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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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원고는 향후 부분적으로 수정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22년 벽두부터 북한은 네 차례에 걸쳐 극초음속미사일(HGV, Hypersonic Glide Vehicle)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행하였다. 극초음속미사일이 서울까지 도달하는데 1분 정도가 걸리고 기존 미사일방어체계로는 요격이 어려워서,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에는 가공할 위협이 된다. 북한이 우리를 위협하는 무기들을 선보이고 있는데도, 우리 군 당국은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라고 했고, 동맹인 미국과의 협의도 없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을 규탄하며, 이 문제에 관해 곧바로 블링컨 국무장관과 하야시 외상이 전화통화를 갖고 긴밀히 협의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요즘 우리나라 주변의 안보상황을 보면 우리의 동맹인 미국은 태평양 너머에 멀리 있는 반면,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1인 지배체제라는 특성을 공유하면서 유라시아 대륙에 전체주의의 커다란 물결이 퍼져 나가고 있는데 이는 전례가 없는 위험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말로는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행동은 반대로 가고 있어서 걱정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목표를 달성하려면 언행이 일치되어야 하고, 신뢰가 있어야 한다.

북한은 2021년 11월 3대혁명 대회에서 ‘위대한 김정은 시대’를 내세우고, “온 사회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혁명사상과 의지대로 개조”하겠다고 선언하며 3대 세습을 공고히 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사상’을 당헌에 삽입하고, 정치국 회의에서 마오쩌둥을 수식하기 위한 전용 단어였던 ‘영수(領袖)’의 지위를 시진핑에게 부여했으며, 2018년에는 헌법수정을 통해 주석의 임기를 2연임으로 제한한 제79조를 삭제하여, 시진핑 1인 지배구조를 확립하였다. 2018년 1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헌법 개정에 관한 건의서를 제출한 지 불과 몇달만에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참석자 2,964명중 2,958명이 찬성하여 찬성율 99.7%로 개헌을 마무리했다. 러시아 역시 2020년 개헌을 통해 대통령직 수행을 중임으로 제한하되 2024년 대선 때에는 모든 출마자들의 선수(選數)를 ‘제로(0)’로 만들어 푸틴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를 가능토록 하여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이 예상된다. 러시아의 개헌은 2020년 1월 푸틴 대통령이 개헌을 제기한 지 6개월만에 완료되었는데, 3월에 실시된 상하 양원의 투표에서 하원투표에서는 참여한 하원의원 426명중 89.9%인 383명이 찬성했고, 같은 날 진행된 상원투표에서는 164명의 상원의원중 97%에 달하는 160명이 찬성하여 가결되었으며, 석달 뒤 실시된 국민투표에서는 국민의 77.9%가 찬성하였다.

이러한 정치체제의 특성은 영국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행한 『민주주의 지수 2020(Democracy Index 2020)』에 반영되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 167개국의 정치체제를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 “혼합체제(hybrid regime),” “권위주의(authoritarian)” 4종류로 구분했는데, 북한, 중국, 러시아는 모두 권위주의체제에 속했다. 조사대상 167개국중 러시아가 124위, 중국이 151위, 그리고 북한이 최하위인 167위를 기록하였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꽃피운 우리는 대륙을 휩쓸고 있는 전체주의 소용돌이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우리가 현재의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하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은 동맹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유엔군이 구성되었고, 효과적인 전쟁 수행을 위해 이승만 대통령은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우리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이양했다.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어 작전통제권은 유엔군사령관으로부터 연합사사령관에게 이양되었다. 우리는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였고, 전시작전통제권만 연합사사령관이 행사하도록 조정하였다. 방어준비태세(DEFCON, Defense Readiness Condition)가 군사개입 가능성이 없는 현재의 4단계에서 군사개입 가능성이 있는 3단계로 격상되면 그때부터 연합사사령관이 우리 군에 대해 전작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DEFCON 격상도 연합사사령관의 건의를 받아들여 양국 대통령이 협의하고 합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미국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양국 지도부의 결정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문제를 제기하자 미국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2006년 9월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2006년 10월 북한이 처음으로 핵실험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2월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로 전환일자를 결정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후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과 2010년 천안함 폭침 등으로 안보환경이 악화되자 2010년 한미 정상은 2015년 12월말로 전환일자를 연기하였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자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에서 한미 양국은 특정 시점이 아닌 ①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능력 확보, ②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에 대한 우리 군의 초기 필수 대응 능력, ③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 환경 조성 등의 3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하였고, 이후 시기가 아닌 “조건(conditions)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원칙은 계속 확인돼 왔다.

