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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대한민국을 점령, 평정하여 북한의 일부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남북관계를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 관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규정했고, 우리를 “불변의 주적”이라고 공언했다.

김씨 일가는 지난 30여 년간 핵무장을 추진하면서도 ‘평화통일’을 주장했는데, 이제는 이러한 허울마저 걷어낸 것이다. 이런 북한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것인가?

김씨 일가는 1인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위협이 필요하고, 미국과 한국은 물론 북한 주민들까지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보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 보면 풍요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의 존재 그 자체가 김정은 체제에 생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을 주고 있는 것이다.

불안정한 안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처해 있는 안보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데, 과연 우리는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하고 있는가? 오천만 우리 국민이 북한의 인질이 된 지 벌써 30년이 넘었는데, 우리는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들이 처음에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가 인질범들이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이자 점차 인질범에게 가까워지고 인질범을 옹호하는 현상이다. 2018년 우리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은 우리 특사단에게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하는데, 이를 듣고 우리가 안심했다면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든 것이다. 대북 유화정책으로 북한의 비위를 맞추면 언젠가는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우리가 인질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북한이라는 인질범의 선의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소 냉전이 끝난 후 미국과 소련사람들에게 냉전시대 서로를 어떻게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미국 사람들은 ‘두려움(fear)과 경멸(contempt)’로 소련을 보았고, 소련사람들은 ‘두려움(fear)과 존경(respect)’으로 미국을 봤다고 했다. 두 나라 국민들이 상대방에 대해 가지는 생각에서 공통된 것은 ‘두려움’이었고, 이는 평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소한 상대편이 자기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해야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 필수적이다.

분단 80년 역사에서 가장 큰 비극은 6·25전쟁이었다. 이 전쟁에서 한국군 14만명, 한국민 100만명 그리고 미군 3만4000명이 사망했다. 6·25전쟁 이후에도 1968년 김신조를 비롯한 31명의 무장 게릴라에 의한 청와대 습격, 1983년 17명 고위 공직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아웅산 폭탄 테러 등이 있었다.

이런 북한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국가를 구성하는 요소는 주권, 영토, 국민인데, 과연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을 진정한 국민으로 대하고 있는가? 북한 주민은 독재정권하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는데, 북한에서 자유선거가 실시된다면 김정은은 당선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북한은 국가라기보다는 불법 무장단체이자 테러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1991년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을 통해 평화 공존을 희망했지만 그것은 북한의 본질을 망각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였다. 이제는 무책임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북한이 두려워하는 상대가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을 압도하는 능력과 의지를 갖추어야 한다.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면, 미국이 1991년 한국에서 철수한 150기 정도의 전술핵무기 중 수십 기라도 재배치해야 평화가 보장될 수 있다.

2024년 들어서도 북한은 신형 순항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우리를 위협할 ‘전술핵’ 능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고도화되면 그에 따른 확장억제 조치 역시 강화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단순한 고려 사항이 아니라 실제적인 조치로 구현되어야 한다.

 

* 본 글은 2월 13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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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