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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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의 실태를 파악하는 일은 생각만큼 명료하지 않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폐쇄된 북한 사회에 대한 폭넓은 접근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어서 북한 경제에 관한 구체적이고 일관된 정보 또는 지식을 획득할 수 없기 때문이고, 둘째, 개방된 사회를 대상으로 적용해왔던 연구 방법론과 논리 또는 개념 등을 동원하여 이질적인 북한 경제 이슈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착시현상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며, 셋째, 공식적인 부문과 비공식적인 부문으로 이중화되어 있는 북한 경제구조의 거시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미시적 차원의 변화에 중요성과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접하는 북한 경제 관련 담론은 크게 둘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북한 경제가 매우 좋지 않다”는 입장이고, 또 하나는 “북한 경제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전자는 북한 경제에 관한 편견을 바탕으로, 후자는 북한 경제에 관한 착각을 바탕으로 자기확증적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전자는 일련의 북한 경제 실패들을 근거로 체제붕괴까지 내다보는 ‘붕괴론’을 생산하고 있으며, 후자는 외부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내적 요인들에 대해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자생론’에 집착하고 있다. 단지 이 둘의 공통점은 양쪽 모두 정보와 이해의 결핍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북한 경제정책의 특징과 북한 경제 분야의 주요 지표들을 중심으로 북한 경제를 가능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였다. 전반적으로 김정은 집권 이후 지난 10여년 기간 동안 대내외적으로 비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면서 북한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특별한 변동이 없는 한 앞으로도 경제위기의 심화는 계속될 것이다. 물론, 이것이 북한 경제의 급격한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록 우리의 기준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원시적인 방법이겠지만, 북한은 나름대로 기초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수공업 등)을 갖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당장 당국이 필요로 하는 일부 물자들을 생산해내기도 한다. 다만, 이것이 임시방편적인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제회복을 위한 근본적 처방은 될 수 없고, 북한 경제의 하락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대외적인 여건의 변화, 즉 북러 밀착 등을 활용하여 경제적 회복을 꾀할 것이지만, 비핵화나 시장화와 같이 북한 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해법을 택하지 않는 한 경제적 난국은 계속될 것이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

 
북한 경제 분석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다양한 제약요인들을 가지고 있다. 위의 문제들에 더하여 일부 탈북자들의 극히 지엽적인 증언을 북한 경제 전체에 관한 객관적 평론으로 확대해석 한다거나, 북한 당국이 발표한 경제 관련 ‘정치적 선전(propaganda)’에 해당하는 부분을 실질적인 경제정책 내용으로 간주하는 등의 실수가 반복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구영역의 구분과 집중이라는 명분하에, 경제의 정치화가 극대화된 북한의 언행을 경제적 측면에서만 고찰하는 것은 분석논리의 간결성과 명확성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여겨지면서도 동시에 외부관찰자의 제한된 역량을 정당화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글의 목적은 위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북한 경제의 현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 글은 김정은의 권력 장악 시점인 2012년 이후의 기간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김정은 정권의 출현을 기점으로 북한 변화에 대한 외부 관찰자들의 생각이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양극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 관찰자들은 ‘준비되지 않은 어린 지도자’ 김정은의 등장으로 인해 북 한내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급격히 높아져서 곧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평가를 하였다. 반면, 다른 이들은 ‘유학경험이 있는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등장이 북한의 변화를 촉진할 것이고 새로운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김정은 통치시기의 초기는 예측불허의 시간이었다. 아버지 김정일의 운구차량을 함께 호위했던 핵심 인사 7인 중 김정은을 제외한 6인이 짧은 시간 내에 후계체제의 실세 자리에서 모두 물러났다. 그리고 2013년 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처형됐으며 그와 관련된 사람들 수천 명도 함께 숙청되었다. 2015년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불경죄로 공개처형되기도 했다. 김씨 일가의 독재체제가 이끄는 폐쇄국가 북한에서 세대교체 또는 권력세습 과정의 피바람은 불가피했던 것이다. 초기 이후에 대규모 숙청은 없었지만 김정은 정권의 권력 엘리트에 대한 통제는 여전히 엄격했다. 이에 덧붙여,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 개발을 체제 정당성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였기 때문에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강행함으로써 대외관계 개선의 기회를 모두 놓쳤을 뿐만 아니라 관계개선에 수반되는 막대한 혜택 또한 상실하고 말았다. 결국 자초한 고립의 심화는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 또는 경제적 조치들은 이러한 정치적 배경하에 탄생하였고 추진되었으며 또한 무효화되는 수순을 밟았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경제정책이 기능했기 때문에 북한의 정치와 경제 간 주종관계라는 틀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경제정책의 실질적 의미를 간파하기는 어렵다. 사실, 김정은 정권이 초기부터 도입한 새로운 경제조치들(예: 기업책임제, 포전제 등)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가속화하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외부의 관심과 기대가 상당기간 지속했었다. 그러나 북한이 처한 현실 속에서 김정은 체제가 수립하고 추진했던 경제정책의 성과는 매우 미미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을 감안하여 이 글에서는 두 개의 영역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북한 경제정책의 주요 특징을 살펴볼 것이고, 둘째, 북한 경제 관련 지표들의 추이를 분석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작업을 통해 현재 북한 경제의 수준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또한 북한 경제의 미래도 전망하고자 한다.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 특징