2021년 5월에 있었던 문재인-바이든 대통령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지만, 서욱 국방장관은 2021년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 후 “조속한” 전작권 전환의 터전을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마련했다고 했는데, “조건 충족” 보다는 “조기 전환”에 더 방점을 두어 온 듯 하다. 조건이 충족되지도 않았는데 전작권을 무리하게 전환한다면, 일본이나 괌에 배치되어 있는 미군의 항모타격단(carrier strike group), 전략폭격기, 핵잠수함과 같은 주요 전략자산이 적기에 충분히 제공될 것을 보장할 수 없고, 이는 결국 북한 핵 앞에 우리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노무현 정부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다. 2003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국군은 6.25전쟁을 거친 이후 꾸준히 성장하여 능히 나라를 지킬만한 규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독자적인 작전 수행의 능력과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하며 전작권 환수 문제를 제기했다. 3년 뒤 노무현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나라의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군통수권에 관한,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바로잡는 일입니다”라고 하였다.

유럽의 경우,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자존심이 없어서 자신들의 군대를 미군 장성인 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사령관의 전시작전통제권 하에 두는 것이 아니다. 30개 NATO 회원국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평시에는 자국군을 직접 통제하지만 유사시에는 미국의 장군인 NATO 사령관이 NATO에 편성된 회원국들의 군대에 대해 전작권을 행사한다. 미국 장군이 NATO군에 대해 전작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미국의 유럽국가에 대한 안보공약 이행을 보증(assure)하는 확실한 장치이기 때문에 NATO 회원국 누구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전작권을 주권의 문제로 간주하였다면, 한반도 주변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고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 시대의 현실과도 맞지 않는 생각이다.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제대로 된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지 못하였고, 그나마 실시한 연합훈련은 컴퓨터 게임으로 전락하였다. 미국은 수시로 연합훈련의 정상화를 원했지만 한국 정부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주한미군은 연대급 이상의 훈련을 한국 내에서 실시할 수 없게 되자, 알래스카, 하와이 등 미국 본토에서 훈련을 실시하였는데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않은 군대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이에 대해 버웰 벨 전 연합사사령관은 “북한을 효과적으로 억지하고, 필요하다면 격퇴하기 위한 동맹의 군사준비태세를 북한과의 단기적인 관계 개선에 사용하는 ‘정치적 도구(political tool)’로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였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직후 열린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하였다. 2009년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약속을 재확인하였는데, 중요한 것은 확장억제에 대한 합의가 현실에서 작동하도록 내용을 만드는 것이다. 확장억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①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는 의지를 충분히 전달하고 인지시키는 의사전달(communication), ② 상대방을 보복할 수 있는 능력(capability), 그리고 ③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 보복조치를 가할 능력과 사용 의지에 대한 충분한 신뢰성(credibility)을 갖추어야 한다. 그간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위원회를 통해 확장억제 문제를 논의해 왔으나 구체화되고 있지 않다.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이 자신들의 위험을 감수하고 우리에게 핵확장억제를 제공할 지가 걱정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핵선제 불사용(No First Use)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또 다른 우려를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임박한 적의 핵공격에 대응하고 적으로 하여금 미국의 핵사용 시점을 모르도록 함으로써 억제효과를 높이기 위해 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열어놓는 입장을 유지해왔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핵무기는 사용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사용억제를 위한 수단이라고 보고 핵선제 불사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핵선제 불사용이 공식화되면 북한이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이 흔들린다고 오판할 수 있고, 우리는 북한의 호의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최근 미국의 외교안보전문지인 『The National Interest』는 한미동맹을 파기하고 한국이 스스로 핵무장을 하도록 놔두라는 더그 밴도우 박사의 글을 실었다. 그는 “동맹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The alliance is a means, not an end)”라고 하면서, 동맹 강화가 미국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을 높인다면 동맹을 강화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한국에 대해 핵우산을 철회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Foreign Policy』, 『미육군대학저널』(The U.S. Army War College Quarterly), 『Orbis』 등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실었는데, 소수 의견이지만 이런 내용의 글이 자주 실리는 것은 우리로서는 걱정되는 일이다. 워싱톤 포스트誌 기자인 캐롤 리오닉(Carol Leonnig)과 필립 루커(Philip Rucker)가 쓴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다(I Alone Can Fix It)』라는 저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석에서 수시로 만약 그가 재선되면 “한미동맹을 깰 것(blow up the U.S. alliance with South Korea)”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에스퍼 국방장관을 비롯한 보좌진들이 선거전에 동맹을 파기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하다고 하자, “맞아 두 번째 임기, 두 번째 임기에 할거야(Yeah, the second term … We’ll do it in the second term)”라고 답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전 대통령이면서, 차기 미 대선의 공화당 유력주자라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해 확장억제를 구체화할 수 있는 조치를 요구해야 하지만, 그런 노력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정부는 미국이 생각하는 확장억제를 위한 조치에 역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3不 문제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확장억제 조치 중 하나로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제시하였는데, 2017년 한국은 중국과 ① 추가 사드 배치를 하지 않고, ②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에 참여하지 않으며, ③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사드(THAAD) 3불”에 합의하여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어렵게 만들었다. 우리는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할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과 힘을 합쳐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야 하는데, 3불 합의의 두 번째 항,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한미동맹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오해될까 걱정이다. 3불 합의를 들은 맥마스터 미국 안보보좌관은 “한국이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성주에 배치되어 있는 사드 포대는 환경영향평가가 지연됨에 따라 기지 건설과 성능 개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3월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여건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unacceptable)”고 언급을 하며 한국 정부에 대해 강력히 불만을 표출했다.

