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硏, ‘2025년 한국의 대(對)중동정책 제언: 방산·원전 협력과 전후 재건 기여’ 이슈브리프 1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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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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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硏, ‘2025년 한국의 대(對)중동정책 제언:
방산·원전 협력과 전후 재건 기여’ 이슈브리프 1일 발표

 
아산정책연구원은 4월 1일 장지향 수석연구위원의 이슈브리프 ‘2025년 한국의 대(對)중동정책 제언: 방산·원전 협력과 전후 재건 기여’을 발표했다. 장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정이 체결되면서 중동 정세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는 2025년 우리의 대(對)중동 정책에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바람직한 중동 정책의 핵심은 국가별로 차별화된 접근을 전제로 하되, 전체적으로는 방산 및 원전 분야의 협력 강화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의 전후 재건 참여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산유국과는 방위산업과 원자력 발전소 개발 협력에 집중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

장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방산과 원전은 한국이 전략적 중대 과제로 키운 덕분에 국제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춘 분야이며, 동시에 걸프 산유국이 미국의 탈중동 정책과 이란의 군사적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자립화와 기술 습득을 적극 추진하는 핵심 산업이기도 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양측의 이해가 맞물리는 접점을 활용해 실질적인 협력을 추진할 유리한 위치에 있다. 또한 가자지구의 전후 재건 기여는 한국과 중동 국가 모두가 각자의 국가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수행하고 국제적 리더십을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역내 질서는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군사작전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으로 이란과 시아파 진영은 잠시 위축되는 한편 걸프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아랍 수니파 세력과 이스라엘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한국은 전략적 기회와 외교적 존재감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슈브리프 관련 문의:
장지향 수석연구위원 02)3701-7313, jhjang@asanins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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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의 대(對)중동정책 제언: 방산·원전 협력과 전후 재건 기여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정이 체결되면서 중동 정세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는 2025년 우리의 대(對)중동 정책에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바람직한 중동 정책의 핵심은 국가별로 차별화된 접근을 전제로 하되, 전체적으로는 방산 및 원전 분야의 협력 강화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의 전후 재건 참여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산유국과는 방위산업과 원자력 발전소 개발 협력에 집중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

방산과 원전은 한국이 전략적 중대 과제로 키운 덕분에 국제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춘 분야이며, 동시에 걸프 산유국이 미국의 탈중동 정책과 이란의 군사적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자립화와 기술 습득을 적극 추진하는 핵심 산업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국은 양측의 이해가 맞물리는 접점을 활용해 실질적인 협력을 추진할 유리한 위치에 있다. 또한 가자지구의 전후 재건 기여는 한국과 중동 국가 모두가 각자의 국가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수행하고 국제적 리더십을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역내 질서는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군사작전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으로 이란과 시아파 진영은 잠시 위축되는 한편, 걸프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아랍 수니파 세력과 이스라엘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한국은 전략적 기회와 외교적 존재감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중동, 특히 걸프 산유국은 한국의 최대 석유 공급처이자 구매력 높은 수출시장이다. 한국은 이들 나라가 정권의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산업 다각화와 사회 개방화 및 외교 안보 다변화 개혁에 필수 기술과 발전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최근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중동은 세계 무기 거래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한국 전차와 포병 전력은 UAE, 카타르와 현지 연합훈련을 통해 국산 무기체계를 소개해 왔다. 2024년 한국-걸프협력회의(GCC) 자유무역협정(FTA)과 한국-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로 무기 수출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서 걸프 산유국과의 방산 협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 성공을 기반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의 원전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해 왔으며, 2025년 한미 원전 수출 협력 약정 체결로 중동 원전 시장 진출을 가속할 전망이다. 한편 한국은 그간 중동에 대한 원조와 인도적 지원을 늘려 왔으나 그 규모가 여전히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 평균치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특히 대(對)팔레스타인 인도주의 지원은 걸프 산유국은 물론 이스라엘과 이란, 미국이 정당성 확보를 위해 신경 쓰는 의제이기에 한국은 가자지구 재건과 평화 구축 활동에서 역할을 더 확대해 신뢰받는 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게 중동은, 중동에게 한국은
 
1970~80년대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은 중동, 특히 아랍 걸프 산유국과 깊은 연관이 있다.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걸프 산유국에서는 대규모 건설 시장이 형성되었고 한국 기업들은 도로, 항만, 기타 인프라 시설을 건설하는 계약 다수를 따냈다. 건설 사업을 통해 유입된 대규모 외화는 경제 도약의 초기 자본으로 활용되었다. 이후 한국은 수출 지향 전략을 통해 세계 경제의 핵심 일원이 되었고, 이제 최첨단 기술 강국으로 변모했다.

