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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한의 독점 시대

한미 양국이 지난 26년간 추진했던 북핵정책은 한반도에서 북한에 의한 ‘핵 독점’(Nuclear Monopoly)을 허용하는 치명적인 전략적 실패로 귀결되었다. 1991년 9월 전세계에 배치된 미군 전술핵무기를 감축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선언은 한반도 현장에서 미국의 대북 확장핵억지 공약을 뒷받침하던 귀중한 자산을 일방적으로 제거함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핵심적인 제어장치를 치워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로 북한이 보는 앞에서 도발할 경우 핵으로 응징하겠다는 보복 의지를 뒷받침하던 물리적 실체가 사라짐으로써 한반도는 주한미군이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한 1950년대 이후 처음으로 ‘핵의 진공상태’(Nuclear Vacumn)가 되었다. 새로운 안보환경은 북한으로 하여금 한반도 역외에서 가해지는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큰 우려 없이 자체 핵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었다.

과거 한국에 배치된 미국 핵에 의한 비대칭 공포에 떨었던 북한은 주한미군 전술핵이 사라지자 자체 핵무장을 가속화해서 역으로 남한에 대해 비대칭 공포감을 주는 ‘공포의 불균형’(Unbalance of Terror)을 조성했다. 더욱이 미국 핵자산의 지리적 근접성이 떨어지는 만큼 미국의 對韓 핵억지공약의 신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이 한반도 역외에 배치한 전략핵무기는 바로 코앞의 남한 땅에 버티고 있는 전술핵무기에 비해 위협의 체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존재가 한반도에서 멀어지고 북한의 시야에서 사라질수록 북한의 도발은 더욱 노골화되는 ‘거리의 가혹함’(Tyranny of Distance)이 되풀이 되는 것은 역사의 아니러니이다. 북한은 해방 후 주둔했던 미군이 1948년에 한반도를 떠나자 1950년 한국전쟁을 일으켰고, 1991년 미국의 핵자산이 남한을 떠나자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전술핵 철수 결정은 북한이 미국의 對南 핵억지공약을 실체적 위협으로 느끼는 체감도를 떨어뜨렸고, 그만큼 한반도에서 핵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만들었다.

1991년 11월 노태우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관한 선언’을 통해 스스로 핵무장 권한을 포기하였다. 당시 이 선언은 과학기술계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상명하달식 결정이었고 많은 전문가들이 그 배경에 의구심을 가졌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남한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함으로써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를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노태우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는 북한이 거리낌 없이 핵개발로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노태우 대통령의 선언을 토대로 남북이 합의한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이 서명도 하기 전에 위반한 사생아와 같은 문건이다. 재처리시설을 보유하지 않기로 한 공동선언에 합의하던 당시 북한은 이미 영변에서 이 시설을 가동하고 있었다. 북한에게 철저하게 기만을 당한 한국 정부가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의 위반으로 무효화되었다는 언급도 하지 못할 정도로 유약한 태도를 취하는 동안 북한은 국가의 최고이익 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NPT에서 공개적으로 탈퇴하고 핵개발에 매진했다.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핵개발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을 것이다. 만약 한국도 북한에 대응해서 핵개발을 한다면 북한 핵의 효과가 상쇄되는 것은 물론 핵무기 개발 경쟁에서 경제력이 뛰어난 한국이 승리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핵개발 잠재력과 가능성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차단막이자 최후의 방어벽이었다. 주한미군의 전술핵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 옵션만큼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는 데 효과적인 카드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1991년 가을 미국과 한국 정부가 순차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방어벽을 스스로 허물어버림으로써 북한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핵개발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다. 결국 한·미 양국의 북핵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며, 지난 26년 동안 축적된 정책실패의 결과로 한반도에서는 북한에 의한 핵 독점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이런 파국적 사태의 단초는 물론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인 전술핵 철수 조치에 있다. 당시 미국은 유럽과 한반도에 모두 전술핵탄두를 배치하고 있었지만 유럽에는 일부 전술핵탄두를 그대로 놔둔 반면 한반도에서는 완전히 철수해버렸다. 우리의 동맹인 미국이 한국의 안보보다 유럽의 안보를 중시해서 유럽에만 일부 전술핵을 지금까지 주둔시키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서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구소련의 핵위협은 사라진 반면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반도 전술핵의 완전 철수 결정이 타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영변의 재처리시설이 확인되는 등 북한의 핵개발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가 협상용으로 전술핵 완전 철수를 단행하고 한국의 핵개발 포기도 유도했다는 설명이 일정한 설득력을 갖는다. 즉 전술핵 철수와 한국의 핵무장 포기로 요약되는 ‘남한 비핵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함으로써 북한에 핵개발의 명분을 주지 않고 핵포기를 유도하겠다는 외교적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이는 ‘핵비확산’이란 돌 하나로 남과 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일거에 잡겠다는 미국식 一石二鳥의 포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6년간 북핵협상의 역사는 북한에 비핵화 모범을 보여 핵포기를 유도하겠다는 미국의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개발은 막지 못하고 남한의 발목만 잡아서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 독점’이라는 참담한 안보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현재 미국은 서유럽 5개국에 150여개의 전술핵탄두를 배치하고 있는데 해당국에서 전술핵 철수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배치를 고수하고 있다. 유럽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전술핵 철수가 북한의 핵개발로 귀결된 교훈을 얻은 미국이 서유럽의 전술핵을 철수할 경우 이란이 자유롭게 핵개발을 추진할 것을 우려해서 전술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견해를 필자에게 밝히기도 했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여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동시에 핵비확산 국제규범을 지키기 위해서는 철수했던 미국의 전술핵탄두를 다시 들여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해왔다.1 이 글에서는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가 물리적으로 정책적으로 또한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미국이 한반도에 언제라도 실전 배치가 가능한 전술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미국의 핵전략과 핵정책도 동맹에 대한 확장핵억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해외에 전술핵탄두를 배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현재 서유럽 5개국에 150여개의 전술핵탄두가 배치되어 있고 NATO와 미국간에 긴밀하게 핵공유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사례를 들어 미국 전술핵탄두의 한반도 재배치가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1. 전세계 핵탄두 보유 현황

