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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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과 북러 군사밀착 이후 일각에서 이를 기반으로 북중러 3각 연대가 형성되고 동북아시아 지역에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대립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중국은 북러 군사밀착에 대해서 북한과 러시아 양자 간의 문제라면서 중국이 관련되는 것을 우려하고 북중러 연대에 대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첫째, 중국의 북중러 연대 참여는 미국의 동맹과 냉전적 사고를 비난했던 중국의 주장과 배치된다. 둘째, 북중러 3각 연대 형성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가속화시키고 그 대상을 중국으로까지 확장해 미국의 대중 압박이 커질 위험성이 있다. 셋째, 북중러 연대 형성은 최근 완화되는 미중 간 갈등과 대립을 악화시킬 수 있다. 넷째,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대국’의 위상을 구축하고자 하는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손상하고 중국의 다양한 국제협력 사업을 제한할 수 있다. 다섯째,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및 러시아와의 연대 형성은 국제사회에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초래해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런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중국이 북중러 연대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한중 고위급 외교 채널을 재가동하고, 중국 정부에게 한국이 이러한 중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과 북러 군사밀착이 역내 안정을 해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및 공급망 안정화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최근 공급망 협력 등 한미일 안보협력의 범위가 넒어짐에 따라 중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북한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한국은 중국에게 이러한 한미일 협력이 특정국가를 겨냥하지 않고 경제안보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노력임을 강조하는 한편, ‘디커플링(decoupling)’이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한중 간의 경제 상호의존성을 지적하고 중국과 경제협력 및 공급망 안정화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한국은 북한∙러시아와는 다른 중국의 입장을 부각하고, 역내에 북중러 3각 연대가 형성되고 신냉전 구도가 구축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북중러 연대 형성에 대한 우려

 
이제까지 북한, 중국, 러시아는 각각 양자 간의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을 뿐 북중러 3각 공조체제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한일관계 정상화, 한미일 연합훈련 강화, 한미일 정상회담 등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면서 이에 대응해 북중러 3각 연대가 결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1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지난 9월 13일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개최된 북러 정상회담이다.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Vostochny Cosmodrome)에서 개최된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 방산산업 및 여러 무기를 시찰하고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은 북한과 군사, 기술협력 등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을 언급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군수 물자가 부족한 러시아에게 북한이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우주기술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북러 군사밀착이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를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러 군사밀착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북러 정상회담 직후 존 커비(John Kirby)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023년 9월 북한이 러시아에 1천 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면서 양자 간 해상 컨테이너 운송 정황이 담긴 위성사진을 근거로 제시했다.2 2023년 11월 21일 북한이 세 번의 시도만에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를 성공한 데에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일조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3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탈피하고자 ‘신냉전’을 주장하며 북중러 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4 이에 더해서 최근 러시아도 북중러 연합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북중러 군사협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비록 오랜 기간 연합훈련을 이어왔지만, 북한을 연합훈련의 대상으로 상정하거나 연합훈련을 실시한 전례는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최근 북한과의 군사협력 확대를 기반으로 북한의 연합훈련 참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올해 7월 쇼이구(Sergei Shoigu) 국방장관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 시 북중러 연합훈련을 공식 제의했고,5 마리아 자하로바(Maria Zakharova) 러 외교부 대변인, 알렉산드르 마체고라(Alexander Matsegora) 주북한 러시아 대사도 지속적으로 중러 연합군사훈련에 북한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6 라브로프(Sergei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0월 18일 방북 당시 북중러 안보회담을 정기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면서 북중러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7

이와 함께 북중러 3각 소통도 더욱 긴밀해지는 모양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 이후 라브로프 장관은 9월 18일 러시아를 방문한 왕이(王毅) 외교부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결과를 설명했다.8 그는 또한 10월 18일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계기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 배석하고 당일 오후 방북하여 이틀간의 일정으로 김정은 위원장 등과 회담을 진행했다.9

 

