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842 views

2017년에서부터 2020년에 이르는 기간은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간 K-M-T 정상외교의 시대였는데, 오늘날 우리 머리 위로는 핵탄두를 탑재한 북한의 미사일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의 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2020년에 쓴 『격노』(Rage)라는 책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에 주고 받은 27통의 편지가 소개되어서 빙산의 일각이나마 미북 정상외교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게 되었는데, 우리는 K-M-T 정상외교가 심어준 신기루를 돌아보고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기간 동안 한미동맹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은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라는 점을 무시했고, 동맹을 이익과 비용의 거래관계로 보는 것 같았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67불이었는데,1 동맹을 거래관계로 생각했다면 미국은 이렇게 가난한 나라와 동맹을 맺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2017년 11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건설비의 90%에 해당하는 97억불을 제공하여2 건설한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를 둘러보고 헬리콥터를 타고 서울로 향하던 중에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15년간 한국이 4,600억불의 국방비를 썼고 135억불에 상당하는 무기를 추가로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고층빌딩들을 봐. 고속도로를 봐, 저 기차를 봐. 이 모든 것을 봐. 우리가 모든 것을 지불하고 있어. 한국이 모든 것을 지불해야 해(They should be paying for everything)”라고 말했다.3 또 트럼프 대통령은 “군인들은 항상 NATO와 한국과의 동맹은 미국이 한 가장 좋은 거래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틀렸어 … 동맹은 끔찍한 거래(horrible bargain)다.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고 있는데, 한국은 텔레비전, 선박 등을 팔아서 큰 돈을 번다 … 우리는 호구(We’re suckers)다”라고 했다.4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4년 사이 미국은 주한미군 예산으로 134억불을 썼고5,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32억불을 분담했는데6,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말 한국에 대해 연간 방위비 분담액을 50억불로 다섯배나 올리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존 햄리 CSIS소장은 “주한미군은 돈을 받고 한국을 지키는 용병(mercenary)이 아니다”라고 하며, “미국은 자신의 국익을 위하여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며(the US is stationing troops for its own interests), 주한미군은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을 띠고 있다(US troops serve the purpose of defending the US)”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7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려 했고, 미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서 자유민주주의 최전방에 있는 한국을 방패삼아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으려 했기 때문에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것이다.

워싱톤 포스트誌 기자인 캐롤 리오닉(Carol Leonnig)과 필립 루커(Philip Rucker)가 쓴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다(I Alone Can Fix It)』라는 책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그가 재선되면 “한미동맹을 깰 것(I‘ll blow up the U.S. alliance with South Korea)”이라고 했다.8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에 의하면 2020년 2월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과의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인 “한국민은 끔찍한 사람들이다”(South Koreans were terrible people)라고 표현했다.9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나를 좋아하고 나도 김정은을 좋아하며, 우리는 사이가 좋다(He likes me. I like him. We get along)”고 했는데10 실망스러운 일이다.

2017년 7월 북한이 두 차례의 ICBM급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고11,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검토했었다. 그런데, 2018년 3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미국의 백악관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의 의사를 전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회담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보다는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고, 2018년 6월로 예정된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긴장되는 도박(a breathtaking gamble)”이라고 표현한 미국 언론의 보도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북한 비핵화보다는 자신의 지지율에 더 신경을(ratings-minded) 썼고 자화자찬(self-grandiosity)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12 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은 트럼프 재임기간 동안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이를 업적인 것처럼 내세우는데, 북한은 이 기간 동안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중지시키는 등13 김정은이 바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은 것이다. 2022년 4월 1일 공개된 유엔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연례보고서는 “동 보고서 기간 동안 북한은 유엔안보리결의안에 위반되는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유지하고(maintain) 발전시켰다(develop)”고 밝혔다.14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정책 자문관이었던 에반 메데로스(Evan Medeiros)는 “김정은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을 농락했고, 이제 트럼프 대통령을 농락하고 있다(Kim played Moon and is now playing Trump)“라고 평했다.15 김정은과 3번의 회담을 가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밥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아는가? … 나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아주 큰 거래다. 나는 이틀만에 해냈다. 나는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제재를 포기하지도 않았고, 김정은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라고 말했지만,16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까지 현직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지도자를 직접 만나지 않았는데, 양측 최고 지도자들이 만나도록 한 것이 문재인 정부였다. 2018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세 번 만났는데 그 결과는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었고,17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것도 없이 북한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간절히 원했던 국제적 지위와 정당성을 주었다는 비판이 많다.

