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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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외 전문가의 우려와 불신을 해소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2010년 4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첫 핵안보정상회의의 폐막일인 4월 13일에 우리나라가 다음 핵안보정상회의의 개최국으로 결정되자, 세계도 놀랐지만 우리나라의 핵전문가들 에게도 매우 놀라운 사건이었다. 2010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 이 2009년 비확산정책 커뮤니티(non-proliferation policy community)에게 큰 감명을 가져다 준 프라하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면서“4년 이내에 세상의 모든 취약한 핵물질의 방호”1 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의 일환으로 소위 뜻을 같이 하는 동류국가(like-minded States)들을 초청해 개최한 핵안보에 관한 글로벌 정상회의(Global Summit on Nuclear Security)였다. 그런데 이러한 비전과 목표에 우리 나라가 단순 참가국이 아닌 차기 개최국 즉 의장국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국내외 비확산 정책커뮤니티에 있어서 의외의 놀라운 사건이었다.

이러한 놀라움의 배경에는 여러 의문과 이유가 존재했는데, 그 중 몇 가지 중요한 의문을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왜 핵물질이나 핵무기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 에서 중요한 핵과 관련한 정치적 회의 개최가 결정되었는가? 둘째, 북한의 위협이 상존 하고는 있지만, 테러 위협에서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가 핵테러 방지에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셋째, 우리나라의 경제적 지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정치적 지위에 있어서 과연 글로벌 이슈를 다룰 만한 국제정치적 역량이 존재하는가?
넷째, 핵물질방호와 관련해 각국에 모범이 될 수 있는 기술과 규범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결국 이러한 의문은 각국의 비확산 및 핵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과연 우리나라가 서울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로 발전하였고, 심지어 일부 미국의 싱크탱크는 비공식적으로 초기 준비단계에서 우리의 능력을 폄하하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신과 우려는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말끔히 해 소되었다. 참가국 정상과 수행원 그리고 관련 전문가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결과물인 서울 코뮈니케(정상공동성명)의 내용에 대해서도 핵안보의 목표 달성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진일보했음을 인정하고 있다.2

결국 서울 정상회의는 앞서 제기된 의문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해답을 분명히 제공하였다.
첫째, 핵안보의 궁극적 목적을 위해서 단기적으로 핵물질 방호가 중요하지만, 장 기적으로는 감축과 제거가 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와 같이 핵물질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는 국가가 중립적으로 장기적 목표와 관련해 보다 중요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둘째, 서울 정상회의 직전 해인 2011년 3월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핵시설에 대한 테러 가능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즉 원자로에 전 기를 공급하는 전선 하나라도 단선이 되면 엄청난 재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원자력 발전소 등 여러 핵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핵테러의 위협은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따라서 2012년 당시 23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핵테러의 방지에 매우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극적으로 부각된 것이다.
셋째, OECD국가로서의 우리의 경제적 지위는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우리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가져다 주 었는데, 이러한 자신감이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러한 자신감을 동력으로 핵안보라는 국제정치 영역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하여 행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내용적 측면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결국 우리에게 중견국 외교(middle power diplomacy)의 성공적 모델과 방향을 제공하게 되었다. 그리 고 강대국이 시작한 회의의 정치적 동력을 전혀 손상하지 않고 오히려 내용적으로 양적 질적 확대를 이루어 다음 헤이그 정상회의로 깔끔하게 연결시켜 줌으로써, 우리나라를 미국, 그리고 차기 의장국인 네덜란드와 함께 핵안보에서 트로이카로 불리게 되는 명예도 안겨주었다.
넷째, 각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있어서의 기술적 전문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었으나, 핵안보와 관련한 기술과 정책적 전문성에 대해서는 심각한 불신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그동안 국내에서 서로 소원했던 핵기술 전문가와 핵정책 전문가 간의 의사소통에 일조하여 짧은 준비기간 동안 새로운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 습득과 응용 및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정상회의 의 부대행사로서 민간전문가 및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서울핵안보심포지엄과 산업계가 참여하는 인더스터리 서밋(Industry Summit)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민관산학이 모두 참여하고 소통하는 행사를 이끌어 냄으로써 워싱턴 정상회의가 이루지 못한 핵안보의 이 해당사자인 정부, 시민사회 그리고 산업계가 모두 참여하는 행사로의 발전을 이룩하였다.

