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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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여간 남북군사합의와 미북정상회담으로 대변되는 평화 프레임 속에서 북한은 꾸준히 안보이익을 챙겨왔는데,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군사적 압박을 덜어내는 한편, 정치, 경제, 군사적 압력이 약화된 틈새를 노려 핵 능력을 증대해왔다. 북한은 KN-23, KN-24 등 차세대 단거리 미사일을 완성하여 전술핵 탑재까지 예고했으며, 미국, 중국, 러시아만이 시험을 성공한 극초음속미사일까지 개발했다. 이렇게 핵 태세가 현저히 향상됨에 따라 북한은 이제 더욱 위험한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 4월 김정은은 핵무기를 전쟁 억제에 한정하지 않고 국가 근본이익 수호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고,1 9월 8일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하여 기존의 ‘핵보유국’ 법령을 대체함으로써 노골적으로 선제 핵 사용을 중심으로 한 핵 강압전략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2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기치하에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8가지를 국방에 할당했다. 이 가운데 104번 국정과제인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의 획기적 보장’이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현 정부의 핵심정책과제에 해당한다. 그 내용으로는 한국형 3축체계 능력의 확보, 전략사령부 창설, 북 장사정포 대응체계의 강화, 독자적 정보・감시・정찰 능력 구비의 4가지가 제시되었다.3 특히 이 가운데 『한국형 3축체계』는 북핵 위협이 심화됨에 따라 대응책으로 등장했던 작전형태를 모아 독자적 북핵대응전략을 완성시킨 것으로, 문재인 정권에서는 그 의미가 크게 축소되었던 것을 새 정부에서 부활시키기로 한 것이었다. 『한국형 3축체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불과 2년 차인 2018년에 축소되고 변형되었다. 다소 공격적인 어감의 킬체인(Kill-chain)과 KMPR(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 한국형 대량응징보복)은 『전략적 타격체계』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으며, KAMD(Korea Air & Missile Defense,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는 그대로 남았다.4 국방부는 이미 2016년 K2 작전수행본부를 공군작전사령부 내에 설치하여 킬체인・KAMD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KMPR의 수행체계는 자리 잡지 못했다. 이후 국방부는 현무-IV 탄도미사일이나 F-35A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KMPR 무기체계는 개발하거나 도입하되, 적 표적에 대한 타격계획이나 수행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강조하면서 『한국형 3축체계』를 부활시켰다. 이러한 정부의 기조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 7월 첫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핵심추진과제의 1순위를 ”전방위 국방태세 확립, 대응역량 확충”으로 정하고,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태세 확립과 압도적 『한국형 3축체계』 능력 태세 확충 등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5

그러나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와 핵협박 추세는 여전하다. 김정은은 지난 7월 27일 ‘전승절’ 기념행사 연설에서 『한국형 3축체계』를 폄하하면서, 대한민국은 “군사적 열세를 숙명적인 것으로 감수”해야 할 것이며, “언제든 절대로 만회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선제타격 시에는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평가는 북한이 스스로를 “절대병기”를 보유하고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우리에 비하여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데에서 기인한다.6 이를 고려하면, 『한국형 3축체계』는 현재 북한에 대한 충분한 억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하에서는 억제전략으로서 『한국형 3축체계』의 효과와 한계를 살펴보고, 억제수단으로 유효하게 기능하도록 만들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살펴본다.

