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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중국공산당 통치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해이다. ‘두 개의 백 년(两个一百年)’ 목표 중 첫 번째 목표인 ‘전면적 샤오캉사회(小康社会∙중산층사회)’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중국경제는 미국과의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6.1%의 경제성장률과 1인당 국민소득 9,732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시진핑(习近平) 주석은 2020년 신년사에서 2020년 중국의 1인당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이르고 전면적 샤오캉사회가 실현될 것을 낙관했다.1

하지만, 2019년 12월말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汉)시에서 발병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그 목표 실현은 불투명해졌다. 오히려 2019년 미중 무역전쟁이나 홍콩시위 사태와는 다르게, 코로나19 사태는 중국 내부에서 발생하였고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의 실패로 인하여 전국으로 확산됐기 때문에, 그것이 시진핑 체제, 혹은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체제의 지속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와 같은 정치적 위기를 인식하고 공격적인 대응조치를 실시함으로써 국내의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고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확보할 뿐 아니라, 세계 보건안보에 대한 공헌을 강조하며 세계 주도국으로서의 국가 이미지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의 원인과 그 정치적 여파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2020년 1월 9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시에서 보고된 원인불명의 폐렴 병원체를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했고, 해당질병이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1월 30일에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선언했다. 코로나19는 2020년 3월 5일 현재 80개국으로 확산되었으며 전 세계 확진자는 95,024명, 사망자는 3,281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 중 중국의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80,409명(전 세계 확진자의 84%)과 3,012명(전 세계 사망자의 91%)이다.2

사실 중국은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은 경험이 있다. 당시 중국은 미숙한 초동조치, 정보 은폐, 진료시스템 및 비축물자 구축 실패 등의 문제를 드러내며 중국 내 사회적 공황을 야기했다. 또한, 전염병 발병 정보를 은폐하여 주변국으로의 전염병 확산을 초래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관련법규를 개정하며 포괄적이고 유기적인 전염병예방퇴치시스템을 구축했고, 2009년 4월 인플루엔자A 사태를 통해서 자국의 전염병예방퇴치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인플루엔자A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인플루엔자A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자 원자바오(温家宝) 총리는 4월 28일 국무원 간부회의를 개최하여 대응책을 마련했고, 다음날 중국 위생부(卫生部∙Ministry of Health)가 인플루엔자A에 대한 대응지침서를 발부했다. 5월 10일 최초 확진자가 중국 청두(成都)에서 발견된 이후, 청두 위생당국은 그 이튿날 신속하게 전염병확산 방지대책을 발표하며 예방 및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그 결과 2010년 1월까지 중국에서 전체 인구수의 0.01% 정도인 123,196명의 감염자가 집계되었는데, 이 수치는 6천만 명(전체 인구의 15%)이 감염된 미국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수치이다.3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왜 이렇게 확산되었는가?

전염병 발생시기가 대규모 인구이동이 있는 춘제(春节∙중국 설 명절) 기간이라는 점도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지만, 결정적 원인은 중국 정부의 초기 방역 실패에 있다. 중국 정부가 1월 20일에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23일을 기점으로 우한시를 중심으로 주변도시들을 봉쇄했지만, 그때는 2019년 12월 31일 27명의 원인불명의 폐렴환자가 보고된 지 이미 20여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내에서는 춘제 연휴를 맞이하여 대규모의 인구가 이동하고 각 지역별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즉, 중국 정부가 방역에 대한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코로나19는 중국 전역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정보 은폐로 2003년 사스 사태의 전철을 밟아

2002년 11월에 광둥성(广东省)에서 사스 감염자가 발생하고 1월에 최초 사망자가 나왔지만, 중국 광둥성 정부는 이 사실을 은폐했다. 전염병 발병이 사회적 안정을 해치고 해외자본 유치 및 관광업 등의 산업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2003년 3월 장쩌민(江泽民)을 이어 후진타오(胡锦涛) 지도부가 탄생하는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예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중앙정부도 중국공산당에 불리한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서 2월 25일을 기점으로 사스에 대한 보도 중지 결정을 내렸다.4 그러한 중국 당국의 정보 은폐 속에서 사스는 춘제 기간 유동인구를 따라 빠르게 확산됐다. 중국 정부는 4월이 돼서야 사스 사태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사스 사태를 경험한 중국 국민들이 올해 1월 데자뷰를 느꼈을 정도로 우한시는 2003년 당시의 광둥성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전철을 밟았다. 우선, 우한시 정부는 전염병 발병을 유언비어로 치부하고 사람 간 감염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하며 정보를 은폐하고 축소했다. 2019년 12월 30일 우한중심병원 의사인 리원량(李文亮)이 중국 SNS 웨이보에 사스와 유사한 전염병의 전파 위험성을 제기하자, 중국 당국은 이를 “유언비어 살포”로 규정하고 1월 3일 소환하여 경고했다. 그리고 당일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역학조사 결과 사람 간 감염에 대한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5