2. 핵안보 이슈에서 한국에게 부여된 트로이카라는 명성의 무게

분명 서울 정상회의는 우리의 역량을 과시하고 국격을 높이는 데 일조하였지만, 이러한 현상에 수반하는 무거운 책임의 관점에서 볼 경우 어쩌면 달갑지 않은 기대를 충족해야 하는 사명감을 부여 받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2012년 3월 27일 서울 핵안보정상 회의를 폐막하면서 참가 정상들은 다음 개최지를 네덜란드로 선정하는 데 동의하였다. 이후 개최 도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필자는 2012년 8월 요르단 암만과 2012년 11월 영국 런던 등에서 개최된 네덜란드 정부대표도 참석한 각종 핵안보 전문가회의에서, 정상회의가 헤이그에서 개최된다면 헤이그에는 주요 국제사법기관3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제법의 수도(Capital City of International Law)’로서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차기 정상회의를 헤이그에서 개최 하기로 결정하여 남다른 감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감회 속에는 헤이그 정상회의가 국제법의 수도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핵안보와 관련한 국제법 질서에 있어서 새로운 골격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는 정상회의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도 담겨있었다.

그런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몇 가지 측면에서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헤이그 정상회의를 이제 불과 5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살펴본다면, 결과론적으로는 우리 정부와 국민의 관심사는 핵안보 달성에 일조하겠다는 목표보다는 어쩌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의 성공적 개최에만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가져다 준다. 회의를 준비하면서 또한 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결산하면서도 외쳤던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 지 않겠다는 다짐은 단순한 구호로 전락해 버렸고, 당시 정열적으로 참여했던 전문가와 정부관계자는 더 이상 핵안보 분야의 무대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물론 보다 중요한 현안에 집중해야 하고 그곳으로 관심을 옮겨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그러한 쏠림 현상이 너무나도 지나칠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글로벌 이슈를 지속적으로 주도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세계 각지 전문가들의 시선이,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이전에 존재했던 불신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보여준 우리의 역량과 집중 및 선택의 전략은 각국의 정상으 로부터 다자간 회의에서도 명망 있는 중견국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하고 정확하게 수행했 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네덜란드 개최지 결정 이후 미국과 네덜란드와 함께 핵안보 에 있어서 트로이카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핵안보라는 글로벌 이슈에서 동력을 금새 상실하여 구색만 맞춘 공동이행약속(gift basket)의 제안에만 관심을 가지 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비판을 생산하고 있다. 원래 핵안보정상회의가 앞서 설명한 바 와 같이“4년이내에 세상의 모든 취약한 핵물질의 방호를 달성”하는 것이었으므로, 많은 전문가들은 2010년 워싱턴 회의를 시작으로, 2012년 서울 회의를 거쳐, 2014년 헤이그 회의에서 마무리 되는 정상회의 피로현상이 발생할 것이라 예측하였다. 하지만 지난 6 월 오바마 대통령은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게이트 연설4 에서“미국은 세상의 핵물질을 방호하는 우리의 노력을 지속하기 위해 2016년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선언하여 정상회의 피로 예측을 무색하게 하였다. 이 선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가 2016년 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차례 정상회의를 갖고 마무리하겠다는 의미인지, 2016년 회의 때 2018년 회의를 다시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흥미 롭게도 2009년 프라하 연설에서는 2014년까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최종 목표 달성기 한을 제시했지만 이번 연설에서는 그 기한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2016년 이후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한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 들은 2016년을 정상회의의 마지막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6년이 마지막 정상회의라면 이는 국제사회에서 형식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분명히 지니고 있다. 즉 2014년 헤이그 회의를 계기로 미국, 한국, 네덜란드라는 트로이카가 형성되고, 2016년 회의에서도 트로이카는 유지가 되며, 2016년 정상회의의 종료로 핵안보 트로이카는 역사 속에서 영원히 자리잡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 한 우리 현 정부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져다 주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트로이카의 일원