 

한국형 3축체계는 과연 유효한 억제전략인가

1. 『한국형 3축체계』의 역할

북한의 핵 개발에 대응하여 우리 군은 2009년 KAMD를 시작으로 2012년 킬체인, 2016년 KMPR이라는 대응전략을 발표해왔다. 그리고 이 3가지 작전형태를 모아 독자적 북핵대응전략으로 만든 것이 『한국형 3축체계』이다. 즉 한미 동맹 차원의 북핵억제노력인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과 ‘4D체계’7와는 별도로, 우리 군 독자의 북핵대응전략이 바로 『한국형 3축체계』라고 할 수 있다. 『한국형 3축체계』는 시기에 따라 적의 핵 공격 임박 시, 핵 공격 도중, 그리고 핵 공격 이후의 3가지로 나뉠 수 있다. 우선 제1축인 킬체인은 적의 미사일 발사 전에 원점을 파악하여 타격함으로써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는 군사작전이다. 통상은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으로만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 군사작전에서 표적처리(targeting)8 작전의 형태 가운데 긴급표적처리에 해당한다. 우리 군에서는 킬체인을 ‘표적탐지>식별>판단결심>무장운용’의 4단계로 단순화하여 표현하지만, 미군에서는 F2T2EA(Find, Fix, Track, Target, Engage, Access)의 6단계로 구분하는데, ISR(정보・감시・정찰) 전력의 신속한 표적식별과 타격전력의 정밀타격으로 원점을 제거한다. 즉 킬체인은 사전에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찾아서 무력화하는 군사작전으로 『한국형 3축체계』에서 제일 먼저 가동되는 작전 형태이다.

둘째, 제2축인 KAMD는 공중에서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이 표적에 닿기 전에 이를 무력화시키는 작전이다. 통상 미사일 방어는 적 미사일의 비행단계에 따라 상승-중간-하강의 3단계로 나뉘어 수행된다. 그러나 종심이 짧은 한반도의 특성상 공격은 대부분 1,000km 이내에서 이뤄지며, 타격시간도 300km 공격 시 약 5분, 1,000km 공격 시 약 9분으로 볼 수 있다.9 이에 따라 KAMD는 하강단계 중에서 50~60km 이하의 종말단계 요격에 중점을 두어왔다. 우선 2023년까지 패트리엇 PAC-3나 천궁2 포대 등 요격체계를 구축하여 스커드 등 재래식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능력 확보를 목표로 했다.

마지막으로 제3축인 KMPR은 적의 핵 WMD 공격 시 응징보복으로 적을 초토화하는 군사작전이다. 국방부는 KMPR에 대하여 “북한이 핵무기로 위해를 가할 경우 동시・다량・정밀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전력과 전담 특수작전부대 등을 운용하여 북한 전쟁지도본부를 포함한 지휘부를 직접 겨냥하여 응징보복하는” 개념으로 설명했다.10 국방부는 2016년 KMPR 발표 당시의 탄도・순항미사일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응징보복이 가능하며, 일부 무기체계와 부대를 추가하여 KMPR을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표 1. 한국형 3축체계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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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침략전쟁을 수행한 바 없으며, 여태까지 무력은 오직 방어를 위해서만 사용해왔다. ‘선제타격’도 북한이 먼저 미사일 공격을 준비할 때로 한정된다. 『한국형 3축체계』가 실제 활용되는 것은 적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확실시되거나 실제로 발사할 때뿐이다. 게다가 『한국형 3축체계』는 핵 공격 이후보다는 오히려 이전에 제대로 작동되어야 하고, 적이 감히 핵 공격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적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막는 것이 주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형 3축체계』가 ‘억제(deterrence)’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지가 유효성 논란의 핵심이다.

2. 억제의 유효성 판단기준

『한국형 3축체계』는 억제전략을 실현하는 수단이자 방법이다. 즉 북한이 핵미사일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적을 심리적이고 물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의도하는 행동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그 행동으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과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 적에게 인식되어야 억제는 성공한다. 억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건으로는 능력(Capability), 신뢰성(Credibility), 의사전달(Communication)의 3가지가 지적된다.11

 

그림 1. 억제의 효율성 평가구조
그림1

우선 능력이란 적을 막거나 위협할 수 있는 국가의 힘이다. 특히 적을 억제하려는 국가(이하 억제자)가 적이 감내할 수 없는 군사적 위협을 가하거나 적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도의 군사력을 뜻한다. 우선 킬체인의 경우라면 적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없도록 만드는 능력을, KAMD에서는 날아오는 적 미사일들을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을 뜻하게 된다. 반면 KMPR에서는 적에게 핵 공격을 당했을 때 이를 되갚아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능력은 적으로 하여금 억제자가 실제로 그 능력을 군사적 작전으로 실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파멸적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공포를 가지게 만들어야 의미를 지닌다.