그 이유는 정치적 일정을 예정대로 개최하고 경제성장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함으로 여겨진다. 2020년 1월 7-10일에는 우한 시급(市级) 양회가, 그리고 1월 12일에는 후베이성 성급(省级) 양회가 우한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양회는 지난 1년의 성과를 보고하고 새해의 발전목표를 발표하는 중요한 정치행사이다. 그런 점에서 지방간부들에게는 자신의 정치적 지위와 미래를 평가받는 자리이며, 각 지방정부의 보고를 취합하여 3월 양회를 준비해야 하는 중앙정부 입장에서도 미룰 수 없는 정치일정이다. 게다가, 1월은 춘제 연휴에 기대어 지방경기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 우한시는 1월 17일 2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의 문화행사를 개최했고, 18일에는 10만 여명이 참가하는 만찬행사를 진행했다.6 결국, 우한시 정부당국은 전염병의 발병을 인지했음에도 전염병 방역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정치행사 진행과 경제 치적을 위해서 전염병 발병 사실을 축소 및 은폐하려 했다. 그 결과로 중국은 효과적인 전염병예방퇴치시스템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방역에서 실패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국공산당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고조

중국 정부의 초기 방역 실패로 전염병이 확산되자 SNS를 통해서 중국공산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쉬장룬(许章润) 칭화대 법대 교수와 쉬즈융(许志永) 인권 변호사가 중국공산당 통치를 비난하며 시진핑 주석의 퇴진을 요구했고, 팡빈(方斌)이나 천추스(陈秋实) 등의 일반시민들이 우한 내 상황을 SNS에 보도하며 중국 정부당국의 은폐시도와 인권침해 사실을 폭로했다. 이러한 글들은 SNS를 통해서 중국 인터넷 공간 내에 확산되었고, 특히 최초로 전염병 확산을 경고했던 리원량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2월 7일에 사망했다는 소식으로 중국 국민들의 슬픔과 불만이 분노로 나타나고 있다.7

이렇게 대다수의 중국 국민들이 중국공산당의 통치에 대해서 정치적인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할 여건은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형성되지 못했다. 중국사회에 대한 통제 강화, 외적 성과 선전, 중화민족주의에 기반한 이데올로기전략 등의 이유 때문이다. 1980년말부터 진행된 한국과 대만의 민주화, 냉전 종식과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의 붕괴, 2010년말부터 확산된 아랍의 봄(Arab Spring) 등의 사건은 중국 권위주의정권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대변한다. 그래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은 계급투쟁을 위한 혁명당의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경제발전과 중화민족의 부흥을 추구하는 집권당으로의 변화를 모색했다.

중국공산당은 사구(社区∙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조직된 행정구획이자 자치조직)를 조직하고 확대하면서 중국사회에 대한 당의 통제력을 강화했고,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는 인터넷 감시 및 검열시스템을 통해서 가상공간에 대한 통제능력을 보완했다. 동시에 통치 정당성(legitimacy)을 확보하기 위하여 1)경제성장, 사회안정, 법치, 반부패운동 등의 외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추구했고,
2)중화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서구와는 차별된 중국 특색의 길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시진핑 주석은 2018년 전인대 연설에서 56개의 민족으로 이뤄진 중화민족이 극악무도한 침략자(穷凶极恶的侵略者)인 서구 열강을 패퇴시킨 역사의 창조자임을 강조했다.8 즉, 중국공산당 통치에 위협이 되는 자유와 민주,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가 중국을 침략했던 서구 국가의 가치이며 중국과 맞지 않는 위험한 사상이라는 인식을 중국 국민에게 심어주고 중국공산당 통치에 대한 불만이나 정치변동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억제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공산당의 전략은 티베트의 인권 문제나 홍콩의 민주화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중국 국민들이 오히려 국제사회에 반발하며 중국공산당을 지지하는 효과를 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중국공산당의 통치체제가 가지고 있던 언론의 통제, 정보 은폐, 불투명성 등의 문제들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로 인하여 전염병이 크게 확산되고 국민의 생명이 위험에 빠지게 되자, 그것이 중국공산당의 통치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촉발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중국공산당에 대한 불만도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천안문 사건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있었다.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강대국’을 표방하던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켜, 중국공산당이 국내외적으로 고립되고 통치체제가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국내적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인식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은 1월 25일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에 이어, 지난 2월 4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의 통치체제와 능력에 대한 중요시험대”임을 강조하며, 강력한 방역체제를 요구했다.9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의 대응과 향후 과제

