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본 보고서는 전략분석실 김진우 박사 지도하에 작성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16년 12월 21일 나바로를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였다. 나바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고위직에 임명된 최초의 경제학자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는 나바로를 ‘비전이 있는 경제학자(visionary economist)’라고 평가하며, 그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경제성장을 높이며 일자리의 해외유출을 막을 수 있는 무역정책을 개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1

지금까지 나바로가 중국에 쏟아낸 신랄한 비판은 대선 선거운동기간 트럼프가 중국을 비판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트럼프는 2016년 내내 중국을 미국 경제에 막대한 피해주는 ‘대단한 파렴치한’라고 지칭했다. 지난해 5월 인디애나 주 포트웨인 유세에서는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계속 수탈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에는 “우리는 그들의 동네북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9월에는 “그들은 우리의 피를 빨아먹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이런 강경 발언은 향후 우호적인 미중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하버드 대 경제학 박사인 나바로는 그의 저서에서 현재의 미중관계를 ‘미국의 손해를 담보로 중국이 수혜를 누리는 매우 일방적인 관계’로 규정한다. 나바로는 책에서 미국 제조업 일자리 유출, 경기 침체, 해외에서의 군사적 취약성 등에 방점을 두었는데, 이러한 주장은 트럼프가 미국민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는데 일조했다. 나바로는 중국은 단지 부상하는 것만이 아니라 세계의 안정을 가로막는 최대의 위협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려면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의 경제 및 군사적 성장을 둔화시켜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나바로는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을 제안하는데, 이는 기존의 협력적 대중정책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제 나바로가 트럼프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한 만큼, 그가 트럼프에게 어떤 정책을 제안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통상부분에서는 나바로의 조언대로 트럼프는 미중간 무역부분 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경제적 이슈가 다른 사안보다 우선시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미국에 보다 유리한 교역 조건을 이끌어내는 협상카드로서 오랫동안 유지된 지정학적 규범을 활용할 의향이 있음도 암시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에 했던 언급했던 무역전쟁 위협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하며, 트럼프는 45%의 징벌적 관세율을 제시한 바 있다 (나바로는 43%를 제안했다). 이러한 관세율이 제정될 경우 중국도 나름의 보복적 규제로 맞대응 할 것이며, 그 결과 양자 무역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주고, 중국 제조품에 사용되는 부품을 생산하는 한국과 대만 등의 주변국에도 피해를 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으로 인해 설사 증국에 있는 해외기업들이 중국을 떠난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들 기업들을 베트남 등 중국보다 노동력이 저렴한 국가가 아니라 미국으로 돌아오게 할지는 불명확하다.

궁극적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는 것과 미국인들이 중국산 제품 구매를 중단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미국 소비자들과 경제 전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저부가가치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다시 끌어 모으는 것은 21세기 미국에는 비현실적이다.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이 잃은 제조업 일자리의 약 88%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때문이 아니라 생산성 격차가 원인이었다.2 따라서 이들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오면 그 중 대다수는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 제조업의 높은 비용으로 인해 미국산 제품은 국제적으로는 경쟁력이 낮고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비싼 제품이 될 것이다. 미국은 비숙련 일자리를 억지로 되찾기 보다는, 아직 중국이 뒤처져 있는 산업 분야에서 숙련된 노동력을 키우는 편이 나을 것이다.

나바로처럼 자유무역협정을 불신하는 트럼프는 취임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에서 탈퇴하였다. 사실 이러한 결정은 이미 선거 전부터 예견되었다. 대선 하루 전날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게재된 공동 기고문에서 나바로는 이렇게 쓰고 있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불공정한 무역협정의 체결이나 중국의 WTO 가입허용, TPP 를 통과 같은 일로 다시는 미국 경제를 미 외교정책의 희생양으로 삼지 않을 것이다.”3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 탈퇴와 재협상이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TPP 탈퇴는 머지 않은 미래에 아시아 내 경제 주도권을 중국에 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를 미국이 아시아에서 철수하려 한다는 또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트럼프와 나바로는 자유무역 자체가 심판대에 오른 것이 아니라, 미국 노동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타국에 이득을 가져다 주는 불공정 무역협정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공정한 자유무역은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정책제안은 보호주의와 다를 바 없다. 나바로는 트럼프가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의 공장 이전문제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보여준 바 있는 직접적 시장 개입 방식을 옹호하는 듯 하다. 두 사람 모두 수출을 장려하고 수입은 반대하며 경제 문제에 대하여 정부가 직접적 역할을 수행하는, 일종의 신중상주의(neo-mercantilism)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오래전 미국은 그런 정책을 추구했지만, 21세기 세계화된 경제에서 같은 정책이 과연 성공할지 의문시 된다.

트럼프는 나바로와 마찬가지로 중국 경제성장 둔화는 군사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미심쩍은 인과관계를 믿는 것은 위험하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고립되면 국제 분쟁을 일으켜도 중국은 잃을게 적어진다. 또한 경제 침체로 인해 내부적 불안정이 확대되면 중국 정부 지도자들은 신중한 확장정책에서 벗어나 과격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진하고 고립된 경제를 가진 국가가 위협적인 군사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은 중국의 이웃 국가인 북한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나바로는 대만과 관련된 사안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그는 ‘하나의 중국’ 정책은 과거에는 군사 동맹국였고 현재는 중요 교역 파트너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과 미국간의 관계를 제한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7월 내셔널 인콰이어러(National Inquirer)에 게재된 기사에서 나바로는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주창했다. “미국의 지도자들은 ‘하나의 중국, 두 개의 체제’를 절대로 인정하지 말아야 하며, ‘하나의 중국’ 정책을 다시는 언급하지도 말아야 한다.”4 중국 정부는 이러한 행동을 못마땅해 할게 분명하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중국과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영리하고 섬세한 정책을 추구할 인내력과 전략적 통찰을 보여준다면, 이는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 이행의지를 뒷받침하며, 자칫 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는 지역에 장기적 안정성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악명 높을 정도로 예측불허인 트럼프답게 그의 아시아 정책은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최근의 그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중국이 스스로 행동에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보인 행동으로 인해 미중 관계의 패러다임이 이미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취임 후 양국 관계는 악화될 공산이 크다. 얼마나 급속도로 악화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중간의 통상관계를 중시하는 테리 브랜스태드(Terry Branstad) 아이오와 주지사를 주중대사에 임명한 것은 트럼프가 양국간에 일정 수준의 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그러나 그의 일관된 반중국 레토릭을 감안할 때 이러한 낙관주의는 근거가 미약하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Ben Forney
Ben Forney

전략분석실

벤 포니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원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영문학 학사, 서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관심분야는 북한∙동아시아 정치, 한미 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