둘째, 신뢰성이란 억제자가 자신의 의도를 선언하고 이를 의도대로 실행할 것이라는 기대치를 가리킨다. 즉 신뢰성은 적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하여 억제로서 제시한 위협을 실제로 실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리킨다. 신뢰성의 핵심은 국가원칙과 실행의지이다. 억제자가 제시한 위협이 원칙에 부합하고, 따라서 그러한 원칙에 따라 반드시 적에 대한 위협이 실현될 것이라는 논리적 추론이 가능해야 신뢰성이 보장된다. 또한 억제자가 제시한 위협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제 군사력이 준비태세에 있는지, 이러한 군사력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지, 혹은 국가지도부가 이를 기꺼이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척도가 된다.12

셋째, 의사전달이란 억제자가 적국에 대응하여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알리는 것이다. 즉 억제자의 위협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신뢰성을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바로 의사전달이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단순히 억제자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넘어서, 그 의사표시에는 일관성이 있어야만 하며, 억제의 대상인 적국에게 그 의사가 정확히 전달되어야만 한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행사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자, 적과 국제사회 그리고 심지어는 자국민에 대한 선전과 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능력·신뢰성·의사전달의 3가지 요건과 함께 중요한 전제로 손익계산도 살펴보아야 한다. 적국이 하고자 하는 행위로 인한 손익과 적국에 대한 억제자의 대항 행위나 위협으로 인한 손익이 정확히 계산되어야 한다. 즉 적의 입장에서 치러야 할 비용과 피해가 자신들이 얻는 이익보다 훨씬 더 크다고 판단되는지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으면 억제 자체는 성립되지 않는다.

3. 요건별 유효성의 정성적 평가13

위에서 언급한 억제의 기준에 따라 『한국형 3축체계』가 억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능력·신뢰성·의사전달 등을 항목별로 나누어 살펴보겠다. 손익계산은 억제행위의 위협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달려 있어 의사전달의 대상이 어떻게 인지하고 있느냐와 연관되므로, 손익계산은 별도의 요건으로 평가하지 않고 의사전달에 포함하여 판단하고자 한다.

가. 능력

『한국형 3축체계』에서 요구되는 군사적 능력의 핵심은 ISR(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정보・감시・정찰), 지휘통제, 그리고 타격(또는 요격) 능력이다. 3축체제의 요구능력은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는데, 킬체인에서는 적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포함하는 이동표적들을 탐지하고 추적하여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한 후 정해진 시간 내에 정밀타격할 수 있어야만 한다. KAMD에서는 광역에서 미사일 발사여부를 탐지하고 날아오는 미사일 하나하나를 모두 추적하여 요격할 수 있어야 한다. KMPR에서는 적의 전략표적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꾸준히 갱신하면서 최대한의 피해를 입혀야만 한다.

킬체인에 대응하여 북한은 미사일 발사플랫폼을 다양화하여 약 200대의 이동식 발사차량뿐만 아니라 열차나 잠수함까지 활용하면서 수단을 늘리는 한편, 미사일 자체를 액체연료 추진체계에서 고체연료로 변경하면서 발사시간을 줄임으로써 우리가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도록 만들려 하고 있다. 북한은 KAMD에 대해서는 비행고도 50km 이하의 저각 발사능력을 이용하여 우리 군 ISR의 탐지를 최대한 회피하는 한편, KN-23・24 등 풀업(pull-up)기동이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하여 미사일 요격자체를 회피하고자 한다. 그리고 북한은 이미 핵심 전략시설들을 지하요새화하여 이미 KMPR 등장 이전부터 방호능력을 갖췄다.