특히 걸프 산유국은 한국의 최대 석유 공급처이면서 동시에 높은 구매력을 갖춘 주요 수출시장이다. 한국은 세계 7위 석유 소비국이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존 러시아산 석유를 중동산으로 대체하면서 중동 의존도는 72%까지 늘어났다. 주요 수입국은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이고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에 사용된 금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약 17.6%를 차지한다.1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여섯 개 산유국으로 구성된 GCC와는 2023년 12월에 FTA를 맺어 경제협력의 절정기를 맞았다. GCC는 한국산 자동차, 무기류, 조선, 기계류, 의료기기, 화학제품 등 품목의 76%에 이르는 관세를, 한국은 GCC산 석유제품, 천연가스 등 품목의 89%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거나 감축하기로 해 여러 분야에 걸쳐 양측 간 교역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앞서 같은 해 10월에는 한국-UAE CEPA가 체결되기도 했다. CEPA는 FTA와 비슷한 무역협정의 하나로 양국 상품과 서비스 시장의 개방에 더해 포괄적 협력 강화를 포함한다. CEPA의 체결로 한국과 UAE는 주요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고 나아가 에너지, 바이오, 디지털, 스마트팜 등 14개 특정 분야에서 협력을 밝혔다.2

한편 한국은 중동 국가들이 정권의 사활을 걸고 시행하는 산업 다각화와 사회 개방화 및 외교 안보 다변화 개혁에 다양한 기술과 발전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걸프 산유국과 태양광, 수소, 풍력 등 재생에너지, 친환경 스마트 시티, 바이오, 디지털 전환, 첨단 제조 및 관광 부문에서 협력을 확대해 왔다. 더불어 한국은 빠르고 놀라운 산업화로 개발도상국의 성공 모델을 제시하며, 중동 여러 국가에게 개혁과 개발의 모범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국가와 민간기업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자동차, 전자, 조선과 같은 핵심 산업의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대규모 산업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인적자원 육성과 기술 혁신을 위해 교육과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노동 집약적 제조에서 첨단기술로 핵심 산업을 전환하고 경제를 다각화했다. 걸프 국가들은 비석유 부문 육성과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을 위해 한국의 성공 모델을 참고하고 있다.3 또 탈이슬람 개혁을 추진하지만, 서구화나 사회주의를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기지 않는 걸프 국가들에게 ‘한국 모델’은 공동체, 도덕, 윤리 등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시장 경제를 발전시킨 이상적인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아가 한국은 2010년대부터 중동 지역에서 평화유지군 활동과 대테러 작전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 왔다. 한국 평화유지군은 2007년 레바논 동명부대를 시작으로 2009년 아덴만 청해부대, 2013년 남수단 한빛부대까지 지속해서 임무를 수행하며 국제 평화와 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2007년 7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01호에 따라 처음 파병된 동명부대는 한국의 평화유지군 역사상 최장기 파병 기록을 가지는 전투부대로 레바논에서 의료지원, 공공시설 보수, 학교 시설 개선 등 인도적 지원사업은 물론 태권도와 한국어 수업 및 현지 여성의 자립 프로젝트를 운영해 왔다. 또한 한국의 평화유지군 활동 중 큰 주목을 받은 사례는 2004~2008년 이라크 아르빌에 파견된 자이툰부대로 중동에서의 대규모 평화유지 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쌓았다. 2020~2021년 한국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참여 규모에서 세계 10위를 차지했고 2022~2024년 유엔 정규예산 및 평화유지활동 예산 분담률은 13.5%가 올라 세계 9위 수준으로 상승했다.4

2023년 10월 7일 이슬람 급진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때 한국은 민간인 무차별 살상과 인질 사태를 규탄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군사 보복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며 국제법에 따른 민간인 보호를 촉구했다. 2024년 4월 유엔 안보리가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총회에 권고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자 한국은 15개 이사국 중 다른 11개국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결의안은 결국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으나 우리 정부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 열망에 공감하고 두 국가 해법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7월에는 한국 외교부가 서안지구 내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고 대규모 토지를 국유화하려는 이스라엘의 조처에 대해 철회를 촉구했다. 또한 한국은 인질과 수감자의 조속한 맞교환,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철군, 전후 재건 등을 포함한 미국의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안을 지지했다.

 

한국-중동 협력의 핵심 중점 분야: 대(對)걸프 방산과 원전 협력

 
방산 협력
 
한국은 최근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2027년까지 4위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표 1]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의 방산 수출은 2022년 크게 도약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24년 방산 수출액은 95억 달러로 전년 대비 감소하였지만, 이는 일부 대형 수출 계약이 협상 연장 등의 이유로 2025년으로 이월되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는 평균적으로 약 30억 달러 수준의 수출 규모를 유지했다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4년간의 수출 규모는 평균 약 119억 달러 수준으로 이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약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 방산의 눈에 띄는 부상은 정부의 K-방산 전략 사업화 추진, 한국 무기의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과 신속한 납품 역량,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무기 수요 증가 등이 그 배경이다.

 

[표 1] 국내 방위산업 2012~2024년 수출 규모 변화

(단위: 억 달러)

표1
자료: 한국방위사업청 https://www.dapa.go.kr
 

한편, 중동 국가들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세계 무기 거래에서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구매자였다. 중동 지역은 한국 방산 수출에서 약 20%를 차지하며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중동으로의 무기 수출은 10배 가까이 증가했다.5 현재 한국의 방산 관련 수출 통계는 접근 제한이 있어 전체 내용을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유엔 국제무역 통계 데이터(UN Comtrade Database)에서 검색할 수 있는 무기·총포탄 및 부속품(HS코드 제93류) 관련 수출 데이터를 통해 중동 지역으로의 방산 수출이 얼마나 확대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표 2]를 살펴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중동으로의 수출 비중이 증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22.5%에 그쳤던 중동 수출 비중은 2018년 69.2%까지 약 3배 이상 증가한 모습이고, 10년 전체로 보면 중동 비중이 40.5%로 전체 수출 대상 지역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전체 방산 수출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제한적 상황이지만 한국 방산 수출 규모의 상승과 2010년대 중반 이래 늘어난 대(對)중동 무기·총포탄류 수출 규모를 연결해 보면, 앞으로 한국 방산 수출에서 중동의 입지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표 2] 한국의 무기·총포탄류에 대한 대륙별 수출 금액 추이

