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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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폼페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협상이 실패했거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의 국내정치적 부담과 비판 가능성이 주요 원인이었을 것이다. 빈속으로 돌아온 폼페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과 같은 상황을 다시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문제를 중국과의 경쟁 문제로 접근하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중국의 개입으로 인한 결과라고 누누이 지적해 왔다. 9월 초 예정되어 있는 중국측 인사(시진핑 주석 혹은 기타 인사로 추정)의 방북이 미북간 합의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그 이후로 미룬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직까지 북한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지난 5월 24일 미북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취소했을 당시와 같이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폼페오 장관의 방북 취소는 한국의 대북정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는 ‘비핵화 기조 하에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것인지, 또는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핵문제에 종속적이지 않은 남북관계’를 추구할 것인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은 향후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본고는 폼페오 방북 취소의 배경을 분석하고, 향후 한반도 정세 전망과 정책적 함의를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1의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중요한 점은 미국은 기존 “폼페오 방북→중국 인사 방북→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진행과정이 미북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에 큰 부담과 우려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에 대해 대북협력의 한계를 설정하도록 하고 비핵화 공조를 복원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폼페오 장관 방북 취소의 배경

협상 결과의 불확실성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오 국무장관 방북을 취소한 결정적인 이유는 방북 성과가 불투명했거나 방북 준비에서 이루어진 미북 실무진간 합의가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북한의 행보는 핵을 쉽사리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노동신문은 사회주의와 자력갱생을 반복적으로 강조했고,2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미국의 제재가 강도적인 것’이라고 언급했다.3 그 결과 북한이 ‘신고-검증-폐기’와 같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로드맵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보였다.

폼페오 장관 방북 과정에서 미국이 고려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세 가지였다. 먼저 미국이 원하는 바와 같이 비핵화 부분에 큰 진전이 있는 빅딜에 합의하는 경우다. 북한은 ‘신고-검증-폐기’ 원칙을 수용하고 신고의 내용과 시기에 합의한다. 미국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종전선언과 추가적인 비핵화에 따르는 단계적 제재완화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비핵화가 예측 가능해짐에 따라 미국 내에서도 성공적인 협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동 합의를 외교정책의 성과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11월 중간선거에서 활용하려 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미국이 원하는 빅딜 수준은 아니지만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차단하고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경우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 방안의 내용을 일부 수용한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기지나 또는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과 같은 핵동결 조치에 합의한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은 종전선언에 동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준의 합의로는 언제 북한 비핵화가 완료될지 알 수 없고, 북한이 다음단계의 협상에서 유엔군사령부 해체나 한미동맹 약화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할 때 또 다시 양보하지 않으면 비핵화의 진전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 그 결과 미국 내에서 여론이 나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간 공화당이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완전한 비핵화 원칙에 충실한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에, 이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표 1> 폼페오 방북의 성과와 트럼프 행정부에의 영향

표1_폼페오 방북의 성과와 트럼프 행정부에의 영향

마지막으로는 폼페오 장관이 방북을 하지만 북한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김정은 위원장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다시 한 번 발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비핵화 대화가 실패했다는 미국 내 여론이 확산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려다가 국내정치적 손실만 입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빅딜에 동의한다는 확신이 없는 한 폼페오 방북을 통해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표 1>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미중관계 전개와 북한 문제의 인식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는 트위터를 올리면서 북한 비핵화 대화 지연에 중국책임론을 들고 나왔다.4 동 트위터의 내용은 대중 무역과 관련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중국이 이전처럼 비핵화 절차를 돕지 않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떠한 근거에서 중국책임론을 들고 나왔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5월 개최된 2차 북중 정상회담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어도 중국의 부정적 역할에 대한 꾸준한 문제인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며 중국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은 새로운 접근이 아니며,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되 문제의 근본적 구조, 중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거나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표2>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관련 대중 견제 발언