북중러 연대 형성에 신중한 중국

 
북러 군사밀착으로 역내 안보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역내국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 및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활용해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거나 미국의 관심을 북한 및 러시아 문제에 집중시키면서 미국의 대중 압박 완화를 모색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북중러 연대 형성을 통해서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나 한미일 협력에 대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13일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서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한과 러시아 간의 조율에 따른 것으로 북러관계와 관련된 것이다”며10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타임즈(Global Times)는 북중러 연대는 서구 언론의 왜곡과 편견이라고 비난하면서 북러 정상회담 이후 행해진 중러 고위급 회담이 북중러 연대 형성의 근거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11 북중러 연대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나 러시아와는 달리 중국은 북중러 연대 형성에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 중국의 북중러 연대 참여는 미국의 동맹과 냉전적 사고를 반대했던 중국의 주장과 배치된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견제와 압박에 대해서 “미국이 패권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냉전적 사고방식을 되살리고 진영대립을 형성함으로써 혼란과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제로섬 게임 방식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억압하는 세력을 규합함으로써 양국관계는 물론 국제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해 왔다.12 올해 8월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중국은 “배타적 ‘소그룹’과 ‘소집단’을 규합해 진영 대결과 군사 블록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끌어들이는” 행위라며 비난했다.13

게다가 중국은 미국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타국과 동맹관계가 아닌 동반자관계를 맺어왔다. 중국은 ‘인류운명공동체’, ‘신형국제관계’,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lobal Security Initiative, GSI)’ 등의 개념을 제기하며 세계의 지속적 평화와 발전을 위해서 국제사회에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난 공동의 협력과 노력을 강조해 왔다. 특히, 올해 2월 발간된 GSI 개념 문서(concept paper)는 “냉전적 사고, 일방주의, 진영 대결, 패권주의는 유엔 헌장의 정신에 위배되며 반드시 배척하고 반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14

중국이 이와 같은 주장을 통해서 미국의 대중 견제와 압박을 미국의 이익을 위한 일방적 행위로 매도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명분을 확보하고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의 협력 확대를 모색해왔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북중러 연대 형성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이 비난해 온 미국의 행위를 답습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는 미중관계는 물론, 중국이 추진하는 다양한 국제협력에서 중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2. 북중러 연대 형성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가속화해 역내 대중 압박을 높일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이 “동맹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블럭을 형성”한다면서15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북중러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북중러 연대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된 이유는 북한의 군사도발 때문이었다. 북한은 모라토리엄 약속을 폐기하고 탄도미사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지속적으로 핵무력 고도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서 한일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며 한일관계의 개선과 한미일 안보협력이 진행되었다. 2023년 8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협력과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 강화를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런 한미일 안보협력을 군사동맹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미국의 압박에 의해 한일관계가 개선되었기 때문에 한일관계 및 한미일 안보협력의 지속성에 의구심을 표했다.16 이것을 볼 때 중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이 미국의 의도에 따라 북한이 아닌 중국을 겨냥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편,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역사 문제 등 갈등사안이 해결되지 않은 한일관계의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한미일 협력의 균열을 모색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러 군사밀착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로 한미일 간 안보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중국이 북중러 연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할 뿐 아니라, 중국의 우려대로 한미일 안보협력의 대상이 중국으로까지 확장되어 중국에 대한 압박이 가증될 위험성이 크다.

 
3. 북중러 연대는 최근 완화되는 미중 간 대립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난 11월 15일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중 양국은 미중 경쟁이 대립이나 충돌로 비화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 위에 군사대화 재개에 합의했다.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세계가 지난 100년간 없었던 중요한 변화를 겪는 상황에서 미중 양국이 협력해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고 세계 안보와 번영을 촉진해야 함을 언급하고 중국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미중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노력했음을 강조했다.17 이와 같이 중국은 미국의 대중 견제와 압박에 반발하면서도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립을 회피하고자 했다.

미국이 동맹과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y)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의 우방국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입장을 옹호하고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반대하며 북한 및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다. 동시에 중국은 이것이 미국을 자극해 미중 간의 갈등사안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중러관계의 경우, 중국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올해에만 두 번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중러 간의 ‘한계 없는 협력(no-limits partnership)’ 관계를 과시하며 양국 간 협력과 발전을 강조했지만, 실제적 지원에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18 이는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직접적 충돌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중국이 북중러 연대에 동참한다면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행위로 인해서 미국과 대립하고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의 대립과 갈등 확대는 경제 회복과 사회 안정을 우선적으로 도모하며 시진핑 3기 체제를 안정화해야 하는 시진핑 정부에게 가능한 피해야 할 일이다.

 
4.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손상하고 중국의 국제협력을 제한할 수 있다.
 
