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COVID-19 팬데믹의 전개와 극복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급성호흡기감염병(COVID-19 또는 SARS-CoV-2)은 2019년 12월 중국 우한(Wuhan)에서 최초 확진자가 보고되었고, 인접국인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1월 우한 거주자의 해외유입으로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COVID-19은 전세계로 확산되어,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COVID-19을 감염병 유행의 최고단계로 규정하며 “팬데믹(Pandemic; 범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였다. COVID-19 팬데믹 기간 중 전세계는 유래 없는 이동과 모임에 대한 제한 및 통제 조치를 시행할 수 밖에 없었고, 국내적으로도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에 따른 일상 생활 변화 등은 정책적 시행조치를 넘어서 감염병 시대를 상징하는 문화의 일면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2022년부터 백신과 치료제의 보급 증대에 따라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달성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팬데믹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여전히 COVID-19 팬데믹으로부터의 일상 회복은 국가별 격차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2022년 10월 국내 입국 전 PCR검사 의무화 조치가 폐지되면서 팬데믹 시기의 통제를 대표했던 해외 이동에 있어서의 엄격한 제한이 사라졌고 2022년 9월에는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 2023년 1월 대중교통과 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한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자율 권고로 전환되면서 팬데믹 이전의 일상 회복이 가시화되었다. 2023년 3월 20일 COVID-19 팬데믹 대응 방역조치의 상징같이 남아 있던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시행 2년 5개월 만에 해제하면서 팬데믹 이전의 일상이 사실상 회복되었음을 알리게 되었다. 여전히 병원, 요양기관 등 감염취약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와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는 방역조치로서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1 오는 4~5월 중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COVID-19 비상사태를 해제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식적인 COVID-19 팬데믹의 종언과 완전한 일상 회복을 앞두고 있다.
COVID-19 팬데믹의 경험은 위기의 종식과 더불어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감염병을 비롯한 유사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위기의 도래 시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지식으로 축적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경험과 지식이 위기 대응 정책들을 개선하고 제도화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지난 3년간의 인적, 경제적, 사회적 피해와 손실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긍정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다른 주요 국가들 대비 특히 높은 감염율과 낮은 치사율을 보였던 COVID-19 감염병은 일곱차례의 “대유행”으로 전개되어졌는데, 특히 여느 국가들과는 다른 패턴으로 감염과 사망의 급증이 일어났던 2022년 3월을 전후한 제5차 대유행 시기의 방역정책 전환에 대한 결과에 대해서는 엄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아울러 잦은 변화가 있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의 재정립이나 3년 동안 펜데믹 대응을 위해 투입되었던 재정의 효과에 대해서도 관심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1) 투명하고 예상가능한 위기 대응 매뉴얼과 국민준칙을 마련하고, (2)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의 권위와 책임을 보장하며, (3) 위기의 성격에 따라 전문가 그룹의 역할 및 전문성이 존중되는 위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4) 위기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함께 소위 “가짜뉴스”들은 엄정하게 관리되고, (5) 대응책 마련에서 취약계층은 집중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며, (6) 예방을 위한 투자와 재난 복원력을 강화하는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7) 감염병과 같이 국경을 초월하고 바이러스 같은 비인간이 주체가 되는 신흥안보 위기의 특성 상 국제적인 다자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범국제적 위기 대응 시스템의 구축 과정에서 중견국가의 외교력을 발휘하고 국제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대외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COVID-19 팬데믹 위기 대응의 결과 및 평가
지난 3년 간의 팬데믹 위기는 큰 인적 피해는 물론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적 피해와 손실도 가져왔다. 팬데믹 기간 중 전세계 79억 인구의 9.6%에 달하는 약 7.6억명이 감염되었었다. COVID-19 감염병은 감염성이 높은 바이러스의 일반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낮은 치사율(0.9%)을 가졌기는 했지만, 그 사망자는 687만명에 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월 10일 현재 약 5천2백만 인구의 59%인 3,058만여명의 누적감염확진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중 0.1%인 3만4천여명이 사망했다.