표2_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관련 대중 견제 발언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책임론의 실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의 이야기가 오갔는지, 그 결과 북한은 어떠한 협상태도의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중국은 북한을 어떠한 경로로 돕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정보의 제약이 크다. 하지만 세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관계가 회복되었고 중국인들의 북한 단체관광이 다시 허용되었으며, 북중 교역량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록 공개적이고 대규모의 경제지원은 아니지만 중국의 대북지원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당초 약속한 비핵화 시간표에서 후퇴한 것도 중국의 부정적 영향력을 의심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평가한다. 존 볼튼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을 빌어 ‘북한이 일 년 내 비핵화를 약속’했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 당국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부인이나 항의가 없다는 점에서 사실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랬던 북한이 ‘신고-검증-폐기’라는 비핵화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을 거부하고 살라미 전술로 협상을 지연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미국은 북한의 입장 변화를 의심했고, 그 원인을 중국에게 돌린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반도 정세 전망과 정책적 함의

주요 변수

폼페오 장관의 방북 취소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는 북한의 반응, 미중간 무역전쟁, 한국 정부의 선택이라는 세 가지 변수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1) 북한의 반응

향후 북한이 폼페오 장관의 방북 취소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포기 발언이 있자 김계관 외무성 부상 명의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기대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저자세로 입장을 전환한 북한의 전술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재수용이라는 효과를 거두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북한이 폼페오 장관 방북 취소라는 미국의 강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5월과 달리 현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먼저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꾸준히 자력갱생을 강조해 왔다. 동시에 중국과의 접경무역, 중국 관광객 수용, 그리고 기타 밀무역 등을 통해 당분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적‧경제적 고립을 탈피해야 했던 5월과 달라진 입장이다.

미국의 군사적 옵션 가능성이 적은 것도 북한에게는 유리한 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의 원인을 중국에 돌리는 대신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아직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신중이다. 김 위원장에게 안부를 전하고 곧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한다는 이야기를 붙였다. 이러한 기조를 고려할 때 당분간 북한에게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만큼 북한으로서는 부담이 적어진 것이다.

9.9절 행사 역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현재 북한은 정권 출범 70주년을 성대히 개최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열병식을 비롯하여 대대적인 주민 동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정권 출범을 기념하는 것은 이념적으로는 김씨 정권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외세에 억눌리지 않고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했다는 정치적 메시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에 대해 저자세로 핵협상을 다시 진행한다는 것은, 비록 주민들에게 알려질 가능성은 낮지만, 체제 내부적으로는 모순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이 지난 5월과 같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북한의 태도는 바뀔 수 있으므로 북한의 입장 변화는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가 아닐 수 없다.

(2) 미중간 무역전쟁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미중간 무역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귀결될지 아니면 장기간의 소모전(war of attrition)으로 전개될지의 여부도 한반도 정세에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승패가 분명하게 날 경우 그에 따른 정책적 파급효과가 예상되지만, 승패가 나지 않고 장기화 될 경우에도 그 여파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은 미중간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고 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손을 떼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5 이러한 계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문제는 과연 미국이 단기간 내에 중국의 백기투항을 유도해 낼 수 있는가이다.

현재 미중간의 무역전쟁은 관세전쟁이 핵심이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 500억달러 상당에 25%의 관세를 물렸고, 중국 역시 같은 액수의 보복을 단행했다.6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보면 미국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에 비해 무역 및 대미 의존도가 크고, 달러의 힘이 막강해서 위안화로 대응할 수 없으며, 미중간 기술격차가 커서 미국의 핵심 기술 없이는 중국이 제대로 된 첨단제품 제조가 불가능하고, 유럽 및 일본 등 다른 경제 강국들이 미국편을 들고 있다.7 또한 미국은 금년 2분기(4∼6월) 경제 성장률이 2014년 이후 최고인 4.1%를 기록했고 금년도 전체 성장률도 애초 2.5% 정도일 것이라는 전망을 벗어나 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호황을 맞고 있다.8 반면 중국의 경우 환율과 성장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지난 3월 22일 6.33위안이던 것이 8월 10일 6.86위안으로 8.34% 치솟았고 중국의 2분기(4∼6월) 경제 성장률은 통상갈등 속에 6.7%를 기록, 전년 동기 6.9%보다 소폭 둔화했다.

