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주, 인도, 일본의 4자 안보 대화,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요한 소다자(minilateral) 안보협력으로 부상했다. 쿼드 논의가 다시 시작된 2017년 이래 쿼드에 대한 오해는 팽배해 있고, 우리의 쿼드 가입 여부는 논쟁거리가 됐다. 기존 쿼드 참여국은 인도적 지원, 사회 인프라, 백신 등 공공재를 제공하는 쿼드의 실질적 기여를 강조한다.1 반면, 중국은 이를 군사동맹으로 비판한다.2
국내 다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절반만 쿼드 가입을 지지했고, 상당수는 특정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이슈브리프는 한국인이 쿼드에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대부분 조사에서 “무응답층”이었던 이들 가운데 다수가 실제로는 쿼드 가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이런 “연성 지지(weak support)” 비율을 고려하면 한국인 대다수(79~80%)는 쿼드 가입을 지지하는 편이었다.
이 이슈브리프는 한국인의 쿼드 지지가 타 조사에 비해 높게 나타난 본원 조사 결과를 방법론 차원에서 검토했다. 한국인은 국가안보를 낙관할수록, 한미동맹 등 미국 리더십에 긍정적일수록 한국의 쿼드 가입을 지지했다.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윤 정부는 쿼드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조성할 방안을 찾고,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쿼드 의제와 어떻게 일치하는지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기존 쿼드 참여국은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 나토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AP-4) 회동, 칩4 동맹, 오커스(AUKUS) 등 새 협력체에 있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지역 내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소다자 협력(minilateral cooperation)은 가속화하고 있다. 쿼드는 “포용적이고 탄력적이며 자유롭고 개방,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지원하기 위해 헌신하는 4개 민주주의 국가의 외교 네트워크”다.3 문재인 정부 시기 쿼드 가입을 두고 여러 논쟁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 나토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AP-4) 회동, 칩4 동맹 등 소다자 협력에서 성과를 냈다.
국내에는 광범위한 의제를 다루는 쿼드에 대한 오해가 존재한다. 2017년 1월부터 2023년 9월 사이 국내 10대 언론 보도의 제목이나 본문에 쿼드(Quad, 국/영문)라는 단어를 포함한 기사, 칼럼, 사설을 분석했다.4 그 결과, 2017년 이래 국내에서 쿼드를 다룬 기사(n=1,936)는 2020년부터 증가(n= 207)해 2021년(n= 838),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추출 기사의 47.5%는 쿼드를 “반중(反中)” 또는 “안보(군사) 동맹”으로 프레이밍(framing)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미” 연관 단어를 포함한 기사는 11.9%에 그쳤다.
쿼드에 대한 “연성 지지”
2022~2023년 응답자의 86.1%, 79.3%는 한국의 쿼드 가입을 지지했다(표 1 참고). 이는 국내 다른 조사에서 드러난 지지 비율인 50~55%을 크게 상회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한 점은 응답지를 제시한 방법이다. 다른 기관 조사는 “모름”을 응답지로 직접 제시했다. 즉 전화 조사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모름” 응답지를 읽어줬다. 이 경우, 1/3 내외는 특정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달리 본원 조사는 “모름”을 응답지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를 비교한 결과, 의견 유보층 가운데 상당수가 쿼드 가입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5 표 1의 결과는 사실상 의견 유보층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표 1. 한국인의 쿼드에 대한 태도 6 (%)
“연성 지지” 형성 요인
1) 대중 적대감
쿼드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와 관련 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쿼드 가입 노력은 한중관계나 국익에 부정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인의 높은 쿼드 지지는 악화된 대중 인식, 쿼드가 대중 견제책이라는 시각에 의한 면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7 중국,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을 뜻하는 국가안보 평가(전망)에서 국가안보를 우려하는 응답자가 다자 협의체인 쿼드에 더 호의적이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와 향후 국가안보를 낙관한 응답자 사이에서 쿼드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현재, 향후 국가안보를 낙관한 응답자의 91.1%, 93.1%는 쿼드 가입을 지지했다. 중국 위협 인식에 따른 국가안보 비관론이 쿼드 지지로 이어질 것이란 가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 한미동맹
두 번째 가정은 한국인이 쿼드를 반중 협력체로 간주하기보다 동맹을 공고히 할 도구로 보는 시각이다. 표 2는 본원 조사에서 드러난 쿼드를 포함한 미국 관련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지지 비율이다. 한국인의 쿼드 지지는 주한미군 주둔, 한미일 협력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매우 유사했다.8 20대(92.1%)와 60세 이상(89.6%)은 대다수가 우리의 쿼드 가입을 지지했다. 두 연령층은 주한미군 주둔, 한미일 협력에도 비슷한 비율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는 한국인의 쿼드 인식이 미국 리더십에 대한 태도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념성향에 따른 분석에서도 보수층은 87.8%가 쿼드 가입을 선호했다.