표1. 주요 국가 COVID-19 감염병 확진자 및 사망자 수 (2020.1-2023.3)
주: 재감염 여부는 고려하지 않음.
자료: WHO. Coronavirus (COVID-19) Dashboard (https://covid19.who.int). 2023년 3월 10일 기준. 감염율 계산을 위한 국가별 인구수는 The World Factbook (www.cia.gov/the-world-factbook) 참고.
COVID-19 감염병에 의한 한국의 인명 피해 상황은 다른 주요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감염율과 낮은 치사율이라는 특이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주요 10개국들의 평균에 비해 한국의 인구대비 감염율은 2배 가까이 높았으나, 치사율은 8배 이상 낮았다. 낮은 치사율은 우리나라의 효과적인 의료시스템, 고령자 및 고위험군환자의 선제적 격리, 높은 백신접종률 등에 기인하는 것이라 평가받을 수 있다.2 특히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 당시의 경험을 통해서 격리외래환자를 관리하면서 격리중환자실과 음압병실을 운영하는 지역별 거점병원의 시설표준을 완비하고 운영 제도를 마련하는 등 선제적으로 정책적 대비를 해두었던 것은 COVID-19 펜데믹 대응의 의료현장에서 중증화를 예방하고 치사율을 낮추는데 매우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한국 국민들의 높은 보건의식에 기초한 여느 국가보다 높았던 마스크 착용율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준수 등을 고려할 때, 여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감염율을 보였던 것에 대해서는 그 원인에 대해 관련 분야에서의 연구와 분석을 필요로 한다.
(1) 7차례의 대유행과 방역 관리 문제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2022년 1월에서 6월의 기간 중에 팬데믹 기간 중 가장 높은 감염율과 사망률을 보였는데, 이는 국제적으로는 감염률이나 사망률 모두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던 시기라는 점에서 국내적인 대응 관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는 소위 국내 팬데믹의 “5차 대유행” 시기로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종이 등장하여 확산하고 있는 한편으로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었다. 감염율과 사망률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시행된 방역조치의 완화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COVID-19 팬데믹 대응에 따른 국민적 피로감과 영세업자 및 중소상인들의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는 여론에 따른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감염의 예방 및 치료가 국가적 관리에서 개인적 관리로 변환한 “일상회복”이 아닌 정부의 “방역포기”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바 있다.3
자료: WHO. Coronavirus (COVID-19) Dashboard (https://covid19.who.int). 2023년 3월 10일 기준.
2022년 상반기 국제적 추세와는 달리 국내적으로는 최대의 대유행 기간이었던 “5차 대유행”으로 말미암아 도시봉쇄 등 극단적인 조치들 없이도 팬데믹 대응을 적절하게 할 수 있었던 소위 “K-방역”의 신화는 빛을 바래게 되었다. 과거 MERS 사태 당시 의료시설에서의 감염자 관리 미숙 등과 같은 위기 관리 및 대응 능력에 나타났던 문제점들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정책적 수정과 보완이 이후 감염병 위기 대응의 선진화에 기여했었다. 따라서 COVID-19 팬데믹 초기의 중국발 입국통제나 마스크 생산과 수급, 그리고 중국산 백신 도입 문제 등에서 나타났던 국내적 논란의 원인이나 정부 정책들에 대한 문제점들도 반드시 복기되고 평가되어 유사시 혼선을 줄이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만 한다.
(2) 단계적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COVID-19 팬데믹 대응 조치들 중 국민의 일상생활과 기업 활동, 즉 국가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대해서는 이번 경험을 계기로 보다 지속가능한 위기 대응 체계 및 실행조치로 제도화되어야만 한다. 전세계적인 감염병 대응 조치로서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2020년 2월 특정한 기준이나 행동규범 없이 사회적인 캠페인 개념으로 시작되어, 한달 뒤인 2020년 3월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집단감염 위험시설 운영제한 조치”등과 더불어 행정명령의 형태로 강제력을 지니게 되었다.