이처럼 경제지표는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미중간 무역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곧 끝날 것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미국의 추가관세를 부과받은 품목이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도 되지 않기에 단기적 충격이 제한적이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이 미국에게 북한 문제까지 양보해 가면서 무역협상을 종결시킬지 아니면 시간을 끌며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변화를 유도하려 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3) 한국 정부의 입장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도 향후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비핵화 공조의 틀을 유지하면서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할지, 아니면 북한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면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속화 할 것인지에 따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고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기존 입장은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균형 있는 진전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은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가면서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수차 밝혀왔다.9 이러한 이유에서 그간 대북제재에 위반되거나 위반될 소지가 있는 개성공단 사업 재개나 금강산 관광 재개, 그리고 대북 물자반입에 주의를 기울여 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 이후 한국 정부의 미묘한 입장 전환이 발견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 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4.27 판문점 합의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남북연락사무소 개설과 관련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와 별개로 진전될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미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동 정상회담에서 북측은 남북교류의 대폭적인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8월 13일 고위급 회담에서 주장했듯이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의 확대가 4.27 판문점 선언의 내용이라며 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할 전망이다. 만일 한국 정부가 북측의 주장을 수용한다면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경제협력 분야가 합의될 것이고 대북제재의 틀을 지키기가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경제협력 합의를 유보하고 북한에 대해 비핵화 조치를 요구한다면 북한은 남북교류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정세 전망 시나리오

폼페오 장관의 방북 취소라는 미국의 선택에 북한의 입장, 미중 무역전쟁, 그리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각각 독립변수로 놓고 본다면 향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의 시나리오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두 여덟 가지 상황이 예측 가능하다.10

<그림 1> 향후 한반도 정세 시나리오

그림1_향후 한반도 정세 시나리오

첫째, 북한의 입장전환이 이루어지고 북미간 대화가 재개되며, 중국이 무역문제에 있어 미국과 타협을 하며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한국 정부가 비핵화 입장을 준수하며 남북관계와 경제협력의 속도를 조절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서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고, 비핵화의 속도가 빨라져 남북교류가 확대되며, 한미간 갈등 요인도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북한의 입장전환이 이루어지고 북미간 대화가 재개되나, 중국이 무역문제에 있어 미국과 타협을 하며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한국 정부가 비핵화 입장을 준수하기보다는 남북관계와 경제협력의 속도를 내려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고, 비핵화의 속도가 빨라져 남북교류가 확대되지만 한국 정부의 경협 속도와 관련하여 한미간 갈등 요인이 부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비핵화의 가시적 진전이 있어 한미간의 갈등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북한의 입장전환이 이루어지고 북미간 대화가 재개되나, 중국이 무역문제에 있어 미국과 타협을 하지 않고 버티기를 시도하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하고, 한국 정부는 비핵화 입장을 준수하며 남북관계와 경제협력의 속도를 조절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지만, 중국의 영향력으로 비핵화의 속도는 지연되고 남북교류도 지연되지만 한미간 갈등 요인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넷째, 북한의 입장전환이 이루어지고 북미간 대화가 재개되나, 중국이 무역문제에 있어 미국과 타협을 하지 않고 버티기를 시도하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하고, 한국 정부가 비핵화 입장을 준수하기보다는 남북관계와 경제협력의 속도를 내려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지만, 중국의 영향력으로 비핵화의 속도는 지연되고 남북교류는 일시적으로 진전되지만 한미간 갈등 요인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다섯째,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무역문제에 있어 미국과 타협을 하며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북한이 더욱 고립되며, 한국 정부가 비핵화 입장을 준수하며 남북관계와 경제협력의 속도를 조절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남북교류도 제한되고 한미간 갈등 요인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북한이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비핵화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여섯째,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무역문제에 있어 미국과 타협을 하며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한국 정부가 비핵화 입장을 준수하기보다는 남북관계와 경제협력의 속도를 내려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비핵화에 진전 없이 한미관계에 갈등 요인만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이 비핵화 지연의 원인으로 중국 대신 한국을 지목할 수 있으며, 한국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