으로 헤이그 정상회의를 참석하는 것이며, 2016년 회의에서도 트로이카의 일원으로 참석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트로이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념촬영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중간에 두고 후진타오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이 좌우에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2014년 헤이그 정상회의에서는 기념촬영 시 네덜란드 총리 좌우에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를 잡는 것이 트로이카 라는 명성에 대한 예우일 것이며, 2016년 정상회의에서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트로이카라는 명명을 이러한 상징적 기념촬영에 족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핵 안보에 대한 삼국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트로이카의 자리를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라는 실질적 측면을 고려하게 된다면 분명 우리가 2014년 헤이그 정상회의 준비과정에서 트로이카로서의 책무를 다했는지 성찰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성찰에 만족한 답변을 얻지 못한다면, 2014년은 몰라도 2016년 기념촬영 시 오바마 대통령의 좌우에는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이 위치한다고 해도 어색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혹자는 핵안보정상회의가 비국가행위자로의 핵물질의 불법거래 및 비국가행위자로부터 의 핵테러 위협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북핵문제와 큰 연관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핵안보정상회의라는 글로벌 이슈에 지속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이유가 무엇이냐 며 핵안보정상회의 자체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신랄한 비판을 하기도 한다. 물론 핵안 보정상회의의 의제 자체가 북핵문제와 같은 국가 비확산의 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상회의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부수적 효과와 이익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12년 3월 16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바로 직전 북한은 UN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 라 금지되어 있는 로켓발사를 감행하였고, 이에 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정상들은 북한의 핵문제와 대량살상무기 문제 등을 핵안보정상회의 직전 우리와의 양자 정상회의 에서 논의하였다. 즉 이러한 양자 정상회의는 다자간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의장국은 물론 참여국에게 가져다 주는 주요한 프리미엄이었으며, 헤이그 정상회의나 추후 미국 정상 회의에 참석할 때도 사전에 혹은 회기 중에 양자 회담을 통해 정상 간 북핵문제의 심각성 을 논의할 기회가 충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부수적 이익과 효과를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외에도 부수적 이익으로는 한미동맹의 공고화 및 정치 외교 안보 분야의 글로벌 이슈 무대에 주요행위자로서 처음 등장했다는 점, 특히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전통적으로 핵무기보유국이 독점적으로 의제를 선점해 왔었는데 핵무기 비보유국도 의제 형성과 레짐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핵안보 이슈는 테러의 방지와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므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여지5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로이카라는 명성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를 것이다. 국제사회는 보다 많은 것을 우리에게 기대하고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할 경우에는 결국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하나의 행사에 불과했으며, 성공적으로 개최만 하고 후속조치는 전혀 없는 무책임한 행정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므 로 트로이카라는 명명은 우리에게 명성만을 선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3. 헤이그 정상회의 준비과정과 정부 및 시민사회의 노력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제 준비는 2010년 10월 2일과 3일 양일간의 1차 교섭대표회 의를 시작으로, 3차례의 교섭대표(sherpa)회의6와 2차례의 부교섭대표(sous-sherpa) 회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2011년 6월 서울에서 열린 부교섭대표 회의에서부터는 정상회 의 결과문서인 서울 코뮈니케에 대한 협의가 시작되었고, 2011년 10월 헬싱키에서 열린 교섭대표회의에서는 의장국인 우리가 작성한 서울 코뮈니케에 대한 중점적인 논의가 진 행되었다. 2014년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역시 비슷한 일정으로 준비과정을 진행한다고 볼 수 있는데, 2012년 11월 27일과 28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1차 교섭대표회의가 개최 되었고, 2013년 4월 4일과 5일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차 부교섭대표회의, 6월 27 일과 28일에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2차 교섭대표회의와 부교섭대표회의를 동시에 개최하였고, 최근 10월 2일과 3일에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3차 교섭대표회의가 개최되었다.