표3. COVID-19 팬데믹 대응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3개월 뒤 2020년 6월 “각 단계 별 조정 기준 및 조치 필요사항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여 예측가능성 및 신뢰도를 높이고자”4 일일확진자 수에 기초한 단계적 조치로 “3단계 체제”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COVID-19 감염병에 대한 연구나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시기에 섣부르게 설정했던 단계별 기준의 비현실성으로 말미암아 2020년 8월부터 “2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일평균 142.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5 당시 기준으로 100명 이상의 일일확진자 발생 시 조치되어야 하는 3단계 대응 사회경제활동의 금지, 즉 “봉쇄(shutdown)” 조치는 시행하지 못 하고 “2.5 단계”라는 임기응변식의 기형적인 단계별 조치를 시행하였다.
결국은 시행 5개월도 되지 않아 “5단계 체제”로 수정하였지만, 3단계 체제에 의해서는 가장 높은 단계의 조치인 도시봉쇄를 해야 했던 100명 이상의 일일확진자 발생 조건이 5단계 체제에 따르면 “생활속 거리두기”라는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들을 시행하는 조건이 되어지면서 정부의 섣부른 기준 설정이 비난을 받았다. 봉쇄에 의한 민생경제의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고려한 정부의 조치였지만, 명확한 기준과 행동양식을 예상할 수 없는 정부의 방역정책으로 인해 사회불만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현재 COVID-19 팬데믹 기간을 통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조치는 최종적으로 “4단계 체제”로 정비되었지만, 확실한 국민 행동과 기업 행위의 투명하고 예상가능한 대응 지표 및 위기 대응 행동양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 점검되어 이후 신흥감염병의 발생 시 혼란없이 적용할 수 있는 위기 대응 조치로 정착시켜야만 한다.
(3) 재정투입 효과에 대한 평가 필요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의 경제적 피해와 손실 등에 대응하고 팬데믹 상황의 극복을 위해 투입된 예산의 쓰임에 대한 평가도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지난 3년 간의 팬데믹 기간 중 펜데믹 극복과 민생안정, 경기회복을 목적으로 8차례에 걸쳐 193조원 가까이 투입되었던 추가경정예산의 지출 및 효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감염병은 물론 예상치 못했던 위기의 도래 시 위기상황의 극복은 물론 그에 동반되는 경제적 위기의 극복을 위해서 효과적인 정책수단들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주: 추가경정예산 규모는 세출확대와 세입경정의 합
자료: 한국재정정보원. “코로나19 이후 추가경정예산 추이.” 재정통계BRIEF (2022.6.9);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코로나 완전극복과 민생안정” (2022.5.1); 국회예산정책처.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2022.5) 참조.
과거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했었던 1968년의 홍콩독감(A/H3N2)이나 2009년의 신종인플루엔자(A/H1N1) 감염병들과는 달리 COVID-19 팬데믹 사태는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내외 이동과 교류의 제한이나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중심주의의 부흥에 따른 공급망 위기 등이 수반되었다. 복합적인 위기상황은 여타 20세기의 팬데믹 상황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심각한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민생불안을 야기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재정투입 및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으로 대응하였다. 3년을 지나며 팬데믹을 극복하였고 일상을 회복하였지만, 팬데믹 대응 확장적 재정정책의 결과로 인플레이션과 같은 경기불안 요인들과 더불어 국가채무비율의 급증에 따른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림2. 국가예산 및 국가채무 추이, 2016~2023
자료: E-나라지표(www.index.go.kr);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2023년 예산안 국회확정” (2022.12.24).