현재 지구상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는 모두 9개국이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은 NPT가 체결된 1968년 이전에 이미 핵을 개발한 나라들로서 NPT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되고 있다. 반면에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NPT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고, 북한은 NPT 회원국이었다가 탈퇴 후 핵개발을 선언한 최초의 나라로 기록된다. 핵탄두는 통상 운반수단의 사거리에 따라서 ICBM, SLBM 및 장거리폭격기에 탑재하는 ‘전략’(Strategic) 핵탄두와 단·중거리 미사일과 전투기에 탑재하는 ‘비전략’(Non-strategic) 혹은 ‘전술’(Tactical) 핵탄두로 구분한다. 전략핵탄두는 원거리를 비행하는 운반수단에 탑재하는 만큼 통상 파괴력이 수백 kiloton에서 메가톤에 달한다. 반면에 전술핵탄두는 주로 단거리 운반수단에 탑재하여 국지전에 사용하는 소규모 핵탄두로서 파괴력이 수십 kiloton을 넘지 않는다. 핵무기 보유 현황은 최고기밀에 속하는 사항이라 각국의 정확한 보유실태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각종 공개자료와 그간의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그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다. 미국 과학자연맹이 발표한 최신 자료를 토대로 필자가 일부 내용을 보완하여 2017년 7월 현재 9개 핵보유국의 전략·전술핵탄두 보유 현황을 제시하면 아래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다.

 

<표 1> 전세계 핵탄두 보유 현황(2017년 7월 현재)2

표 1_전세계 핵탄두 보유 현황(2017년 7월 현재)

미국의 예를 보면, ICBM, SLBM, 전략폭격기와 같은 장거리 운반수단에 1,650개의 전략핵탄두를, 서유럽 5개국에 ‘이중기능 전투기’(Dual Capable Aircraft: DCA)에 탑재 가능한 150개의 전술핵탄두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 아울러 유사시 실전배치가 가능한 예비전력으로 전략핵탄두 2,050개와 전술핵탄두 150개 등 모두 2,200개의 핵탄두를 비축하고 있다. 2017년 7월 현재 미국은 실전에 배치했거나 예비로 비축하고 있는 핵탄두 4,000개 이외에 해체 예정인 2,800개의 핵탄두를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1,950개의 전략핵탄두를 배치한 반면 전술핵탄두는 실전에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우랄산맥 서쪽지역은 물론 심지어 극동지역에도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푸틴 정부가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지도부의 결심에 따라 이미 전술핵탄두를 실전 배치했거나 언제라도 실전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3
러시아는 유사시 실전 배치가 가능한 전략핵탄두 500개와 전술핵탄두 1,850개 등 모두 2,350개의 핵탄두를 비축하고 있다. 2017년 7월 현재 러시아는 실전에 배치했거나 예비로 비축하고 있는 핵탄두 4,300개 이외에 해체 예정인 2,700개의 핵탄두를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실전에 배치한 전술핵탄두는 모두 항공플랫폼 즉, 전투기와 전폭기에 탑재하는 ‘중력투하탄’(gravity bomb)으로 구성된다. 1991년 9월 27일 발표된 ‘대통령 핵구상’(Presidential Nuclear Initiatives: PNIs)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해외에 배치된 육상플랫폼에 기반한 전술핵무기를 철수하여 본토에 보관하던 同種의 핵무기와 함께 폐기하고, 평시에도 함정, 공격잠수함, 지상배치 해군항공기에 전술핵무기를 탑재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단거리 미사일과 다양한 구경의 야포에 탑재하는 지상발사 전술핵탄두 등 육상플랫폼에 기반한 전술핵탄두는 모두 폐기되었다. 해군이 보유하던 260기의 전술핵 탑재 토마호크 미사일(Tomahawk Land Attack Missile: TLAM/N)도 오바마 행정부가 2010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의 정책에 따라 퇴역시켰다.4
일본은 장거리 크루즈미사일인 TLAM/N이 대북 억지 차원에서 유용하다고 판단하여 오바마 행정부에 유지비용 부담을 제의하는 등 TLAM/N의 유지를 요청했으나 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오바마 행정부는 일본의 요청을 거부했다. 미 공군은 AGM-86 ALCM이라는 핵크루즈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는 데 여기에 탑재하는 핵탄두인 W80은 수소탄급의 파괴력을 갖는 전략핵탄두로서 AGM-86 ALCM는 전술핵무기로 분류되지 않는다.