(단위: US$)

표2
Source: UN Comtrade Database https://comtradeplus.un.org
 

특히 한국은 천궁Ⅱ, K9 자주포, K2 전차 등의 대(對)중동 수출을 대상국의 교육과정과 연계해 기술 이전과 인적자원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며 산업 협력 시범 사업으로 확장해 왔다. 이는 여러 걸프 산유국이 바라는 자국 방산 역량 강화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2024년 한국-GCC FTA와 한국-UAE CEPA가 체결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중동 주력 수출품인 무기류 대부분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서 걸프 산유국을 향한 무기 수출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중동, 특히 걸프 산유국은 2010년대 후반부터 외교 안보 다변화에 맹렬히 나서고 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핵 개발과 역내 무장 프록시 육성을 통해 군사 모험주의와 팽창주의의 야심을 드러내는 데 반해 최대 우방국인 미국은 탈중동 정책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걸프 산유국에게는 대대적인 탈석유·탈이슬람 개혁에 성공해 왕실을 보호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임에도 이란은 역내 불안정을 조장하고 미국은 인도 태평양에서 중국 견제에만 매달려왔다. 따라서 불안에 휩싸인 이들 걸프국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국 무기체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섰고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걸프 산유국은 대외정책 다각화의 방법으로 ‘룩 이스트’라는 아시아 지향 정책을 선언해 이들만의 ‘아시아 중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물론 최근 헤즈볼라의 궤멸, 하마스의 와해,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독재정권의 몰락 등 친이란 프록시인 ‘저항의 축’이 잇따라 붕괴하면서 이란은 당분간 팽창주의 행보를 자제하고 한발 물러서 전략적 인내를 감내할 것이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비롯된 경제난과 공포 철권통치가 가져온 민심 이반 때문에 이란의 지배 연합은 내부 체제 단속에 더 힘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란의 강경파 지배층이 이슬람공화국의 국시인 반미·반이스라엘과 이슬람 혁명 수출 및 역내 헤게모니 장악을 포기했을 리는 없다. 이란은 단기적으로 위험 회피 전략을 취하면서 프록시의 재건을 꾀하고 러시아·중국 반미연대와 더욱 밀착할 것이다. 동시에 핵개발에 집중해 대미 협상에서 레버리지로 삼을 수도 있다. 현재 이란 당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투명성 검증 요구에 불응하고 있고 협력 관련 실무 논의도 중단된 상태다.

이에 UAE는 자국 방위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고자 2019년 엣지(EDGE) 그룹을 설립해 첨단기술의 국산화와 무기체계의 현지 생산 목표를 밝혔다. 2022년에는 타와준 위원회(Tawazun Council)에서 경제 분야를 제외하고 개편해 방산 투자 및 파트너 국가와의 전략적 안보 협력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같은 해 UAE는 약 4조8천억 원 규모의 국산 요격미사일 시스템 천궁Ⅱ의 수입 계약을 맺었다. 2023년에는 우리와 전략적 방산 협력 MOU를 체결해 K2 전차와 KF 21 항공기 등 다양한 무기 시스템에도 관심을 보였다. 2024년 7월에는 한국, 미국, UAE가 3국 육군과학화 전투훈련에 처음으로 함께 참여했다. 한국군 6사단 초산여단, 주한 미군 2사단 및 한미연합사단 예하 1개 스트라이커대대, UAE 1개 보병중대 소속 3천여 명이 강원도 인제군에서 11일간의 일정으로 연합작전의 수행 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진행했다. 이 훈련을 통해 UAE 군은 한국군의 K1E1 전차, K200 장갑차, K55A1 자주포, 공격·기동 헬기, 드론 및 무인기 등 전투 장비를 직접 사용해 볼 수 있었다. 2025년 2월에는 육군 기계화부대가 UAE에서 열흘간 K2전차와 K9A1 자주포 등을 투입해 UAE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한편, 육군의 전차와 포병 전력이 현지 연합훈련을 실시한 건 2024년 10월 카타르군과의 훈련이 최초였다. 당시 우리 K2 전차와 K9 자주포 부대 100여명이 카타르에서 2주간 카타르군과 함께 야외 기동훈련을 마쳤고 특히 카타르군을 상대로 국산 무기체계에 대한 성능 설명과 탑승 체험을 시행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 개혁 개방의 야심작인 ‘비전 2030’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국방비 지출의 50%를 현지화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7년에 국영 방산 기업인 SAMI(Saudi Arabian Military Industries)를 출범시켰고 2030년까지 세계 25위의 방산 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로 연구개발과 기술교육 및 인재 양성에 집중해 현지 생산화에 매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2022년도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지출 규모는 7.4%로 34%인 우크라이나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만큼 국제 방산 수입의 큰손이다.6 2023년 한국의 대(對)사우디아라비아 무기류 수출 규모는 2억 8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4% 증가했다.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은 약 4조 3천억 원 규모의 천궁Ⅱ의 수입 계약을 마무리했고, 이어 한화, LIG넥스원, 풍산은 발사대와 탄약에 대한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중동은 물론 미국도 한국을 포함한 동맹 우방국에게 중동 지역 안정을 위한 해상 안보 협력을 바라고 있다.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주요 물류 경로이자 중동 에너지의 핵심 수송로이다. 이란의 프록시인 예멘 후티 반군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후 이스라엘과 무관한 상선들까지 무차별 공격하면서 글로벌 해운회사들이 우회로를 택해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졌다. 이에 미국은 항해 자유 보호와 경제 안보를 위해 국제해양안보구상(The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 IMSC)을 구축해 동맹 우방국의 참여를 독려해 왔다. 2020년 미국은 한국에 IMSC 가입을 요청했으며, 한국은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아덴만에서 약 3.5배 확대하고 연락 장교 두 명을 IMSC에 파견했다. 일본 역시 해상자위대를 독자적으로 파견하며 직접적인 참여는 유보해 왔다. 향후 미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를 요청할 경우, 한미일 3국은 중동에서도 자유주의 질서 수호를 위한 안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2024년 4월 한국 해군, 미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는 3자 해상 훈련을 시행한 바 있으며, 이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의 연대가 강화되는 중동 해상에서도 협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원전 협력
 