사드는 공격이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주한미군과 우리를 방어하기 위한 무기체계인데도 불구하고, 2016년 6월 쑨젠궈 중국군 부참모장은 “사드 배치는 방어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필요 이상의 조치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틀린 주장이다. 사드 미사일의 최대사거리는 200㎞이고 폭발형 탄두를 장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중국은 사드 레이다가 중국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위협이 된다고 하는데 성주에 배치되어 있는 레이더는 종말모드 레이더이고 최대 탐지거리 600㎞이며 항상 북한을 향해 있기 때문에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산둥반도도 들여다보기 힘들다. 사드 레이더에 대한 중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사드 3불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1991년 부시(H.W. Bush)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각각 TV 연설을 통해 해외에 배치되어 있던 전술핵 철수를 발표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소련연방의 해체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소련 변방에 배치되어있던 1만여개의 전술핵무기가 잘못되면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갈 것을 우려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핵무기 철수를 발표했다. 같은 시기에 부시 미 대통령은 한반도를 포함한 전세계에 배치되어 있던 약 7천개의 전술핵무기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한 때 우리나라에는 수백개의 미군 전술핵무기가 배치되었었는데, 현재는 단 한 개의 핵무기도 없다. 날로 증가하고 있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미 하원군사위원회가 “2013 국방수권법 수정안”에서 권고했듯이 1991년 철수한 전술핵무기 중 일부라도 재배치하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의 안보를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력도 필요하고,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에는 유사시 한반도에 유엔군 전력과 물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이 있고, 5만 명에 달하는 주일미군이 있기 때문에 일본과의 안보협력이 필요하다. 2021년 11월 워싱턴에서 북핵문제를 비롯한 주요 안보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한미일 3국 외교차관회의가 열렸고, 회의가 끝난 후 공동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 시점에 우리 경찰청장이 독도를 방문하였는데, 일본은 이를 문제 삼아 공동기자회견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하였고, 한미일 3국 공조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청장은 우리의 영토인 독도를 언제든지 갈 수 있으나, 왜 그 시점에 독도를 방문하여 한미일 3국 공조를 흔들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도 한미동맹을 흔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어도 북한이 속일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는데, 과연 그럴까?