 
초기 대응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공격적인 대응조치를 시행

상술한 바와 같이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했고 이에 따라 상당히 공격적인 대응조치를 실시했다. 1월 20일 시진핑 주석이 국가위생건강위원회 (国家卫生健康委员会, National Health Commission)와 각 지방정부에 대응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다음날, 중국 정부는 “중국전염병예방퇴치법(中华人民共和国传染病防治法)” 제4조 에 기초하여 코로나19를 ‘을(乙)류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갑(甲)류 전염병’ 수준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시행된 중국 정부의 대응조치는 크게 다음과 같다.
 
(1) 도시 봉쇄
중국 정부는 1월 23일 우한시를 시작으로 징먼(荆门), 청닝(咸宁), 황스(黄石), 언츠(恩施), 샤오간(孝感), 이창(宜昌) 등 후베이성 내의 17개 도시를 완전 봉쇄했다. 이어서 저쟝성 (浙江省)의 원저우(温州), 허난성(河南省)의 정저우(郑州), 산둥성(山东省)의 린진(临沂) 등 10개 도시가 봉쇄식 관리 하에 들어갔다.10 이외에도 일부 지역은 자체적으로 봉쇄에 들어가 교통을 통제하고 인원의 유입을 막는 사례도 나타났다.

(2) 대대적인 동원(mobilization)
중국 정부는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후베이성과 우한시에 필요 인력과 물자를 공급하기 위하여 전국적으로 인력과 물자를 통제하고 운영했다. 중국 전역에서 후베이성으로 대량의 약품, 마스크, 방호복뿐 아니라, 식품을 포함한 생필품을 조달하도록 했다. 또한, 재정부는 후베이성과 우한시에 방역자금 10억 위안(약 1,700억원)을 배정했다. 환자의 진료와 치료를 위해서 52개의 의료팀, 약 6,000여 명의 의료진이 동원되었고, 200만 명의 군대 인력이 방역작업에 투입되었다. 급증하는 확진환자를 수용하기 위하여 10여일 만에 훠선산(火神山) 병원과 레이선산(雷神山) 병원을 건설하기도 했다.

(3) 철저한 사회통제
중국 정부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철저한 사회통제를 실시했다. 전염병의 이동과 확산을 막기 위해서 전국의 영화관은 물론, 자금성이나 국가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도 폐쇄됐다. 국내외 단체여행은 금지됐고, 심지어 베이징에서는 3인 이상의 외식도 금지됐다. 베이징 등 대부분의 대도시는 외출 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고, 공공장소 곳곳에서 감염 증상을 체크하고 있다. 특히 도시 외부에서 유입되는 사람은 반드시 14일 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갖게 했고, 거주단지마다 관리인원을 두어 거주민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외출증을 받아 외출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확진자나 의심환자를 강제로 연행하거나, 마스크 미착용자를 폭행하는 등의 인권 침해 행위들도 일어나고 있다.

(4) 언론 통제
현재 중국은 투 트랙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에 대한 정보 공개이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를 통해서 확진자 상황, 도시 간 이동상황, 코로나19 관련기사, 유언비어 등 중국코로나 현황에 대한 정보를 매일 업데이트 하며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전염병 확산을 방지할 뿐 아니라, “중국 파이팅, 우한 파이팅 (中国加油!武汉加油!)”라는 구호 아래 중국 각계의 성금 소식, 의료진의 헌신, 중국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조치를 선전하며 중국 국민들의 단결과 지지를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사회∙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유언비어를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중국공산당에 대한 비판 언론을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만리방화벽을 우회해서 외국서버에 접속하는 데에 사용되었던 가상사설망(Virtual Private Network, VPN) 서비스도 차단하면서 해외의 언론과 정보가 중국 내에 유입되거나 국내 상황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 반체제 인사의 SNS계정과 글을 삭제하고 관련 인사를 체포하고 있는데, 현재 쉬장룬, 천추스, 팡빈 등도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어