한국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가적 중대 과제로 내걸고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금융기관, 민간기업 등이 참여하는 ‘팀 코리아’를 강화해 원전산업의 재도약을 선언했다. 걸프 산유국 역시 원전 개발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전례 없는 개혁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동시에 탄소중립을 선도해 왕실의 품격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크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 따르면 2030년 중동의 원자력 발전 용량은 2023년 생산량 대비 10% 증가한 580억 kWh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7 이에 더해 우라늄 농축에 집착하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핵심 원자력 기술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한국은 2009년부터 UAE에서 최초의 사막형 발전소인 바라카 원전 1~4호기를 설계부터 가동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UAE는 한국과 함께 제3국 원전 시장 공동 진출에 대한 포부를 종종 밝혀왔고 2024년 5월에는 한국전력공사(KEPCO)와 UAE의 원자력공사(ENEC)가 제3국에서의 원전 프로젝트 공동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8 UAE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한국은 2022년 이집트에서 2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엘바다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해 한수원과 두산 에너빌리티 등이 시공과 기자재 공급처로 참여 중이다. 곧 대규모 원전 건설에 착수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한국의 UAE 원전 성공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9 한국은 2025년 상반기에 입찰이 시작될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2기 프로젝트에서 이미 우선권을 받으며 수주 가능성을 높여 놓았다. 2011년 한-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협력협정이 체결된 후 양국은 2015년 스마트원자로 사업을 함께 추진했고 2018년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 전 설계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나아가 2025년 1월 한국과 미국이 세계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원자력 수출 협력 약정에 서명해 ‘팀 코러스(KORUS)’를 구성하면서 한국의 중동 원전 사업 진출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한미 양국의 원전 수출 파트너십은 러시아와 중국이 세계 원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자 윤곽을 빠르게 잡아갔다. 앞으로 양국의 파트너십 아래 중동 시장에서는 한국이 ‘한국형 원전’으로 진출 주도권을 잡고 유럽 시장에서는 미국이 역할을 주도하는 협력 분담을 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10

과거 한국 정부는 국내 원전의 폐지 정책과 이에 따른 원전 엔지니어와 전문가의 해외 유출로 중동 및 걸프 산유국에서 한국의 원전 사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적도 있었다. 2024년 IAEA를 비롯해 한국과 미국, 일본을 포함한 22개국은 원자력 르네상스 시기를 맞아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을 2010년 대비 3배 더 늘리기로 했다. 또한 유럽연합은 2023년에 친환경 분류 체계에 원자력을 포함시켰고 프랑스와 영국은 탈원전 포기를 선언했다. 원전 건설을 금지했던 스웨덴도 2045년까지 원전 10기 건설을 밝혔으며 일본은 원전 수명 규제를 없애 60년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11 한국도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원전의 중요성과 중동과의 협력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나가며: 한국-중동 협력에서 개선되어야 할 분야, 가자지구 재건 기여

 
원조 수혜국에서 기부국으로 전환한 한국은 책임감 있고 신뢰받는 글로벌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자 그간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확대해 왔다. 2023년도 ODA 지원액은 2022년보다 11.4% 증가했고 2024년도의 ODA 예산은 역대 최대 폭인 31.1%로 확대한 규모였다. 2025년도 ODA 예산은 2024년 대비 8.5% 증가한 약 6조 7,972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국내 기업들도 미래에 대비한 장기 투자라는 관점으로 인도적 지원을 늘려왔고 2023년 유엔 난민기구에 대한 시민 모금 등 민간의 기여가 정부 기여를 뛰어넘는 4천 9백 만 달러를 기록했다.12

대(對)중동 원조 정책과 관련해 한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시리아, 예멘, 팔레스타인, 이라크에 인도적 지원금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터키, 레바논, 요르단의 난민촌을 지원했으며 국내에 들어온 시리아와 예멘 출신 난민에게 인도적 지위를 부여하는 중요한 조처를 했다. 특히 2008년에 코이카 팔레스타인 사무소를 설립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위한 인도주의 정책을 확대했다. 2013년 서안지구에 국립 약물중독재활 치료센터와 바이오 연구센터 건립을 착수하고 의료장비를 제공했으며, 2016년에는 ‘소녀들을 위한 더 나은 삶(Better Life for Girls)’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건 지원과 교육을 시행했다. 2018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산하 외교부의 행정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해 공무원 역량 강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9년에는 헤브론에 위치한 폴리테크닉 대학교 바이오 연구센터를 열었고, 2020년에는 700만 달러 규모의 양자 무상협력 결과로 라말라에 공무원 교육원을 세웠다. 또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인도주의 긴급 지원을 시행했다.13 한편 국가가 문화유산을 스스로 보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지속 가능한 유산 개발 역량 강화 사업의 방편으로 이집트의 최대 규모 신전인 룩소르 라메세움 복원 원조 사업 등에도 나섰다. 이에 문화재청도 2024년 ODA 사업 관련 예산을 2023년 대비 173% 증가한 130억 8천 800만 원으로 증액했다.14