정상회담을 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분석을 포함한 준비와 결과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는 이런 것을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미 중앙정보부(CIA)는 김정은을 교활하고(cunning) 술수가 있지만(crafty) 실제로는 어리석다고(ultimately stupid) 평가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영리하고(smart) 강인하다고(tough) 했다.18

2018년 6월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 등이 발표되었지만, 북한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는데, 이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약속한 2005년 9월 남한,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한 6자회담에서 채택한 『9.19 공동성명』 보다도 퇴보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모호한 합의 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지하는 위험한 조치를 취했다. 싱가포르 회담 석달 후인 2018년 9월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고 말했다.19 2018년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미국 CNN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70%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는데, 미국의 일반시민들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김정은의 속셈을 더 잘 알고 있었다.20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칭찬하고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약속했는데, 2018년 7월말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1953년의 정전협정은 단지 적대행위를 중단한 것이므로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를 원한다고 하면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21 북한은 종전선언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는데,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종전을 선언하면 왜 아직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느냐는 문제가 당장 불거질 수 있고,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2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8개월이 지나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회담에서 과연 미국은 무엇을 기대하고 갔고, 김정은 위원장은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66시간 동안이나 기차를 타고 하노이로 갔을까? 정상회담이 시작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섯 개의 핵시설 폐쇄를 요구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핵시설 하나만을 포기하겠다고 하면서 “이 시설이 가장 큰 것(But it is our biggest)”이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맞지만, 또한 가장 오래된 것(Yeah, it’s also the oldest)”이라며 거부하여 회담은 결렬되었다.23

하노이 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나서 미북간 협상은 사실상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3개월 후인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회담에는 관심이 없었고 트위터를 통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비무장지대)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say Hello)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24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9일 김정은에게 편지를 보내 “나는 지금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가고 있는데 내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자”면서 “오후 3시 30분 남측지역 평화의집”으로 시간과 장소를 못박아 제의했다.25 6월 30일 오후의 판문점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참여를 원치 않았다고 한다.26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참석을 주장했지만 미국측이 북한이 원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자유의집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표시를 넘어 20 발자국 정도 북한 땅을 밟았는데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자랑하며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찍은 사진을 백악관에 걸었다. 미북 정상은 자유의집에서 양자 간의 만남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만약 당신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언론은 나를 안 좋게 보이게 기사를 썼을 것이다. 당신이 우리 모두의 체면을 살렸고, 이에 감사한다”고 이야기했다.27 김정은과의 양자회동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수주 내에” 미북간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스톡홀름 실무협의까지는 4개월 가까이가 걸렸고 그나마 결렬되었다.

K-M-T 정상외교 기간 동안 한국은 북한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찰능력도 미흡하고, 요격미사일, 정밀 타격무기 등의 능력도 확보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무리하게 전환하려고 했으며, 김정은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제안한 종전선언을 추진하려고 했다.

2018년 9월 22일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 정권수립 70주년을 맞는 9월 9일에는 핵능력을 과시하는 대신 평화와 번영의 의지를 밝혔습니다”라고28 했고, 사흘 뒤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 참석하여서는 “김정은은 젊고, 매우 솔직하며, 공손하고, 웃어른을 공경한다”고 하고 “나는 김정은이 진실되고 경제개발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고 비판했는데,29 6.25전쟁을 일으켜 수백만의 사람들을 학살한 김일성의 손자이고, 오늘 현재 2천여만명의 북한주민들을 정치적 탄압과 경제적 가난 속에 묶어두고 있는 김정은에 대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2018년 3월 대북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정의용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현 외교부 장관)은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고 했고, 이후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서 발표한 발표문에서도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으며, 북한이 추가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는 것을 전했다”고 말했다.30