 
1, 집권 전반기
 
2012년에 공식 출범한 김정은 정권이 지난 11년간 어떤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들을 제시하고 추진해왔는지를 살펴본다면 북한 경제의 실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편의상 김정은 체제의 경제정책을 2016년 전후로 구분하고자 하는데, 그 시점에 북한의 5개년경제계획 재출현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강화라는 대내외 중요 변수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반기(2012~2015년) 동안 북한 경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 첫째, 아버지 김정일이 추진하던 경제정책을 그대로 승계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개혁개방을 배제한 채 기존의 4대 선행부문(전력, 석탄, 금속, 철도 등)을 정상화하고 중공업 우선 정책을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둘째, 일반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이 아니라 상류 특권층의 ‘소비 만족도 향상’을 위해 국가 자원을 집중 투입했다. 김정은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인민극장, 물놀이장, 선상 식당 등 서비스 및 위락 시설의 개·신축에 자원을 적극 투입하였으며 평양 내 특권층 주거단지 조성 및 고층건물 신축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셋째, 국가의 공급능력 부족으로 인해 계획경제체제가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은 주민들의 자구책인 사적 경제활동(이른바 장마당 활동)을 방임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점차 공식부문 밖에서 조성된 장마당을 종합시장 형식으로 흡수하여 관리하는 동시에 장마당 주도세력인 ‘돈주’들을 공식부문 사업에 참여시킴으로써 중앙정부의 공급능력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1 넷째,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2010년 천안함 폭침, 2013년 개성공단 임시 중단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냉각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대외협력의 축을 남북협력에서 북중협력으로 이동하였다. 즉,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기술과 사업방식을 배운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을 중국으로 파견하거나 북중 접경지역에 재배치하여 북중 경협의 규모를 확대하고자 했다. 다섯째,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 및 투자를 염두에 두고 북한은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를 지정하고 활성화를 모색하였다. 특히, 단기성과를 거두기 위해 김정은 정권은 관광산업에 역점을 두었는데, 이를 위해 원산갈마지구, 백두산 지역 등의 관광시설 확충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였다. 여섯째, 북한은 새로운 경제개선조치의 도입 전후로 다양한 경제 관련 법들을 제·개정하였다. 김정일 정권이 주요 법안들을 부문별로 입안했었다고 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경제 관련 법안들을 세분화하고 구체화한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2 그러나 경제정책을 제도화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해서 단기간 내에 경제 현실의 개선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2) 집권 후반기
 
후반기(2016~현재) 동안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은 두 차례에 걸쳐 제시된 5개년계획을 통해 경제과제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려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2016년 김정은 정권은 36년만에 당대회를 재개하면서 경제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출했는데 그것이 바로 5개년 경제계획 형태로 정리되어 제시된 것이다. 각각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2016~2020)과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2021~2025)으로 명명되어 있는데 이들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차 계획은 세습체제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는 시점에 제시된 것으로서 김정은 정권의 가시적 성과 도출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는 2013년에 채택한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의 구체적 행동계획으로 등장한 것이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1차 계획의 키워드는 경제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내적으로는 우리식경제관리방법과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도입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외적으로는 다양한 무역형태, 합영합작, 경제개발구 투자유치 등을 통해 필요한 자금과 물자를 확보하여 경제성장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표-1> 김정은 정권의 5개년 경제계획

표1

자료: 저자 작성

 

한편, 2차 계획은 2016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2016~2019년 북한 내 홍수피해, 그리고 2020년 글로벌 팬데믹 확산 등에 따라 심화된 북한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 하겠다. 2차 계획의 키워드는 자력갱생이다. 즉, 대외 교류협력이 완전히 중단되어 필요한 자금과 물자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부의 제한된 자원을 총동원해서라도 경제의 불씨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표현인 것이다.

