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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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부터 신남방정책을 통해 아세안의 중요성, 아세안과 협력 강화를 꾸준히 추진했다. 신남방정책은 2019년 말 제3차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개최, 신남방정책 추진 2년, 그리고 정부가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두 번째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세안에 대한 정책에 명칭을 부여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했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신남방정책 추진의 동력을 지속한 점은 평가할만하다.

한국의 신남방정책 추진, 나아가 아세안 정책의 추진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 아세안 정책, 아세안 국가들의 반응뿐만 아니라, 정책에 대한 국내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인들이 아세안의 중요성을 지금보다 더 잘 지각하고, 정부의 대 아세안 정책이 중요한 외교정책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정부가 아세안 정책을 끌고 갈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이 지속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1

이런 배경 하에 아산정책연구원은 2019년 말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개최 이후, 2019년 아산연례조사의 한 부분으로 한국인의 대 아세안(ASEAN) 인식,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식, 지지 여부, 그리고 대 아세안 정책에서 주안점을 두어야 할 정책에 대해 조사했다. 물론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이후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한국인의 아세안 중요성 인식, 신남방정책 인지, 평가 등에서 평소보다 다소 높은 응답율이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는 흔치 않은 아세안에 대한 인식 조사이며, 몇 가지 정책적 제안을 도출할 만한 흥미로운 결과도 발견됐다.

 

한국인의 아세안 중요성 인식

먼저 국익에 있어 아세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응답 결과를 살펴봤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87.2%는 우리나라의 국익에 있어 아세안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2.8%에 불과했다. 이 조사가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된 이후에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세안에 평소보다 큰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나온 결과였다. 그럼에도 이는 한국인들에게 아세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그림 1] 한국의 국익을 위한 아세안의 중요성 인식 (%)

그림1_한국의 국일을 위한 아세안의 중요성 인식

[표 1]에 따르면, 아세안의 중요성 인식은 응답자의 정치·사회적 배경과 관계없이 대체로 유사했다. 연령대, 이념성향과 관계없이 모두 아세안이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다만, 몇 가지 흥미로운 차이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연령대별로는 20대(79.5%)의 경우, 아세안의 중요성에 공감한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많게는 약 12% 포인트에서 적게는 약 7% 포인트 정도 낮았다. 또 이념성향별로도 진보는 91.9%가 아세안이 중요하다고 한 반면에 보수는 이보다 11% 포인트 낮은 80.9%만 아세안의 중요성에 동의했다(중도 86.6%).

[표 1] 정치사회적 배경에 따른 한국의 국익을 위한 아세안의 중요성 인식(%)

정치사회적 배경에 따른 한국의 국익을 위한 아세안의 중요성 인식(%)

위의 항목에서 드러난 차이는 첫째로 학업이나 취업준비 등으로 외교문제나 국제관계를 돌아볼 여유가 부족한 20대가 상대적으로 아세안, 나아가 한국을 둘러싼 외교 문제에 조금 덜 긍정적 인식을 보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30대 이상은 80% 중반 이상의 다수가 아세안이 중요하다고 한 반면, 이 인식은 20대에서는 80%에 미치지 못했다. 또 아세안 외교에 대한 강조가 현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겹쳐 문재인 정부에 긍정적이지 않은 보수층에서는 아세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보수부터 진보에 이르는 이념 스펙트럼을 놓고 보면 보수에 비해 중도, 진보일수록 아세안의 중요성에 더 공감했다. 지지정당별로도 민주당(93.2%)과 자유한국당(79.1%) 지지층의 대 아세안 인식은 약 14% 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표 2] 참고).