2018년 3월 대북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김정은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같은 동포인데 어떻게 핵무기를 쓰겠습니까”라고 했다는데, 이런 말을 믿었다면 우리는 “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어 범인을 변호하는 비이성적인 심리현상”인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진 것이다. 대북 유화정책으로 북한의 비위를 맞추면 언젠가는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인질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북한이라는 인질범의 호의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31 핵무기는 군사적 무기이면서 정치 심리적 무기인데, 김정은은 이를 잘 이용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과장, 왜곡해서 전달했는지, 아니면 실수로 오해를 유발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비핵화가 되려면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등을 명시했는데, 북한이 요구하는 주한미군 철수라는 전제조건을 정 실장이 제대로 미국 측에 전달했는지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욕심에 미국이 문제 삼을 만한 대목을 사실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2차 정상회담을 위해 하노이로 가는 66시간 사이에 김정은이 우리 정부와 세 통의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밝혀야 한다.32

북한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우리를 상대할까? 미국은 자신들을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제국주의 세력이라고 주장하면서, 남한은 그 앞잡이기 때문에, 남한 사회를 제국주의의 지배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점이 북한의 논리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재래식 군사력과 ‘핵 억제력’을 확보하려는 것은 ‘미 제국주의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자위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체제를 정당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업적을 보여줘야 하는데, 내세울 만한 것은 없고 북한주민들은 가난과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 김정은에게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가 정치적 위협이므로 핵무기를 통해 한국을 굴복시키고 적화통일을 이루면 비로소 정권이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는 한반도를 적화통일하기 위해 미국을 남한으로부터 떼어놓아야 하는데,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화자찬을33좋아하는 인물이었다는 점을 잘 이용하였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넉달 뒤인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김정은과 자신은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unique style and a special relationship)”을34 가지고 있고 둘이서 미북간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했다.35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정상회동 후인 7월에는 자신과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찍은 사진 22장을 동봉한 친서를 보냈고, 한달 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중 가장 긴 편지를 보냈는데, 김정은은 이 편지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완전히 중지되지 않은 것에 불평하며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한국군은 나의 군대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였다.36 2022년 4월 1일, 서욱 국방부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37고 발언하자, 그 다음날 김여정은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이다”라고 했고38 이틀 뒤에는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39 자신들이 핵국가임을 강조하고 핵무기가 없는 남한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우리를 위협했다.

2021년 1월 김정은이 전술핵과 핵잠수함 개발까지 공언한 후 한달 뒤에 열린 국회 외교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정의용 장관 지명자는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아직 있다”고 했는데,40 2022년 3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단순하게 ‘예스, 노’로 대답할 수 있으면 세상이 얼마나 간편하고 좋겠냐”면서41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궤변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2021년 미국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고, 올해 5월이면 한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바이든 정부는 2021년 5월 한미정상 공동성명을 통해서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을 선언하였다.

윤석열 당선인이 이끌게 될 새 정부가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간의 호흡은 어느 때보다도 잘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지난 기간 동안 발생해 온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고 동맹을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는 일이다.