답보상태에 있는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는 있지만, 2018년 『평양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또 정치적 선언을 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굳이 하겠다면 종전선언에 앞서 북한에 대해 정전협정체제의 준수와 군사정전위 복귀를 요구하는 것이 맞는 순서다. 종전을 하려면 적대의사 유무를 확인해야 하고 그 기준은 북한이 정전협정 체제를 준수하고 있느냐에 있는데, 1994년 북한은 북한군측 군사정전위대표를 철수시키는 등 정전체제의 무력화를 추구해왔다. 2013년 제3차 핵실험 직후 유엔이 대북제재를 추진하자 북한은 ”정전협정의 완전한 백지화“를 선언하였는데, 핵과 미사일 개발이 정전협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도 알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2021년 9월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한국의 유엔군사령부는 미국이 불법적으로 만들었으며 운영과 예산 등 모든 면에서 유엔과 관계가 전혀 없다“고 했고, 3년 전에는 ”유엔헌장 목적에 반하는 괴물같은 조직으로 가능한 빨리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군사령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84호에 의해 1950년 7월 창설된 조직으로 북한의 침공을 격퇴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고,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자 전쟁수행임무를 연합사에 이관하고 이후 정전협정체제 유지와 후방지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를 부정하는 것은 정전체제를 준수할 의사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북한과 종전을 선언한다면 북한은 유엔사 해체를 더욱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에서 언급된다. 평화가 선언으로 지켜질 수 있다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평화는 말이나 문서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가 지켜질 수 있는 조건, 즉 위협요인이 제거되어야 한다. 2021년 북한은 8차례의 미사일 실험을 통해 한국에 대한 핵위협을 가중시켰는데, 이런 상황은 종전선언의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여건의 조성 없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를 약속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는 베트남 공산화로 귀결된 미국과 남·북베트남간의 『파리평화협정(Paris Peace Accords)』이 충분히 보여 주었다. 『파리평화협정』은 베트남전쟁을 끝내고 베트남의 평화를 선언하였으나, 협정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 북베트남은 남베트남에 대한 무력공격을 감행했고 2년여만에 남베트남은 공산화되었다. 미국은 ”북베트남이 합의를 위반할 경우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대응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미국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은 미국 내에서 높아진 반전 분위기뿐만아니라, 북베트남의 통일전술에 현혹되어 ‘독립’과 ‘해방’을 외쳤던 부패한 남베트남에 대해 미국이 회의를 가졌던 것도 원인이었을 것이다. 남베트남이 패망한 지 열흘이 지난 후 조지 스프링스틴 미 국무부수석보좌관은 『베트남의 교훈』이라는 보고서에서 “… 그들이 일할 수 없다면 우리도 그들을 대신할 수 없다”라고 건의했는데, 미국의 당국자들이 무리하게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우리를 제2의 베트남으로 취급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1964년부터 10년간 베트남전에 개입하였고, 약 6만명의 미군이 사망했고, 30만명이 부상당했다. 하와이 대학의 루돌프 러멜 교수는 그의 저서 『대중학살의 통계(Statistics of Democide)』에서 공산화 이후 100만명이 넘는 베트남인들이 처형당했다고 추정했고, 유엔난민기구(UNHCR,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는 『세계난민현황 2000(The State of the World’s Refugees 2000)』 보고서에서 80만명에 달하는 보트피플(boat people)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섣부른 종전선언은 한미동맹의 약화와 와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우리를 구하기 위해 유엔군으로 들어온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이 북한의 절대목표였기 때문에, 김일성은 미국과 직접 협상하여 이를 달성하려고 했다. 최근까지 미국은 북한을 직접 만나지 않았는데, 이를 이뤄준 것이 문재인 정부였다. 2018년 6월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세 번 만났는데 그 결과는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었다. 우리의 안보가 달린 중대한 사안을 국회 차원의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

전체주의의 커다란 파도가 유라시아 대륙을 덮치고 있는 지금 자유민주주의 방파제인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확장억제를 포함한 미국의 안보공약을 구체적인 조치를 통해 확실히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앞뒤가 맞게 행동해야 미국에게 요구할 수 있다. 한미동맹을 흔드는 종전선언, 전작권 전환에 대한 잘못된 발상을 버려야 한다. 사드 3不을 재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고, 연합훈련을 정상화하여 제대로 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여야 한다. 확장억제의 핵심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체제를 갖추는 것인데,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미국과 유럽국가간 핵무기의 배치와 운용에 대해 결정하는 협의체인 핵기획그룹(NPG, Nuclear Planning Group)도 한미간에 설립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이 소극적일 수 있지만, 변화된 안보환경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미국의 협조를 확보하여야 한다.