팬데믹 대응과 경기회복을 위해 2020년부터 3년간 국가 예산은 매년 전년대비 9% 정도 늘었으며, 2020년 이전까지 GDP 대비 36% 전후였던 국가채무는 50% 가까이로 급증하였다. 비록 OECD 국가들의 평균인 GDP 대비 90%선과 비교해서 아직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OECD가 권고하고 있는 국가채무비율 GDP 대비 60%선에 여느 국가들의 경험보다도 빠르게 다다르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6
팬데믹 위기 상황을 맞아 적극적인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투입된 재정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었고 투입효과가 있었는지를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2008년 사적금융시장에서 비롯된 금융위기와 달리, 팬데믹이라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의 유동성을 공급하려던 정부의 재정, 금융 정책이 이후 또다른 위기상황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난 3년 간의 비상 경제정책이 위기상황 대응에 유효하였는지에 대한 평가와 점검은 이후 위기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유효한 재정 투입 방안들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COVID-19 팬데믹 위기 대응의 정책적 시사점
COVID-19 팬데믹은 그로 인한 인적 혹은 사회·경제적 피해와 손실이 막대하여 종언과 더불어 잊혀질 수 없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남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신흥감염병은 또다시 창궐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팬데믹의 경험에 대한 평가를 통해 보다 개선된 대응 조치들과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전쟁이나 경제불황과 같은 전통적인 위기상황에 대한 경험의 축적은 그 위험에 대한 지식과 경각심을 높여 위기대응시스템에 대한 개선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게 해주었다. 대표적인 신흥안보 위기의 사례로서 COVID-19 팬데믹과 같은 신흥감염병 대응 경험은 보건·의료 시스템의 개선은 물론 백신과 치료제 개발과 같은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도 연결되어져야만 할 것이다.
(1) 투명하고 예상가능한 위기 대응 매뉴얼과 국민준칙의 마련
팬데믹을 경험하며 확실하게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은 감염병과 같은 위기상황 대응 매뉴얼의 필요성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감염병 대응 조치들은 그 성격 상 국가경제과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상황기준에 따라 따라야 하는 준칙들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예상가능한 조치여야만 한다. 위기 상황 중에 수차례 바뀌며 혼란을 주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현재의 4단계 체제 역시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재평가를 통해서 이후 감염병 위기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지속가능한 대응조치로 정착시켜야만 한다.
(2) 컨트롤타워의 권위와 책임 보장
위기 대응 매뉴얼의 재정비는 위기상황을 책임질 컨트롤타워의 명확한 정립을 포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었던 질병관리본부를 2020년 9월 감염병 관련 정책수립과 집행 및 감염병 재난 관리의 주관기관으로서 독자적인 권한을 갖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켰다. 그러나 신설한 청와대 방역기획관이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범정부대책지원본부,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등과 같은 중앙정부 조직들은 물론 지차체 별로도 수많은 대응 조직들이 난립하여 COVID-19 대응 방역조치들의 시행에 관여하면서, 질병관리청은 팬데믹 대응 컨트롤타워로서의 권위와 역할을 보장받지 못했고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받아 왔다. 권위와 책임을 갖는 컨트롤타워의 존재와 역할은 위기상황의 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며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위기의 성격에 따른 명확한 컨트롤타워를 정립하여 전문적이고 일관된 대응조치들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3) 위기 성격에 따른 전문가 그룹의 역할 및 전문성에 대한 존중