문재인 정부·정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아세안의 중요성 인식과 관련이 있다는 근거는 더 있다. 문재인 정부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국정운영 평가 ‘잘 하고 있다’, 지지정당 ‘민주당’, 남북관계 인식 ‘좋다’, 국가경제 인식 ‘좋아졌다’, 경제정책 선호 ‘소득분배 우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표 2]를 보면,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응답층에 비해 일관적으로 국익에 있어 아세안이 중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아세안의 중요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국내 정치적 지지와 어느 정도 연동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표 2] 정부 정책 지지에 따른 한국의 국익을 위한 아세안의 중요성 인식2(%)

정부 정책 지지에 따른 한국의 국익을 위한 아세안의 중요성 인식(%)

 

신남방정책 인지 여부와 정책에 대한 인식

다음으로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또 알고 있다면 신남방정책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먼저 신남방정책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다’고 한 비율이 11.7%,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30.7%, ‘들어본 적이 있지만 잘 모른다’는 38.7%, ‘전혀 들어본 적 없다’는 18.9%로 나타났다. 앞서 대다수인 87.2%가 아세안의 중요성에 공감한 결과와 비하면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낮았다. 신남방정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한 비율은 42.4%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잘 모른다는 응답자가 57.6%로 더 많았다. 이는 아세안의 중요성에 대한 여론의 높은 공감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구체적 외교정책에 대한 높은 인지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추가로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식은 인지 응답자(636명, “매우 잘 알고 있다”+”어느 정도 알고 있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분석에 이용했다([표 3]). 신남방정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82.1%는 정책을 긍정적으로 봤다.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17.9%로 소수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지도가 아주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단 정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한국인 사이에서는 정책에 대한 인식이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 3] 신남방정책 인지 여부와 인식 (%)

[표 3] 이념성향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의견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지도 및 인식은 연령대별로 달랐다.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지도에서 20대는 22%만 알고 있다고 답했고, 그 중 66.7%만 신남방정책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는 30대 이상에서 인지도가 30~50%후반으로 나타났고, 정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70~80% 후반이었던 것에 비하면 차이가 있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에서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지도가 뚜렷하게 낮았고, 그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낮은 편이었다.

앞선 아세안의 중요성 인식과 마찬가지로, 학업·취업 등으로 대외정책이나 국제관계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할 수밖에 없는 20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보다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된 30대 이상에 비해 20대의 아세안,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지도 및 인식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남방정책 대해 알고 있다고 한 2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적었으나, 정책에 대해 알고 있는 응답자 중 정책을 긍정적으로 본 비율은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지 및 인식은 응답자의 정치적 태도와도 관련이 있었다. [표 4]에서 보는 바처럼 인지도는 진보가 49.5%로 보수 44.5%, 중도 34.4%에 비해 더 높았다. 특히 중도의 정책 인지도가 가장 낮게 나타난 점은 신남방정책에 대한 한국인의 인지가 정치화됐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정책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진보 94.5%, 보수 55.3%로 이념성향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중도 86.6%). 정책 인지도에서 나타난 보수-진보간 차이에 비해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식은 응답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격차가 약 40% 포인트로 매우 컸다. 이 경향은 정당 지지와 현 정부의 정책 평가에 따른 인지, 인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표 4] 정치사회적 배경에 따른 신남방정책 인지 여부와 인식3 (%)

[표 4] 정치사회적 배경에 따른 신남방정책 인지 여부와 인식

흥미로운 점은 신남방정책이 아세안과 인도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80.9%가 아세안이 중요하다고 한 보수층이 정책에 대해 44.5%만 알고 있다고 했고, 그 중 55.3%만 정부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봤다는 것이다. 국익에 있어 아세안이 중요하다고 보는 인식과 관계없이, 신남방정책이 진보 정부로 평가되는 문재인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수층의 인식은 엇갈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 경향 즉 1) 아세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함에도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낮았고, 2) 정파간 정부 정책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컸던 점은 응답자의 지지정당, 다른 정책에 대한 태도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표 4] 참고).

 

대 아세안 정책 추진 분야 인식

대 아세안 정책 추진 분야에 대한 인식은 아세안 정책의 중요 분야,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있어 아세안의 역할을 묻는 질문으로 살펴봤다. 먼저 아세안 정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물었는데, 응답지는 1) FTA 등 경제협력, 2) 한류 컨텐츠 유동 강화 등 사회문화 교류, 3) 한반도 문제 해결 등 외교안보, 4) ODA 등 개발협력, 5) 교육, 관광 기회 확대 등 인적 교류 등으로 구성했다.

