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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경선에서 롬니는 취약한 선두주자인가?

올해 있을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갈 공화당 후보를 가리기 위한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지난 1월 3일 아이오와 주 코커스(caucus)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공화당 후보 경선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부상했던 인물로는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를 지낸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피자 체인의 CEO로서 유일한 흑인 후보인 허먼 케인, 티파티 운동의 대모 격인 미네소타주 하원의원 미셸 바크만, 현 텍사스 주지사인 릭 페리 등이 있었으나,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후보군에서 탈락했고,1 현재는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인 미트 롬니, 전 하원 의장 뉴트 깅리치, 전 상원의원 릭 샌토럼, 하원의원 론 폴의 네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된 공화당 경선 결과를 종합하면, 28개 주와 5개의 미국자치령에서 경선이 끝난 3월 말 현재, 롬니가 569명의 전당대회 대의원(delegate)을 확보했고 2위인 샌토럼은 262명의 대의원을 얻었다. 이처럼 롬니가 샌토럼을 두 배 이상의 표 차이로 이기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커다란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롬니가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롬니에게는 취약한 선두주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롬니가 2월에 있었던 경선에서 연속해서 패배한데다가 지난 3월 6일의 ‘수퍼 화요일(Super Tuesday)’ 경선에서도 그다지 크게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선출할 선거인단을 뽑게 될 11월 6일의 본선거(general election)2에서 민주당 후보에 맞설 후보는 롬니뿐이라는 대세론이 지금쯤이면 확고해질 만도 한데, 오히려 얼마 전에는 경선에 나선 동료인 깅리치로부터 90년 만의 가장 약한 공화당 선두주자라는 혹평을 듣기까지 했다.3 이처럼 롬니를 포함해서 어느 후보도 올해 공화당 경선에서 아직까지 압도적 우세를 보이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새롭게 바뀐 공화당 경선제도

우선 2010년 8월, 공화당이 대선후보 경선에 관한 규칙을 변경했고, 따라서 올해의 공화당 경선이 새로운 경선규칙에 따라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왜 새 경선규칙을 마련했는가? 이를 알려면 지난 2008년의 공화당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8년 1월 3일, 중서부의 아이오와 주 코커스를 시작으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의 막이 올랐다. 닷새 만인 1월 8일에는 동부의 뉴햄프셔 주에서 프라이머리가 열리는 등 경선은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경선이 시작된 지 불과 한 달만인 2월 5일에 자그마치 스물한 개 주에서 경선이 치러졌고, 바로 그 ‘수퍼 화요일’에 경선 승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존 맥케인의 경선 승리가 점쳐지자 며칠 뒤에 당시 2위를 달리던 롬니가 후보를 사퇴했고, 이후 공화당 경선은 맥이 빠지고 말았다.4 이처럼 경선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싱겁게 승부가 나는 바람에 2월 중순 이후에 경선 스케줄이 잡혀있던 지역의 유권자는 경선 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내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6월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어졌던 민주당 경선과는 달리, 공화당 경선은 유권자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게다가 맥케인이 2월에 일찌감치 공화당 후보로 부상하면서 11월의 본선에 이르는 9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민주당의 공격에 노출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11월의 본선에서 오바마에게 패배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8년의 대선이 쓰디쓴 패배로 끝난 뒤, 공화당은 자신들의 경선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선 레이스가 초반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경선의 승자가 너무 일찍 결정되고, 그 바람에 유권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0년 7월, 공화당 전국 위원회(Republican National Committee: RNC)는 대통령 후보 경선 레이스가 또다시 초반에 몰려서 일찌감치 끝나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했다. 그 해 8월에 RNC가 채택한 가장 중요한 방안은, 4월 1일 이전에 경선을 개최하는 모든 주는 대의원 배분에 있어 ‘승자독식(Winner-Take-All)’ 방식을 버리고 반드시 ‘득표율에 따라 (proportional basis)’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RNC가 이 방안을 내놓은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가장 큰 이유는 경선이 좀 더 오래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예전에는 50개 주 가운데 절반이 넘는 주가 경선과정에서 보다 많은 주목을 받기 위해 경선 일정을 통상 4월 1일 이전으로 잡았었다. 하지만 새 규정대로 경선이 치러지면 어느 한 명의 후보가 경선 초기에 대의원을 독차지해서 압도적으로 앞서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선이 조기에 끝나지 않고 적어도 10~12주 정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RNC의 목표는 경선이 10~12주 정도 지속되는 것이었는데, 이는 10~12주 정도가 당이 분열되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된 후보를 뽑는 데 필요한 시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RNC가 이 방안을 내놓은 또 하나의 이유는, 승자독식 방식이 아니라 비례배분 방식을 통해서만이, 특정 지역에서만 강한 후보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지를 받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 후보가 캘리포니아, 텍사스, 일리노이, 뉴욕에서, 즉 미국의 서부, 남부, 중서부, 동부를 아우르는 큰 주 네 곳의 경선에서 각각 2위를 했다 치자. 그렇더라도 그 후보는, 네 주 가운데 어느 한 주에서만 1위를 하고 나머지 세 주에서는 형편없는 성적을 보이는 다른 후보보다는 전국적으로 더 많은 지지를 받는 후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판단과 실제 경선결과가 맞아떨어지려면 비례배분 방식을 적용해야만 가능하다. 승자독식 방식이 적용될 경우, 네 주 모두에서 2위를 한 후보는 단 한 명의 대의원도 배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RNC의 새 규칙을 적용하게 되면, 특정 지역에서만 강세를 보이는 후보가 승자독식 방식으로 해당 지역의 대의원을 문자 그대로 ‘독식’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11월 본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뽑게 될 확률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5

