

반면 중국은 쿼드를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규정하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해 방한 시 한국에 ‘클린네트워크’ 대신 중국 주도의 5G 공급망 구상에 참여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미 간 군사·안보적 분야의 균열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해 한반도 안보 주도권을 확보하고, 종전선언으로 남북·미북 적대 관계 청산의 서막을 열겠다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북·대중 정책 엇박자로 한·미 동맹의 체질이 약화한 상황에서 북핵 위협은 커졌다.

 
■ 美·中 전략경쟁 이해하는 3가지 키워드
 
△연루(entrapment)와 방기(abandonment)의 딜레마=약소국과 강대국 관계에서 약소국이 겪을 수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동맹국으로부터 버림받을 위험을 최소화하려다 제3국과의 분쟁에 휘말릴 수 있고 휘말릴 위험을 최소화하려다 동맹국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 참여 요청에 응할 경우 중국의 반발에 직면하게 되고, 응하지 않을 경우 한·미 동맹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그리스 아테네와 스파르타 전쟁에서 유래한 말로 기존 패권국가와 신흥 강대국이 결국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한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2017년 출간한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War)’에서 미·중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아테네의 역사가이자 장군이던 투키디데스가 편찬한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주장한 것으로부터 유래했다.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본래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제 요소들이 분리돼 서로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 상태를 일컫는 경제 용어다. 미·중 관계에서 ‘디커플링’이란 용어가 등장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부터다. 1970년대 닉슨 독트린 이후 40년간 강화돼 온 미·중 경제협력이 결별을 맞이하고 점차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흐르는 상황을 말한다.

 

* 본 글은 2월 22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차두현
차두현

외교안보센터

차두현 박사는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