상술했듯이 중국은 다양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제기하며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구축해 나가고자 노력해 왔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의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냉전적 사고방식을 되살리고 진영 간 대립을 유도함으로써 국제사회에 혼란과 분열을 심화시켜 왔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19 중국이야말로 국제질서의 수호자로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견지하고 전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보호하고 있다면서 미국과의 차별성을 강조해 왔다.20 중국은 자국의 경제력과 다양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중국이 국제 정세를 혼란스럽게 하고 국제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와의 3각 연대를 구축하는 것은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국제사회에서 북한, 러시아와 같이 국제질서의 파괴자로 인식되고 ‘책임 있는 대국’이라는 국가 이미지가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 제기한 글로벌 이니셔티브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주권과 영토 존중,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일관되게 강조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타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왔다. 만약 중국이 북중러 연대에 참여하고 북한 및 러시아에 경제 및 군사적 지원을 진행한다면,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주권과 영토 존중을 강조했던 중국 외교의 핵심 원칙을 훼손하게 되고 유럽국가와의 관계 악화를 초래할 것이다. 영토 존중과 내정불간섭을 강조하며 추진했던 중동, 중앙아시아 등 다른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도 타격을 받고, 이에 따라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등 중국이 추진하는 다양한 국제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

 
5.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경제적 압박이 커질 위험성이 있다.
 
미국이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할 뿐 아니라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고 하면서 중국 경제가 받는 압박은 높아졌다. 중국은 경기회복과 타국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서 ‘제로코로나’ 정책까지 폐기하고 리오프닝(reopening)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중국이 직면한 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중국의 인구 감소, 서방의 견제, 부동산 위기, 시진핑 1인 체제 등의 이유로 중국의 부상이 정점에 도달했고 앞으로 쇠락의 길로 향할 것이라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까지 제기되고 있다.21 올해 청년 실업률이 4월부터 20%를 넘어가면서(4월 20.4%, 5월 20.8%, 6월 21.3%),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경제지표부터 청년실업률 발표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22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서구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식량 및 에너지 비용의 상승,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경제회복을 모색해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 및 러시아와의 연대 형성은 미국 및 서방 국가들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초래해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목도한 중국이 북중러 연대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기 어렵다.

 

정책적 함의

 
북한과 러시아는 국제 제재로 인한 경제난 극복과 정권 유지의 동력 확보를 위해서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북러 군사밀착은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중국에게 보내는 협력의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우방국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 및 러시아와의 양자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국의 경제 발전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 선진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관계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및 러시아와의 협력은 이러한 중국의 필요를 채워 주기 어렵다.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키거나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중국이 북중러 연대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는 한국에게 다음과 같은 정책적 함의를 갖는다.

첫째,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게 한국이 북러 군사밀착과 북중러 연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과 북러 군사밀착이 역내 안정을 해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현재 한중 간의 갈등과 반목을 고려할 때 중국이 북한 및 러시아와 관련된 문제에서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런 만큼 중국의 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23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게 북중러 연대에 대한 한국의 인식과 우려를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한중 고위급 외교 채널을 재가동하고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한중 간 소통 확대를 통해서 북한과 러시아에게 유리한 안보환경이 역내에 조성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둘째,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및 공급망 안정화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안보 우려에 동조하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에 반발하는 것은 역내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계와 한미일 협력이 중국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2월 9일 한미일 안보수장 회의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대북 이니셔티브’ 추진을 선언하는 한편, 공급망 및 기술보호 협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24 최근 중국이 산업용 요소와 인산암모늄 수출을 통제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은 이러한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생각하고 북한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한국은 중국과의 고위급 외교 채널을 통해서 한미일 협력이 특정국가를 겨냥하지 않고 경제안보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노력임을 강조해야 한다. ‘디커플링’이 ‘디리스킹’으로 전환되며 한중 간 협력 공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간 경제 상호의존성을 기반으로 중국과 경제협력 및 공급망 안정화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한국은 북한∙러시아와는 다른 중국의 입장을 부각하고, 역내에 북중러 3각 연대가 형성되고 신냉전 구도가 구축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이동규
이동규

지역연구센터, 대외협력실

이동규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전공으로 국제지역학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清华大学)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일대일로: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의 확장과 그 함의”,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 등이 있다.

김지연
김지연

연구부문

김지연은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원이다. 베이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정치사상)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외교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연구 관심분야는 미중 관계, 정체성, 종교 및 민족 갈등, 정치폭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