지지부진한 공화당 경선과정

이상과 같은 이유로 공화당 집행부는 새로운 경선 규칙을 고안했고, 그 규칙에 따라 지난 1월 3일부터 경선이 시작되었다. 3월 말까지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경선에 참여시켜서 좀 더 오랫동안 경선의 열기 속에 붙잡아두려는 RNC의 계획이 다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다. 공화당 경선에 몰려든 사람들의 숫자가 초반에 늘어난 것은 맞지만, 경선의 열기가 기대만큼 달아오르지 않고 있어서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전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인의 시선을 모은다는 ‘수퍼 화요일’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2008년에는 ‘수퍼 화요일’인 2월 5일에 자그마치 21개 주가 한꺼번에 투표를 해서 전체 대의원의 37.9%를 선출했고, 그 결과 경선 승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하지만 올해 ‘수퍼 화요일’은 작년보다 한 달이나 늦은 3월 6일로 잡혔는데도 불과 10개 주에서만 투표가 이루어졌다. 게다가 대부분이 알래스카, 아이다호, 노스다코타, 버몬트같이 작고 대의원 수가 적은 주였다. 이 날 롬니는 10개 주 가운데 6개 주에서 승리했지만, 이날 선출된 대의원은 전체 대의원의 18.3%에 불과했기 때문에 경선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이처럼 압도적 우위인 후보가 쉽사리 가려지지 않으면서 공화당 경선은 열기가 고조되기는커녕, 지루한 장기전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선스케줄이 너무 오랜 기간에 걸쳐 있어서 경선이 드문드문 치러지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3월 말까지 진행된 모든 경선에서 배분된 대의원을 100퍼센트 롬니가 얻었다고 가정해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데 필요한 총 1,144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경선스케줄이 늘어져 있다.6특히 뉴욕, 텍사스, 캘리포니아처럼 대의원 수가 많아서 승부의 가늠자가 될 주의 경선은 대부분 4월 이후에나 치러질 예정이다.7 그러므로 새로운 규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올해의 경선 레이스는 그 누구도 4월 이전에는 압도적 선두주자로 나설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물론 롬니가 새로운 경선 규칙으로 인해 전적으로 피해만 입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도 어느 정도는 새로운 경선 규칙의 덕을 보고 있다. 롬니는 2008년에 이미 공화당 경선에 참가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전국적인 조직 면에서 다른 후보보다 우세한데, 비례배분이라는 새로운 경선 규칙이 전국적인 조직이 있는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롬니는 지금까지 남부에서 치러진 경선에서 거의 다 패배했지만, 비례배분 방식 덕택에 그가 확보한 대의원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공화당 경선에서는 누가 어느 주에서 이기느냐가 아니라, 한 후보가 주마다 얼마나 많은 대의원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현재 롬니가 확보한 대의원 숫자가 샌토럼이 확보한 대의원 숫자의 두 배가 훨씬 넘지만, 만일 경선이 2008년처럼 승자독식 방식으로 치러졌더라면, 1위와 2위의 대의원 수 격차가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8 하지만 롬니는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확고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새 경선 규칙이 워낙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경선후보의 인적 구성 및 대의원 배분의 문제

