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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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로 인해 우리 안보상에는 이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1991년의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과 2018년의 『판문점선언』 등에서 자신들이 약속한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핵과 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오고 있다. 북한은 2021년 8차 노동당대회에서 김정은의 지시로 국방분야의 5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는데, 이는 모두 핵탄두 및 운반수단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특히, 북한은 2021년 이후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 능력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고 있고, 이에 따라 KN-23~KN-25에 이르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능력을 집중 시현하는 한편, 이에 탑재가 가능한 신형 핵탄두 ‘화산-31형’을 선보였다. 또한 북한의 핵능력 시위에는 ’전술핵‘과 ’전략핵‘을 의도적으로 구분하여 한미관계를 이간하려는 목적도 담겨있다.

미국은 금년 4월 ’워싱턴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통해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구체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상존한다.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 구성 등 선언 내용만으로는 증강된 확장억제 조치를 논의하고 실행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미국 행정부 변화에 따라 동맹국에 대한 안보공약이 흔들린 예가 다수 존재해 왔으며, 미국이 북핵 공격 위협에 직면한다면 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고 한국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신뢰도는 감소할 것이다. 북한의 공격에 대한 자동적인 핵보복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최종 결정해야 하는 사안(sole authority)이므로 확실한 보장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더욱이 굳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첨단 재래식무기로 북한 정권을 궤멸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미국 내에서 학자와 전문가들 사이에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핵에 기반한 확장억제의 신뢰도를 낮게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차제에 전술핵 재배치를 비롯, 가시성(visibility)과 구속력이 높은 강화된 확장억제조치가 조기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한국판 MAD’를 실행할 수 있는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철수 배경

냉전시대 미국은 1958년부터 1991년까지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였는데, 구체적으로 핵지뢰, Honest John/Lacrosse/Sergeant 등 다양한 지대지미사일 체계, 대공 및 지대지미사일 기능을 갖춘 Nike Hercules, Matador 순항미사일, 곡사포 등을 배치했다. 1960년대 최대 950여기에 달하였던 미국의 전술핵은 1970년대에는 600여 기로 조정되었으며, 1990년대에는 B-61 항공폭탄 40기와 핵포탄 60여 개로 조정되어 100여 기만이 남게 되었다.

표 1. 한반도에 배치되었던 미국 전술핵무기

표1.한반도에 배치되었던 미국 전술핵무기

출처: 유웅조, “미국 전술핵무기 한반도 재배치를 둘러싼 주요쟁점과 전망,” 『이슈와 논점』, 국회입법조사처(2016).

1980년대 후반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1991년 9월 27일, 美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해외 기지에 배치되어 있는 모든 지상 및 해상 기반 전술핵무기의 철수를 선언했고, 이에 상응하여 동년 10월 5일 고르바초프 러시아 대통령도 동일한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반도에 배치되어 있던 나머지 100여 기의 전술핵무기를 1991년 말까지 신속하게 철수하게 된다. 미국은 철수한 대부분의 전술핵무기를 폐기했기 때문에 한반도에 배치할 전술핵무기 없다고 말하는데, 아직도 본토에는 100여 기의 항공폭탄형 핵무기(B-61 계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는 저위력핵무기(Low-Yield Nuclear Weapons)로 교체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약속 위반과 핵위협 증가