전반적으로 한국인은 대 아세안 정책으로 한-아세안간 경제협력을 가장 중요한 분야로 꼽았다. 절반에 가까운 48.5%가 경제협력을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는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사회문화 교류(19.5%), 외교 안보(17.4%) 응답을 합한 비율보다 많았다. 그만큼 한국인은 대 아세안 정책에서 경제협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대 아세안 정책의 중요 분야를 1, 2순위로 선택하게 한 결과를 합산해도 경제협력을 선택한 비율은 68.3%로 가장 많았다. 다만, 2순위까지 합산한 결과에서는 경제협력 이외의 다른 정책 분야를 선택한 비율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합산 비율간 격차(사회문화 교류 41.7%, 외교 안보 39.7%)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그림 2] 아세안 정책 중요 분야 (%)

[그림 2] 아세안 정책 중요 분야

현실적으로 한국과 아세안간 협력은 다른 분야에 비해 경제협력이 큰 주목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무역이나 투자에서도 아세안은 한국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위의 결과는 대체로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세안의 중요성과 대 아세안 정책의 성과를 설명할 때 숫자로 보여지는 경제협력을 맨 먼저 내세우고 가장 강조하는 정부의 설명 방식이 아세안과의 중요 협력 분야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한-아세안 협력이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도 확장돼야 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협력이 균등하게 발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신남방정책의 세부 부문간 불균형은 향후 정부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해소해야 할 문제다.

대 아세안 정책 분야에 관한 조사 결과에서는 경제협력의 중요성이 확인됐다는 것 외에 눈에 띄는 경향이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대 아세안 정책 분야에 대한 1순위 응답만 고려했을 때 교육 수준에 따라 소폭의 흥미로운 차이가 발견됐다. 학력이 높을수록 경제협력을 중요하게 봤고, 상대적으로 사회문화, 정치안보, 인적교류 분야에 대한 관심은 적어지는 경향이 있었다.4

다음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있어 아세안의 역할에 대한 한국인의 평가를 분석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있어서 아세안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다수를 차지했다. 64.7%가 아세안의 역할에 긍정적이었던 반면, 35.3%는 아세안의 역할이 별로 없다고 봤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앞서 아세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았던 것과 달리, 한반도 문제에 있어 아세안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본 비율은 그 보다는 낮았다. 이는 앞서 살펴본 바처럼 한국인에게 한-아세안 관계는 경제협력이 주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있어 아세안의 역할을 덜 긍정적으로 본 것으로 해석된다([그림 3]).

[그림 3]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있어서 아세안의 역할 (%)

[그림 3]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있어서 아세안의 역할
한반도 문제에 있어 아세안의 역할에 대한 시각은 이념, 정치 성향, 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여부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표 6]에서 보는 것처럼 국내 정치적 요소가 결부될 수 있는 항목 즉 이념성향, 지지정당, 정부정책 지지에 따라 아세안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큰 격차를 보였다. 진보는 71.7%가 아세안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보수는 53%만 이에 동의했다(중도 65.2%). 마찬가지로 민주당, 한국당 지지자가 아세안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각각 74.1%, 54.9%로 그 격차가 약 20% 포인트로 매우 컸다. 이는 국정운영 평가에 따른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 부정으로 평가한 응답자 중 아세안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본 비율은 각각73.8%, 54.4%로 큰 차이를 보였다([표 5] 참고).

[표 5] 정치성향별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있어서 아세안의 역할 (%)

[표 5] 정치성향별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있어서 아세안의 역할

 

정책 제안

이상에서 살펴본 한국인의 아세안,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주요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아세안, 신남방정책에 대한 20대의 인식이 다른 연령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아세안의 중요성 인식과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식이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상당히 정치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인의 대 아세안 인식이 여전히 경제협력 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다음에서는 이 세가지 특징에 대해 좀 더 관찰하고, 각 항목에 대한 정책 제안을 하려 한다.