중국 통계에 의하면, 누적 확진자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후베이성을 포함하여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 1]은 중국 전역, 후베이성, 그리고 기타 지역의 확진자를 비교한 것이다. 기타 지역의 확진자는 2월 11일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으며, 후베이성의 확진자도 2월 11일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가,11 2월 18일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후베이 지역의 누적 확진자는 3월 6일 현재 67,592명으로, 중국 전체 확진자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확진자 증가 추세가 후베이성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점에서 중국 정부가 행한 도시 봉쇄와 사회통제의 영향으로 지역사회의 전파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림1] 중국 전역/ 후베이성/ 후베이성 외 지역의 확진자 추세

그림1_중국 전역/후베이성/후베이성 외 지역의 확진자 추세

출처: 바이두 코로나19 현황(https://voice.baidu.com/act/newpneumonia/newpneumonia/)
 
중국 당국에 의하면, 중국이 우한시와 주변도시를 봉쇄하고 공격적인 대응조치를 실시한 이후 중국 내 확진자와 의심환자는 현재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의심환자는 2월8일부터, 확진자는 2월 18일부터 하락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 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2월 18일을 기점으로 중국 내 31개 성(省)과 자치구에서 보고된 치료자 및 격리해제자수(1,824명)가 최초로 확진자수(1,749명)를 초과했고, 후베이성 외 지역의 신규 확진자수는 15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2월 18일에 최초로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12 2-14일인 코로나19의 추정 잠복기를 고려할 때, 춘제가 끝나고 대도시로 수백만 명의 인구가 이동한지 2주 이상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확진자수가 하락세에 들어갔다는 것은 중국 내의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서 WHO 조사단 단장인 브루스 에일워드(Bruce Aylward) 박사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행한 도시 완전 봉쇄, 환자 추적, 의료 인력과 임시 병원 동원 등의 적극적 조치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억제했다며, 중국 내 코로나19의 확산은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13

[그림2] 중국의 확진자/의심환자/누적확진자 추세

그림2_중국의 확진자/의심환자/누적확진자 추세

출처: 바이두 코로나19 현황(https://voice.baidu.com/act/newpneumonia/newpneumonia/)
 
하지만, 전염병이 재확산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촉발된 정치적 위협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는 중국공산당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첫째, 어떻게 중국공산당 통치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비록 시진핑 주석이 2월 13일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후베이성 당 서기 장차오량 (蔣超良)과 우한시 당서기 마궈창(馬國强)을 경질하면서 중국 국민의 비난을 지방정부로 돌렸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한 중국 국민의 불신과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전염병으로 집회가 금지되고 언론도 통제되는 상황 속에서 국민들의 불만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표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중국 국민들은 사스의 경험으로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전염병 방역에 성공한다면 중국공산당의 초기 대응 실패나 언론의 통제와 같은 비민주적인 행태를 다시 묵인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중국 방역의 신속성과 효율성에 대한 업적을 홍보하고, 한국과 일본 등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것에는 권위주의 정권이기에 가능한 위기관리능력을 부각하며 국민들의 불만을 완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어떻게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조치로 도시가 봉쇄되고 자가격리조치가 행해지면서 거의 모든 경제활동이 정지되었다. 이동 통제와 여행금지령 등의 여파로 관광, 엔터테인먼트, 운송 등의 서비스 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고, 중국 국민들도 중단된 생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020년 전면적 샤오캉사회를 건설하여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와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을 약화시키고 있다. 일례로, 우한에 위치한 한국 현대자동차의 공장이 코로나19 사태로 폐쇄되면서, 한국의 조립공장도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의 재고 부족으로 가동을 멈췄다. 이에 따라 미국 회사를 위시하여 해외회사들이 글로벌밸류체인에 대한 타격을 근거로 중국 내 공장과 회사들을 타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3년 사스 때와는 달리,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었고 세계경제도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2003년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 이후 OECD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직전 전망치보다 0.8% 낮춘 4.9%로 하향 조정했고,14 IMF는 0.4% 낮춘 5.6%으로 전망했다.15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의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블랙스완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셋째, 국제사회에서 실추된 국가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시진핑 시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은 ‘책임 있는 강대국’을 표방하며 G2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려 했다. 특히, 2017년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시진핑 주석은 신형국제관계(新型国际关系)와 인류운명공동체(人类命运共同体)를 제시하며, 기존의 세계질서에서 탈피하여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고 글로벌 거버넌스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외 국가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중국은 전염병 정보를 은폐하여 전염병 확산을 야기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중국의 꿈(中国梦)’을 제시하고 강대국으로서의 미래비전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여 온 중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현실은 국내정치적으로도 중국공산당의 통치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2020년 2월 1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방역조치를 통해서] 중국은 자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세계의 보건안보에도 이바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중국의 이미지를 코로나19의 발병지가 아닌 세계 보건안보의 수호자로서 각인시키고자 한 것이다.