미국과 러시아가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인 만큼, 두 나라의 전술핵탄두 배치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미·러 양국이 공식적으로 자국의 전술핵탄두 보유 실태와 배치 상황을 밝힌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다양한 루트로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2012년 5월 현재 양국의 전술핵탄두 및 관련 시설의 배치 상황을 추정하면 아래 <그림 1>과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다.

 

<그림 1> 미국의 전술핵탄두 및 관련 시설 배치 현황(2012년 5월 현재)5

그림 1_미국의 전술핵탄두 및 관련 시설 배치 현황(2012년 5월 현재)

<그림 1>은 영국과 프랑스의 전술핵탄두 배치 현황까지 포함하고 있는 데, 미국의 전술핵탄두는 주로 서유럽에 집중적으로 실전 배치되어 있고 미 본토에는 제한된 수의 보관, 유지 및 관리 시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2> 러시아의 전술핵탄두 및 관련 시설 배치 현황(2012년 5월 현재)6

그림 2_러시아의 전술핵탄두 및 관련 시설 배치 현황(2012년 5월 현재)

<그림 2>는 러시아의 전술핵탄두 배치 실태를 나타내고 있는 데, 러시아 전역에 전술핵탄두와 관련 시설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서유럽에 배치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우리와 인접한 극동 지역에도 상당한 수준의 전술핵 자산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 미국의 전술핵탄두 운용 정책

미국은 냉전 종식으로 소련이라는 거대한 핵보유 적대국이 사라짐에 따라 41대 부시 대통령의 ‘대통령 핵구상’(PNIs)을 계기로 신속하게 전술핵무기를 감축하기 시작했다. 해외에 전진배치된 모든 지상발사 전술핵무기(야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는 1993년에 폐기가 완료되었고 유럽에 배치된 항공기 탑재 전술핵탄두도 1991년 2,500개에서 1994년 480개로 감축했다.7 전체적으로 2007년 현재 3,000개 이상의 전술핵탄두가 감축된 것으로 평가된다.8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특히 동맹에 대한 확장핵억지 제공 차원에서 전술핵탄두의 정치·군사적 유용성을 인식하고, 유사시 동맹 보호 차원에서 전술핵탄두 사용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은 물론 기존 전술핵탄두의 현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의 전술핵탄두 과다 보유 상황을 우려하여 장래에 미·러 전술핵 감축협상을 상정하고 있다.

전술핵탄두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2010년 4월 오바마 행정부가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의 ‘비전략핵무기’(Non-Strategic Nuclear Weapons) 섹션에 잘 나타나 있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9
● 미국은 유럽에 전진 배치된 제한된 규모의 핵무기와 동맹국과 파트너에 대한 확장억지를 지원하기 위해 지구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소규모의 핵무기를 유지하고 있다.
● 러시아는 훨씬 많은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를 NATO 회원국 영토 인근에 배치하여 NATO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러의 전술핵무기는 장래에 양국의 군축협정에 포함되어야 한다.
● 공군은 ‘이중기능 전투기’(Dual-Capable Fighter)를 유지하면서 기존의 F-16을 F-35로 대체할 것이다. 기존 B-61 핵탄두의 ‘수명연장프로그램’(Life Extension Program)을 통해 중력투하 핵탄두의 안전성, 보안성 및 사용통제 능력을 강화하고 신뢰성을 증진할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미국이 동맹에 대한 공약을 지원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전진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도록 보장할 것이다.