1차 계획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2021년 1월에 개최된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스스로가 실패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에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하는 최고지도자의 발언은 북한 경제 수준이 얼마나 열악한 상태에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3 또한 “그대로 방치해두면 더 큰 장애로, 걸림돌로 되는 결함들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함으로써 김정은의 경제정책 실패 인정은 2차 계획의 시작을 예고하였다. 북한의 대내외 여건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볼 때 2차 계획은 현재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또 다른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 2023년 1월 개최된 당 전원회의를 통해 김정은은 3년차로 접어든 5개년계획의 정비·보강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며, 그 맥락에서 2023년의 주요과제로 12개 중요고지(목표)가 제시되었다. 즉, 북한당국이 강조하는 경제개발 과제들은 북한의 침체된 경제실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2차 계획 역시 근본적인 여건 개선 없이는 뚜렷한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경제 지표의 내용과 의미

 
1. GDP 성장률
 
위에서 살펴본 북한의 경제정책 성과 부재는 북한 경제 관련 지표들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북한 당국이 직접 생산한 경제지표들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공개된 것들을 살펴보는 것은 북한 당국의 경제관리 수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북한 당국이 2021년 UN에 제출했던 북한의 ‘자발적 국가검토 보고서(Voluntary National Review, VNR)’는 UN의 지속가능발전 목표 이행과 관련된 북한의 입장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은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2015년 274억 달러에서 2019년 335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2015~2019년 동안 GDP 성장률이 연평균 5.1% 였다고 주장한다.4 이와 함께, 북한의 보고서는 같은 기간동안 1인당 GDP 성장률이 4.6%였다고 기술하는데, 1인당 GDP가 2015년 1,100 달러 규모에서 2019년 1,300 달러 선까지 성장하는 그래프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UN의 SDG 모니터링 프로세스에서 누락된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2019년 동안의 북한 경제성장 추정치를 보면 북한의 주장과 차이를 보인다. 북한의 GNI(국민총소득)가 2015년에는 305억 달러, 2019년에는 305.1억 달러로 추정된다.5 같은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율이 –1% 셈이다. <그래프 1>에서 보듯이, 팬데믹 기간 동안의 북한 경제성장율을 보면, 2020년에는 296.3억 달러로 전년 대비 4.5% 하락했으며, 2021년에는 316.8억 달러로 0.1% 축소된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정한다.

 

<그래프 1> 북한의 경제성장율 추이 (단위: %)
그래프1

자료: 한국은행

 

2. 대외무역
 
북한의 무역과 관련된 통계는 대체로 북한의 무역상대국들이 제공하는 무역 통계를 기반으로 작성된다. 북한 대외무역의 가장 큰 특징은 아시아 지역, 특히 중국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2021년의 경우, 아시아, 아프리카, 미주, 유럽, 중앙아시아, 중동 등의 6개 무역대상 지역 중에서 아시아가 북한 대외무역에서 98.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북한의 10대 무역국들 중에서 단연코 중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6 <그래프 2>에서 보듯이,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2년 일본인 납치문제로 외교갈등을 빚으면서 북일 간 무역은 중단되었고 그 이후로 북중 무역의 증가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급기야 2022년에 북한의 대외무역 총량 대비 96%를 넘어서게 되었다.

 

<그래프 2> 북한의 대중무역 추이와 비중 (단위: 억 달러, %)
그래프2

자료: 「2022 북한의 주요통계지표」, 통계청

 

이러한 전반적인 추이와 더불어 북한의 수출입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품목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표 2>에서 보듯이, 2016년 기준으로 북한의 주요 수출품 중 가장 큰 변동을 보인 것은 광물성생산품(HS 25-27)과 섬유제품(HS 50-63)이다. 북한의 광물성생산품 수출 규모는 2016년 14억5,700만 달러, 2017년 6억4,500만 달러를 기록하였으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UN 안보리 결의안 2371호 및 2375호 등) 강화로 인해 2018년에는 전년 대비 92.4% 감소하는 등 급격히 축소되었다. 2021년 북한의 광물성생산품 수출액은 1,800만 달러 규모이고 전체 수출의 22%를 차지했다. 한편,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액은 2016년 7억5천만 달러에서 2019년 5천만 달러 이하로 감소했고 2021년에는 5백만 달러에 그쳤다.