2023년 10월에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한국은 중동 내 인도적 지원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쳤다. 전쟁 직후 2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데 이어 2024년 4월 가자지구의 상황 개선을 위해 800만 달러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이 시작되자 3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금을 레바논에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중동에 대한 원조와 인도주의 정책은 여전히 취약하다. 2023년도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총소득 대비 ODA 비중은 0.17%로 회원국의 평균인 0.37%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의 ODA 규모는 일본의 약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대(對)중동 ODA 규모는 더 작다.15 2024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이 일본을 앞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경제력과 국격에 걸맞은 기여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한국의 ODA 지원은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에 집중되어 있고 중동 국가에는 위기 시 긴급 구호의 형태로 제공되는 반면, 일본은 1970년대부터 다져온 중동 국가와의 경제협력 사업과 더불어 원조정책 및 재건 지원 프로젝트도 활발히 벌여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건설해 왔다.16

대(對)팔레스타인 인도적 지원과 재건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포함한 걸프 산유국이 아랍과 이슬람 세계에서 위상을 유지하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신경 쓰는 의제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치열하게 벌이는 역내 경쟁 속에서도 정당성 확보와 직결된 주요 사안으로 민심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편 한국은 중동 방산과 원전 시장에서 일본보다 더 높은 수출 실적을 내면서 이러한 경제적 성과에 비해 정작 원조나 인도주의적 기여가 적은 점은 이들 나라가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평화헌법과 무기 수출 규제 원칙으로 인해 방산 수출에 제약을 받아왔고, 최근 들어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해 글로벌 방위산업 이전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중동 방산 시장에서는 당분간 한국의 우위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이 ‘경제적 이익은 앞서가면서 인도적 책임에는 소극적이다’라는 인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 동시에 재건 기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가자지구 내 급진주의 무장 조직이 아닌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직접 돌아가도록 투명한 외교적 소통과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해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를 불식하고 원조의 실효성과 신뢰도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직후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폐지하는 수준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해외원조 프로그램 대부분을 중단시켰다. 이러한 기조는 팔레스타인 정책에도 반영되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인수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가자 재건 구상’을 제시하면서도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재원은 물론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를 위한 자금도 미국 정부가 조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가자지구 재건 과정에서 자국의 직접적 재정 투입보다는, 주요 동맹 우방국이 보다 큰 기여를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은 그동안 중동 대부분의 국가들과 함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두 국가 해법과 항구적 평화의 필요성에 공감해 왔다. 이제 한국이 국가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고, 중동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글로벌 리더십을 공유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최악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한 원조와 기부를 확대하고, 전후 재건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는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하지만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석유 수출 확대 정책을 펼치면 한국 정부는 미국산 원유의 비중을 늘려 중동에 편중된 원유 도입처를 다변화하고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낮추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H. Yoo, 2024, “Energy sector in South Korea – Statistics & Facts,” Statista, September 19.
  • 2. 강금윤, 2024, “한-UAE CEPA 주요 내용 및 우리 수출기업 인식 조사,” KITA 통상리포트 9호.
  • 3. Ji-Hyang Jang, 2024, “South Korea-GCC Ties : Dynamic Reciprocity” Commentary by Istituto per gli Studi di Politica Internazionale, June 18.
  • 4. 외교부, 2021, “보도자료: 2022-24년 우리나라의 유엔 예산 분담률 결정,” 12월 28일; Ji-Hyang Jang and Joseph A. Kéchichian, 2021, “Uncovering a Global Reputation: The ROK’s Stabilization Policy and Development Model in the Middle East and North Africa,” Asan Issue Brief 2021-4.
  • 5. 대한상공회의소, 2023, “보도자료: 중동 주요국과의 경제협력 과제 연구,” 10월 23일; Pieter D. Wezeman, Katarina Djokic, Mathew George, Zain Hussain, and Siemon T. Wezeman, 2024,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3,” SIPRI Fact Sheet, March 2024.
  • 6. Agnes Helou, 2023. “Saudi Arabia Military Industries wants to be top 25 global firm: CEO,” Breaking Defense, June 21; Nan Tian, Diego Lopes Da Silva, Xiao Lorenzo Scarazzato, Lucie Beraud-Sudreau , and Ana Caolinda de Oliveira Assis, 2023, 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22,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Report, April 23.
  • 7. A Mycle Schneider Consulting Project, 2024, The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November 7.
  • 8. “Korea and UAE agree to expand nuclear cooperation,” World Nuclear News, January 16, 2023; “KEPCO, ENEC to jointly promote overseas nuclear projects,” World Nuclear News, May 30, 2024.
  • 9. Osamah Alsayegh, 2024, “Ensure GCC’s Energy Future by Reconsidering Joint Nuclear Plant Collaboration,” Issue Brief of Rice University’s Baker Institute for Public Policy, December 19.
  • 10. Lami Kim, 2023, “Nuclear Belt and Road and U.S.-South Korea Nuclear Cooperation,” CSIS brief, April 24.
  • 11. Simon Johnson, 2023, “Sweden plans new nuclear reactors by 2035, will share costs,” Reuters, November 16.
  • 12. 국무조정실, 2024, “내년 ODA 규모 8.5%↑…“글로벌 중추국가 책임 다할 것,”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6월 20일.
  • 13. 차승만, 장은정, 김명진, 2016,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Better Life for Girls): 소녀들은 마음껏 꿈을 꿀 권리가 있다』, 한국국제협력단 국제개발협력 학술지; UNICEF, 2021, “Press release: UNICEF AND KOICA sign a memorandum of understanding to improve education quality in the west bank,” October 14.
  • 14. 국가유산청, 2024, “보도자료: 2024년 문화재청 주요정책 추진계획,” 2월 23일.
  • 15. Donor Tracker, 2024, “Donor Profile: South Korea,” Donor Tracker by SEEK Development, December 20; 국무조정실, 2023, “보도자료: 개발협력 7조원 시대 코 앞에 정부, 내년 ODA 규모 6조 8,421억원 요구액 의결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 위해 사상 최고액 기여키로,” 6월 30일.
  • 16. 외교부, 2023, “보도자표: 2022년 한국 공적개발원조(ODA) 27.9억불 지원,” 4월 13일;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2, “White Paper on Development Cooperation: Japan’s International Cooperation.”