2010년 NPR은 동맹에 대한 핵우산 공약을 확인하는 별도 섹션(Strengthening Regional Deterrence and Reassuring U.S. Allies and Partners)에서 동맹에 대한 확장핵억지 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는 데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10
●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에 대한 핵위협이 존재하는 한 핵심 지역의 안보구조는 핵무기 요소를 포함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핵무기는 핵을 보유했거나 개발하고 있는 국가에 의한 핵공격 또는 핵협박에 대응하여 동맹국과 파트너에 대한 확장억지를 제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핵우산은 다음과 같은 수단으로 제공되어 왔다: ①전략핵무기, ②핵심 지역에 전진 배치된 전술핵무기, ③유사시 신속하게 전진 배치될 수 있는 본토에 보관중인 핵무기

오늘날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에게 제공하는 확장핵억지의 형태가 매우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데, 2010년 NPR은 그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11
● 유럽에서는 냉전 종식 이후 전진 배치된 핵무기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소규모의 핵무기가 유지되고 있다. NATO 회원국들에 대한 핵공격 위협이 역사적으로 가장 낮지만 미국 핵무기의 배치와 함께 NATO의 비핵회원국들이 핵계획수립에 참여하고 핵탄두 운반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전투기를 보유하는 NATO의 독특한 핵공유 협력은 동맹의 공고화에 기여하고 지역적 위협에 노출된 동맹국과 파트너를 안심시킨다.
● 아시아에서 미국은 냉전이 끝난 후 함정과 잠수함에 탑재한 핵무기를 포함하여 태평양 지역에 전진 배치했던 핵무기를 모두 철수했다. 이후 미국은 전략핵무기와 더불어 위기시에 필요한 경우 동아시아에 전술핵무기를 다시 배치할 수 있는 능력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미 의회도 러시아의 과다 보유 전술핵무기 감축을 조건으로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감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미 상원은 2010년 12월 New START 비준을 의결하면서 미·러간 전술핵탄두 수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을 개시할 것을 촉구했고, 2013년 국방수권법안도 러시아의 전술핵탄두 감축을 목표로 협상을 개시할 것을 요구했다.12 미 의회 일각에서는 푸틴 정부의 공격적인 대외정책에 대응하여 미국도 강경한 핵정책을 구사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에 대응하여 전술핵탄두와 DCA를 동유럽의 NATO 회원국 영토에 배치하거나 러시아의 1987년 INF 조약 위반에 대응하여 새로운 핵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 바 있다.13

 

  1. 미국의 전술핵탄두 서유럽 배치 및 운용 실태

냉전 초 미국은 서방의 재래식 전력으로는 소련과 동구 공산권의 막대한 재래식 전력을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1950년대 중반부터 서유럽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소련이 재래식 전력으로 서유럽을 침공하는 경우 핵을 먼저 사용해서 진격을 막고 전선을 차단함으로써 서유럽을 방어하겠다는 계산이었다. 냉전의 종식으로 핵보유 적대국이 사라짐에 따라 NATO는 지속적으로 핵무기의 군사적 임무와 역할을 줄여왔다. 1999년 발표한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에서 NATO는 핵전력의 준비태세를 크게 완화하고 “더 이상 특정 국가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고 선언한 바 있다.14 2004년에 발간한 ‘새로운 안보환경에서 NATO의 핵전력’ 題下 보고서에서는 “NATO의 핵전력은 전쟁의 예방에 필수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하지만 그 역할은 근본적으로 정치적이며 특정한 위협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15 한편 NATO의 DCA는 더 이상 특정 국가를 타겟으로 하지 않으며 비상대기 시간도 냉전시기에는 ‘수 분’이었으나 1995년에는 ‘수 주’로 연장되었고, 2002년에는 ‘수 개월’로 완화되었다.16

NATO는 2012년 5월 발표한 ‘억지·방어태세검토’(Deterrence and Defense Posture Review)의 ‘핵전력의 기여’(The Contribution of Nuclear Forces) 섹션에서 확장핵억지가 NATO의 방위에 갖는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17
● 핵무기는 재래식 및 미사일방어 전력과 함께 NATO의 전체적인 억지와 방어 능력의 핵심 요소이다. 동맹의 핵전력 태세는 현재 효과적인 억지와 방어 태세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 핵무기 사용을 고려해야 할 상황은 극히 희박하다.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NATO는 핵동맹(Nuclear Alliance)으로 남을 것이다. 동맹에 대한 최고의 안전보장은 동맹, 특히 미국의 전략핵무기에 의해 제공된다.
● NATO에 배치된 전술핵탄두의 추가 감축을 가능하게 하는 여건 조성에 노력하는 가운데 동맹은 NATO가 핵동맹으로 남는 한 NATO 핵억지력의 모든 요소가 안전하고 보안이 잘되며 효과적이도록 보장한다.
●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핵동맹으로 남는다는 공약에 맞춰서 동맹은 회원국들이 핵공유 협력에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참여하도록 보장할 수 있는 개념을 NATO Council이 개발한다는 데 동의한다.

