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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정부는 2018년 국방 예산을 전년에 비해 약 7%가 증가한 43조원이 넘는 수준으로 늘렸으며, 3축 체계1를 중심으로 억제 및 방어 능력을 확충하겠다는 내용을 방위력 개선 사업의 업무보고를 통해 발표했다. 이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여 방위력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격’과 ‘방어’ 그리고 ‘방호’의 균형이 필요하다.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민방위 훈련을 늘린다고 밝혔지만 민간인 방호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여전히 미진하다.

만약 북한이 서울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을 향해 과도한 도발을 시도한다면 한국이 감당해야 할 민간인 피해와 손실은 그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합참의장인 조셉 던포드 장군은 지난 7월 22일 아스펜 안보 포럼에서 대북 군사 옵션은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우리 생애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인명 피해를 낼 것”이라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사상자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CRS)이 지난 11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서울을 향해 1분에 10,000여발의 포격을 가할 수 있고 분쟁 발생 초기에 사망자 수가 30,000~300,000여명에 이를 수 있으며 한반도에서 적어도 2천 5백만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2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 이외에 소극적 방어(passive defense)의 한 축인 민방위(civil defense) 대비 태세를 잘 갖춘다면 사상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스라엘처럼 비상 상황 발생 시 근접한 곳에 방호체계를 제대로 갖춘 대피시설이 있다면 적시에 대피가 가능해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3,4 본 연구는 유사시 한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민방위 대피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민방위 대피시설

지난 2016년 10월 한국국가전략연구원에서 출간한 국민안전처 정책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정부는 대피시설 설치기준과 수요에 대한 문제를 재검토해야 하며 시설의 적절함과 효율성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5

본 연구는 시·군·구 단위에서 한국의 민방위 대피시설의 수용 가능 인원을 총 인구와 비교해 검토하였다. 민방위 대피시설 관련 자료는 행정안전부에서 운영중인 ‘지방자치단체에서 인허가 하는 업종별 데이터 개방’6 사이트, 인구 관련 자료는 통계청에서 운영중인 ‘국가통계포털’7 사이트에서 얻은 자료이다.

[표 1] 각 시도별 1인당 소요면적 기준에 따른 수용 불가능 인원 (단위: 명)

표1

한국의 민방위 대피시설은 ‘공공용시설’과 ‘정부지원시설’ 기준으로 나뉜다. ‘공공용시설’은 10시간까지 체류가 가능한 시설로 1인당 소요면적 기준은 0.825m2이며, ‘정부지원시설’은 2~3일까지 체류가 가능한 시설로 1인당 소요면적 기준은 1.43m2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시·군·구 단위에서 계산한 각 시도별 수용 불가능한 인원은 [표 1]과 같다.

단기 체류 기준인 1인당 소요면적 기준 0.825m2의 경우 전국적으로 약 18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시설이 부족하며, 장기 체류 기준인 1인당 소요면적 기준 1.43m2의 경우 전국적으로 약 65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시설이 부족하다. 특히 소요면적 기준 1.43m2의 경우 대전광역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대피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림 1]은 각 지역의 인구대비 수용 불가능 인원 비율을 단계구분도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1] 1인당 소요면적 기준에 따른 지역별 인구대비 수용 불가능 인원 비율 단계구분도

그림1

세부적으로 총 229개 시·군·구 중 1인당 소요면적 기준 0.825m2의 경우 81개, 1.43m2의 경우 146개의 지역에서 대피시설이 부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에서는 총인구의 3.5%, 후자에서는 12.7%가 대피할 수 있는 마땅한 대피시설이 없다. 부족한 총면적을 흔히 쓰이는 여의도 면적(2.9km2)으로 환산하면 각각 여의도 면적의 0.5배와 3.2배에 해당되는 면적이 추가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8

[표 2]는 한국의 경우1인당 소요면적 기준이 선진국들의 기준보다 낮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국의 경우 대피시설에 장기간 동안 체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 2] 국가별 대피시설 1인당 소요면적 기준 (단위: m2)

표2

다른 국가의 대피시설 1인당 소요면적 기준을 한국에 적용했을 때 시·군·구 단위에서 단기와 장기 체류로 구분하여 수용 불가능 인원 비율을 지역별로 표시한 내용은 각각 [그림 2], [그림 3]과 같다.

[그림 2] 지역별 인구대비 수용 불가능 인원 비율 단계구분도 (외국 단기 기준)

그림2

외국 단기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1인당 소요면적 기준이 매우 낮은 핀란드의 0.6m2를 적용해도 120만명이 넘는 인구가, 이보다 높은 스웨덴의 0.95m2를 적용한 경우에는 250만명 정도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민방위 대피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1인당 소요면적 기준은 한국보다 약간 나은 편이다.

[그림 3] 지역별 인구대비 수용 불가능 인원 비율 단계구분도 (외국 장기 기준)

그림3

핵 낙진과 같은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대피소에서 장기간 동안 체류해야 한다. 하루 이상(보통 2~3일) 체류할 경우 우리의 장기 기준인 1.43m2은 독일, 핀란드, 미국, 스위스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스위스는 14일, 독일과 핀란드는 10일간 장기체류가 가능토록 기준을 잡고 있다. 만약 독일의 1.98m2를 적용한 경우 수용 불가능한 인원은 1,200만명으로 증가해 1.43m2 대비 약 1.8배 수준이며 대피시설이 매우 잘 갖추어진 스위스의 3.3m2를 적용한 경우에는 2,250만명으로 증가해 거의 3.5배 수준으로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가량이 수용 불가능해진다.

또한 [그림 4], [그림 5]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에는 내국인 5천만명과 더불어 2백만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중국, 베트남, 미국, 타이, 일본 등의 국가 출신으로 한국에 체류 중이다.