 

<표 2> 북한의 주요 수출품 추이 (단위: 백만 달러)
표2

자료: KOTRA

 

<표 3>에서 보듯이, 북한의 수입품 중 가장 큰 변화를 보인 품목은 섬유제품(HS 50-63)과 기계·전기기기(HS 84-85)이다. 섬유제품 수입액은 2016년 7억5,900만 달러에 이르렀으나 2019년 6억 달러로 감소했고 2020년 6천만 달러, 2021년 2,200만 달러로 급감하였다. 기계·전기기기 수입액은 2016년 6억 달러 규모였으나 2019년 5백만 달러, 2021년 50만 달러로 급감하였다.

 

<표 3> 북한의 주요 수입품 추이 (단위: 백만 달러)
표3

자료: KOTRA

 

정리하자면, 지난 11년의 기간 동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와 코로나19의 확산 등으로 인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는 급격하게 축소하였는데 이는 현재 북한 경제가 얼마나 깊은 침체에 빠져있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2023년 상반기에는 북한이 머지않아 대중국 교역을 전면적으로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난무했으나 현재 시점까지 북중 간 교역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3. 환율
 
북한 환율, 특히 시장 환율의 변동을 살피는 것은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현상을 보이는 북한에서 비공식부문의 경제활동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북한의 달러 시장환율은 오랫동안 8,000원대에 머물렀으나 2020년 10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2021년 말에는 4,000원대를 기록하였다. 그러다가 2022년 1월부터 5,000원대로 급등하였고 그 후로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2022년 8월에 다시 8,000원대를 회복하였다.7 즉, 팬데믹 기간 중 2년에 걸쳐 북한 내 달러 환율이 하락했던 이유는 국경봉쇄로 대외무역 거래가 중단되고 시장에 공급되는 물건이 줄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의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4월 북한 당국은 외화를 무조건 내화로 바꿔서 사용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직접적인 외화사용을 금지하는 지시를 전국에 하달하였다.8 이는 북한 당국이 팬데믹 이후 대외경제교류를 재개하기 전에 외화 사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는 그만큼 북한 경제가 정체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라 하겠다.

 
4. 쌀 가격과 농업 생산량

대표적인 시장 거래 물품인 쌀의 가격 변동은 쌀 생산량 분석과 별도로 비공식 부문의 경제 동향을 엿보게 해준다. 2020년 초부터 쌀 1kg의 가격이 5,000원대에서 4,000원대로 하락추세를 보이다가 2021년 중반부터 오름세로 전환하였고 2022년 중반에는 6,500원 수준을 넘어섰다.9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쌀을 획득하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가 높아졌다는 사실은 2년 넘게 지속된 국경봉쇄와 지역이동 제한으로 인해 장마당에 공급되는 물량의 한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표 4> 북한의 식량 생산 및 소요량 추이(2012~2021)10
표4
 

그렇다고 해서 올해 초 일각에서 제기하듯이 북한의 식량난이 악화하여 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최근 식량생산 추이를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4>에서 보듯이, 한국농촌진흥청은 북한 곡물 생산량을 2020년에는 440만 톤, 2021년에는 469만 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역시 FAO의 추정치와 40만 톤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모두 감안한다면 2021년 곡물 생산량 추정치는 470~510만 톤 범위 내에 있다고 보여진다.11 그리고 현재 2023년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470만 톤으로 추정되기도 한다.12 그러므로 북한의 식량생산이 충분하지 못하고 식량수입 또한 원활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처럼 북한 내부에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로 식량이 모자란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경제 실태 평가의 시사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난 10여년 기간 동안 대내외적으로 비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면서 북한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특별한 변동이 없는 한 앞으로도 경제위기의 심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출범 직후부터 경제 활성화를 정책공약으로 내세웠으나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이라는 정치적 구도에 경제를 묶어 놓았기 때문에 경제성과 도출 불가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즉,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핵개발을 경제개발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김정은의 전략노선은 경제개발을 위한 기회의 문을 닫아 놓은 채 경제문제 해결을 시도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순이 아닐 수가 없었다. 경제제재 강화로 인해 더욱 고립된 북한이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 국경을 봉쇄함으로써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현재의 북한 경제는 그야말로 총체적 결핍상태에 있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계속해서 고층아파트를 쌓아 올리고 종합병원을 수개월 내에 건설하며 군수공장을 전면 가동하여 러시아에 군수물자를 보낸다는 소식은 왠지 궁핍한 북한 이미지와 충돌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에도 기초적인 경제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무역이나 투자가 중단되어 원·부자재 수입뿐 아니라 첨단기술 유입 또는 선진 기계류 수입이 불가한 상태이므로 제조 및 서비스 산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으나, 농수산업이나 광산업 등 북한의 1차산업은 매우 원시적인 형태로나마 어느 정도 운영될 수 있다. 기계 부품이나 석유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사람이 직접 논을 갈고 지하갱도를 파고 손그물로 물고기를 잡으면 된다. 북한 당국이 부존자원을 활용하여 시멘트 공장 등을 가동하면 건설에 필요한 물자를 생산해낼 수 있으며 여기에 더해 건설사업에 특화된 군대인력을 동원하면 주택이나 병원을 짓는 일이 가능해진다. 북한 내부의 제강공장과 화학공장을 가동하면 러시아가 요구하는 포탄을 제작하는 일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의 한시적 경제활동이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될 수는 없다.