표 2.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쿼드, 주한미군 주둔, 한미일 협력에 대한 지지 (%)
정책 제언
이 이슈브리프는 한국인이 쿼드의 전략적 가치에 공감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위 결과에 기초한 정책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윤 정부는 쿼드 관여를 위해 초당적 지지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진보층 상당수가 쿼드 가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쿼드 반대 세력의 입장과는 달랐다. 쿼드는 유사입장국과의 협력, 또 국익을 증진하기 위한 방향에서 초당적으로 논의할 이슈다. 초당적 지지가 없다면 쿼드 국가는 한국의 공약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둘째, 윤 정부는 쿼드에 대한 국내 인식을 제고할 캠페인을 추진해야 한다. 쿼드를 군사 동맹으로 보는 잘못된 정보가 만연하고, 기후변화나 공중보건 등의 의제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 위 결과는 한국인의 쿼드 지지가 대중 공포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본원 조사 결과는 우리가 왜 인도-태평양 전략에 일치하는 소다자 협력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된다. 기존 쿼드 참여국은 쿼드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 뉴질랜드, 캐나다에도, 인도-태평양 전역에 했던 것처럼 쿼드 의제를 적절히 알려야 한다. 끝으로 윤 정부는 쿼드 실무 그룹과 견고한 협력을 빠른 시일 내 구축해야 한다. 본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쿼드 지지는 미국 호감도와 상관관계에 있었다. 쿼드에 대한 연성 지지 동기는 모순적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쿼드를 반중(反中) 군사동맹으로 생각해서, 일부는 쿼드가 미국 주도 소규모 다자 협력이라서 지지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위 결과는 윤 정부가 외교정책 추진 시 국내 여론을 중요하게 고려할 근거로 충분하다.
이 글은 영문 아산 이슈브리프의 국문 요약글입니다.(2023-03).
(‘South Korea’s Quad Opportunity: Aligning Foreign Policy and Public Opinion’, http://en.asaninst.org/?p=54798)
- 1. The White House, “Quad Leaders’ Joint Statement” (20 May 2023).
- 2. Fei Xue, “S. Korea should not sacrifice own security for US ambitions by joining the Quad,” Global Times
(9 March 2023). - 3. U.S. Department of State, “Joint Readout of the Quad Foreign Ministers’ Meeting in New York,” Office of the Spokesperson (September 22, 2023).
- 4. 분석에 포함한 10대 언론사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다. 쿼드에 대한 프레이밍 방향을 읽기 위해, 기사 내에 포함된 키워드를 기준으로 반중(anti-China), 친미(pro-US)로 구분했다.
- 5. 패널(종단)설계 조사 결과가 아니므로 이 해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 사이 쿼드 가입에 반대한 비율이 오차범위 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가정은 지지할 수 있다.
- 6. 여론조사 비교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이슈브리프 “South Korea’s Quad Opportunity: Aligning Foreign Policy and Public Opinion” Appendix 1을 참고하기 바란다.
- 7. Haneul Lee, Tobias Harris, and Alan Yu, “Rising Anti-China Sentiment in South Korea Offers Opportunities To Strengthen US-ROK Relations,”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August 2, 2022).
- 8. James Kim, Kang Chungku, and Ham Geon Hee, “South Korean Public Opinion on ROK-U.S. Bilateral Ties,” Asan Report, The 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May 2022). 한미일 협력에 대한 조사 자료(그림 7 참고)는 2022년 3월 조사 결과지만, 놀랍게도 거의 동일한 경향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