서울 정상회의의 선례로 판단컨대, 오타와 회의로 헤이그 정상회의의 결과문서인‘헤이 그 코뮈니케’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미 완료되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네덜란드 정부가 2014년 정상회의를 위해 오픈한 공식 사이트7에 의하면 2014년 헤이그 정상회의는 주요 주제로 1) 핵물질 및 방사선원 양의 감축, 2) 핵물질 및 방사선원 방호의 강화, 3) 핵물질 불법거래 저지 및 4) 국제협력의 증대 등 4가지를 선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2년 서울 회의는 2010년 워싱턴 회의에 비해 아제르바이잔, 덴마크, 가봉, 헝가리,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등 6개국이 신규로 참가하였으며,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pol)와 같은 국제기구도 신규로 초청되어 53개국8과 4개의 국제기구9가 참가했는데, 2014년 헤이그 정상회의에서는 서울 정상회의보다 참가국이나 국제기구의 수가 증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10 결국 참가 주체에 있어서 전혀 변화가 없으며, 초대된 국가와 국제기구만이 참여하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방사선원의 방호가 의제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서울 정상회의의 성과라 할 수 있는데, 아쉬운 점은 4가지 주제 속에는 의 제에 있어서 발전이라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정상회의는 각국의 자발적 공약인 하우스 기프트(House gift)라는 제도 외에 여러 국가가 공동으로 자발적 공약을 제출하는 공동이행약속이라는 프로세스를 창출한 바 있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트로이카라는 상징성 때문에 우리 정부는 다른 여러 정부로부터 공동이행약속 제출의 제안을 수 차례 받았으며, 이를 추진 중에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각국의 시민사회 역시 핵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각국의 민간 핵안보 전문가는 뜻을 같이하여 핵안보거버넌스전문가그룹(Nuclear Security Governance Experts Group, NSGEG)을 창설하여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11 특히 동그룹은 지난 3월 자신의 발간물을 통해 2020년까지 실질적인 핵안보 레짐의 향상을 위해 추진해야 할 조치로서 1) 핵안보 개념의 정의, 2) 현재 핵안보 레짐의 보편화, 3) 지속적인 향상의 원칙 채택, 4) 정치적 도전에 대한 대응 및 5) 통합적 문서의 창출 등 5가지 조치를 취하고, 1) 레짐의 결속력 향상, 2) 정책의 투명성 제고 및 3) 국제적 신뢰(international confidence) 구축 이라는 3가지 범주로 구분한 30개의 권고를 2014년 핵안보정상회의 참가국과 국제기구 등에 적극 제안한 바 있다.12 특히 30개의 권고는 각국이 공동이행약속에서도 적극 활용 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핵안보라는 주제는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 그리고 산업계 모두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유 일한 핵문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2014년 3월 24일과 25일에 개최되는 이번 헤이그 정상회의에서도 시민사회가 주축이 되어 2014년 3월 21일과 22일 양일간 Knowledge Summit이 개최되고, 산업계가 주축이 되어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원자력 인더스트리 서밋(Nuclear Industry Summit)이 부대행사로 개최된다는 점은 핵안보라는 목적의 달 성을 위해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와 산업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핵안보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모든 주체가 상호 피드백을 교환하며 협력함으로써 목표 달성에 효율과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점은 국제사회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4. 우리 정부에 대한 제언

연이은 북핵 위기로 우리나라에서 핵안보에 대한 관심과 동력이 분명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과 동력이 국내정치적 이유에 의해 고사되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핵안보 이슈가 단순히 이전 정부의 공적으로만 치부되어 지속적 동력과 관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안타까움마저 전문가들 사이에서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안타까움에 기초하여 필자는 정부에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사항을 제언 코자 한다.

