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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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치러진 2024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만인들의 선택은 “현상유지”와 “세력삼분화”였다.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清德) 후보가 총통에 당선됨으로써 대만 정치사상 최초로 민진당의 3연속 집권이 이뤄졌지만, 의회 선거에서는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이하 국민당)이 승리하면서 집권당이 최초로 다수당의 지위를 잃었다. 전통적 양대 정당 구조가 약화되면서 의회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제3세력인 대만민중당(이하 민중당)의 협조가 필요해졌다. 입법 과정에서 민진당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서 대만 신정부의 국정 장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를 ‘미중 대리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선거 결과는 대만 내에 양안관계에 대한 거대 담론보다 민생과 청년 세대의 미래에 대한 대안 제시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음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대만 여론지형에서 친중 세력이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이에 따라 중국과의 대화와 교류를 대안으로 내세우며 정권을 되찾으려는 국민당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고, 향후 대만 정치에서 양안 위기 극복의 해법은 표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진당이 3연속 집권함에 따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행위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부상한다면, 미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범위를 한반도를 넘어 대만해협으로까지 확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자 것이다. 한국은 중요한 해상교통로인 대만해협의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노력이 중국의 반발을 야기해 한중관계가 악화되거나, 혹은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안보협력이 북핵문제보다 대만문제에 방점을 두며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조정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대만문제에 다음과 같이 접근해야 한다.

첫째, 한국 정부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과 한국이 할 수 있는 실제적 역량을 고려해 한반도 안보를 우선시하는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 둘째, 미국, 일본, 호주 등 역내 협력국과 의사소통을 확대하며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만해협 위기와 한반도 위기의 상호연결성을 기반으로 한국이 우선적으로 한반도 안정에 집중해야 오히려 대만해협 위기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셋째,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직접적이고 단독적인 발언보다는 지역 평화와 평화 공존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것이 대만문제로 인한 한중 간 갈등을 완전히 막지는 못할지라도 중국의 반발에 대응할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넷째, 미국과 중국의 입장 뿐 아니라 대만 내부의 변화와 향후 정책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대만과의 학술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선거 결과와 그 함의: 지정학적 긴장 속 ‘현상유지’와 ‘세력삼분화’

지난 1월 13일 치러진 대만 선거에서 현임 부총통이자 집권당인 민진당의 당주석인 라이칭더 후보가 득표율 40.05%을 얻으며 대만 총통에 당선되었다. 제1야당인 국민당 후보가 33.49%, 제2야당인 민중당 후보가 26.46%를 기록했다. 근소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민진당과 국민당 후보 사이의 득표율 차가 크게 나타났지만, 2020년 대선에서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득표율 57%로 당선되었던 것에 비하면 라이 당선자의 득표율은 17%가 낮아진 것으로 유권자의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한 총통이 되었다.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는 총 의석수 113석 중 국민당이 52석, 민진당이 51석, 민중당이 8석, 무소속이 2석을 얻었다. 국민당이 다수당이 되었지만 과반 의석인 57석을 넘기지 못함으로써 대만의 전통적 양대 정당인 국민당과 민진당 어느 쪽도 단독으로 의회의 주도권을 쥐기 어렵게 되었다. 전통적 양대 정당 구조가 약화되면서 의회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제3세력인 민중당의 협조가 필요해졌고 입법 과정에서 민중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정치사적으로는 라이칭더가 총통에 당선됨으로써 여당인 민진당이 대만 최초 3연속 집권에 성공하게 되었고, 제1 야당인 국민당이 의회 내 다수당이 되면서 집권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잃은 최초의 선거가 되었다. <표 1>과 <표 2>에서 보듯이 과거 대만 역대 대선 및 총선 결과와 비교할 때 이번 선거 결과는 이례적이다. 역대 대만 총통 선거와 의회 선거에서는 거의 대부분 총통이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했고1 총통을 배출한 집권당이 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민진당과 국민당 양대 정당 어느 쪽도 과반의 지지와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히려 제2야당인 민중당이 의회에서 8석을 얻으며 향후 입법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민진당이 의회 다수당의 지위를 잃으면서 지난 2월 1일 국민당의 한궈위(韓國瑜) 입법위원이 입법원장이 되었다. 이렇게 입법 과정에서 민진당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서 신정부의 국정 장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 결과에는 민진당의 집권 8년에 대한 만족도, 중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에 대한 인식,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신뢰, 후보에 대한 호감도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요인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종합적 판단이 선거의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작년 12월 말 대만의 여론조사에서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대만인들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2 민진당 정치인들의 부패 문제, 스캔들, 중국과의 갈등으로 인한 안보 불안, 세대간 분배 불균형 등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불만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분기점은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한 국민당과 민중당의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것이었다. 단일화가 무산되었지만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 민중당 후보의 ‘팬덤’이 확고한 양상을 보였고 민중당이 선거 막판까지 사표 방지 심리를 차단했다.