북한은 1991년의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이후에도 비핵화 약속을 계속 위반하며 핵개발을 지속했다. 1994년의 『미북 제네바 핵합의』를 통해 미북 간에도 비핵화를 약속하였지만, 오히려 1990년대 후반에 들어 플루토늄 방식 핵무기 기술 이외에도 고농축우라늄(Highly Enriched Uranium, HEU) 방식 핵무기 제조기술 확보를 시도했다. 뿐만 아니라 2005년 『6자회담』에서의 『9.19 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의 폐기를 약속하였지만, 핵개발을 지속하기도 했다. 2018년 4월의 『판문점선언』과 6월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를 약속했지만, 이 역시 위반했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 정권 및 체제의 생존과 남북 관계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핵무기에 더욱 집착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체제 안전 보장”을 주장하지만, 자유롭고 풍요로운 한국의 존재 자체가 정권과 체제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고, 남북 관계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노딜(No Deal)‘ 이후 탄도미사일 도발을 계속함으로써 핵능력 고도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2021년의 8차 노동당대회를 기점으로 한국을 겨냥한 핵능력을 집중 증강하고 있다. 김정은은 8차 당대회에서 ①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② 초대형 핵탄두, ③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④ 핵 잠수함과 수중 핵전략무기, ⑤ 1만5천㎞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등을 국방분야의 전략무기 5대 과업으로 제시했는데, 실제로 지난 2년간 이러한 능력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21년 이후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KN-24(북한판 ATACMS), KN-25(초대형방사포) 등 장차 핵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집중적으로 시위했고, 2023년 4월에는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가 가능한 신형 핵탄두 ’화산-31‘을 개발했으며 고체연료 기술까지 선보였다. 북한이 금년 4월과 7월 발사한 고체연료엔진의 ’화성-18형‘은 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이지만, 단거리 전력에 적용될 경우 우리의 조기경보 시간과 탐지 능력을 제한하여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도발을 통해 한국에 대한 핵협박을 일상화하고 미국에 대한 도발은 자제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여 한미동맹을 이간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2022년 10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정된 『핵무력정책법』을 통해 대남 선제공격과 대량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는데, 핵무기를 군사적 목적뿐만 아니라 정치 및 심리적으로 이용하여 한국을 협박하고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전술핵무기‘와 ’전략핵무기‘를 의도적으로 구분하여 미국을 겨냥한 전략핵무기 능력을 제한하는 ’핵군축‘ 협상을 추진하고,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무기는 계속 보유하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와 한계

한미 양국은 2023년 4월 26일 워싱턴에서의 한미 정상회담과 ’워싱턴선언‘을 통해 강화된 확장억제 공약에 합의했다. 이에는 ‘핵협의그룹’(NCG)의 창설을 통한 미국의 핵전력 관련 정보 공유와 핵운용 및 전략기획에 있어서의 협의 채널 마련, 탄도미사일 발사 핵잠수함(SSBN)의 입항을 비롯한 전략자산의 한반도 인근 정례적(regular) 전개, 한미 간 핵위협 대응 연습 및 훈련의 강화가 포함되어 있다. 미국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변경, 한국에 대한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하에 별도의 성명을 마련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 할 수 있다.1 7월 18일에 NCG 출범회의와 탄도미사일 발사 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의 부산 작전기지 입항을 통해 조치가 실제로 이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워싱턴선언’은 확장억제 공약의 상징적 강화에는 기여했지만, 구체화에는 여전히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선, 이 선언의 전반부에 “미국은 미국 핵태세보고서의 선언적 정책에 따라 한반도에 대한 모든 가능한 핵무기 사용의 경우 한국과 이를 협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하며 … (The United States commits to make every effort to consult with the ROK on any possible nuclear weapons employment on the Korean Peninsula, consistent with the U.S. Nuclear Posture Review’s declaratory policy)”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확장억제 공약이 강화되더라도 기존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고, 한국을 위해 기존의 핵전력을 증강하거나 배치를 변경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2 향후 더욱 강화된 확장억제 조치를 논의하기에 차관보급 NCG는 급이 낮으며, 분기별 1회 회동 역시 북한 핵위협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더욱이, 미국이 행정부 교체에 따라 대한 안보공약을 변화시킨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우려는 가중된다. 1970년대 미국은 닉슨의 ‘괌독트린’에 따라 7사단을 철수시키는 등 주한미군을 감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기간 중 수시로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했고, 워싱턴포스트誌 기자인 캐롤 리오닉(Carol Leonnig)과 필립 루커(Philip Rucker)가 쓴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다(I Alone Can Fix It) 』라는 저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석에서 만약 그가 재선되면 “한미동맹을 깰 것(blow up the U.S. alliance with South Korea)”이라고 에스퍼 前 국방장관 등 참모진에게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그가 2024년 선거에 뛰어들어 승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판 MAD 전략’을 위한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

미국의 ‘확장억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억제’와 우리에 대한 ‘보장’ 기능이 동시에 작용해야 하는데, 이는 북한의 핵공격 시 미국의 확실한 핵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 요체이고, 미국이 핵보복을 확실히 실행할 것이라는 점을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 상황과 유럽의 상황이 유사한데, 유럽에는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있지만, 한반도에는 배치 안 한다는 것은 미국식 이중 잣대라는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유럽 5개국에 약 100여 기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전술핵이 군사적 효용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유럽에서도 전술핵무기를 철수했어야 하나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1991년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국에서 철수시켰던 때의 상황과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변화된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 즉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

표 2. 유럽 배치 미국 전술핵무기(항공투하폭탄)

표2. 유럽 배치 미국 전술핵무기_항공투하폭탄

출처: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The C-17A Has Been Cleared to Transport B61-12 Nuclear Bomb to Europe” (2023.1.9).