아산정책硏, ‘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대만인 인식과 그 함의’ 아산리포트 31일 발표

보도자료 - Pres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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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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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硏, ‘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대만인 인식과 그 함의’
아산리포트 31일 발표

 
아산정책연구원은 3월 31일(월), 이동규 연구위원∙강충구 책임연구원∙김지연 연구원의 아산리포트 “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대만인 인식과 그 함의”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국민당과 민진당의 대중국 정책과 중국-대만 관계와 관련한 대만인의 인식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대만 관계를 전망하고 한국에 대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한다.

집필진은 대만인 인식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만 민주화 이후 대만인 정체성이 계속 증가했지만, 동시에 대만해협의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응답과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증가했음을 지적하면서, 국민당과 민진당의 대중국 정책이 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대만 대중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이 대만 정당과 대만 대중 간의 인식 괴리를 활용해 대만 독립노선을 취하는 민진당을 압박하는 한편, 국민당과 대만인을 회유하는 이원화 정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 보고서는 위의 분석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언한다. 첫째, 한국 정부는 중국-대만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미국이나 중국의 대만 정책 외에도 대만 내 정치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한국 정부는 민진당 및 국민당과의 비공식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한국-대만 간 학술 교류를 격려해야 한다. 둘째, 대만인 인식과 대만 정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 중심의 입장을 세우고 이를 전달해야 한다. 한국은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강조할 때, 현상유지와 양안 경제교류를 선호하는 대만인 인식의 증가를 활용해 중국의 반발을 불식시켜야 한다. 또한, 미국 및 일본과의 협력 과정에서도 이러한 대만인 인식을 강조함으로써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보다 북한의 군사위협이 더 시급한 문제임을 부각하고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에 집중시켜야 한다. 셋째, 중국의 대대만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에 대한 중국의 회유와 강압에 대비해야 한다.

 
*리포트 관련 문의:
이동규 연구위원 02)3701-7346, dglee@asaninst.org
강충구 책임연구원 02)3701-7343, ckkang@asaninst.org
김지연 연구원 02)3701-7360, jykim22@asaninst.org

아산리포트_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대만인 인식과 그 함의_앞표지

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대만인 인식과 그 함의

요약

 
1980년대 대만 민주화 이후 대만 내에서는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으로 인식하는 ‘대만인 정체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와 COVID-19 팬데믹 사태는 대만인의 반중 정서와 중국 위협 인식을 높였다. 2024년 총통 선거에서 독립노선을 추구하는 민주진보당(民主進步黨, 이하 민진당)이 승리하고 3연속 집권에 성공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입법원 선거에서는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 이하 국민당)이 승리하며 국민당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확인됐다. 이것은 대만인이 대만 문제를 바라볼 때, 대만인 정체성 외에 다른 요인들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점에서 본 리포트는 대만 내부의 관점에서, 즉 대만 정당의 양안 정책과 대만인의 인식을 분석하고 대만의 국내 정치 변화와 대외정책을 전망한다. 이는 대만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2장은 1980년대 대만 민주화 이후 대만 정치에서 주요 대립요인으로 작용하는 대만인 정체성과 통일-독립 논쟁 배경을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당과 민진당의 양안 정책 특징을 분석한다. 국공내전에서 패배해 대만으로 퇴각한 국민당은 중국공산당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진당과의 차별성을 내세우기 위해서 ‘92 컨센서스(1992 Consensus)’1를 기반으로 중국과의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대만 본토 출신 인사들을 주축으로 창당된 민진당은 대만 독립노선과 탈중국화, 대만인 정체성 고양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대중 경제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교역 다변화와 미국의 대중 강경책 편승을 특징으로 하는 양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민당과 민진당은 서로 상충되는 양안 정책을 시행해 왔는데, 이것은 어느 당이 대만 집권당이 되는지에 따라 대만의 양안 정책, 더 나아가 대외정책의 방향이 전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3장은 대만인 정체성, 통일-독립 인식, 양안 경제교류, 정당 지지도를 중심으로 중국-대만 관계와 관련한 대만인의 인식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 대만 민주화 이후 대만인 정체성이 계속 증가했지만, 동시에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응답과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정당 지지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는 대만 유권자들의 관심이 대만인 정체성이나 통독 논쟁에서 현실 문제 해결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각 정당의 양안 정책이 양안관계에 대한 대만 대중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는 민진당과 국민당이 대만 대중의 필요와 요구보다는 정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상호 차별화된 양안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만인 인식 조사 결과는 향후 각 정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서 기존의 양안 정책을 점진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한, 이것은 중국이 대만 정당과 대만 대중 간의 인식 괴리를 활용해 대만 독립노선을 취하는 민진당을 압박하는 한편, 국민당과 대만인을 회유하는 이원화 정책을 강화해 나갈 것을 시사한다.

