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고문

285 views

8월 18일 미국 대통령의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3자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정상은 “2023년 말까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도록 하고자 하며 …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위협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간 안보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특히 핵탄두를 실어나를 수 있는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3국의 미사일 방어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3국간 미사일 방어협력이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도 참여하는 미사일방어(Missile Defense, MD) 체계로의 편입이고 ‘한·미·일 3자동맹’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핵위협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 것을 감안할 때,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Thinking about the unthinkable)”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이 가지고 있는 MD 체계의 탐지(Detection) 및 추적(Tracking), 요격(Interception) 자산을 우리의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통합된 MD 체계 구축을 제안하고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

MD 체계 통합은 지휘통제, 탐지 및 추격, 요격의 전 체계를 한·미·일이 함께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한국에 대한 핵공격을 자신에 대한 핵공격으로 간주하여 자동적인 핵보복을 할 수 있고, 미국으로 향하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한국이 요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향하는 각종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기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본토의 자산까지도 동원하는 틀을 갖추게 된다. 통합형 MD 체계의 핵심은 3국간 조기경보 및 정보공유이며, 북한 핵 및 미사일 위협에 초기단계에서 정상들의 긴밀한 협의에 의한 전략적 결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3국 정상의 협의와 합의에 의해 전략적 결심이 내려지면 대응 및 요격에 이르는 과정은 한국, 미국, 일본 각국의 지휘통제체제에 따라 시행하면 된다. 물론, 결정 이후의 궤적추적 및 요격, 그리고 정보 판단에 있어서도 지휘통제체계가 상호 연계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즉 지휘통제체계의 호환성은 확보해야 한다.

통합형 MD 체계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을 한·미·일 공동의 위협으로 보는 만큼, 우리로서는 한반도 방위만을 목적으로 종말(terminal) 단계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요격체계를 미 본토를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중고도 및 저고도 요격미사일 역시 미국 및 일본의 MD 시스템과 상호운용성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통합형 MD 체계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정보 및 요격자산의 공유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특히 첨단 정보위성을 활용하는 우주기반 적외선 체계(Space-based Infrared System, SBIRS)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핵심이다. SBIRS를 활용하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발사관련 동향을 면밀히 탐지할 수 있어 실제 공격의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통해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용이하다. 또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시간이 더 확보되어 1차 요격이 실패했을 경우에도 추가요격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레이더만을 가지고 북한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후 30초에서 1분 정도가 지나야 탐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북한 미사일이 한국 내 주요 목표에 다다르는 시간이 5∼8분 정도이므로 30초에서 1분이라는 시간을 버는 것은 추가 요격 가능성을 높여 우리의 안보에 큰 도움이 된다. 일본은 8대의 정찰위성과 조기경보 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와는 다른 각도 및 범위에서 북한을 감시하고 정찰할 수 있어 정확한 정보판단을 가능성케 하기 때문에 일본과의 정보공유도 추진해야 한다.

통합형 MD 체계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이나 다른 세력의 핵무기 및 미사일이 실제 사용된 이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무기체계가 사용될 수 없도록 ‘억제’하는 데 두어져야 하므로, 한·미·일 ‘통합형’ MD는 ‘통합형 확장억제’와도 연계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핵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주는 것이 필수적이고, 이러한 면에서 전술핵 재배치 등 ‘워싱턴선언’ 수준을 뛰어넘는 획기적 확장억제 강화방안 역시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 핵 및 미사일의 잠재피해자의 하나인 일본과 공조하여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를 설득하는 정책 역시 요구된다. 미국은 북한의 공격표적이 되는 곳에 자신들의 핵무기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조차 북한에게 핵위협을 받는 상황에 도달했으니 미국은 NPT의 실패를 자인하고, 북핵폐기 조건부로 한국과 일본의 핵개발을 허용하여 중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통합형 MD 체계가 중국의 반발과 보복을 불러오고 북중러 3각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선의에 기대는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그들의 정책변화를 이끌어낼 수단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도 한·미·일 ‘통합형’ MD 체계 구축은 필요하다.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사드배치 때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인데, 사드 배치 결정 때를 보면 결정 초기 단계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하다가 전격적으로 배치에 합의하여 중국을 더욱 자극하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14년부터 미국은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한국 정부는 “요청도 없었고, 협의도 없었으며, 결정된 것도 없다(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 3Nos)“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 박근혜 정부는 ”안보와 국익에 따라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후 한미간 사드배치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지속적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한중간에는 이 문제에 관한 공식 혹은 비공식 협의가 없었고, 각자 자신의 입장만을 발표하면서 사드문제는 안보문제가 아닌 감정싸움으로 본질이 변화되었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통합형 MD는 초반부터 이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2022년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는 미국 손에 장악돼 있다 … 사드 X-밴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2000~3000킬로미터다. 중국 내륙의 내지 깊은 곳에 다다르기 때문에 중국의 전략적 안보를 직접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중국의 걱정과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으나, 북한 핵위협이 존재하는 한 통합형 MD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되,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3자 체제 내에서 통합형 MD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중국의 미사일관련 정보에 대한 탐지능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운용되도록 미국, 일본과 협의해야 한다.

 
*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