[그림 4] 체류 유형 및 연도별 체류 외국인 현황 (단위: 명)

그림4

[그림 5] 국적 및 연도별 체류 외국인 현황 (단위: 명)9

그림5이뿐만이 아니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그림 6] 참고) 지난해 총 1천 3백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다. 즉, 민간인들을 위한 보호 조치가 한국 국민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림 6] 연도별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 수 (단위: 명)

그림6

결론

한국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어 있어 외국인을 포함한 민간인을 수용할 수 있는 민방위 대피시설 확충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단기 체류조차도 불가능한 지역들이 있다는 것을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하였다. 정부는 모든 내-외국인이 대피할 수 있으며 적절한 방호기능을 갖춘 민방위 대피시설을 점검하고 부족한 시설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지방 자치 단체들과도 협력하여 전국의 기존 대피시설을 수시로 점검하고 시설 외에도 물자와 장비를 구비하는 등 민방위 대피시설을 개선하여 국민의 안전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10,11 나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만큼 방호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도 환기시켜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를 가리킨다.
  • 2. Kathleen J. McInnis, Andrew Feickert, Mark E. Manyin, Steven A. Hildreth, Mary Beth D. Nikitin, Emma Chanlett-Avery, “The North Korean Nuclear Challenge: Military Options and Issues for Congress,” CRS, 2017. 11. 06; Roger Cabazos “Mind the Gap between Rhetoric and Reality,” NAPSNet Special Reports, June 26, 2016.
  • 3. 현재 민방위 대피시설까지 도보로 5분, 거리로는 반경 667m이내에 위치하도록 기준을 정하고 있다.
  • 4. Uzi Rubin and Chong Woo Kim, “Israel’s Missile Defense and Some Implications for South Korea,” Asan Issue Brief, Nov, 2017 참고.
  • 5. “민방위 주민대피시설 기준 개선에 관한 연구” 국민안전처 정책연구보고서, 한국국가전략연구원, 2016년 10월.
  • 6. http://www.localdata.kr/
  • 7. http://www.kosis.kr/
  • 8. 여의도 면적 관련 사항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C%97%AC%EC%9D%98%EB%8F%84
  • 9. 국적별 외국인 현황에는 불법체류 외국인과 한국계는 제외되었다. 미국의 경우 주한미군 및 주한미군 직계족속과 관련된 통계는 제외되어 민간체류자만 반영되었다.
  • 10. ‘Nuclear War Survival Skills’ 지침서에 따르면 사람은 최소한 하루에 섭취해 배출하는 소변의 양이 1 pint는 되어야 한다. 대피소 실내 온도가 서늘하면 식량이 부족해도 3 pints의 물 섭취로 몇 주는 견딜 수 있다. 대피소가 심하게 붐비고 장기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서늘한 실내온도를 유지하기 힘들다. 더불어 핵 공격 시에는 외부로부터 도움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피소 내에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Geiger Counter)를 미리 구비해 놓아야 한다. http://www.oism.org/nwss/
  • 11. 대피소는 외부로부터 완전한 밀폐가 가능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민방위 대피소는 완전한 밀폐가 불가능해 북한의 생화학 무기나 핵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로부터 민간인들을 보호하기엔 부적절하다. 밀폐 기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모든 대피소에 방호문을 설치하고 충분한 수량의 방독면을 배치해 놓거나 공기 여과 시스템을 설치 해야만 한다. 조사해 본 결과 현재 서울시에 있는 전체 민방위 대피시설에 방호문을 설치하려면 약653억~ 3,700억원이 필요하며 전국의 지하철 대피시설에 방호문을 설치하는데만 약 578억~1,427억원이 소요된다. 모든 국민들에게 방독면을 제공하는 비용은 방독면에 따라 약 1.4~5.4조원이 소요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국방예산이 43조원으로 정해진 것을 고려했을 때 전체 국방 예산의 최대 약 12%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About Experts

J. James Kim
J. James Kim

지역연구센터

J. James Kim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지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Columbia University 국제대학원 겸임 강사이다. Cornell University에서 노사관계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치고 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의 조교수(2008-12)와 랜드연구소의 Summer 연구원(2003-2004)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연구 분야는 비교민주주의 제도, 무역, 방법론, 공공정책 등이다.

김종우
김종우

계량분석센터

김종우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계량분석센터 선임연구위원이다. 런던대학교에서 이학학사와 임패리얼 컬리지에서 상대성이론 연구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캠브리지대학교 컴퓨터학과에서 Diploma 학위도 취득하였다. 유럽 랜드연구소의 Choice Modelling과 Valuation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였으며 삼성 메모리 반도체 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또한 영국의 PCMS-Datafit에서 Java 소프트웨어 개발업무를 담당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이산선택모델, 그리고 교통, 보건, 통신 및 유틸리티 분야의 Stated Preference 모델 개발, 공공 서비스가치 책정, WTP (Willingness-To-Pay) 등이다. 주요 연구물로는 "Security at What Cost? Quantifying Individuals’ Trade-offs between Privacy, Liberty and Security,” RAND Report (2010)와 “Modelling Demand for Long-Distance Travellers in Great Britain: Stated preference surveys to support the modelling of demand for high speed rail”, RAND Report (2011)외 다수가 있다.

김선경
김선경

연구부문

김선경은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원이다. 한양대학교 국제학부를 졸업하고, 파리 Sciences Po 대학원에서 국제 안보(International Security)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관심분야는 동북아시아 안보, 핵안보 체제, 북한 핵문제 등이다.

함건희
함건희

연구부문

함건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정보수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성균관대학교 응용통계연구소 연구원, 한국국방연구원 위촉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으며, 연구 관심분야는 혼합모형, 불완전 자료 분석, 방법론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