재난이나 위기는 인위적으로 예방할 수 없고 자연발생적일 수 있지만 이후의 상황은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 즉 위기 자체의 성격을 넘어서 그 상황을 통해서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이익과 손실이 발생하기도 함에 따라, 위기 대응에 대한 목표 설정이나 대처 과정에서 많은 이견(異見)들이 나타나게 된다. COVID-19 팬데믹의 대응 초기에 나타났던, 청와대 방역기획관과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의료전문가들 간의 백신 도입을 두고 나타났던 이견과 그로 인해 백신 확보에 뒤쳐질 수 밖에 없었던 결과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감염병과 같은 의료 및 보건 분야의 특수한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위기 대응에 있어서,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고려에 앞서 위기 본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지닌 전문가 그룹의 전문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부차적인 정치적, 경제적 파급효과보다는 위기의 본질과 성격에 대응하는 대처가 위기 극복의 핵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4) 정보의 공개와 가짜뉴스 관리
위기 상황은 심리적인 공포를 동반한다. 특히 감염병과 같은 신흥안보 위기의 경우, 경험치가 낮고 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대중적이지 않음에 따라 무지(無知)에서 오는 공포와 두려움은 그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대중들을 동요함에 따라 또다른 위기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위기의 본질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과 정보의 효율적인 전달과 함께, 위기 상황의 현황에 대한 공개는 국민들의 공감과 대응 조치 준수를 유발할 수 있는 기초가 되어준다. 2015년 MERS 사태 당시, 정부의 감염자 및 입원상황 실태를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일반 국민들이 겪었던 불안과 공포는 그 감염병의 본질에서 비롯되는 것 보다 더욱 큰 사회적 공황상태를 야기했었다. COVID-19 대응 과정에서의 질병관리청의 투명한 정보 및 현황 공개는 이런 점에서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정보의 공개는 위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매점매석과 같은 사회혼란을 방지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아울러 부족한 정보와 지식은 소위 가짜뉴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정보통신기기와 소셜미디어(SNS; Social Network Services)의 대중화로 인해 가짜뉴스는 실시간으로 일반대중들에게 전파될 수 있고, 필요치 않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엄격한 관리와 처벌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가짜뉴스보다 앞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는 무지의 공포를 극복하고 사회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취약계층 집중 관리
여느 위기 상황과 마찬가지로 COVID-19 팬데믹 시기의 가장 큰 피해와 손실은 경제적 취약계층, 즉 빈곤층과 저소득층에게 집중되었고, 감염병이라는 질병이 야기한 위기였음에 따라 노년층과 기저질환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되어 있다. 일례로 국내 COVID-19 확진자 중 사망률(치사율)은 0.11%이지만 80세 이상은 1.94%, 70세 이상은 0.45%, 60세 이상 0.12%, 50세 이하는 0.02%로, 사망자의 94.7%가 60세 이상으로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다.7 경제적 취약계층과 노년층은 사회적 약자로서 재난의 성격과 상관없이 위기 상황 도래 시 항상 주된 피해를 입는 대상이다. 취약계층 집중 지역과 시설에는 보다 우선적인 정책적 고려를 통해서 지원이 가장 먼저 이루어지도록 제도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지난 3년 간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통한 지원책들이 이들 계층의 피해와 손실 완화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다 효율적인 지원 방안들을 마련하는데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 예방을 위한 투자와 재난 복원력 강화
감염병이라는 질병이 지닌 인류와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하는 특성은 COVID-19가 우리가 경험하는 마지막 감염병이 아님을 의미한다. COVID-19 역시 2002년의 SARS나 2015년 MERS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일종의 중증호흡기증후군으로, 과거 존재하던 감염병 바이러스의 진화된 변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새로운 신흥감염병의 예방과 대응에 있어서, 금번 COVID-19 팬데믹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신흥 감염병의 대부분이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 zoonosis)이라는 점에서 가축이나 야생동물과 인간과의 접점에 대한 관리가 감염병 예방의 시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조치의 개선과 함께,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 능력에 대한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는 이후 등장할 수 있는 감염병 재난에 대응력을 높여줄 것이다.