첫째, 핵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는 데 보다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서울 정상회의의 준비과정에 비추어 보아 이미 의제와 헤이그 코뮈니케의 문안이 완성되어 가고 있는 시점이지만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아무런 설명도 내놓고 있 지 않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가 다가올 때 각 방송매체는 광고를 통해 53개국의 정 상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서울로 온다는 자극적인 홍보까지 했다. 그러나 아직도 진행중 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지 완전히 침묵하고 있다. 즉 우리는 행사에만 관심이 있었지 핵안보라는 목적 달성에 진지하게 관심이 있었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상태에서는 대내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은 대중에게 전직 대통령의 성과에 일조하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

둘째, 핵안보정상회의 때 우리가 내놓은 자발적 이행약속과 공동이행약속 등에 대해 어 떠한 후속조치가 있었으며, 헤이그 정상회의에서는 어떠한 공약을 할 것인지 공개할 시 점이 되었다. 특히 핵안보 아키텍처의 골격을 형성하는 2005년 핵물질방호개정협약과 2005년 핵테러억제협약은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으로 보도되었으나,13 아직 공식적으로는 비준하고 있지 않은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다는 점은 과연 우리의 후속조치와 공약이행은 어느 수준에 있는지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셋째, 서울 정상회의 준비과정에서 의제발굴 등 여러 측면에서 정부는 분명 민간 전문가와 산업계 등과 활발한 의사소통을 유지하였는데, 비록 얼마 남지 않았지만 헤이그 정상 회의의 준비과정에서도 이러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지속적인 소통의 채널을 유지해 주길 바란다. 특히 서울 정상회의 준비과정의 의사소통을 통해 국내에서 핵안보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었으며, 핵정책전문가와 핵기술전문가 간의 소통의 장도 마련해 주었는데, 이러한 소통이 이제는 동력을 잃어가는 것으로 보여 너무 안타깝다.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 민간전문가나 산업계와의 소통이 정책형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판단과 평가에 기초하여 소통의 채널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면 시민사회와 산업계는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두 차례 핵안보정상회의를 거치면서 우리가 내세운 자발적 공약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 은 소위 핵안보 교육 훈련 및 최적의 관행을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한 CoE(Center of Ex- cellence)의 건립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원자력기술통제원(KINAC)하에 CoE인 국제핵 안보교육훈련센터(International Nuclear Security Academy, INSA)를 내년부터 출범할 예정이며, INSA14 개소식을 통해 또 한번 핵안보의 중요성을 일반 국민에게 홍보하고 관련 전문가를 결집하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한중일 삼국은 모두 CoE를 운영할 계획이어서 경쟁도 불가피하겠지만, 이들간의 협력은 연성이슈에서 삼국의 협력을 달성하는 데도 일조를 할 수 있는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들간의 협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지역적 협력 모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과 성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비록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지속 가능한 핵안보 레짐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서울 정상회의에서 고안한 방식인 공동이행약속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적극적 외교를 주 문하고 싶다. 공동이행약속은 지난 서울정상회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정상공동선언(코 뮈니케)이 담기에는 다소 곤란한 매우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 약속을 하고 있다. 즉 다소 포괄적인 정상공동선언의 반복에 불과한 공동이행약속은 무의미하므로 매우 구체적인 조 치 내지는 방법론을 제안하고 이를 뜻이 맞는 국가와의 외교를 통해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핵안보와 관련하여 최고의 관행을 수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약속이어야 한다. 따라서 민관산학에 산재해 있는 전문가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공동이행약속의 의제를 발굴
하여 이에 다른 참가국이 동의할 할 수 있는 외교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다만 시기적으로 이러한 작업이 촉박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다른 참가국이 제안하고 있는 공동 이행약속에 구체적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적극적으로 참가해보는 방식도 신중하게 논의 되어야 할 것이다.

The views expressed herein do not necessarily reflect the views of the 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 1

    오마바 대통령의 프라하 연설 원고는 http://www.huffingtonpost.com/2009/04/05/obama-prague- speech-on-nu_n_183219.html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핵안보와 관련해 당해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 령은“So today I am announcing a new international effort to secure all vulnerable nuclear material around the world within four years. We will set new standards, expand our coopera- tion with Russia, pursue new partnerships to lock down these sensitive materials”라고 했다.

  • 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성과와 관련해서는 졸저, 이슈브리프 No. 23‘집중과 비전(vision)’간의 조화로운 선택–2012 서울핵안보정상회의 평가 (아산정책연구원, 2012.4.6) 참조.