현재 NATO의 25개 비핵회원국 가운데 미국의 전술핵탄두는 5개국에 배치되어 있으며 해당국 공군은 자체 DCA를 보유하고 유사시 핵타격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

2014년 현재 미국이 서유럽에 배치했거나 본토에 비축하고 있는 항공기 탑재 전술/전략 중력투하탄(B61 유형)의 보유 현황은 아래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다.

 

<표 2> B61 핵폭탄 보유 현황 (2014년 현재)18

표 2_B61 핵폭탄 보유 현황 (2014년 현재)

B61 핵탄두는 2014년 현재 미국과 서유럽의 10개 기지에 분산 배치되어 있는 데,19 이 가운데 B61-7, B61-11 전략핵탄두는 미국의 Minot(ND), Whiteman(MO), Barksdale(LA) 공군기지에 B-52H, B-2A 장거리폭격기에 탑재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미 공군은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F-15E를 Lakenheath 및 Seymour-Johnson 공군기지에 배치하고 있고, NATO 5개국 6개 기지에는 전술핵탄두만 배치한 상태다. B61 전술/전략핵탄두의 배치 현황은 아래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다.

 

<그림 3> B61 전술/전략핵탄두 배치 현황 (2014년 현재)20

그림 3_B61 전술전략핵탄두 배치 현황 (2014년 현재)

한편 2014년 당시 서유럽 5개 NATO 회원국의 6개 공군기지에는 총 180개의 전술핵탄두가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배치되어 있었다. 2001년까지는 그리스에도 20개의 전술핵탄두가 배치되었었다.

 

<표 3> 미국 전술핵탄두의 서유럽 배치 현황 (2014년 현재)21

표 3_미국 전술핵탄두의 서유럽 배치 현황 (2014년 현재)

2017년 7월 현재 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탄두는 모두 150개로 파악되는 데, 2014년과 비교하면 30개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나라에서 몇 개의 전술핵탄두가 철수되었는지 아직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고 미국 과학자연맹의 Hans Kristensen도 구체적 수치를 추후 발표할 예정으로 있다. 다만 별도의 연구기관에서 이태리에 배치된 전술핵탄두를 50개로 밝히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22대부분 이태리에 배치된 전술핵탄두가 감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미국은 보유하고 있는 중력투하 핵탄두의 수명을 20여년 연장할 목적으로 전술핵탄두 3種(B61-3/4/10)과 전략핵탄두 1種(B61-7)을 해체하여 성능이 개선된 신형 핵탄두(B61-12)로 개량하는 현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23 B61-12는 약 30년간 1조 달러를 투입하여 5종류의 신형 핵탄두를 생산하는 핵탄두 개량사업의 첫 성과물이다.24 미국은 2015년 7월 B61-12 핵탄두 투하 실험에 성공했고 2020년까지 110억 달러를 투입하여 400에서 480개의 B61-12를 생산할 계획인데,25핵탄두 1개의 비용이 2,500만불에 달해서 미국이 보유한 가장 비싼 무기로 알려져 있다. B61-12는 전략폭격기 B-2A, LRS-B 뿐만 아니라 전술폭격기·전투기인 Tornado, F-15E, F-16A/B, F-16C/D에 탑재 가능하며 F-16을 대체할 F-35는 B61-12 두 발을 장착할 수 있다.26

