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은 2014년 10월 23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46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되어 있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① 안정적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 조성되고, ② 한국군이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군사능력을 구비하고, ③ 국지도발 또는 전면전 초기 단계에서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필수대응능력을 한국군이 갖춘다는 3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재연기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와 같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합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으로 인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환경 변화를 고려해서 내린 합리적인 결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합의는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지금까지 정치적·이념적으로 접근했던 것에서 탈피해 본연의 안보적 접근방식으로 정상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합의를 전작권 전환 무기한 연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정해진 시기에 단행하는 것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 실행하는 것으로 바꾼 것은 단순히 전환을 준비할 시간을 더 번 것뿐이다. 이는 결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안보를 미국의 손에 무한정 맡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시간이 아닌 조건부 전환에 대한 합의를 두고 미국 내 일부에서 한국이 자신의 안보를 미국에 떠넘기려 한다는 한국의 ‘안보무임승차론’이 제기되고 한국의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지난 2010년 6월에 전작권 전환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고, 이번이 두 번째 조정이다. 더 이상의 조정이나 변화는 있을 수 없다. 이제 공은 다시 미국에서 한국에게로 넘겨졌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우리는 ‘한국방위의 한국화’라는 목표를 향해 매진하여 확고한 국방태세를 건설하고 국가 안보를 반석 위에 놓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안보를 우리가 책임지게 될 때 한미동맹도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이슈 브리프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합의 이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2가지 조건
이번 46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미 양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3가지 조건에 합의하였다. 이 조건들을 두고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의 고도화로 인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보환경의 지속적인 변화 및 악화의 가능성이며, 두 번째는 핵심 및 필요 군사능력의 확충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두 가지 문제로 인하여 이번 재연기가 사실상 전작권 전환을 무기한 연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 두 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미래에 전작권 전환 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첫 번째 문제인 한반도와 지역 내 안보환경 변화의 가장 핵심 변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핵을 포함한 북한의 군사적 도전과 위협을 해결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북한 제1위원장은 핵과 경제개발의 동시추구를 표방하는 ‘병진노선’을 발표하였고, 성공을 위해서 다방면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2006년, 2009년 그리고 2013년)을 통해 자신의 핵능력을 과시한 바 있으며, 지금도 핵능력 고도화, 특히 소형화를 위한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4년 6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장관 후보자로 출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하였다.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주한미군사령관 또한 한미안보연례회의 다음 날인 24일 미국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갖추었다.”라고 언급하였다. 물론 정확한 상태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 개발을 통한 핵미사일 완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는 한미 간에 이견이 없다. 북한 핵미사일은 더 이상 사실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이다. 즉, 언제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실전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북한은 핵탄두의 소형화와 함께 미사일 능력 확충에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시험발사 이후 2014년에 북한은 다양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였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보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단·중거리 미사일의 경우에는 현재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자 도전이며, 시간이 갈수록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비대칭전력이 지속적으로 증강되고 다변화하는 가운데, 우리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태세를 갖추지 못한다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부적절하며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여부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관건은 우리가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한 대응전략, 체제와 능력을 때맞춰 구비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은 한국의 군사능력에 관한 문제이다. 즉, 한국이 주도적으로 연합방위체제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과 북한의 국지도발이나 전면전 초기에 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적으로 정보·정찰·감시 능력(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ISR)과 전장통제 체제 및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연합방위를 주도하기 위한 상호 운용성이 높은 C4ISR(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무기체계와 방위체제의 물리적 확보를 넘어 실질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인적 자산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측면의 능력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적 자산에 대한 투자가 병행되어야만 차후에 한국이 제대로 된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확보보다 더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우리가 갖추어야 할 또 다른 능력은 북핵과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인데, 이는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orean Air and Missile Defense, KAMD)’의 구축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체제와 능력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 것인가와 확보한 무기체계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우리가 얼마 정도 규모의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로써는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 등 핵심 대응전력을 확보하는 데 약 24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획득 이후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L-SAM(장거리 지대공 미사일)과 M-SAM(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과연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표 1. 2005~2014 한국 국방예산 증감 추이 (단위: 조 원, %)