결론적으로 집권당인 민진당은 정권을 지속하게 되었고, 제1야당인 국민당은 의회 내 다수당이 되었으며, 제2야당인 민중당은 향후 의회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지정학적 긴장 속에 치러진 선거에서 대만인들의 선택은 ‘현상유지(status quo)’와 ‘세력삼분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표 1> 역대 대만 총통선거 투표율 및 주요 정당 후보자별 득표율(1996-2024)

표1

* 대만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해 저자 작성

 

<표 2> 역대 대만 입법위원 선거(총선) 투표율 및 주요 정당별 득표율(1995-2024)

표2

* 대만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해 저자 작성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은 ‘(대만) 민주주의와 (중국) 독재 사이의 선택’, 국민당은 ‘전쟁과 평화 사이의 선택’을 선거의 프레임으로 내세움으로써 이번 선거를 ‘미중 대리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대만 내에 양안관계에 대한 거대 담론보다 민생과 청년 세대의 미래에 대한 대안 제시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음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대만 여론지형에서 친중 세력이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이번 선거에서는 2020년 선거만큼 ‘2019년 홍콩 사태’의 음영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폭력적 이미지에 대한 반발이 대만의 민심 속에 구조적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20년 총통선거 과정에서 민진당은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의 폭력적인 진압을 계기로 중국과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자 “지금의 홍콩이 미래의 대만(今日香港, 明日臺灣)”이라는 구호와 프레임을 내세우며 불리한 입지를 뒤집고 선거에 승리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라이칭더 역시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의 선택’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중국 체제에 대한 대만인들의 반감을 자극하려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청년 세대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2020년 대선에서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이 얻은 57%의 득표율에 비해 17% 낮은 표를 얻으며 유권자 과반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중국의 무력 공세가 선거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중국과의 화해와 협력 담론이 힘을 잃으면서, 양안 대화와 협상을 위한 출구 역할을 해 왔던 ‘92 컨센서스(1992 Consensus, 九二共識)’3가 유명무실화된 것도 주목할 현상이다. 국민당과 민중당 후보가 양안관계를 선거의 주요 프레임으로 내세운 것에 대만 유권자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선거 기간인 2023년 12월 홍콩에서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홍콩 빈과일보(蘋果日報, Apple Daily) 창립자 지미 라이(Jimmy Lai)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지만, 2020년 선거와는 달리 여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쟁과 평화 사이의 선택’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대만의 안보 불안 정서에 호소했던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도 중국과 거리를 두기 위해 ‘92컨센서스’에 대해서는 “중화민국 헌법에 부합하는 92 컨센서스를 수용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세울 수 밖에 없었다.4 중국 당국이 92 컨센서스 수용을 양안 간 대화의 조건으로 주장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러한 입장은 대만 내 여론지형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 역시 중국과의 교류 유지를 위해 “5개 상호(五個互相: 상호인식, 상호이해, 상호존중, 상호협력, 상호양보)” 원칙을 제시했지만, 중국과의 실용적인 교류와 협력이 92 컨센서스 수용보다 중요하다면서 92 컨센서스와 거리를 두었다.5

이러한 추세가 대만 유권자들이 대만 독립을 지향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공산당은 현 집권당인 민진당을 분리주의 세력으로 간주하며 지난 8년여간 공식적인 대화를 단절해 양안 간의 긴장감을 높여 왔고, 선거 기간 군사적 도발과 다양한 방식의 압박을 통해서 이번 선거를 “전쟁과 평화 사이의 선택”이라는 프레임 속에 가두고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는 것은 대만 유권자들이 차이잉원 정부가 양안관계에 대해 설정한 ‘현상유지’라는 전략적 방향을 수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오히려 이번 선거 결과는 대만 정치에서 양안 이슈로 대만 내부의 경제사회적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이 대만 내에 형성되었고, 앞으로 대만 선거에서 ‘하나의 중국’ 혹은 ‘일국양제’와 같은 담론이 설 자리가 없음을 시사한다. “미국을 믿지 못하지만 중국을 더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는 아포리아(aporia)적 상황 인식이 미중 간 명확한 선택을 유보하고 현상유지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제3세력인 민중당의 약진은 대만 유권자들이 민주주의와 독재, 평화와 전쟁 등 양안 담론에 집중한 양대 정당에 피로감을 느끼고 대만 내 경제사회적 문제에 대한 실용적 대안 제시를 요구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양안문제에 대한 대만의 주류 여론은 이미 현재 상태가 독립에 준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 내에 대중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대화와 교류를 대안으로 내세우며 정권을 되찾으려는 국민당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고, 향후 대만 정치에서 양안 위기 극복의 해법은 표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강 상태에 들어간 대만문제