미소냉전이 끝난 후 미국과 소련 사람들에게 냉전시대에 서로를 어떻게 보았냐고 물었더니, 미국 사람들은 ‘두려움(fear)과 경멸(contempt)’로 소련을 보았고, 소련 사람들은 ‘두려움(fear)과 존경(respect)’으로 미국을 봤다고 했다. 냉전시대의 전략은 “상호확증파괴전략(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으로 상대방이 핵무기로 나를 공격하면 나도 핵무기를 사용하여 상대방을 궤멸시키는 것이었는데, 상호확증파괴전략 하에서 두 나라 국민들이 상대방에 대해 가지는 생각에서 공통된 것은 ‘두려움’이었고, 이는 평화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서 냉전시대의 이러한 경험은 최소한 상대편이 자기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해야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으로, 북핵 위협에 직면한 우리는 북한이 우리에 대해 최소한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은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27건의 친서를 입수했는데, 2020년 출간된 그의 저서 『격노(Rage)』에 따르면 김정은은 친서에서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남한 군대는 나의 적이 될 수 없다 … 사실 한국군은 내 군대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Now and in the future, South Korean military cannot be my enemy … the truth is that South Korean military is no match against my military)”라고 썼는데, 북한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2021년 12월 미국 공화당 의원 35명은 종전선언이 가져올 문제들을 우려하는 편지를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보냈다. 이 편지에 대해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종전선언은 정전체제의 법적, 구조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고, 주한미군과 유엔사의 지위는 종전선언과 무관하다“고 했다. 그런데 2021년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적화통일에 장애가 되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직설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종전선언이 비핵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잘못된 가정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러한 가정의 문제점은 정 박(Jung H. Pak) 미 국무부 부차관보의 저서 『김정은 되기(Becoming Kim Jong Un)』에서 잘 지적되었다. 일부 인사들은 북한은 항상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제공받기를 원했고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은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논리적 반응(logical reaction)이라고 주장했는데, 정 박은 이러한 가정은 사실과 다르다고 보았다. 정 박은 김씨 일가는 1인 지배체제와 정책을 유지하고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위협이 필요하고, 미국은 물론 한국, 중국, 러시아 궁극적으로는 북한 주민들까지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 박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가 김정은 체제에 생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을 주고 있다고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평화가 아닌 갈등, 지역으로의 통합이 아닌 폐쇄경제(autarky) 그리고 핵무기 보유를 선택한 것으로 보았다.

대다수의 안보전문가들은 종전선언이 비핵화를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리스 전 주한미대사는 ”종전선언에 서명이 되면 그 다음날 무엇이 달라지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고, 에이브럼스 전 연합사사령관은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이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고 법적 의미나 유형의 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본인은 그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종전선언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가시적인 비핵화 진전이 없는 종전선언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다자적 노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수석부차관보는 “우리 목표가 북한 비핵화라면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고, 그렇게 남기로 한 나라와의 평화선언이나 종전선언은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고,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한반도 담당 국장 역시 ”종전을 선언해버리면 핵을 가진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합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종전을 선언하면 왜 아직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느냐는 문제가 당장 불거질 수 있고, 북한뿐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하였고, 최근의 한 칼럼에서는 미국은 1989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과 고위관료들이 40여 차례에 걸쳐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로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불안정한 안보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오천만 우리국민이 북한의 인질이 되었고 우리가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1973년 스웨덴에서 일어난 인질사건에서 유래되었다.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 무장강도가 들어 은행원 4명을 인질로 잡고 6일 동안 대치하였는데, 처음에는 공포에 사로잡혔던 인질들은 인질범이 우호적인 제스쳐를 보이자 점차 인질범에게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나중에는 인질범을 옹호하기도 했다. 한 여자 인질은 “나는 경찰이나 국가의 품보다 그와 함께 있을 때가 좀 더 안정적이고 평화롭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2018년 우리의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은 특사단에게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하는데, 이를 듣고 우리가 안심했다면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든 것이다. 대북 유화정책으로 북한의 비위를 맞추면 언젠가는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하는 것은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인질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북한이라는 인질범의 선의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질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대한민국의 정신이 없어지고, 정신이 없어지면 나라가 없어진다. 우리의 동맹인 미국보다 북한과 중국을 더 가깝게 여기고, 사드 3불 약속 등을 하는 것은 우리가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 있음을 증명한다. 2021년 4월 미국 하원의 톰 란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고,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를 유지하고 있거나 북한과 중국에 경사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헌법에 명기된 ”자유민주적(liberal democratic) 기본 질서“라는 구절에서 ‘자유(liberal)’를 삭제하려 했던 사안들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내에서 한국의 정체성과 정책의 방향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이고,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스스로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깨어나야 하고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