20대의 아세안 인식 제고

앞서 본 바와 같이 20대의 아세안 및 신남방정책 인식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많게는 30% 포인트에서 적게는 10% 포인트까지 낮았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신들 앞에 닥친 학업과 취업 등의 문제로 국제관계나 외교정책에 관심을 갖기 어려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현재 보다 높은 대 아세안 인식, 신남방정책 인지와 인식을 보여주는 30대 이상의 연령대도 그들이 20대였을 당시에 아세안에 대한 인식이 현재 20대의 인식보다 높았다가 단언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현 20대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면 이들 역시 대외정책, 외교정책에 보다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편으로 20대는 향후 10~30년 사이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될 것이고, 이들은 향후 대 아세안 정책의 국내 지지기반이 될 사람들이다. 그리고 신남방정책이나 대 아세안 정책은 한국의 이익에 비춰볼 때 매우 중요하고 더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향후 국내 지지기반이 될 지금의 청년층의 아세안 인식은 과거 청년층의 아세안 인식보다 높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향후 안정적인 한-아세안 협력, 한-아세안 관계 강화를 위해 현 청년층의 아세안 인식, 신남방정책 인식 제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층에게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 강화가 개인 차원에서 어떻게 기회로 작용하는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청년층에 속한 개개인의 이익에 신남방정책,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가 도움이 될 때 혹은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을 때 청년층의 아세안에 대한 인식과 신남방정책에 대한 인지 및 인식은 개선될 것이다. 그래야만 향후 한-아세안 관계 강화를 꾸준히 지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국과 아세안 사이 청년간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프로그램의 내용도 단순 사회문화, 인적교류, 상호 이해를 뛰어넘어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청년층에게 취업이나 스타트업 창업과 같은 경제적이고 실질적인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도 청년층의 아세안 인식을 개선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청년층의 관심을 단순히 경제로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 차원의 교류를 통해 한국의 청년들이 아세안 국가에서 시민사회 활성화, 거버넌스 강화, 다양한 인간안보 개선을 위한 활동, 개발협력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확대하고 관련된 정보 제공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청년층이 아세안에서 기회를 찾게 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아세안 외교정책의 탈정치화

앞서 본 한국인의 대 아세안, 대 신남방정책 인식은 정치적 입장이나 이념성향에 따라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아세안의 중요성 인식에서는 그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신남방정책 인지와 정책에 대해서는 지지정당, 이념성향, 그리고 현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한 관점에 따라 평가가 엇갈렸다. 다시 말해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현 정부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 입장에 따라 아세안과 신남방정책에 대한 시각은 크게 달랐다.

그러나 아세안이 한국의 현재 이익과 미래 이익에 중요하다고 할 때 대 아세안 정책이나 신남방정책은 당파성을 초월하는 지지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의 국내적 지지기반이 만들어지고 특정한 정부를 넘어서 장기적 외교정책으로 대 아세안 정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와 같은 당파적 지지 지형으로는 정부가 바뀌어 또 다른 아세안을 강조하는 정책이 나온다 해도 현재의 신남방정책 지지세력은 정부 지지성향 혹은 이념성향 등에 따라 새로운 대 아세안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관계, 한중관계, 한일관계 혹은 한반도 문제처럼 이미 당파적 지지 경향이 너무 강하게 갈리는 사안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대 아세안 외교는 당파성을 초월한 지지기반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

이를 위해 현 정부는 아세안에 대한 정책, 신남방정책을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 내고 당파를 초월해 한국의 미래 이익을 위해 중요한 정책으로 프레이밍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특정 분야에선 정부가 아닌 국회가 당파를 초월해 한-아세안 관계 강화, 신남방정책 추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면 국회차원에서 아세안 의회간 회의(ASEAN Inter-Parliamentary Assembly)와 교류를 강화하고, 국회사무국에서 아세안 개도국 의회 사무국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도 있다. 정부 차원의 외교와 국회 차원의 외교를 병행하고 역할 분담을 통해 대 아세안 외교의 당파성을 극복하는 노력을 할 때 국내적으로 아세안 외교의 국민적 지지 기반도 당파성과 이념을 초월해 확장될 것이다.