실제 능력을 평가하면 ISR 전력에서는 한국군 단독작전의 기준으로 볼 때 우주기반 광역 ISR 능력이나 수십여 개의 이동식 발사대를 동시에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 미비하다. 한편 타격(요격)전력에서는 육・해・공군은 모두 정밀타격 무기체계를 적정량 이상 확보하여 킬체인 타격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KAMD는 스커드나 노동 등 구형미사일에 대해서는 요격능력을 충분히 갖췄으나 풀업기동 방식의 단거리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체계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대량의 미사일 공격 시 요격용 자산도 충분하지 못하다. KMPR 능력에서는 전략목표 정밀타격은 가능하지만 충분한 대량응징을 충족하는 타격능력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ISR과 타격전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휘통제능력도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아직 전략사령부와 같은 통합조직을 갖추지 못한데다가 현대와 미래 전장에 걸맞은 첨단 지휘통제체계는 아직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그럼에도 킬체인과 KAMD의 경우에는 K2 작전수행본부와 같은 지휘통제조직을 만들고 제한적이나마 육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ATCIS, Army Tactical Command Information System),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 Korea Naval Tactical Data System), 공군중앙방공통제소(MCRC, Master Control and Reporting Center), 한국군합동지휘통제체제(KJJCS, Korean Joint Command & Control System) 등 현대적인 지휘통제체계를 갖추어 3축에 관련된 능력을 이끌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KMPR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각종 전력들을 지휘통제할 역량이 부족하다.

 

표 2. 『한국형 3축체계』의 능력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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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신뢰성

능력이 군의 작전 차원에서의 문제라면 신뢰성은 국가 지도부의 전략 차원의 문제이다. 신뢰성은 전략적 원칙과 국가의지라는 2가지 요소14로 평가할 수 있다. 여기서 전략적 원칙이란 억제자가 적에게 가하겠다고 공언한 위협이 해당 국가가 그간 수행해온 전략이나 작전상의 원칙에 일치하느냐 여부이다. 국가의지는 억제전략 수행과 관련하여 국가지도부가 보여주는 태도와 전문성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형 3축체계』에서 신뢰성을 평가하면, 우선 킬체인과 KAMD는 적의 핵 공격이라는 최대의 위협에 대하여 방어행동으로서, 헌법 제5조 1항에 규정하고 있는 ‘침략적 전쟁 부인’이라는 원칙에 부합하여 전략적 원칙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 특히 KAMD는 적이 위협을 실현시킨 이후의 행동이므로 당연한 자위적 군사행동이므로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킬체인의 경우 아군의 타격시기는 아직 적의 미사일 발사 전이므로, 과연 적절한 대응이었는지 논쟁이 발생할 수 있어서 상대방의 공격의도가 명확하다는 근거가 확보되어야 한다. KMPR의 경우에는 적에게 핵 공격을 당한 이후 전시의 반격이지만, 대량의 응징보복으로 인하여 대규모 민간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겨난다. 따라서 이것이 최소피해와 신속한 승리를 추구해온 우리 군의 전략적 원칙과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어 오히려 신뢰성을 낮춘다는 지적도 있다.

킬체인과 KAMD는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유효한 독자적 북핵대응수단으로 인식됨에 따라 정부는 계속적으로 그 능력에 투자하고 핵 피격 시 이를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계속적으로 피력해왔다. 이러한 국가의지에 바탕하여 북한의 공격 시 동시에 방어나 반격을 실시하는 것은 교전수칙에까지 반영되어 있다. 이에 반하여 KMPR은 기본적으로 응징보복이다. 우리 정부는 과거 자체 판단이나 미국의 반대로 분쟁의 확전(escalation)을 우려하여 응징보복을 수행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에,15 KMPR에 대한 국가의지는 아직 의문의 영역에 있다. 한편 이전 정권에서 『한국형 3축체계』가 변화하거나 축소되었다는 사실도 국가의지가 일관되게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 3. 『한국형 3축체계』의 신뢰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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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의사전달