또한 북한의 우리에 대한 핵공격 능력 고도화를 감안하면, 핵보복은 실시간대로 이루어져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의 자체 핵보유는 언뜻 보기에 가장 강력한 대안 같지만 북한은 압도적인 핵전력 격차에 있는 미국의 보복을 더욱 무서워할 것이다. 북한이 우리를 타격하는 데에는 통상 10분 내외가 걸리는데, 이를 고려하면 1시간 내에 보복이 가능한 태세가 구비되어야 한다. 문제는 ‘워싱턴선언’에 입각한 확장억제 강화조치로는 이를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이 동원되어 탄도미사일로 보복하더라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SLBM)의 최소 사거리가 2,000km여서 핵보복을 위해서는 태평양 방향으로 다시 나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략핵잠수함이 과연 한반도 인근에 배치되어 있는지 확신할 수 없고, 최종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라는 명령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게 된다. 설사 향후 한미 간 합의에 따라 핵작전계획을 수립하고 훈련과 연습을 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시행 여부는 사령관의 건의에 따라 대통령이 검토하고 결정하게 된다. 저위력 핵탄두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미국은 약 30기 정도의 한반도 전구에 사용 가능한 잠수함 탑재용 저위력 핵탄두를 가지고 있으며, 잠수함 1척당 1∼2발 정도를 탑재할 수 있으므로,3 북한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저위력 핵탄두 수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항공폭탄 형태의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최선인데, 미국 대통령의 최종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전략핵무기와는 달리 이미 해외 기지에 전개되어 있고 항공기 투하라는 특성상 사용이 용이하기 때문에 북한에게 미국이 실제로 핵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B-61형 항공폭탄을 200여 기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100여 기는 NATO 기지에, 100여 기는 미 본토에 배치하고 있다. 이 중 일부라도 인도-태평양지역 전개가 가능하다. 주일미군기지에 배치할 경우 한반도에서 1,270km~1,400km 떨어진 거리로 인해 보복에 1시간이 넘게 걸리고, 괌에 배치할 경우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북한이 아직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확보하지는 못하였으나, 이는 시간문제이며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경우 미국이 한국 방위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므로, 실시간 보복이 가능한 체계를 갖추어 미국도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공격을 감행한다면 응당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이 실시간대 대북 핵보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고, 이를 통해 확장억제가 제 기능을 하게 될 것이며 북한의 핵협박을 예방하거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앞서 이야기한 B-61 항공투하폭탄은 북한의 핵공격에 대해 10~20분 내 대응이 가능하여 대응시간면에서 가장 유리하다. 일단 미국이 B-61 배치에 동의하면 이후 미국이 개발하고 배치 중인 저위력핵무기계열 항공기 발사 순항미사일(Aircraft Launched Cruise Missile, ALCM)도 병행하여 활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에서는 만약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면 북한의 핵공격 시 1차 공격목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주한미군기지는 전술핵무기가 배치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1차 타격 대상이다. 그리고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방호 강화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이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는 있지만, 핵무기 저장고 건설, 전술핵무기 개량 및 배치에 드는 비용을 우리가 분담하겠다고 하는 등 적극적 의지를 보이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며, 워싱턴의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가 2023년 1월 19일 발간한 『대북전략 및 확장억제 관련 제언(Recommendations on North Korea Policy and Extended Deterrence)』 제하의 보고서에서 저자들(John Hamre, Joseph Nye, Victor Cha, Katrin Katz)은 “저위력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Lay pre-decisional groundwork for possible redeployment of U.S. low-yield nuclear weapons at some point in the future)”고 제언하였다. 또한 존 볼튼(John Bolton) 前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2023년 4월 아산플래넘(Asan Plenum) 기조연설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신뢰성 있는 억제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김정은이나 그의 후계자로 하여금 한국 정부가 전술핵무기를 주저없이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게 만들어야 확장억제가 신뢰성을 가지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4 수미 테리(Sue Mi Terry) 윌슨센터 아시아 국장 역시 2022년 10월,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하여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We should examine all options on the table, including NATO-style sharing, or potentially redeploying tactical nuclear weapons)”고 주장했다.