선거 전부터 민진당에 대한 중국의 압박과 반발을 고려해 만약 이번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다면 중국이 군사도발을 감행하고 대만해협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선거 전후로 대만문제를 둘러싼 미국-대만-중국 간의 입장 차와 갈등이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한달여가 지난 현재 대만문제는 소강 상태로 들어간 듯 하다. 이는 다음과 같이 미국, 대만, 중국이 대내외적 문제로 대만해협의 안정을 원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 현상유지를 원하는 미국

미국은 선거 전후로 라이칭더 당선자에게 대만의 독립을 추진하며 대만해협 위기를 고조하기보다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원한다는 미국의 우려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 및 대만 담당 선임국장을 역임하고 미국 재대만협회(AIT; 주대만 미국대표부에 해당) 회장을 맡고 있는 로라 로젠버거(Laura Rosenberger)는 지난 10월 미국이 베이징과 타이베이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6 작년 11월 말 민주당 정부에 양안 정책에 대한 조언을 하는 전문가 그룹인 보니 글레이저(Bonnie Glaser), 제시카 첸 와이스(Jessica Chen Weiss), 토머스 크리스텐슨(Thomas J. Christensen ) 등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지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억제하고 평화적인 해법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민진당이 1991년 당헌에 삽입한 대만독립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고려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7 당선 직후 바이든(Joe Biden) 대통령도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8 이러한 발언들은 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라이 당선자가 중국을 자극하거나 도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라이칭더의 당선에 만족할 것이다. 라이 당선자가 차이잉원 정부의 신중한 양안 정책을 계승하고 대만의 국방력과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지속적인 실행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유럽과 중동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대만해협에서 또 다른 군사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치외교를 강조하며 중국을 견제해 온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체제인 대만에 대한 간접적 지원을 확대할 것이지만, 라이칭더가 천수이볜(陳水扁, 2000-2008년 집권) 총통처럼 돌발적으로 양안 갈등을 유발해 대만해협의 불안정성이 높아지지 않도록 대만문제에 접근할 것이다.

2. 대만 독립을 적극 추진하기 어려운 민진당

라이칭더는 서민 출신의 본토주의 엘리트로 대만독립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는 민진당 내 핵심 파벌 신조류파에 속해 있으며 민진당의 적자이자 대만 독립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다. 그는 “대만의 주권은 중국에 속하지 않는다”거나 “대만은 이미 독립 상태에 있다”고 발언하며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대변해 왔다.9 그러나 라이칭더는 선거 기간 대만 내 중도층의 표심을 얻고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논조를 완화했다. 그는 미국으로부퍼 “트러블 메이커”라는 지탄을 받은 천수이볜 총통과 달리10 온건하고 신중한 양안정책을 유지해온 차이잉원 노선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했을 뿐 아니라,11 양안 정책과 관련하여 국방력 강화와 현상 유지를 핵심 노선으로 내세웠다.12

라이칭더는 5월 취임 이후에도 다음과 같은 대만 내 상황으로 단기간에 대만의 공식 독립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여소야대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진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향후 정책 결정과정에서 국민당-민중당 연합의 견제, 혹은 민중당에 대한 지난한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정국 주도의 관건은 민진당과 국민당 중 어느 쪽이 캐스팅 보트를 쥔 민중당의 협력을 얻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정치 이념과 이해관계의 차이로 민중당이 어느 당과 협력할 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이와 같은 여소야대 국면 속에 신정부는 여러 정책과 법안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대만 여론이 양안관계가 전쟁으로 비화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대만의 경제 월간지 『원견(遠見)』이 2023년 9월에 실시한 ‘2023년 양안 평화 인식 조사’에 따르면,13 대만인들의 59.5%(영구적 지지 27.6%, 현재 지지 및 향후 재평가 31.9%)가 “현상 유지”를 원한다고 답했다. 또한 46.2%가 양안 당국 간 대화를 희망한다고 답했고, 74.4%는 양안 간 교류를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대만인들이 대만의 법적 독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상태가 이미 독립에 준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민진당 정부가 독립을 모색하며 중국을 자극해 양안 간 긴장을 높이기보다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상술한 미국의 입장에 더해 대만 여론과 여소야대 상황을 고려할 때, 라이칭더 정부 취임 이후에도 대만 내에 대만 독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 오히려 과반수의 득표율 획득에 실패한 민진당은 집권 초기 대만 독립을 위한 움직임을 자제하고, 오히려 국내 민생 현안에 집중하고 민중당과의 협력을 모색하면서 국내정치적 토대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동시에 차이잉원 정부의 정책과 같이 “탈중국화” 움직임을 지속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3. 민진당에 대한 적대감으로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중국