억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위협 의사가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의사전달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명확성이다. 의사전달은 억제의 목표와 이를 위해 취할 행동이 무엇인지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전달되는 것부터 시작한다. 둘째, 그 목표와 행동을 상대방이 정확히 수용해야 하는데, 수용 여부의 중심에는 바로 손익계산이 있다. 즉 자신이 얻을 이익과 억제자의 반격으로 입을 피해를 놓고 서로 비교하여 피해가 클 경우에만 공격행위를 중지하고 대안을 고민하게 된다. 셋째로 의사전달이 억제로 이어지려면 군사적 수단을 주고받지 않고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대안의 제시가 포함되어야 하는데, 대안제시는 군사적 차원이 아니라 외교나 경제 등 타 국력요소의 차원이므로, 평가에서는 제외한다.

『한국형 3축체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저지라는 측면에서 명확한 목표와 행동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적 미사일이 발사되면 곧바로 가동되는 KAMD와는 달리 킬체인은 ‘핵 공격 임박 시’라는 요건이 명확하지 못하여 논란의 소지가 있다. 또한 KMPR은 그 대상을 북한지도부로 지칭하면서도 막연히 ‘대량’ 응징보복으로 명명함으로써 누구에게 어떻게 피해를 가하겠다는 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16

손익계산의 경우, 일단 북한은 정권에서 『한국형 3축체계』를 여러 차례 폄훼했다. 그러나 실제 군사적 대응에서는 북한은 킬체인과 KAMD를 위협으로 인식하여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새로운 핵 투발수단과 플랫폼들을 계속적으로 꾸준히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은 KMPR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거나 이를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어, 북한의 손익계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표 4. 『한국형 3축체계』의 의사전달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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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억제 유효성의 총평

앞의 평가를 총괄하여 볼 때 『한국형 3축체계』는 다음과 같이 평가될 수 있다. 우선 킬체인은 능력 면에서는 지휘통제와 ISR 능력은 기본적인 태세를 갖추었으나 심화가 필요한 반면, 정밀타격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뢰성과 의사전달에서는 기본적인 요건은 달성했으나, 킬체인이 작동하는 요건을 명확히 함으로써 교리와 교전수칙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KAMD는 근본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의 군사활동일뿐만 아니라 가동요건이 명확하여 신뢰성과 의사전달에서 북한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능력 면에서는 구형 스커드 미사일 등에 대한 탐지 및 요격능력을 갖추어 기본적인 체계를 갖추었다. 그러나 북한이 KAMD를 돌파하기 위하여 KN-23・24 등 차기 단거리탄도탄의 저각발사에 회피기동능력으로 대항하고 있어, KAMD는 요격능력의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표 5. 『한국형 3축체계』의 억제 효율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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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체인과 KAMD는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었지만, KMPR은 능력·신뢰성·의사전달의 모든 측면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KMPR이 대량응징보복이라는 응징적 억제를 차용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즉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적에게 충분한 공포와 위협을 안겨줄 수 있으나, 비핵국가로서 재래식 무기에만 기대어 응징보복을 실시해야 하는 한계에 의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정권에서 응징보복이란 개념 자체가 전혀 활용될 수 없었다는 점 또한 커다란 한계였다. 결국 KMPR은 능력의 확보, 분명한 응징 원칙의 확립, 응징대상의 확실한 표명 등 다방면에서 대대적 보완이 필요하다.

 

정책적 제언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하여 미국의 신 3축체계(New Triad)17를 본뜬 『한국형 3축체계』를 채용했다. 이 가운데 킬체인과 KAMD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좌절시키는 거부적 억제 개념으로, 북한에게 미사일 공격은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다만 능력 면에서 ISR과 지휘통제의 부족을 보완해야 하는데, 이는 단순히 관련 무기체계의 확보에서 그쳐서는 안되며 일관된 작전이 가능하도록 지휘구조와 부대구조까지 함께 갖추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전략사령부의 창설은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략사령부의 존재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육・해・공군・해병대의 각 전력과 제대를 자유롭고 신속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우리 군의 체질이 바뀌는 것이다.

