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은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를 초빙하여 ‘제 5회 아산 기념강좌’를 가졌습니다. 2011년 8월 8일(월)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진행된 이 강연에서 헤크먼 교수는 계량 경제학적으로 증명된 조기 교육의 중요성과 비인지적 능력의 개발 및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교육정책에 대한 강의를 하였습니다. 이번 헤크먼 교수의 강의는 아산정책연구원 홈페이지(www.asaninst.org)를 통해 실시간으로도 방영되었습니다.
<강연내용 요약>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헤크먼 교수는 계량 경제학적으로 조기 교육, 특히 비인지적 능력 개발과 관련된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증명해 내어 미국의 교육 정책 방향에 큰 방향을 제시한 인물이다. 헤크먼 교수는 유아동기의 조기 교육과 이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은 단지 개인의 성공만을 위한 함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만연해 지고 있는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헤크먼 교수는 특히 조기 교육을 통한 인지적 능력(cognitive skills)과 비인지적 능력(noncognitive skills)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우리 사회의 교육 정책과 교육 방향은 시험 점수로 측정하는 인지적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하며,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성공은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창의성, 추진력, 자제력과 같은 비인지적 능력에 의해서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조기교육은 인지적 능력 개발에만 집중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비인지적 능력을 개발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헤크먼 교수는 인지적 능력과 더불어 비인지적 능력을 기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조기 교육은 바람직한 가정환경을 통해 이루어 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모의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 부모와 아동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자극, 올바른 교육 방침과 교육 철학 등이 마련된 건강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일수록,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인지적 능력이 제대로 배양되고 성공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비인지적 능력이 길러 진다는 것이다. 결손 가정이나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부모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방치되는 아동들은 유소년 시절 조기교육을 통해 배양 되었어야 할 인지적 능력과 비인지적 능력이 전자에 비해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장성했을 때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조기 교육은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 질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되고 개입되어야 한다는 게 헤크먼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저소득층 가정이나 결손 가정에서 자라나게 되어 조기 교육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많은 계층의 아동들에게 집중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단지 아동 교육에 투자하는 측면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으로 고착화 되어 가고 있는 계층간 불평등과 이의 대물림이라는 연결 고리를 끊는 데에 있어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야말로 조기교육 열풍의 나라이다. 태어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아기에게도 놀이 선생님이 방문하는 조기교육이 실시되고 있을 정도로 신세대 엄마들의 교육 열풍은 우리 부모님들 세대 못지 않다. 그러나 헤크먼 교수가 그의 담론에서 강조하는 것은 인지적 능력을 강조하는 한국식 입시교육이 아닌 비인지적 능력의 개발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 잘 하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준비하는 조기 교육은 그가 강조하는 조기 교육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헤크먼 교수가 지난 2010년 한국 방문 시 한국의 지나친 사교육 투자는 교육의 효율성 측면만 봤을 때에도 문제지만 사회적 불평등을 지속시킨다는 특히 강조하였음을 상기한다면, 현재 한국의 부모들이 추구하는 조기 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제시하는 비인지적 능력의 중요성은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학벌주의와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조기교육 및 사교육의 행태에 일침을 가한다. 또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기 교육에 투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입시 경쟁을 치르고 일류대학을 들어가는 것만이 최선이 되어 버린 한국의 교육 현실에 헤크먼 교수가 던지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가 소화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 주목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