경제협력을 넘어서 협력 다변화

마지막으로 한국인의 대 아세안 인식은 경제 방면, 경제협력으로 크게 쏠려 있었다. 신남방정책은 3P, 즉 사람 (people), 번영 (prosperity), 평화 (peace)의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한국인이 아세안을 경제협력 대상으로만 바라볼 경우 신남방정책, 나아가 보다 큰 차원에서 한-아세안 관계의 확대와 심화는 매우 불균형적이 되고 지속 불가능하게 되기 쉽다. 한국의 대 아세안 시각이 경제로 경도된 것은 현실적으로 한-아세안 경제 관계가 깊은 이유도 있지만, 정부나 언론에서 한-아세안 관계, 발전을 보여주기 위해 수치로 드러나는 경제협력을 부각시킨 탓도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대 아세안 외교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무역의 확대, 투자의 증가, 무역 흑자, 기업 진출 등에만 방점을 찍은 외교 행태가 가져온 결과다. 이로 인해 한국인의 인식에 ‘아세안=경제’라는 등식이 너무 깊이 자리잡고 있다.

한-아세안 관계, 신남방정책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현재 한국과 아세안이 공통으로 처한 전략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를 넘어서 한-아세안 사이 전략적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경제협력 관계도 단시간에 구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략적 협력의 경우 보다 많은 시간 동안 꾸준한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므로 어렵다고 미룰 것이 아니라 당장의 성과가 나지 않아도 미래를 대비해서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후일 한국에게 필요한 전략적 네트워크가 마련될 수 있다. 신남방정책 뿐만 아니라 미-중 전략 경쟁으로 한국을 비롯한 지역 국가들이 모두 전략적 불안정성, 불확실성을 겪고 있는 지금 상황이 한-아세안 간 전략적 협력의 시작과 확대를 위해 어쩌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지난 2019년 처음으로 트랙 1.5 차원에서 전략대화를 개시했다. 한국의 국립외교원과 아세안 국가의 싱크탱크 네트워크인 아세안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 네트워크(ASEAN 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ASEAN ISEAS) 사이 첫 전략대화가 개최됐다. 문제는 전략적 거리를 좁히고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서는 연례 행사로 개최되는 전략대화를 넘어 보다 빈번한 만남과 의사소통, 그리고 신뢰구축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왕 만들어진 플랫폼을 이용해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의 연구자들, 전략가들이 보다 자주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관심사,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공동 연구 등의 형태로 전략대화가 내실화 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한 기관의 힘으로 부족하다면 국내 동남아 관련 연구자 네트워크, 다양한 주제의 싱크탱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런 전략대화를 뒷받침하는 보다 큰 틀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부록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조사 개요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

표집오차: 95% 신뢰구간에서 ±2.5% 포인트

조사방법: 유선/휴대전화 RDD로 응답자 패널 구축 후, 온라인 조사

조사기간: 2019년 12월 4~24일

실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이재현. 2018. “신남방정책이 아세안에서 성공하려면?”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18-04. 1월 24일.
  • 2. 지지정당별 전체 교차분석 결과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분석 수치는 공간의 제약으로 본문에는 제시하지 않았다.
  • 3. 신남방정책 인지도: 연령대 x2=77.036, df=4, p<.001, 이념성향 x2=27.176, df=2, p<.001, 국정운영평가 x2=13.285, df=1, p<.001, 지지정당 x2=52.518, df=6, p<.001, 남북관계 인식 x2=21.783, df=1, p<.001, 국가경제 변화 x2=14.148, df=2, p<.05. 신남방정책 인식: 연령대 x2=15.062, df=4, p<.05, 이념성향 x2=110.204, df=2, p<.001, 국정운영평가 x2=134.126, df=1, p<.001, 지지정당 x2=123.745, df=6, p<.001, 남북관계 인식 x2=49.309, df=1, p<.001, 국가경제 변화 x2=68.683, df=2, p<.001.
  • 4. 학력 x2=45.026, df=15, p<.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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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이재현

지역연구센터 ; 출판홍보실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며, 비전통 안보와 인간 안보, 오세아니아와 서남아 지역에 대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2011),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2012), 『동아시아공동체: 동향과 전망』(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미-중-동남아의 남중국해 삼국지” (2015),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 공간의 등장” (2015).

강충구
강충구

연구부문

강충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정책소통지수 개발" 연구에 참여했고, 연구 관심분야는 양적연구방법, 조사설계, 통계자료 분석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