한편 KMPR은 그 개념부터 운용방식까지 심각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KMPR은 응징적 억제이다. 따라서 적에게 엄청난 피해를 부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능력이 있어도 적이 인식하지 못하면, 응징적 억제는 기능하지 못한다. 응징적 억제는 충분한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경우 거부적 억제에 비하여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18 KMPR은 더욱 신중히 구상되어야 한다.

국방부는 KMPR을 적 지도부에 대한 대량응징보복이라고 정리해왔다. 그러나 대량보복이란 표적에 대한 대대적 공격을 뜻한다. 적 지도부에 대한 타격개념은 대량보복이 아니라, 핵심목표를 겨냥한 응징적 참수타격이며 표적에 대한 정밀타격에 그친다.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규정하는 북한은 지도부에 대한 재래적 타격의 위협을 높이 평가하지 않고 있어, KMPR은 『한국형 3축체계』 가운데 억제전략으로서의 효과가 가장 의심된다. KMPR이 대량보복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적이 손익계산을 통하여 두려워할 만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일례로 스텔스 전투기나 대형 탄도미사일 등의 즉각적 재래식 타격전력을 비약적으로 증대하거나 동맹의 핵무기 사용을 KMPR의 내용에 편입시켜야 한다. 즉 핵전력이나 그에 버금가는 전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적을 절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제시하지 못하여 응징적 억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요컨대 『한국형 3축체계』의 노력에서 거부적 억제에 해당하는 킬체인과 KAMD는 독자적 역량을 강화하더라도, KMPR만큼은 미국의 핵타격능력과 연계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현재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태세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내에 전술핵무기가 전개되지 않은 역외억제(域外抑制)19로 북한의 전술핵 위협에 대응하기에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선은 국방부와 합참 및 미래연합사 내에 핵전쟁 기획부서를 설치하고, 핵을 사용할 표적을 식별하고 가용 핵자원을 배정하며 유사시 국가지도부의 결심을 보좌할 한미 공동의 ‘핵표적선정위원회’를 운용하여 한미 공동의 핵전략을 만들어 KMPR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미군으로 하여금 한반도나 동북아 역내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한미 핵 공유 협약을 체결하여, 확장억제를 역내억제(域內抑制)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20 결론적으로 우리 군 독자의 핵 억제방안인 『한국형 3축체계』는 비핵기반 억제로서 한계가 명백하며, 특히 핵전략을 차용한 KMPR은 효율성에 있어서 커다란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국방부는 빠른 시일 내에 KMPR을 동맹 수준으로 재구성하여 실질적인 억제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조선인민혁명군창건 90돐경축 열병식에서 하신 김정은원수님의 연설”, 『노동신문』 (2022.4.26.)
  •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주체111(2022)년 9월 8일)』
  • 3.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2022.5), p.176
  • 4. 대한민국 국방부, 『2018 국방백서』 (서울: 국방부, 2018), p.53
  • 5. 대한민국 국방부, 『국방부 업무보고』 (2022.7.22.)
  • 6. “조선해방전쟁참전자들은 우리 공화국의 가장 영웅적인 세대이다: 위대한 전승 69돐 기념행사에서 하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연설”, 『노동신문』 (2022.7.27.)
  • 7. ‘4D’란 탐지(Detect)·방어(Defense)·교란(Disrupt)·파괴(Destroy)라는 4단계 작전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한미 연합작전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 8. 표적처리(targeting)란 전쟁에서 목표로 지정한 대상(표적)을 공격, 장악, 또는 파괴 하는 군사작전 형태로, 모든 나라는 전시에 적 표적에 대한 표적처리의 계획을 가지며, 당연히 작전계획은 표적처리의 내용을 담게 된다. 표적처리는 사전에 식별되어 타격계획에 포함된 계획표적처리(Deliberate Targeting)와 미리 식별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임시표적을 처리하는 긴급표적처리(Dynamic Targeting)로 나뉜다.