아울러 COVID-19 팬데믹의 경험은 위기 극복 이후의 일상 회복은 물론 위기 이전의 안정된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한 국가적 역량, 즉 “복원력(resilience)”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고 있다. 팬데믹 위기로부터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등장한 인플레이션과 같은 경제위기가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이라는 점에서, 팬데믹 위기 극복 과정의 최종 종료는 그 대처 방안으로부터 기인된 경제 불안정이 해소되었을 때라 할 수 있다. 위기 상황의 대응을 위한 비상조치들의 해제로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위기 이전의 정상으로의 회복을 최종 목적으로 하기 위해서, 국가의 재난 복원력은 결국 하나의 위기로부터 파생되는 위기를 최소화하여 복합위기로 전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며, 위기극복을 위한 극단적인 처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재난 복원력의 확충이 구호 및 원조 방식에 비해 인명을 보호하고 인프라와 생계 및 사회 시스템을 보호하는데 더욱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8 “예방-대응-완화-복구”의 일반적인 재난 및 위기 관리 체계에서 사실 상 마지막 단계의 복구(복원)에 대해서는 그 개념에 대한 연구가 미비하고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9 국가와 사회의 재난 복원력은 재난 대응이 국가 주도에서 시민 참여를 포함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며, 행정력이 아닌 전문성 중심의 문제해결 능력이기도 하다. 아직은 지표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복원력에 대한 논의는 COVID-19 팬데믹을 극복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학문적, 그리고 제도적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7) 국제사회와의 공조 및 국제협력에서의 외교력 향상
감염병과 같은 신흥안보 위기의 국경 초월적 성격은 그 대응에 있어서 이웃국가들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필요로 한다. 국가 간 이동에 대한 통제로부터, 대응 물품의 원조와 지원, 공동대응책 마련 등 양자간 혹은 다자간의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위기 상황은 모든 국가들의 이기심을 고양시키는 만큼, 당시의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만 한다. COVID-19 팬데믹 기간 중 중국으로부터의 이동에 대한 국경 개방 문제나, 중국 백신의 허용 문제와 같은 양자 문제와 함께 백신 확보 및 수급 문제, 백신 개발 참여 문제, 저개발 국가 피해 지원 문제 등의 다자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었고, 이는 외교적인 문제와 함께 국내 사회에서도 찬반이 나뉘며 국론분열을 야기하기도 했다. 특히 2020년 초 국내 마스크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마스크를 지원을 한다는 소식에 대한 사회적 논란 등에서 보았듯이, COVID-19 팬데믹의 경험을 통해 얻어진 것은 국제사회와의 공조나 지원은 결국 자국민 보호와 국가이익이 우선되어야 국내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범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국가적 이기심을 극복하면서 공공선(public good)을 제공할 수 있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중견국가의 외교력과 국격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당시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을 선도하는 중견국가 역할을 자처하면서 “녹생성장(green growth)”이라는 글로벌 어젠다의 지도국가로서 우리의 외교적 역량을 넓혔던 경험을 참고할 수 있다. 국민보호와 같은 자국이익과 이타적인 국제사회에 대한 공헌 모두를 취할 수 있는 대외정책을 모색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이 필요할 경우 국민적 동의와 합의를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달려 있다.
