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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정전 70주년이다. 신생 민주공화국을 짓밟은 것은 붉은 깃발을 앞세운 김일성의 공산 침략군이었는데 북한은 뻔뻔하게도 정전기념일을 전승절이라고 부르며 열병식까지 한다. 이번 열병식에는 서울을 점령했던 312호 전차와 함께 서울 점령부대까지 등장시켜 “령토완정”, 즉 적화통일 의지를 내비쳤다. 야간에 수만 명을 동원하여 행진하고 심지어 비행기 날개에 조명등을 달고 서커스를 하는 국가는 북한밖에 없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핵이 있다. 북한은 연초부터 ‘화산-31’ 전술 핵탄두, ‘화성-1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신형 핵무기들을 공개해 왔다. 특히, 언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법령까지 만들었다. 핵무기야말로 김정은의 유일한 치적이며, 전제 정권 유지를 위한 숭배의 대상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은 재래무기는 제쳐놓고 전술핵 미사일과 ICBM 등 핵무기만으로 행렬을 구성하며 핵 협박의 강도를 높였다. 자신들의 침략과 패배에 대한 반성은 오간 데 없다. 이제 핵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공언한다.

더 우려스러운 장면은 열병식 관람석에서 펼쳐졌다. 김정은의 좌우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이 위치했다. 6·25전쟁을 일으킨 북한·중공·소련의 연대가 정전 70년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북한은 북·중·러 연대의 부활을 위해 그간 꾸준히 노력해 왔다. 공식행사 때마다 반미·반제국주의의 선두에 북한이 있음을 과시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자국을 활용할 것을 암시해 왔다.

지난해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 등을 판매한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책임지는 수장인 쇼이구 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전쟁 필요 물품을 북한에서 조달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정은은 손수 쇼이구 장관을 이끌고 자국 무기전시회장으로 가서 다양한 대량파괴무기(WMD)를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러시아의 구매 무기는 구형 탄약에 그치지 않고 신형 KN-23과 KN-25 등 단거리탄도미사일로 확장될 것이다.

대러 무기 수출이 이뤄지면 북한은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공식적인 군사협력을 재개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실전 데이터를 확보해 더 확실히 대한민국에 핵을 투발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의 핵심인 WMD 금수조치를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어기게 된다. 그간 공들여 쌓은 대북제재 체제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만큼 위험한 일이다.

작금의 상황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 준다. 최근 워싱턴선언에 따른 한·미의 핵 기반 확장억제 강화야말로 핵을 활용한 북한의 경거망동을 막을 수 있는 소중한 수단이다. 특히 최근 핵 억제력의 상징인 전략핵 잠수함이 부산에 입항해 위용을 과시했지만, 이제 전술핵 배치훈련의 정례화 등으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북·러 무기거래는 세계 안보뿐만 아니라, 우리 안보를 뒤흔들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처럼 대서양 안보와 태평양 안보가 분리될 수 없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기거래로 대북제재를 무너뜨린다면, 우리도 우크라이나군에 첨단 무기를 제공하여 러시아를 패배시킬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이제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경고를 해야 할 때다.

 
* 본 글은 8월 2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방송을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