본 리포트는 위의 분석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언한다. 첫째, 한국 정부는 양안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미국이나 중국의 대만 정책을 관찰하는 동시에 대만 내 정치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 대리전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민진당과 국민당의 양안 정책은 상호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24년 총통 및 입법원 선거에서 대만 내 정치구도 변화의 가능성이 나타났다. 그런 만큼 미국과 중국의 인식과 정책뿐 아니라 대만 내부의 변화와 향후 정책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한국 정부는 민진당 및 국민당과의 비공식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한국-대만 간 학술 교류를 격려해야 한다.

둘째, 대만인 인식과 대만 정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 중심의 입장을 세우고 이를 전달해야 한다. 대만 문제가 한국의 국익과 연결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대만 문제는 내정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한국이 대만해협과 관련된 발언만 해도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범위를 대만해 협으로 확대하려고 하고, 대만도 이에 편승해 대만해협 유사 사태 시 한국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요한 해상교통로인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지지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중국의 반발을 야기해 한중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안보협력의 초점이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를 향하도록 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현상유지와 양안 경제교류를 선호하는 대만인 인식의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지지하고 강조할 때 이러한 대만인 인식을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이거나 미국의 정책에 동조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중국의 반발을 불식시켜야 한다. 또한, 미국 및 일본과의 협력 과정에서도 이러한 대만인 인식을 강조함으로써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보다 북한의 군사위협이 더 시급한 문제임을 부각하고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에 집중시켜야 한다.

셋째, 중국의 대대만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에 대한 중국의 회유와 강압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작전(influence operations)에 대한 우려와 경각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드 사태와 COVID-19 팬데믹을 계기로 반중 정서가 확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중 간 경제 및 인문 교류, 국내 정치의 분열, 중국의 영향력 작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작전에 취약한 상황이다. 양안관계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이 대만에 대한 회유와 강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사례 연구는 한국이 향후 중국의 영향력 작전에 대비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목차

 
요약
 
I. 들어가며

II. 국민당과 민진당의 양안 정책
   1. 통일-독립 논쟁과 대만의 정치 구도
   2. 국민당 양안 정책의 특징
   3. 민진당 양안 정책의 특징

III. 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대만인 인식 조사
   1. 대만인 정체성
   2. 통일-독립 인식
   3. 양안 경제교류
   4. 정당 지지도

IV. 대만인 인식이 대만 문제에 주는 시사점
   1. 정당-대만인 간 인식 괴리
   2. 중국 대만 정책의 이원화

V. 정책 제언

참고 문헌

본 보고서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92 컨센서스’는 1992년 11월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兩岸關係協會)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海峽交流基金會)가 합의한 것으로 대만과 중국 양측이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은 인정하지만 ‘중국’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을 허용(各自表述)’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것은 정통성 문제를 둘러싼 양안 갈등을 유보하고 양안 교류의 단초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국민일보] 어떤 국제질서를 꿈꾸는가

지난 수년 동안 우리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위기를 경험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상호 단절과 각자도생의 경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보여준 강대국 일방주의와 약육강식, 증오와 불신을 먹고 자라난 각종 지역분쟁, 국제 정치와 국내 정치 모두에서 발생하는 민주주의의 위기, 국제적 리더십의 부재 등은 정보화, 세계화, 자유화로 요약될 수 있었던 기존 국제질서를 훼손해 왔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국제질서의 대격변 속에서 우리도 가치에 충실하기보다 ‘실용적’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랜 동맹국도 냉엄한 국가 이익의 기준을 들이밀고 있는 마당에 굳이 우리가 일부 주변국과 척지면서까지 자유민주주의, 인권, 규칙 기반 세계질서 등의 가치를 목소리 높여 주장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거일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것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존에 꿈꾸던 세계질서는 과연 무엇이었는가. 현재와 같은 혼돈과 불신에 편승하기만 하면 우리의 ‘실용’적 이익이 보장되는가. 아니 최소한 현상유지 정도는 가능한 것일까.

우리의 근현대사는 자유를 향한 열망의 과정이었고, 그 희망을 놓지 않은 우리의 의지와 국제사회의 지원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이뤘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우리의 경제 발전과 민주화 과정을 함께한 원동력이었다. 이러한 정체성을 부정하면서까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러·우 전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책임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유로마이단(Euromaidan) 운동과 친서방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 등을 근거로 들기도 한다.

만약 이러한 논거를 받아들인다면 6·25 전쟁에서의 ‘북침론’이나 우리의 원인제공론도, 중국의 항미원조 주장도 수용해야 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한·러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지지를 자제해야 한다면 1950년 당시 우리를 도운 16개 참전국과 6개 의료지원국의 행동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에 대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누구도 이런 강대국 시각 위주의 일방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다. 독일의 반나치 운동가였던 마르틴 니묄러의 시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First they came)’는 권위주의적 억압과 야만을 방관한 피해가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지적했고, 이는 국제정치에서도 다르지 않다.