B61-12는 세계 최초의 정밀유도 원자탄으로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다.
정밀도 향상: 재래식 JDAM 폭탄의 4개 핀으로 구성된 꼬리날개(Tail Kit)를 장착하여 정밀도를 대폭 향상함으로써 지하시설 등에 대한 효과적인 파괴가 가능하다. B61-12의 정확도는 공산오차(CEP) 30m 정도로 판단되며 이는 기존 중력투하 핵폭탄의 CEP 91-116m에 비해 정확도가 3-4배 향상된 것이다. 27
지하 침투능력 구비: 지하표적을 상대로 한 ‘지면충격커플링’(Ground-Shock Coupling)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지하에서 성공적으로 폭발할 경우 핵탄두의 파괴력에 비해 15-25배 증강된 폭발효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28예를 들어, 50kt급 B61-12 이 지하에서 폭발할 경우 예상되는 파괴력은 750-1,250kt 에 달하며, 최소규모인3kt급 B61-12도 4.5-7.5kt 규모의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괴력 조절능력 확보: 투하 전에 핵탄두의 파괴력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Dial-a-Yield)을 통해 핵탄두의 파괴력을 최소3kt에서 1.5kt, 10kt 및 50kt까지 조절함으로써 투하지점 주변지역의 피해를 줄이는 능력을 구비했다. 29

더 작고 더 정확해지고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지하 침투력도 높아진 B61-12의 특성으로 핵무기의 실전 사용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그 만큼 핵무기의 억지력을 높였다는 평가도 있다. 美 합참차장을 역임한 James Cartwright는 권총을 쏘기가 쉬운 만큼 실제로 발포할 필요성은 적어진다고 주장한다.30 최근 한 연구에서는 북한內 5개 핵시설에 대해 전략핵탄두로 분류되는 W88 핵탄두(450kt)를 각각 두 발씩 사용하는 상황과 0.3kt 규모의 전술핵탄두 B61을 각각 네 발씩 사용하는 상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는데, 두 경우 핵시설을 모두 파괴했지만 전술핵탄두를 쓰는 경우 인명피해가 100만명 이하인 반면 W88 사용시에는 인명피해가 200-300만 명으로 늘어나는 결과가 도출되었다.31 군사적 목적은 달성하면서 부수적인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술핵탄두의 유용성을 보여준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 한국의 대책

2017년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북한에 의한 ‘핵 독점’ 시대의 개막으로 정리된다. 7월 4일 美 독립기념일과 7월 27일 정전협정일에 맞춰 성공적으로 발사한 북한의 ICBM급 미사일은 냉전 초기인 1957년 10월 소련이 Sputnik 1호 위성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과 서방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일대 사건에 비유된다. 당시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의 확보는 곧 소련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위성발사와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충하는 對소련 경쟁에 뛰어들었고, 서유럽에서는 소련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미국의 안보공약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에 대한 강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곧 미국이 함부르크나 파리를 지키기 위해서 뉴욕이나 워싱턴을 희생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었고, 이는 미국이 결국 자국의 안보를 위해 유럽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소위 ‘분리’(Decoupling)에 대한 우려로 발전하였다.

2017년 7월에 단행한 두 차례 미사일 실험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가진 김정은 정권은 앞으로 핵으로 美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탑재 ICBM과 SLBM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핵으로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완비한 상태에서 미국과 담판을 지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미국의 개입을 차단한 후 한반도에서 남한을 정치·군사적으로 압도하고 그 여세를 몰아 북한 주도의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김정은 정권의 핵전략이 추구하는 목표라고 판단된다.