이번 공화당 경선에서 아직까지 어느 후보도 압도적 우세를 보이지 못하는 데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올해 경선 후보자들의 인적 구성이다. 2008년 경선에서는 맥케인, 롬니, 마이크 허커비가 선두그룹을 형성하면서, 상대적으로 맥케인이 중도후보로, 롬니와 허커비가 보수후보로 여겨졌다. 그렇다 보니 롬니와 허커비가 보수성향 유권자 표를 거의 반반씩 나눠 가지면서, 맥케인이 쉽사리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경선에서는 상대적으로 롬니가 중도후보로, 깅리치, 샌토럼, 론 폴의 셋이 보수후보로 평가된다. 그런데 깅리치와 폴이 유권자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면서 경선이 롬니 대 샌토럼의 1대1 구도로 흐르는 바람에 롬니는 2008년 경선에서 맥케인이 누렸던 어부지리를 얻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대의원 배분 문제도 롬니가 압도적인 선두주자로 나서는 것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롬니는 중도성향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동부나 서부 같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에서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공화당의 대의원이 절대적으로 인구에만 비례해서 배분된 것이 아니고, 해당 지역에서의 공화당 세력에도 비례해서 배분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공화당의 세력이 큰 남부 및 중부내륙지방의 주에 인구에 비해서 많은 대의원이 배정되었다. 예를 들면, 인구 580만 명의 메릴랜드 주에 37명의 대의원이 배정되었는데, 인구 300만 명밖에 안 되는 미시시피 주에 40명의 대의원이 배정되었다. 또한, 인구 480만 명의 앨라배마 주와 인구 880만 명의 뉴저지 주에 똑같이 50명씩의 대의원이 배정되었다. 결국, 다른 경선 후보에 비해 롬니의 지지도가 높은 지역의 대의원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롬니의 지지도가 낮은 지역의 대의원은 오히려 그 수가 많다. 롬니의 경선 레이스에 불리한 요인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롬니는 지금까지의 경선 레이스에서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4월 이후에 치러질 경선부터는 롬니가 샌토럼을 더욱 큰 차이로 따돌리고 압도적인 선두주자로 나설 것이 거의 확실하다. 롬니에게 불리했던 남부 주에서의 경선은 거의 끝이 났고, 앞으로 경선이 치러질 주는 대개가 롬니를 지지하는 지역이다. 게다가 롬니를 지지하는 주 가운데 상당수가 대의원 선출방식으로 승자독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9

롬니의 본선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롬니의 상승세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8월 말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그가 대선 후보로 지명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관심은 롬니가 11월의 본선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느냐로 옮겨가지 않을 수 없다. 롬니의 본선 경쟁력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롬니는 취약한 선두주자라는 꼬리표가 붙은 후보치고는 나름대로의 본선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공화당의 후보별로 본선 승리 가능성을 물어본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의 다른 후보들이 오바마를 상대로 한 본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반면에 롬니의 경우에는 오바마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10 말하자면 롬니가 본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하다. 후보경선에서는 인물을 보고 표를 던지지만, 대통령선거에서는 80%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하기 때문에 정당지지도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올해 3월 8~11일에 이뤄진 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현재 미국인들의 정당 지지율은 공화당 27%, 민주당 30%로 거의 비슷하다. 오바마가 당선되던 2008년 11월에 공화당 26%, 민주당 39%로 민주당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이다.11

무당파(Independent)까지 포함한 정당지지율 조사에서는 앞서의 정당 지지율에 관한 여론조사보다도 롬니와 공화당에 보다 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그 결과를 보면, 한 마디로 지난 4년간 공화당 지지율은 상승했고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했다. 2008년의 대선 직전인 10월 20~26일에 이뤄진 라스무센의 조사에서는 40%의 유권자가 공화당을, 47%의 유권자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는데, 올해 3월 19~25일에 이뤄진 라스무센의 조사에서는 공화당 43%, 민주당 38%로 지지도가 역전되었다. 3년 5개월 만에 공화당 지지율은 3% 상승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9%나 감소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진 블룸버그 통신의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2008년 10월 10~13일에 이뤄진 블룸버그의 조사에서는 공화당 39%, 민주당 45%로 민주당이 앞서있었지만, 올해 3월 8~11일의 조사에서는 공화당 46%, 민주당 44%로 공화당이 다소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2