가치나 체제가 다른 국가들과는 대립과 단절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건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천명을 통해 지금 평양이 하고 있는 행동이다. 다만 우리 스스로 중견국이고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목표를 표방한다면 최소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질서에 대한 애착과 수호 의지는 보여주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접근을 이념 위주 접근이고 진영 논리라고 평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냉전적 사고방식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위기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다. 이미 유럽연합(EU)을 포함해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많은 국가가 결속과 협력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지금일수록 우리가 지향하는 국제질서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능력을 키우고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y)과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미국 역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위상과 번영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면에서 정책 재검토의 시기를 거칠 것이다. 그동안은 우리가 흔들리는 동맹국을 확신시키고 우리의 역할을 확대, 강화한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자유주의 국제질서도, 동맹도 지켜나갈 수 있다.

 

* 본 글은 3월 31일자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중앙SUNDAY] 내전은 승자독식 대통령제에서 발생하는 경향 있다

두 달 남짓밖에 안 되었지만, 트럼프 2기의 출범은 전 세계에 안보, 경제, 민주주의 차원의 심각한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 안보 차원을 보자.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을 멀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권위주의 지도자와 밀착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즉각적인 우크라이나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을 러시아, 북한, 벨라루스와 같은 편에 서서 반대했다.

경제 차원에서는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중국, 유럽, 아시아의 중요 무역파트너 국가들의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해외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유치하여 제조업을 부활하겠다는 전형적인 중상주의 정책이다. 동맹국 미국에 안보를 의지하고, 자유무역이라는 국제규범의 혜택을 누리며 경제성장을 이뤄온 한국은 큰 불안과 고민에 빠졌다.

트럼프 2기 출범의 세 번째 도전은 민주주의의 후퇴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배하는 공화당은 의회 상하원 다수 의석을 장악했고, 대법원도 그를 지지하는 보수적 대법관들이 다수다. 그런 상황에서 이달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인들을 추방하지 말라는 연방판사의 판결을 무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 판결을 내린 판사의 탄핵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존 G 로버츠 대법원장은 “2세기 이상 동안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의견 불일치를 해소하는 방법은 탄핵이 아니라, 다른 정상적인 사법절차가 있었다”며 공개 반박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논객 로버트 케이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을 공화적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 정치 시스템으로 확 바꾸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 정치가 건국 초기의 민주주의, 삼권분립 등 자유주의적 건국의 아버지들에 반대했던 반자유주의의 흐름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유를 인종 갈등에서 찾는다. 트럼프는 2011년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와 관련한 적법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공화당의 백인 기독교 국가주의자들이 트럼프 중심으로 뭉치면서 결국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경제적 불평등이 미국 민주주의 약화의 뿌리라고 주장한다. 인종주의도 과거 미국의 노예제가 남부에서 유지될 때 소수의 부유한 백인 농장주들이 부유하지 않은 다른 백인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조장한 이념이었다는 것이다. 정체성 갈등이나 문화적 갈등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경제적 이익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지금의 민주주의 위기도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탈산업화 과정에서 진행된 경제적 불평등 심화와 양극화로 인한 정치적 불만 누적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를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주의자(Trumpist)들이 활용했다는 것이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세계화, 자유민주주의,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추진해 온 세력과 다양성과 같은 그들의 담론 자체를 몰아내고 있다.

민주주의 후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스라엘에서는 2023년 이래 베냐민 네타냐후 우파 정부가 사법부의 권한을 제약하려 개혁을 시도하다가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모범적 민주국가 독일에서는 나치에 동조하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올해 총선에서 20.8% 득표로 두 번째 다수 정당으로 부상했다. 그런데 이 정당을 미국의 밴스 부통령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이 지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24년 반이민, 국가주의를 내세우는 극우주의자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National Rally)이 의회선거 1차 투표에서 34%를 확보했다.

스웨덴의 한 연구소(V-Dem Institute)는 2024년 현재 지난 20여 년 이래 처음으로 독재국가들이 민주국가들보다 많아졌다고 발표했다. 지구 인구의 4분의 3이 독재정부 치하에서 살고 있는데 이는 1978년 이래 최고로 높은 비율이라고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사는 인구는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강력한 민주주의 후퇴의 광풍이 한국에도 몰아칠 가능성이 몹시 우려된다. 지금의 우리 민주주의도 사실 위태위태하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삼권 분립, 그중에서도 사법부의 독립이 과연 잘 지켜지고 있는지 많은 국민들이 의심한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탄핵 남발로 인한 혼란은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허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념, 지역, 계층, 세대, 젠더까지 겹겹으로 갈등이 중첩되고, 일부 무책임한 소셜미디어들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본산으로 여겨졌던 미국 민주주의의 후퇴가 걱정스럽다. 전시효과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이 민주주의 원칙 준수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을 낮추거나 제거해 버릴 위험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바로 지금이 제왕적 대통령제와 무한 갈등의 정당정치를 개혁하고 지방자치제를 강화해서 한국 민주주의의 내구성을 튼튼히 해 놓아야 할 때이다. 그래야만 거의 내란 수준에 준하는 극단적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의 길을 열면서 안보, 경제 분야의 도전도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내전은 승자독식 대통령제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정치학자 바버라 F 월터 교수의 경고다.

 

* 본 글은 3월 29일자 중앙SUNDAY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