일곱째,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무역문제에 있어 미국과 타협을 하지 않고 버티기를 시도하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하고, 한국 정부는 비핵화 입장을 준수하며 남북관계와 경제협력의 속도를 조절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비핵화에 진전 없이 한미공조만 유지되는 상황으로 비핵화 대화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

여덟째,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무역문제에 있어 미국과 타협을 하지 않고 버티기를 시도하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하고, 한국 정부가 비핵화 입장을 준수하기보다는 남북관계와 경제협력의 속도를 내려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비핵화에 진전 없이 한미관계만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정책적 함의

긴 호흡의 대북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향후 북한 비핵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8가지 시나리오 중 비핵화가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은 첫째, 둘째, 다섯째 시나리오 세 가지의 경우 뿐이다. 오히려 비핵화가 불가능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조급한 나머지 단기적 성과에 급급할 경우 북한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하고, 냉정한 정세흐름을 고려하여 협상과정에서 우리의 안보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한미공조에 불안요인이 존재함을 이해해야 한다. 북한의 입장이 변하지 않고 강경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독립적인 남북관계를 추진하려 할 경우 비핵화 협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가 비핵공조보다 남북관계를 우선시하는 네 가지 시나리오 중 북한의 입장을 전환해서 비핵화 대화가 개최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한미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특히 북한이 남북관계와 비핵화의 속도에 차이를 만들고 이를 통해 한미공조를 훼손하려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중 경쟁과 무역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선택은 한국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비핵화를 유도하는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지만, 북측이 우리의 비핵화 요구에 얼마나 성의 있게 답할지는 미지수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왔던 미국 행정부의 입장도 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대화를 중단시켰기에 우리가 미국에 대해 대화 재개를 요구한다 해도 실현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진행 과정을 진솔하게 설명해야 하며 상황을 장밋빛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홍보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 방안 건의 : 속도 조절과 국제공조 복원·강화