전술핵 재배치를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는 비확산론자를 중심으로 전술핵을 배치하면 북한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이고 핵군비경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전술핵을 배치하면 북한을 압박하여 비핵화로 유도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배치를 하겠지만, 호응하는 경우 북한의 비핵화의 수준에 따라 전술핵을 감축, 철수하는 형식으로 맞교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정책 제언

점증하고 있는 북한의 핵위협을 고려할 때, ‘한국판 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전략과 이행체계를 조기에 구축해야 하며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요건이다. 냉전시대 핵무기 4만 기를 가진 소련에 대해 미국은 핵무기 3만 기를 확보하고 상호확증파괴(MAD) 전략을 구사했다. MAD 전략은 소련이 미국에 섣불리 핵무기를 사용했다가는 자신도 파멸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줘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 MAD 전략으로 미소 간 공포의 균형이 이루어졌기에 냉전은 핵전쟁 없이 냉전으로 끝났다. ‘워싱턴선언’을 통해 미국이 일단 기존 확장억제 정책을 변화시킨 선례를 만들었으므로, 미국 대선 등의 변수를 감안하여 향후 1~2년 내 전술핵 재배치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각오로 대미 협의에 나서야 한다. 당장 상시 배치가 힘들다면 비상 재배치 연습 등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선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전술핵무기 저장고, 핵탑재 가능 항공기 확보 등 재배치를 대비한 사전조치를 협의하고 실행하는 것이 요구된다.

물론, 이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책연구소나 민간 연구기관들 역시 워싱턴 정책 서클 내의 관련 여론을 변화시키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전술핵 재배치를 비롯한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에 대한 공동연구와 관련 내용의 적극적 홍보이다. 이러한 내용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전술핵 재배치가 실제 활용 가능한 대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미국인들에게 인식시키는 유용한 방안이 될 것이다. 강화된 확장억제 조치 문제를 다루는 한미 간 1.5 트랙(민·관 동시 참여)의 정책대화 역시 활성화되어야 한다. 한국인들이 ‘워싱턴선언’과 관련하여 바이든 행정부의 확장억제 공약 의지를 높이 평가하지만 여전히 더욱 구체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원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이를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 공표해야 한다. 한국이 『핵비확산조약』(NPT) 준수 측면에서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할 수는 없지만, 그 대안으로 미국의 전술핵 조기 재배치를 강력히 원한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미국 내 지한 및 친한 인사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술핵 재배치 등이 단순한 한국의 희망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상으로도 실행 가능하며 신뢰성 있는 대북 억제조치라는 의견이 미국 내에서도 존재한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한국과 미국 사회 내의 공감대가 강화될수록 확장억제도 살아나며 출범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의 결속도 더욱 굳어질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실제로, 2022년 10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대사는 “이(확장억제)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약속은 그 누구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Nobody should have any doubt about that)”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 [확장억제 의지 확고]…’전술핵 한국 재배치’에 부정적 입장,” VOA(2022.10.18.) 참조.
  • 2. 워싱턴선언’의 영문본에 대해서는 The White House, “Washington Declaration” (April 26, 2023). 참조.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2023/04/26/washington-declaration-2/
  • 3.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은 20기의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으며, 이 중 1∼2기가 W-76-2 저위력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서는 Hans Kristensen & William M. Arkin, “US Deploys New Low-Yield Nuclear Submarine Warhead,”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 (2020.01.29.) 참조. https://fas.org/publication/w76-2deployed/
  • 4. 볼튼의 이 부분 기조연설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I think the United States should redeploy tactical nuclear weapons on the Peninsula. And that could be made very clear to Kim Jong Un and whatever relative he is looking to succeed him in North Korea that we and the government of South Korea would use tactical nuclear weapons without hesitation. That’s how you make deterrence credi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