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모든 국가들은 국제 규범과 자국 상황을 고려하여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환경·에너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출범 초기부터 ‘탈석탄·탈원전’과 ‘재생에너지 3020’으로 대표되는 환경·에너지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탈석탄·탈원전 정책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탈석탄과 탈원전을 동시에 달성한 경우는 없다. 독일을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선언하고 추진 중인 대표적인 사례로 들기도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단일 전력망으로 통합되어 국가 간 전력 수출입이 자유롭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지원과 투자를 늘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을 20%로 상향시킨다는 ‘재생에너지3020’ 정책도 과제가 만만치 않다.
출범과 더불어 의욕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펼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1년의 임기를 앞두고 ‘탄소중립’이라는 환경·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장기목표를 제시했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기구를 신설하여 환경·에너지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있다.
탄소중립의 국가적 목표는 우리의 삶과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책명칭을 변경하거나 옥상옥(屋上屋)의 기구를 신설하여 입법권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찾고 강력한 정책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탄소중립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우리의 환경·에너지 정책은 지속가능한 것일까? 2010년 중반부터 ‘기후범죄자’라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으며 그 위상이 추락되어 있던 한국이었고, 대선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우선 아젠다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의 등장에 따른 기대는 매우 컸었다. 그러나, 임기 4년이 지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환경·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매년 실시되는 환경 및 에너지 전문가들의 정책 평가에서 단 한 번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던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비록 에너지 전환이나 탄소중립이라는 긍정적인 방향성을 지니고 있지만, 탈석탄이나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정책 이행 과정에서 경험된 정책 내용과 슬로건 사이의 모순들, 원전의 경제성과 역할 평가에 대한 정치적 쟁점화, 에너지 전환 비용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미비 등으로 인해 일부 주요정책들은 그 영속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복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법률적 지위를 지닌 위원회들이 여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임기 1년을 남긴 시점에서 섣부르게 신설한 대규모 조직은 그 필요성이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
환경·에너지 정책을 포함한 국가 정책은 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공익 달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정부의 행동지침이다. 민주주의 하에서 정부가 대의(代議)나 위임을 통해서 정책을 결정하였을지라도 그 결정 과정은 최대한 합리적이고 투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만약 정책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민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정확한 정보와 예측이 제공되어야 하고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책 이행 과정에서 국민 다수의 불복이나 의도하지 않았던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경우, 과감하고 유연한 정책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며 이는 오히려 정책의 영속성을 높여줄 수 있다. 특히 정책의 결정과 이행에 있어서 그에 수반되는 비용이나 결과가 미래세대로 이어질 경우, 지금 세대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서 다음 세대의 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비용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을 통해서 성취하려는 인류와 지구사회 공통의 궁극적 목표인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전제이며 핵심이기 때문이다.
* 본 글은 08월 17일자 디지털타임스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