북한과의 대화는 필요한 일이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의 비핵화는 우리 정부가 추구해야 할 기본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현재 북한이 보이고 있는 태도를 보면 비핵화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간 필진은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부터 지금까지 주변 정세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과 철저한 비핵공조를 강조해 왔다.11 마찬가지로 폼페오 방북 철회로 조성된 위기 국면에서도 흔들림 없이 비핵평화의 길을 걸어갈 것을 건의한다. 정부가 현 시점에서 특히 염두에 두어야 할 사안은 다음과 같다. 대책을 강구함에 있어서 앞으로의 사건이 “중국인사(시진핑 주석 혹은 기타 인사)의 방북→3차 남북정상회담→미북간 대화 및 폼페오 국무장관의 방북” 순으로 진행될 것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되 비핵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국내외에서 폼페오 방북 철회 이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충분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3차 정상회담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대화를 추진하되 기존에 약속한 바와 같이 교류와 협력보다는 비핵화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은 비핵화의 돌파구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 비핵화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번 1차 정상회담에서 1년 안에 비핵화를 완료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왜 그러한 입장에 변화가 생겼는지를 확인하고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경제보장과 조속한 비핵화의 교환을 설득해 내야 한다. 특히 신고나 검증이 없는 비핵화는 한국도 수용할 수 없음을 전달하고 신고를 약속받음으로 해서 미국과의 대화가 다시금 제 궤도에 오르게 해야 한다. 정상회담에서 남북교류나 경제협력의 확대 문제는 비핵화의 구체적 조건과 연계하여 남북 모두 예측 가능한 협력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한미공조와 제재이행에 유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가 이제는 불신의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남북관계 진전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한미공조가 훼손될 경우 비핵화 가능성은 물론 남북관계 진전의 가능성도 함께 낮아진다. 따라서 정부가 원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 정부 스스로 대북제재 이행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재에 관한 한미간 협의와 공조를 정례화·제도화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제재 이행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관국들과의 협의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혹시라도 북한산 석탄이나 천연자원이 추가로 반입된 사례는 없는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추진이나 기타 교류협력 사업에서도 제재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사소한 물자라도 의심이 될 여지가 있다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사전 통보하고 승인을 득한 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돌발변수(특히 중국 변수)와 위기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앞으로도 폼페오 방북 철회와 같은 우발적 상황이 다수 등장할 수 있다. 중국을 설득하기 어렵겠지만, 중국이 비핵화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우호적인 한중관계를 유지하고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강조해야 한다. 추가적인 북한의 평화공세 혹은 낮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는 물론 전략적 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북한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수요를 맞추고 미국과의 협상을 유지하기 위해 핵활동 동결을 선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동결이 북한의 살라미 전술의 일환이라면 비핵화를 담보하지 않는다. 신고-검증-폐기라는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단계적으로 이를 실현해 나가는데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북한이 전략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만일 북한이 전략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은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정치적·경제적·군사적 압박을 추구할 것이고 이는 다시 한 번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전략도발에 대한 대응방안도 미리 협의하여 대응의 수위를 조절함으로써 충격을 완화하고 상황을 관리하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에 예상되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시나리오별 대안을 미리 검토하는 기법이다. 이를 위해 당면 이슈를 식별하고 이슈별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추출하여 각각의 변수로 선정하고, 그 변수를 기준으로 여러 개의 시나리오 조합을 만드는 방식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시나리오 플래닝과 관련하여 자세한 내용은 유정식, 『시나리오 플래닝: 불확실한 시대의 생존 전략』 (20009, 지형출판) 참조.
  • 2. 「노동신문」, 2018년 8월 24일, 6면.
  • 3. 「노동신문」, 2018년 8월 17일, 1면.
  • 4. 트럼프 트위터 계정, (8월 25일 2:36 AM) “because of our much tougher Trading stance with China, I do not believe they are helping with the process of denuclearization as they once were (despite the UN Sanctions which are in place)…”
  • 5.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문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무역을 넘어선 지전략적, 군사적 영역에 넓게 퍼져 있다. 작년 12월 발간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역시 중국을 경쟁자로 표현하며 그 도전을 물리치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2017, http://nssarchive.us/national-security-strategy-2017/ 참조.
  • 6. 관세전쟁의 이면에는 보다 전략적인 속내가 관측되는데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와 전지(배터리), 전기자동차, 고속철도, 화학제품 관련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따. 즉, 중국 정부가 차세대 기술 육성 사업으로 추진하는 ‘중국제조 2025’의 핵심 분야를 공략함으로써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미국산 농산물과 할리데이비슨과 같이 미국 국내정치적 영향력이 큰 품목을 대상으로 관세를 물리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공격한 것으로 평가된다.
  • 7. 「머니투데이」, 2018년 8월 26일,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82615391044129 참조.
  • 8. 「연합뉴스」, 2018년 8월 11일,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8/10/0200000000AKR20180810134100009.HTML?input=1195m 참조.
  • 9. 「연합뉴스」, 2018년 8월 2일,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8/02/0200000000AKR20180802153852014.HTML?input=1195m참조.
  • 10. 시나리오를 구상함에 있어 각각의 변수를 단순화함으로써 발생하는 부분적 오류가 존재하지만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상황을 조망하기에는 매우 유용하다.
  • 11. 졸고, “미북 정상회담 관점 포인트 및 정책적 함의” 2018년 6월 5일; 졸고, “미북 정상회담 평가와 한국의 안보 우려” 2018년 6월 14일; 졸고, “폼페오 국무장관 3차 붕북 이후 비핵화 협상 전망,” 2018년 7월 9일. http://www.asaninst.org/contents/category/publications/issue-briefs/ 참조.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신범철
신범철

안보통일센터

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