김정은 정권이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를 북한에 유리한 대외변수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즉, 미중 간 전략경쟁 심화 및 지역분쟁 확산 등을 북한의 외교적 고립 탈피 또는 대미협상의 돌파구로 활용하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향후 김정은 정권이 팬데믹 이후의 경제회복 방안을 진지하게 고심하기보다는 국제사회의 규정에 어긋나는 도발행위를 지속함으로써 외교·경제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만약 김정은 정권이 ‘한미일 對 북중러’라는 진영대결의 부활을 바라고 있다면 향후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협력을 가속화하는 방안 마련에 더욱 집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이행이 느슨해지는 상황에서 해킹 등 북한의 불법활동은 더욱 다양하고 대범해질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정상적인 경제해법을 거부하는 한 현재의 경제난에서 쉽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장마당이라고 불리는 비공식부문 경제영역은 북한의 관료들이 공식부문의 경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과 물자, 인력 등을 동원하는 창구로 활용되어 왔다. 외부에서는 북한의 비공식부문 경제영역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시장세력’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은 외부의 기대와 달리 북한 내부에 만연해 있는 부패구조를 이용하여 북한 당국의 경제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후 성과도출에 대한 보상을 챙기는 ‘기생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김씨 일가의 독재체제가 원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계획경제체제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북한에서 개인들의 세력화 또는 비정부 세력의 영향력 확대가 가능할 것처럼 확대해석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 2. 최은주, “김정은 집권 시기 경제법제의 변화와 전망”, 「세종정책연구」(2022.01).
  • 3. 장슬기, “김정은, 8차 당대회서 경제 실패 인정… 모든 부문서 목표 미달”, 데일리NK(2021.1.6.).
  • 4. 북한 VNR, p. 29. 다음 사이트를 방문하기 바람. https://sustainabledevelopment.un.org/content/documents/282482021_VNR_Report_DPRK.pdf
  • 5. 북한의 1인당 GNI는 1,200 달러 선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 GDP는 한 나라의 국경 안에서 생긴 소득의 총합을 의미하며,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총합을 의미함. 북한 GDP 관련 통계는 다음을 참조 바람. bok.or.kr/portal/main/contents.do?menuNo=200091
  • 6. KOTRA, “2021 북한 대외무역 동향”, 2022.
  • 7. https://www.dailynk.com을 참조 바람.
  • 8. 김지은, “북, 본격 북중무역 앞두고 외화사용 금지령,” 「자유아시아방송」, 2023.4.5.
  • 9. https://www.dailynk.com을 참조 바람.
  • 10. 김영훈, “북한 식량 농업의 동향과 전망,” 「KDI 북한경제리뷰」, (2023년 1월호), p. 70.
  • 11. 위의 자료. 한편, 북한 당국이 VNR을 통해 밝힌 곡물 생산량 규모는 2018년 495만 톤, 2019년 665만 톤, 2020년 552만 톤 등이다.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보인 이유로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와 기후변화 등을 지적하고 있다.
  • 12. 김원기, “전문가, 올해 북한 식량 생산량 470만t 전망,” 「자유아시아방송」, 202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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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호
김중호

김중호는 북한 정치경제 및 국제관계 전문가이다. 현재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서 개발금융연구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그리고 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또한 미국 하와이주립대학교와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국제관계, 남북관계 등의 주제와 관련된 과목들을 강의하기도 했다. 김중호는 현재 통일부 자문위원이며, 이전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공군사관학교 자문위원 등으로 정책 자문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한국정치학회,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연구학회 등에서 연구이사로 활동해 왔다. 다양한 저서, 연구논문, 칼럼 등을 집필했으며 그 중 두드러진 것으로 「북한의 금융」 (서울: 오름, 2016, 편저), 「북한개발과 국제협력] (서울: 오름, 2013, 편저), 「통일기반 구축을 위한 외교」, (세종연구소, 2015, 공저), “A South Korean Perspective on the Impact of Sanctions” (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 2017) 등이 있다. 김중호는 2008년 미국 하와이주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