중국은 차이잉원이 집권한 지난 8년여 동안 대만의 집권당인 민진당을 분리주의 세력으로 간주하고 모든 대화 채널을 단절해왔다. 선거 기간 라이 당선자는 이러한 양안의 긴장 국면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당선되면 가장 먼저 시진핑(習近平)과의 만남을 갖고 싶다”거나 “중국과 어떤 전제조건 없이 대등하게 교류하겠다”는 나름의 우호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14 그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입장은 매우 부정적이고 단호했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어떠한 대화와 협상도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라이 후보가 “트러블 메이커”이자 외부 세력과 손을 잡은 “분리주의자”라고 비난하며 강한 적대감을 드러낸 바 있고, 천수이볜이나 차이잉원과 달리 집권 전부터 이례적으로 그를 기명 비판했다.15

선거 결과가 나온 1월 13일 밤 베이징은 신속하게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을 통해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대만 선거의 결과는 민진당이 주류 여론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다. 이번 선거로 양안관계의 기본 구조와 발전 방향이 바뀔 수 없다… 조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며 통일의 대세를 막을 수 없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할 ‘92 컨센서스’를 견지하고 대만 독립의 분열적 행동과 외부 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 대만의 관련 정당, 단체, 각계 인사들과 함께 양안 간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고 양안의 통합과 발전을 심화할 것이다…”고 발표했고,16 연이어 중국 외교부도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문제이며 ‘대만독립’의 분열적 행위에 반대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안전핀이다…”라고 발표했다.17 베이징은 이미 라이 총통 당선자와 샤오 부총통 당선자의 조합을 “가장 위험한 조합”으로 평가하고18 어떤 대화와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을 밝혔기 때문에, 라이칭더 정부가 획기적인 전향을 하지 않는 이상 양안 간의 대화 채널이 복원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중국은 대만에 대한 다양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이미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시작됐다. 선거가 끝난 이틀 뒤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나우루(Nauru)가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차이잉원 총통 집권 8년간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중국의 외교적 공세로 인해 수교국이 24개국에서 13개국으로 줄어든 대만 입장에서 이러한 단교 조치는 매우 뼈아픈 결과일 것이다.

베이징이 과거 민진당이 집권했던 천수이볜 정부 시기나 차이잉원 정부 시기와 같은 “관망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공세적 태도를 취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베이징은 이미 라이칭더와 샤오메이친 당선자들에 대해 “분리주의자”라는 평가를 끝냈고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대만에 대해 이렇게 신속한 압력을 행사한 것은 경제위기와 이로 인한 사회 불안정 상황에서 시진핑 정부의 통치 정당성 확보와 국내 결집을 고려한 행위이기도 하다.

앞으로 중국의 대만 정책은 최대한 대만 내부 여론을 분열시켜 지방 선거까지 라이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4년 뒤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목표를 둘 것이다. 대만의 양안관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라이칭더의 당선에 불만을 품고 대만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 공세를 통해 라이칭더가 양안과 국제사회의 “트러블 메이커”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양안관계 경색의 책임을 민진당 정부에 전가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19 일례로 중국 상무부는 선거 직전인 1월 9일 중국 정부의 관련 부처들이 ECFA(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 내의 농수산물, 기계, 자동차 부품, 섬유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중단하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20 이는 중국이 대만에 대해 취할 중요한 경제적 압박이 될 것이다.