  • 9. 김흥섭・김기태・전건욱, “탄도미사일의 비행특성을 고려한 요격미사일 소요 알고리즘”,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지』 제14권 6호 (2011), p.1013
  • 10. 대한민국 국방부, 『2016 국방백서』 (서울: 국방부, 2016), p.60
  • 11. 능력·신뢰성·의사전달에 손익계산(Calculation)까지 더하여 억제의 요건을 4가지로 보는 견해도 있다. Jason C. Reinhardt & Kiran Lakkaraju, Deterrence, Modeling and Gaming (Sandia National Laboratories, 2019), p.22
  • 12. 예를 들어 국가리더십이 자국 국민이 살해당해도 아무런 군사적 대응을 못하는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면, 아무리 3축체계 능력이 완비되어도 북한은 훨씬 더한 도발도 감행할 수 있게 된다.
  • 13. 이하의 평가는 핵전문가 집단에 의한 토의에 바탕하였으나 정량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은 아니므로 추후에 정량적인 기준으로 보완하여 더욱 정확한 정책적 판단의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 14. Robert P. Haffa Jr., “The Future of Conventional DeterrenceL Strategies for Great Power Competition”, Strategic Studies
  • 15. 1.21 사태(1968)에 대응하여 실미도 부대나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1983) 이후에는 벌초계획 등 군사적 응징보복이 계획되었으나 모두 당시 대통령들이 실행을 허가하지 않았다.
  • 16. 예를 들어, ‘참수작전(decapitation strike)’의 경우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이라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방 지도부를 외과수술식으로 제거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하다.
  • 17. 냉전 종식 이후 러시아의 핵위협이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각 지역의 잠재적국들이 분쟁을 감수하고 핵보유를 추진하면서 미국의 국제질서에 도전함에 따라, 미국은 기존의 핵 억제 전략의 핵심이었던 핵3축(Nuclear Triad)을 대신하여 2001년 핵태세보고서를 통하여 신3축(New Triad)를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핵/비핵타격능력, 방어(미사일방어), 즉응적인 기반체계의 3가지가 신3축의 핵심요소가 되었으며, 핵우산의 개념을 확장억제가 대체하였다. Micheal Frankel et al., The New Triad: Diffusion, Illusion, and Confusion in the Nuclear Mission (Laurel, MD: Johns Hopkins University Applied Physics Laboratory, 2016), pp.3-5
  • 18. 거부적 억제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도록 막아 사전에 행동을 단념시키는 것으로 주로 재래식 군사력을 활용한다. 이에 반해 응징적 억제는 상대방이 얻은 이익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히는 보복능력을 과시하여 상대방의 행동을 막는 것으로, 주로 전략핵능력을 활용한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거부적 억제가 응징적 억제에 비하여 더욱 높은 신뢰성을 가진다는 데 동의한다. Paul Huth & Bruce Russett, “Deterrence Failure and Crisis Escalation”,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Vol.32 No.1 (March 1988), p.42
  • 19. 현재 미국이 짧은 시간내에 한반도에 핵을 투발할 수 있는 수단은 핵3축전력 가운데 ICBM과 SLBM으로 제한된다. 전술핵은 오직 항공기 탑재용 폭탄의 형태만 남아 있어 전략핵폭격기인 B-52와 B-2를 통하여 투발할 수 있으나, 이는 미국 본토에서만 운용하므로 즉각적인 핵전력으로 투사될 수 없다.
  • 20. 전술핵은 B-61 항공투발 핵폭탄이 유일하며, 이는 전략폭격기 이외에 F-16, F-15E・K, F-35A 등의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하여 30분 내에 전술핵 투사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술핵은 괌이나 일본 등이 아니라 한반도 역내에 배치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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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방송을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