날로 높아지고 있는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한반도의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 국내 여론의 호응이 있어야 한다. 여전히 한국과 미국 양국 국민은 서로에 대해 호의적이다. 시카고 국제문제 협의회(CCGA)의 2021년 3월 여론조사에서 미국은 한국민이 가장 호감을 가지는 주변국으로 나타났고, 같은 기관의 2021년 7월 여론조사에서 미국민 응답자의 63%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 1. 한국은행 『1인당 국민총소득, 1953』, https://ecos.bok.or.kr/flex/EasySearch.jsp
  • 2. Congressioanl Research Service, “U.S.-South Korea Alliance: Issues for Congress,” In Focus (March 14, 2022), p. 2
  • 3. Bob Woodward, Rage (New York: Simon & Schuster, 2020), p. 85.
  • 4. Woodward, Rage, p. 186.
  • 5. U.S.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Burden Sharing : Benefits and Costs Associated with the U.S. Military Presensce in Japana and South Korea (March 2021), pp. 43-44.
  • 6. 통계청 『나라지표, 방위비분담금 현황』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712
  • 7. “US forces in Korea not mercenaries: US think tank,” 『Korea Herald』 (November 27, 2019)
  • 8. Carol Leonnig and Philip Rucker, I Alone Can Fix It – Large Print Version (New York: Random House, 2021), pp. 503-504. 에스퍼 등을 비롯한 그의 참모들이 그런 발언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알아, 두 번째 임기에 할 거야(We’ll do it in the second term)”라고 말했다.
  • 9. Larry Hogan, “Fighting alone: I’m a GOP governor. Why didn’t Trump help my state with coronavirus testing?” The Washington Post (June 16, 2020). https://www.washingtonpost.com/outlook/2020/07/16/larry-hogan-trump-coronavirus/
  • 10. Woodward, Rage, p. 183
  • 11. “Trump Threatnes ‘Fire and Fury’ Against North Korea if It Endangers U.S,” The New York Times, (August 8, 2017).
  • 12. Woodward, Rage, p. 179 and 181.
  • 13. “In surprise summit concession, Trump says he will halt Korea war games,” Reuters, (June 12, 2018)
  • 14. “북,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회피 기술 해킹해 훔친 듯,” 『조선일보』 (2022. 04. 04)
  • 15. Woodward, Rage, p. 92.
  • 16. Woodward, Rage, p. 92.
  • 17. “흔들리는 한미동맹과 우리의 안보,”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2022. 01. 20), p. 10.
  • 18. Woodward, Rage, p. 183.
  • 19. “President Donald Trump on Kim Jong Un: ‘We fell in love’ over ‘beautiful letters’,” USA Today (Sep 30, 2018). https://www.usatoday.com/story/news/politics/2018/09/30/trump-north-koreas-kim-love-beautiful-letters/1478834002/
  • 20. “북한의 적대시정책 철회 주장과 우리의 대응,”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22. 01. 20), p. 4.
  • 21. Woodward, Rage, p. 172
  • 22. “흔들리는 한미동맹과 우리의 안보,” p. 12
  • 23. Woodward, Rage, p. 175
  • 24. “In a tweet, Trump appears to invite Kim Jong Un to meet him at the Korean demilitarized zone,” The Washington Post (June 28, 2019).
  • 25. “김정은, 자신과 트럼프 사이 끼어들려는 문대통령 성가시게 생각,” 『시사저널』 (2022. 04. 12), pp. 17.
  • 26. “미북 판문점 회동때, 트럼프도 김정은도 文동행을 원치 않았다,” 『조선일보』 (2020. 06. 22)
  • 27. ”Trump Steps Into North Korea and Agrees with Kim Jong-un to Resume Talks,“ The New York Times (June 30, 2019)
  • 28. “제73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청와대 (2018. 09. 26). https://www1.president.go.kr/articles/4397
  • 29. “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 Bloomberg (September 26, 2018)
  • 30. “정의용 수석특사 방북 결과 언론발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18. 03. 16).
    https://www.korea.kr/news/blueHouseView.do?newsId=148848672
  • 31. “흔들리는 한미동맹과 우리의 안보,” p. 13.
  • 32. “하노이 ‘훈수’에 불만 … 김여정, 청와대에 ‘배신자’ 말폭탄,” 『중앙일보』 (2020. 06. 25).
  • 33. Woodward, Rage, p.181
  • 34. Woodward, Rage, p. 177.
  • 35. Woodward, Rage, p. 172.
  • 36. Woodward, Rage, p. 180.
  • 37. “이제와서…서욱 국방장관 ”北, 미사일 발사 징후시 정밀타격 태세 갖춰,” 『조선일보』 (2022. 04. 01)
  • 38. “’미친 X’ 서욱에 발끈한 김여정, 막말 속 의미심장한 대목,” 『중앙일보』 (2022. 04. 03)
  • 39. “김여정 ‘남과 군사대결땐 핵무력 사용’ 협박,” 『조선일보』 (2022. 04. 06)
  • 40. “정의용 ‘김정은 비핵화 의지’ 강조에 ··· 마 ”아무런 증거 없다“반박,” 『조선일보』 (2021. 02. 07).
  • 41. “문 정부 평화프로세스 사망” 국힘 공세 … 정의용 “실패 아냐,” 『연합뉴스』 (2022. 0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