서유럽의 사례를 보면, 우리 앞에는 두 가지 선택 가능한 길이 놓여 있다. 첫째는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과 같은 위대한 국가지도자가 출현해서 내외의 비난과 반대를 무릅쓰고 핵을 손에 쥐고 자력으로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것이다. 둘째는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이태리, 터키와 같이 자체 핵무장은 포기하되 미국의 전술핵을 통해 간접적으로 핵억지력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가 비핵화 모범을 보여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겠다던가 우리의 핵무장이 북한의 핵보유를 정당화시켜줄 것이라는 등의 지난 26년간 북핵정책 실패의 근간이었던 이러한 국익을 망각한 무기력한 주장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어야 맞다. 이제 우리는 어떠한 국제규범이나 동맹도 우리의 안보를 완전하게 책임져줄 수 없다는 자각 하에 ‘스스로 일어서야’ 하며 어떤 정책 옵션도 스스로 배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길을 놓고 볼 때, 자체 핵무장은 미국 전술핵탄두 재배치에 비해 더 많은 국가적 부담을 요구하는 어려운 정책대안이다. 국제사회는 30여년 간 NPT를 비롯한 국제규범에 의지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던 한국이 NPT 탈퇴와 자체 핵무장 선언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는 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익을 위해 각축하는 냉엄한 국제무대에서 각국은 자체 핵무장을 선언한 한국에게 유형무형의 제재와 비난 그리고 견제를 가할 것이다. 물론 국제사회의 제재가 영원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한국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되면 새로운 환경에 맞춰가는 것이 국제안보의 역학이기도 하다. 1998년 5월 각각 5차례와 6차례의 핵실험으로 핵보유국이 된 인도와 파키스탄에 대해 국제사회가 가했던 제재는 이미 흐지부지된 지 오래이며, 인도의 경우에는 심지어 미국이 나서서 국제원자력협력 체제에 끌어들이려고 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우리의 국력인데, 경제력이나 군사력과 같은 유형의 힘보다는 우리의 생존은 우리 스스로 지키겠다는 국민 개개인의 각오와 결의라는 무형의 힘이 더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1991년에 철수했던 미국의 전술핵탄두를 다시 들여오는 것이 물리적으로 또한 정책적으로 가능하며 서유럽의 사례를 들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는 점을 밝혔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소위 ‘지역맞춤형 억지체계’(Regionally Tailored Deterrence Architecture)라는 개념에 입각해서 지역별 위협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억지력을 갖추고자 했다.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적대세력이 개인, 네트워크, 국가인지 여부와 이들의 능력, 의도 및 의사결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맞춤형 억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32 맞춤형 억지의 논리에 따르자면, 북한의 핵위협에 직면한 한반도야 말로 북핵대응에 초점을 맞춘 核 중심의 맞춤형 억지태세가 갖춰져야 한다. 미국이 사실상 직접적인 핵위협이 사라진 서유럽에서 아직도 전술핵을 유지하는 반면 상시적인 핵위협에 노출된 한국에는 각종 협의채널 구축이나 소위 전략자산의 일시적인 전개와 같은 무력시위로 한정하는 것은 대단한 모순일 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의 안보를 소홀히 한다는 비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북한에 의한 핵 독점은 남한에게는 핵 공포를 의미한다. 남북한 사이에 핵 공포의 불균형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당면한 국가안보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남북한 사이에 ‘안정된 공포의 균형’(Stable Balance of Terror)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국은 비상한 각오로 결단력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안정된 공포의 균형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덜 나쁜 정책대안이다. 한반도에서 공포의 균형을 안정되게 구축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미국의 전술핵탄두를 재배치하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60%이상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정책대안이다. 필자가 전술핵 재배치를 처음 주장했던 2004년과는 많이 달라진 상황이다.33 미국도 과거에는 민감하게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북핵위협이 점증함에 따라 이제는 미국의 전문가들도 공개적으로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NSC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을 건의하면서 전술핵 재배치를 가능한 정책대안의 하나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34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벌어진 국론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의 큰 원인은 정책 집행의 절차에 관한 것이지 배치 결정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니었다. 사드 배치도 문제가 제기된 초반에 정부가 확고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등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중국이 개입할 여지를 주고 국내정치문제와 외교문제로 비화되었다. 이제 정부는 북한의 핵 독점으로 야기된 비상한 안보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설명해서 국론을 결집하고, 미국 정부에 조속한 시일 내에 전술핵무기(중력투하탄과 이중기능 전투기)를 배치하도록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했던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 핵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므로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1991년 전술핵 철수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다. 만약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자체 핵무장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으며, 핵무장의 唯一無二한 목적은 북핵 억지와 협상을 통한 북핵폐기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선포해야 한다. 결국 이 모든 논의의 종착점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귀결된다. 대통령의 지도력과 결단력, 역사적 소명의식과 책임감 만이 북한의 핵 독점 시대에 살면서 북한에 의해 압도당하는 참담한 안보상황에서 우리 국민을 벗어나게 할 수 있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전성훈, “핵보유국 북한과 한국의 선택,” 『국가전략』 제10권 3호, 2004년 가을, pp. 5-32.
  • 2. Hans M. Kristensen and Robert S. Norris, Status of World Nuclear Forces,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July 8, 2017, p. 2, (https://fas.org/issues/nuclear-weapons/status-world-nuclear-forces/)
  • 3. 러시아는 극동지역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Su-27SM과 Su-35 전투기를 배치하고 있다. Eric Heginbotham, et. al, China’s Evolving Nuclear Deterrent: Major Drivers and Issues for the United States, p. 78.
  • 4.Nuclear Posture Review Report (Washington, DC: Department of Defense, April 2010), p. 28.
  • 5. Hans Kristensen, Non-Strategic Nuclear Weapons, Special Report No 3,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May 2012, p. 11.