롬니의 본선 경쟁력을 나타내주는 또 하나의 여론조사는 공화당 경선의 출구조사이다. CNN이 실시한 출구조사를 보면, 고소득, 고학력 유권자가 가장 지지하는 공화당 후보는 지역에 관계없이 롬니로 나타났다.13 이는 롬니가 공화당이 잃었던 이들 백인부유층의 표를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후보임을 뜻한다. 1990년대 이후 공화당은 부자들의 지지를 계속해서 잃었다. 남부의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이 공화당 내에서 우세해지면서 낙태, 피임 등의 사회적 이슈가 크게 쟁점화되었고, 그 결과 백인부유층이,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이 공화당에 등을 돌렸다.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지닌 이들 백인부유층 가운데 상당수는 경제적으로는 보수 성향을 보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진보 내지 중도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에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를 지지했다. 따라서 샌토럼이나 깅리치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또다시 오바마에게 투표할 것이다. 하지만 롬니가 후보가 되면 오바마를 지지했던 이들 가운데 어느 정도는 롬니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14

한편, 백인 서민층(blue-collar white)은 롬니나 공화당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00년과 2004년의 대선은 물론이고, 공화당이 패배한 지난 2008년의 대선에서도 백인 서민층은 줄곧 공화당을 지지해왔다.15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의 선거전략가들은 대학졸업자, 젊은 층, 히스패닉 등을 타깃으로 삼고 있어 백인 서민층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백인 서민층의 공화당에 대한 지지는 올해 대선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공화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남부에서는 롬니가 대선후보가 될 경우, 이념 성향이나 종교문제를 떠나 롬니를 지지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3월 13일의 앨라배마와 미시시피 경선에서 롬니가 샌토럼에게 패하자, 일각에서는 롬니를 공화당의 텃밭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한 취약한 후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사실 앨라배마와 미시시피는 복음주의 기독교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한 지역이다. 2008년에 맥케인도 이 지역 경선에서는 패배하고 말았는데, 이는 맥케인도 롬니와 마찬가지로 중도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맥케인이 취약하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본선에서 남부는 결국 공화당을 지지했던 것이다.

롬니가 11월의 본선에서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경쟁력은 그가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의 유권자 표를 공화당 쪽으로 빼앗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공화당 경선 결과를 놓고 보면, 도시와 교외 지역에서는 롬니를 지지하고, 농촌에서는 샌토럼을 선호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근래의 대선 결과를 보면 11월의 본선에서 보통 도시와 교외 지역에서는 민주당을, 농촌에서는 공화당을 지지했다. 이 두 가지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롬니가 본선에 나갈 경우,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에서 민주당 표를 뺏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롬니가 진보의 성지(聖地)나 다름없는 매사추세츠에서 주지사를 지냈다는 사실이 바로 그 증거이기도 하다.

11월 본선과 경제 이슈

앞에서 롬니가 11월에 있을 본선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공화당 경선 주자인 롬니가 경선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해서 본선에 진출했을 경우를 가정하여 그의 본선경쟁력을 따져본다는, 매우 한정된 의미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 글에서는 공화당과 롬니에 초점을 맞추어서, 롬니가 취약한 선두주자치고는 그 나름의 본선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물론 국내외의 많은 선거전문가들이 오바마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미국 대선에서 상당히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 또한 만만치 않다.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경제문제가 올해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실업률과 석유가격이 잡히지 않는 한 오바마의 재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즉 대선이 치러지는 11월에도 실업률이 8% 이상에 머물고, 석유가 갤런 당 4~5달러이면 오바마의 재선은 힘들 것이라는 논평이 여기저기에 실리고 있다.16지난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의 참모였던 제임스 카빌(James Carville)이 만든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가 올해 대선에도 해당되는 셈이다.17

올해 대선에서 정말로 경제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선거에는 무수히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데다가 정치란 살아 움직이는 것이어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는 이미 진행된 공화당 경선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앞으로 있을 나머지 경선을 전망해보았다. 또한, 공화당후보가 롬니로 결정되었다고 가정하고 그의 본선경쟁력을 따져보기도 했다. 이는 11월의 본선에서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롬니와 공화당이 4년 만에 정권을 되찾을 것인지를 제대로 지켜보기 위한 밑그림이 될 것이다.

*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About Experts

정경희
정경희

현대사회연구프로젝트

정경희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서양사학과에서 문학석사 및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탐라대학교에서 미국학 전공 교수를, 연세대학교에서 학사지도교수를 역임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역사학과 및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미국 정치사 및 헌정사, 역사교육, 한국과 미국의 자국사 교육 비교연구 등이다. 저서로 『토머스 제퍼슨』, 『미국을 만든 사상들』, 『中道의 정치: 미국 헌법 제정사』, 논문으로 "미국 대통령 선출제도의 형성: 선거인단제도의 기원", "역사교육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이념논쟁 비교", "미국 역사표준서 논쟁 연구", "세계사 교과서 속의 미국: 제7차 교육과정 세계사 교과서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