감염병 역시 기후변화와 비슷한 대표적인 신흥안보위기 중 하나로, 범국제적 성격의 신흥안보위기의 경우 양자외교보다는 다자외교를 선택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국제 백신개발협력을 주도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백신연구소(IVI)”를 유치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COVID-19 팬데믹 기간 중 백신 개발과 보급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음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COVID-19 팬데믹의 경험을 통해서 범국제적 위기에 대응하는 다자외교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되어, 우리의 외교적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서 국제적 기여를 높일 수 있는 대외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결론: COVID-19 팬데믹 경험의 긍정적 수용
<위기사회 (Risk Society)>의 저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21세기 사회는 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이 위기들은 “예측불가능성(unpredictab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전체성(totality), 그리고 부분적 신뢰성(partial reliability)”의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보았다.10 COVID-19 팬데믹 위기는 이 특성을 확실하게 경험하게 해 주었다. COVID-19 감염병의 창발(emergence)을 전혀 예상하거나 대비할 수 없었고 발생과 전파, 그리고 진행과 종료 과정에서 우리가 지닌 기존의 지식과 정보는 불확실했으며 그 재난적 성격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개인들의 사회적, 경제적 활동 전체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가 지니고 있던 대응책들은 완전하지 못한 채 부분적으로만 유효하였다. COVID-19 팬데믹을 비롯하여 앞으로의 신흥위기 상황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므로, 위기 상황의 극복을 위해서 “전문성(expertise), 민주성(democracy), 그리고 국제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을 강조한 울리히 벡(Ulrich Beck)의 제안은 큰 의미가 있다. 즉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행정력은 정치성이 아닌 기술과 지식을 지닌 전문성에 기반하여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하며 위기의 전파력은 행정권의 통제를 넘어서는 것으로 전체 시민들의 신뢰와 협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고, 국경을 초월하는 위기의 성격으로 적극적인 국제협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COVID-19 팬데믹 위기는 전세계의 정부와 시민들이 신흥안보 위기의 특성을 체험할 수 있었던 중요한 경험이었다. 예측은 물론 실험으로 얻어질 수 없는 위기 상황의 경험은 상황의 극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부문의 평가들을 통해서 지식을 축적하고 제도적 보완을 가져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지난 3년 간의 팬데믹 대응 조치들에 대한 평가는 현재 우리 정부와 사회의 역량은 물론 앞으로의 보다 개선된 위기 관리와 대응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검사, 추적 그리고 격리 등을 포함한 방역시스템이나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 등의 시행조치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는 세계의 모범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마스크 생산 및 수급이나 백신 개발 및 확보 등의 과정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부족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팬데믹 3년간의 시행조치에 대한 평가와 개선은 정부 주도가 아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니고 이뤄져야 의미가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은 반드시 제도화로 이어져 이후 발생될 감염병을 비롯한 위기 상황에서 보다 나은 대응력과 회복력을 지닌 위기 대응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감염병과 같은 신흥안보위기의 대응에 있어서의 국제협력 및 다자외교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여, 위기 상황의 대응과 극복 과정 속에서 중견국가로서의 외교력을 발휘하고 국제적 기여를 도모하는 대외정책 역시 개선되어야만 한다. 이를 통해서 지난 3년간의 COVID-19 팬데믹의 경험은 큰 피해와 손실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나머지 방역조치들 역시 조만간 해제될 것이라 발표되었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20일 해제.” 연합뉴스. 2023년 3월 15일 자.
- 2. Lim, Soo and Minji Sohn. 2011. “How to cope with emerging viral diseases: Lessons from South Korea’s strategy for COVID-19, and collateral damage to cardiometabolic health.” The Lancet Regional Health, vol. 30. September 04, 2022: https://doi.org/10.1016/j.lanwpc.2022.100581
- 3. “재택치료는 코로나19 확진자 포기하겠다는 것… 방역 회피로 일관한 정부의 특별방역대책.” 메디게이트 뉴스. 2021년11월30일자; “섣부른 일상회복 ‘시기상조’… 방역의 질 높여야.” 의협신문. 2022년 3월 1일자.
- 4.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 2020년 6월 28일.
- 5.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 정보분석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2년 발생 보고서 (2020.1.20~2022.1.19).” 주간 건강과 질병, 제15권 제7호 (2022.2.17): pp.414-426.
- 6. 김광호. “韓 재정건전성은 양호, 문제는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 KDI 나라경제 인사이트 (2011.3): pp.70-71; “내년이면 나라빚 1,000조원 시대… 韓, 재정위기관리 가장 소홀,” 중앙일보, 2021년10월25일자.
- 7. 질병관리청. “국내발생현황” (https://ncov.kdca.go.kr). 2023년 3월 20일.
- 8. 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2014. Disaster Resilience: Topic Guide.
- 9. 임승빈. 2017. “재난의 복합화 현상에 따른 복원력(resilience)에 관한 연구.” 한국정책과학학회보, 21(4): pp. 179-195.
- 10. Ulrich Beck. 1992. Risk Society: Towards a New Modernity. New York: S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