  • 3

    현재 헤이그에 위치하고 있는 대표적 사법기관으로는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 tice, ICJ)와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가 있다.

  • 4

    당해 연설 원고는 http://blogs.wsj.com/washwire/2013/06/19/transcript-of-obamas-speech-in-berlin/에서 찾아볼 수 있다.“America will host a summit in 2016 to continue our efforts to secure nuclear materials around the world.”

  • 5

    2013년 5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방문 시 의회연설에서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이 환경, 재난구조, 원자력안전, 테러대응 등 연성이슈부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점차 다른 분야까 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동북아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때가 되었습니다(Together, the United States and other Northeast Asian partners could start with soft issues. These include environmental issues and disaster relief. They include nuclear safety and counter-terror- ism)”라고 한 바 있다. 연성이슈로 제시한 원자력안전과 테러대응은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에서“핵안보와 핵안전의 연계”라는 의제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 6

    1차 교섭대표회의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2010년 11월 2일과 3일 양일간, 2011년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1차 부교섭대표회의가, 2011년 6월 27일과 28일에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2차 부교섭대표회의가, 2011년 10월 4일과 5일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2차 교섭 대표회의가, 2012년 1월 16일과 17일에는 인도 뉴델리에서 3차 교섭대표회의가 각각 개최되었다. 준비과정과 각 회의에서의 구체적 논의 사항은 대한민국 외교부 웹사이트 http://www.mofa.go.kr/ trade/arms/nuclear/intro/index.jsp?menu=m_30_80_30&tabmenu=t_1 참조.

  • 7

    2014년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의 공식 사이트 주소는 http://www.nss2014.com/en이다.

  • 8

    대한민국,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독일,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
    핀, 베트남, 싱가포르,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벨기에, 노르웨이, 핀란드, 스위스, 우크 라이나, 폴란드, 체코, 터키, 조지아,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UAE, 요르 단, 모로코, 알제리, 나이지리아, 덴마크, 리투아니아, 아제르바이잔, 헝가리, 루마니아, 가봉.

  • 9

    국제연합(UN), 유럽연합(EU),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pol).

  • 10

    2014년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공식 사이트 역시 참가국과 국제기구의 수를 53개국 4개 국제기구라 명시하고 있다.

  • 11

    동그룹의 주요 활동은 http://www.nsgeg.org/에서 찾아볼 수 있다.

  • 12

    30개의 권고가 담긴 발간물인 “Responsibility beyond Rules: Leadership for a Secure Nuclear Future”는 http://www.nsgeg.org/NSGEG_Responsibilty_Beyond_Rules_2013.pdf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 13

    예를 들어 2012년 3월 27일자 연합뉴스“ <핵안보> 서울 코뮈니케 핵물질 제거 초점(종합)”은“2011 년말 국회 본회의에서 ICSANT와 CPPNM 비준동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올해 중에 관련 국내법 개정 이 완료되는 대로 유엔 및 IAEA 사무국에 비준서를 기탁하는 등 국제협약의 발효에 적극 참여할 방침 이다”라고 보고한 바 있으나, 미국의 싱크탱크가 2013년 발간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진척보고서 (progress report)에서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들 협약을 아직까지 비준하지 않은 것으로 적시되어 있 다. An Arms Control Association and Partnership for Global Security,“The Nuclear Security Summit: Progress Report”(2013. 3), p. 39 참조.

  • 14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에 설치될 예정인 INSA의 기능과 역할에 관해서는 기술원이 발간하는 “핵비확산 News”, No. 34“KINAC의 핵안보 교육, 세계 향해 비상한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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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훈
신창훈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신창훈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핵정책기술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사, 법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법학 박사를 수여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법 일반이론, 해양법, 분쟁해결절차, 국제환경법, 국제인도법, 대량살상무기 관련 국제조약 등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국제해사기구(IMO)에서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방지를 위한 런던의정서에 의해 설립된 준수그룹의 위원으로도 활동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