넷째,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으로 인하여 미중 간의 대립구도가 심화되었고, 심지어 2019년에는 양국 간 무역분쟁이 벌어졌다. 2020년 1월 15일 트럼프 대통령과 류허((刘鹤) 부총리가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함으로써 양국간 갈등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런데, 합의문에 따르면, 중국은 2020-21년 사이에 미국으로부터 2,000억 달러 이상의 제조, 에너지, 농업 분야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중국이 합의문을 이행할 지는 미지수이다. 미중 간의 경제분쟁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경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중국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 미중 간의 가치 충돌이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국내 언론 통제를 강화하자, 2월 19일 미국 정부는 인민일보, 신화통신, 중국일보, 중국국제방송, CGTN 등 5개의 국영 언론매체를 ‘외국 사절단(foreign missions)’으로 지정했다. 이들 매체를 독립적인 언론매체가 아닌 정부기관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이튿날 중국 정부는 ‘중국이 아시아의 진짜 환자이다(China Is the Real Sick Man of Asia)’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한 것을 비난하며 베이징 주재 월스트리트 기자 3명을 추방했다. 중국 국민들이 언론 통제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미국의 견제는 홍콩시위 때와는 달리 중국공산당의 통치체계에 실제적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의 국내외적 대응과 외교적 수사(修辭)를 고려할 때, 중국 정부는 정치∙경제∙외교 분야의 도전에 대해서 매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압한 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자국의 방역경험과 임상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글로벌 차원에서 코로나19 방역에 협력한다면,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이기에 가능한 위기관리능력과 거버넌스를 국내외적으로 선전하며 미화한다면, 중국 정부는 국내의 정치적 불만을 일정 부분 잠재울 뿐 아니라, 경제회복을 위한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세계 각국과 세계경제가 영향을 받는다면, 중국의 강경한 태도가 중국공산당 통치의 붕괴를 촉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국의 대중정책에 주는 함의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130여개의 국가가 중국인 입국금지조치를 실시하는 상황 속에서도 후베이성 출입기록이 있는 중국인에 대해서만 한국 입금을 불허하며 방역보다 한중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이유는 한국 내 코로나19 전파가 정부의 통제 하에 있다는 판단 하에, 단기적으로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대북정책과 신북방정책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드배치 이후 경제적 보복을 당했던 경험과 임기 내에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루려는 정치적 목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월 20일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감사의 말을 표현하고 예정대로 상반기 방한을 추진하기로 하면서16 한국 정부의 대중정책은 의도하였던 외교적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속에서 한중협력은 방역협력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지역사회 전파단계에 진입하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현재, 한국 정부는 방역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서 14일의 시설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과 같이, 한국 정부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서 인력과 물자를 투입해 철저한 시설격리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것이 당장은 중국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한국의 강력한 방역 의지를 중국에 보여줌으로써 방역 부분의 상호신뢰를 쌓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코로나19 사태를 조기 종결시키면서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꾀하려는 중국 정부는 한국의 코로나19 사태 상황을 언급하며 중국이 상대적으로 코로나에 잘 대처했다는 논리를 펴는 등 현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양국 국민간 혐오와 서로에 대한 차별 확산, 그에 따른 양국 정부간 충돌이 이어지며 한중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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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이동규

한국외대 글로벌안보협력연구센터 연구위원

이동규 박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안보협력연구센터의 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전공으로 국제지역학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清华大学)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외교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2020)”,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2019)”,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2018)”,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2017)”, “China’s South China Sea Policy after the International Arbitration(공저, 201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