군사적 차원에서는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응을 참조할 수 있다. 향후 중국은 항공기와 선박을 동원하여 대만을 교란하고, 군용 드론과 정찰 풍선으로 대만 영공을 침입하거나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발동하는 등 회색지대(gray zone) 분쟁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대만에 대한 군사도발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양안 간에는 다양한 회색지대가 존재하는데, 중국은 정보전, 군사 훈련, 사이버 공격 등을 통해 대만을 압박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이 대만을 포기한다거나 대만을 방어할 의무가 없다는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하거나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는 여론을 형성하는 등의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을 펼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은 대만에 대한 경제 강압과 대대적인 회색지대 전술에 기반한 대만해협 긴장 조성을 통해서 민진당이 양안관계를 해치는 원흉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할 것이다.

 

정책 제언

상술했듯이 민진당이 3연속 집권함에 따라 중국의 대대만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시진핑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위기와 사회 불안정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내 결집과 통치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 대만과의 통일이 필연적으로 실현될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대만 뿐 아니라 대만의 협력국에 대한 회유와 압박을 강화하며 대만의 외교 공간을 축소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행위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부상한다면, 미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범위를 한반도를 넘어 대만해협으로까지 확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자 할 것이다.

대만해협과 그 부근을 통과하는 해상교통로는 한국 해상 운송량의 33.27%를 차지하고 이 해상교통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하루 4,452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1 전쟁이 발생해 해상교통로가 막히면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이렇게 중요한 해상교통로인 대만해협의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노력이 중국의 반발을 야기해 한중관계가 악화되거나, 혹은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안보협력이 북핵문제보다 대만문제에 방점을 두며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조정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한국 정부는 다음과 같이 대만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내부적으로 대만문제 관여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대만해협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는 대만문제를 양안 간의 문제나 미중 간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대만해협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대만이나 인근 지역의 국민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대두된다. 미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의 범위를 대만해협으로까지 확대할 경우 대만해협 유사사태 시 한국의 역할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대만해협 유사 사태가 발생했을 때, 북한이 중국의 요청과 상관없이 미국 및 역내 미 동맹에 대한 핵위협을 감행해 중국을 지원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22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과 한국이 할 수 있는 실제적 역량을 고려해 한반도 안보를 우선시하는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

둘째, 미국, 일본, 호주 등 역내 협력국과 의사소통을 확대하며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은 대만문제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과정 없이 이러한 입장차가 부각된다면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균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대만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미국, 일본, 호주 등 역내 국가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한국의 역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대만해협의 안정과 관련해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만해협 위기와 한반도 위기의 상호연결성을 기반으로 한국이 우선적으로 한반도 안정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대만해협 위기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직접적인 군사지원이 아니라 대만해협과 관련한 공동성명 참여 등으로 관여의 정도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셋째,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직접적이고 단독적인 발언보다는 지역 평화와 평화공존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대만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이미 한중 간에는 대만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이 있었다. 이를 고려할 때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한국의 국익과 연결됨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대만문제에 개입할 경우 중국은 대만문제를 내정문제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만과 관련된 발언을 섬세하게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라는 말은 얼핏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현 상황에서 중국의 무력 침공을 암시하며 중국을 자극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대만해협의 현상 지지’, 혹은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 지지’ 등 지역 평화와 평화공존에 입각한 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대만문제로 인한 한중 간 갈등을 완전히 막지는 못할지라도 중국의 반발에 대응할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넷째, 대만과의 학술 교류 확대를 통해서 대만해협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미중 대리전이라는 말이 회자됐지만, 이번 총통 선거 결과를 볼 때 민진당이 미국을, 국민당이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만문제는 미국, 중국, 대만 3각의 입장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문제이다. 상술했듯이 대만 내 정치구도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입장 뿐 아니라 대만 내부의 변화와 향후 정책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한국-대만 간 학술 교류와 인적 교류를 격려하고 강화하고 이를 통해서 대만문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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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이동규

지역연구센터, 대외협력실

이동규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전공으로 국제지역학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清华大学)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일대일로: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의 확장과 그 함의”,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 등이 있다.

장영희
장영희

장영희 박사는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로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 연구위원 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외대 중국어과와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에서 공부하고, 국립대만대학교 국가발전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대만 정치와 양안관계, 중국 정치외교, 동아시아 국제관계이다. 저서로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공저, 갈마바람 2022), 『중국식 현대화와 시진핑 리더십』(공저, 책과 함께 2023), 『강대국 패권경쟁 속 민주주의를 향한 아시아의 여정』(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메가아시아 교양총서 공저, 씨아이알 2023)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 “시진핑 집권 3기 양안관계의 향방: 수사와 인사의 고찰을 통한 분석”(중국사회과학논총 2023), “미중 전략경쟁 시대 양안 안보 딜레마의 동학”(중국사회과학논총 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