  • 6. Ibid., p. 45.
  • 7. Ibid., p. 12.
  • 8. Ibid., p. 13.
  • 9. Nuclear Posture Review Report, p. 27.
  • 10. Ibid., pp. 31-32.
  • 11. Ibid., p. 32.
  • 12. Amy Woolf, Nonstrategic Nuclear Weapons (Washington, D.C.: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February 23, 2015), pp. 24-25.
  • 13. Ibid., p. 30.
  • 14. “NATO’s nuclear forces no longer target any country.”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The Alliance’s Strategic Concept: Approved by the Heads of State and Government Participating in the Meeting of the North Atlantic Council in Washington D.C., April 24, 1999, paragraph, 64.
  • 15. “NATO’s nuclear forces continue to play an essential role in war prevention, but their role is now more fundamentally political, and they are no longer directed towards a specific threat.” NATO는 2004년부터 같은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s Nuclear Forces in the New Security Environment: Background, October 22, 2009, pp. 1-2,(http://www.nato.int/nato_static/assets/pdf/pdf_topics/20091022_Nuclear_Forces_in_the_New_Security_Environment-eng.pdf)
  • 16. Hans Kristensen, Non-Strategic Nuclear Weapons, p. 30.
  • 17.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Deterrence and Defense Posture Review, May 20, 2012, (http://www.nato.int/cps/en/natohq/official_texts_87597.htm)
  • 18. Hans Kristensen, B61-12: The New Guided Standoff Nuclear Bomb, presented to the Third Preparatory Committee Meeting for the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United Nations, New York, May 2, 2014, p. 3. B61-3/4 핵탄두가 각각 90개씩 유럽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은 다음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Hans Kristensen and Robert Norris, “The B61 family of nuclear bombs,”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May 1, 2014, p. 3.
  • 19. Hans Kristensen, B61-12: The New Guided Standoff Nuclear Bomb, p. 4.
  • 20. Ibid.
  • 21. Ibid. p. 5. 서유럽 5개국이 미국의 전술핵탄두를 탑재하도록 자국 공군기지에 배치한 전투기의 종류에 대해서는 Hans Kristensen, Non-Strategic Nuclear Weapons, p. 25 참조.
  • 22. The Center for Arms Control and Non-Proliferation, “Fact Sheet: United States nonstrategic nuclear weapons,” May 25, 2016, (https://armscontrolcenter.org/u-s-nonstrategic-nuclear-weapons/)
  • 23. “B61 bombs in Europe and the U.S. life extension program,” A briefing by BASIC, March 2016, p. 2, (http://www.basicint.org/sites/default/files/BASIC_B61_briefing_Mar2016.pdf)
  • 24. William Broad and David Sanger, “As U.S. modernizes nuclear weapons, ‘smaller’ leaves some uneasy,” New York Times, January 11, 2016.
  • 25. Len Ackland and Burt Hubbard, “Inside the most expensive nuclear bomb ever made,” Mother Jones, August 30, 2015, p. 2, (http://www.motherjones.com/politics/2015/08/nuclear-weapon-obama-most-expensive-ever/)
  • 26. Hans Kristensen, “B61-12 nuclear bomb integration on NATO aircraft to start in 2015,”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March 13, 2014, p. 2, (https://fas.org/blogs/security/2014/03/b61-12integration/)
  • 27.  Hans M. Kristensen and Matthew McKinzie, “Video shows earth-penetrating capability of B61-12 nuclear bomb,”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January 14, 2016, p. 3,(https://fas.org/blogs/security/2016/01/b61-12_earth-penetration/)
  • 28.  Ibid., p. 2.
  • 29. Len Ackland and Burt Hubbard, “Inside the most expensive nuclear bomb ever made,” p. 1.
  • 30. “It makes the trigger easier to pull but makes the need to pull the trigger less likely,” William Broad and David Sanger, “As U.S. modernizes nuclear weapons, ‘smaller’ leaves some uneasy.”
  • 31. Keir Lieber and Daryl Press, The new era of counterforce: technological change and the future of nuclear deterrence,” International Security, Vol. 41, No. 4 (Spring 2017), pp. 9-49.
  • 32. Quadrennial Defense Review Report (Washington, D.C.: Department of Defense, February 2010), p. 14.
  • 33.> 전성훈, “핵보유국 북한과 한국의 선택,” pp. 5-32.
  • 34. William Arkin, et al., “Trump’s options for North Korea include placing nukes in South Korea,” April 7, 2017,(http://www.nb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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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전성훈

객원연구위원

전성훈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이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업경제학 석사와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의 주제는 군비통제 협상과 검증에 대한 분석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안보실 대통령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대한민국의 중장기 국가전략과 통일•안보정책을 담당하였다. 1991년부터 2014년까지 통일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선임연구원, 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제13대 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남북관계, 대북정책과 통일전략, 북한 핵문제와 군비통제, 국제안보와 핵전략, 중장기 국가전략 등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근무했고,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국방부, 통일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의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자유아시아방송 한반도 문제 논설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의 우수연구자 표창을 연속 수상했고, 2003년 국가정책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