출처: 《국방백서》, 국방부; “국방예산 추이”, <국방예산>, 국방부 웹사이트
현재 우리나라의 국방예산은 약 35조 7천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이 금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3%에 해당하며, 정부재정 대비해서는 14.4%에 달하는 규모다. 국방예산이 GDP 대비 3% 정도 수준은 되어야 현상유지 이상의 군 전력증강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으나 국내 경제 상황과 점점 늘어나는 사회복지비용 지출로 인해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 국방부가 제시한 ‘2014~2018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약 214조 5,000억 원의 국방예산이 필요하며, 연평균 약 7.2%의 국방비 증가를 상정하고 있다. 방위력 개선사업에는 같은 기간 동안 총 70조 2천억 원이 필요하며, 연평균 10.6% 증가가 요구된다.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의 국방예산 변화 경향을 놓고 볼 때, 국방중기계획의 연평균 7%대 증액 목표가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동 기간 동안 우리 경제가 연 7%를 웃도는 국방비 증액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 여부다. 더 나아가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해서 국방부가 제시한 예산 증액을 수용하고 지원해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전작권 재연기 이후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공은 이제 다시 한국에 넘어왔다.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위한 시간을 벌었으나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고, 추진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차례의 연기를 통해 우리의 안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되었지만 반대로 미국 일각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이라는 인식과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고 한미동맹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여 우리의 안보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우리의 안보를 우리가 책임지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으로 안 되는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동맹을 통해 이를 보완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필요한 핵심전력과 스스로 전쟁수행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미래 북한의 위협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분석·평가·전망이 필요하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평가는 단순하게 무기체계 보유 현황에 대한 평가를 넘어선 운용적 측면을 고려한 위협 평가가 되어야 한다. 북한의 군사적 도전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어느 시점에 어떠한 무기를 얼마나 보유할 것이냐는 평가뿐만 아니라 북한이 자신의 군사력을 어떠한 형태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동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현재 북한은 일반적인 재래식 전력에 투자하고 확충하기보다는 핵과 미사일과 같은 비대칭전력 확충에 집중하고 있고, 한국의 취약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재래식 전력의 비재래적 활용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말해 이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의 성격과 수준이 근본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의 북한 위협이 아닌 능력분석(capability-based analysis)에 기초한 미래의 북한 위협을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우리의 대응전략과 태세를 구축해 나가야 하며, 북한을 추월하여 상황을 주도해야 한다. 그때그때 발생하는 북한 위협에 대증적(對證的) 혹은 일대일 접근을 추구할 경우, 우리는 따라가되 결코 추월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다.
북한 위협의 분석과 평가를 기초로 이러한 북한의 도전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여 우리의 안전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포괄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강구하는 것이 요구된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북한의 도발에 따라 Fight Tonight(즉시 대응), 국지도발대응계획(Combined Counter-Provocation Plan), 맞춤형 억제(Tailored Deterrence; 이전에는 Proactive Deterrence), Kill-Chain, 4D(Detect, Defend, Disrupt and Destroy) 등과 같은 다양한 개념과 조치들이 제시되었고 발전 중이다. 하지만 한국의 안보 수호라는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한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지칭할 만한 것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Fight Tonight’의 경우, 높은 수준의 군사대비 및 대응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이것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의 전략목표라기보다는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 ‘맞춤형 억제(Tailored Deterrence)’ 역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라는 점에서 적용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4D 경우도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제시되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개념들이 어떻게 상호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호하다.
우리가 지난 수년간 도입한 새로운 전략개념이나 조치들은 특정 시점에서 발생한 특정한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대응하는 성격이 매우 강하고, 전반적인 상호 연계성이 결여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국지전이나 제한전 혹은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고려해볼 때, 우리의 대응전략과 실제 내려질 조치의 적시성이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도발의 양상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지만, 도발과 대응의 과정에서 확전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다면 대응 과정에서의 적극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우리의 전략에 반영하여야 한다.
우리의 군사전략과 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이 그다음의 과제이다. 이는 군사력 건설계획과 이에 필요한 재원조달에 그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기본방향을 북한의 비대칭 위협, 국지도발 그리고 전면전 등을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 구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단·중·장기 과제 편성은 그러한 국방개혁의 기본방향과는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개혁 기본계획》상 단·중기과제는 합동참모본부 개편, 동원사단 개편, 민군작전부대 편성, 동원체제 개선, 물류개선, 복지 향상 등 대체로 군 구조개편이나 국방운영과 관련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의 변화하는 위협과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능력 및 무기체계 확보는 대부분 장기과제로 편성되어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올해 3월 내놓은 2014~2018 국방중기계획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고고도 및 중고도 무인정찰기(HUAV, MUAV), 장거리공대지유도탄, 전술함대지유도탄, 중거리공대지유도폭탄, GPS 유도폭탄 개발사업 등은 2018년 말경에나 투자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개량과 실전배치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이는 킬 체인이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국방부가 상정하고 있는 2023년까지 북한의 비대칭위협에 우리가 그대로 노출된 안보불안의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과제편성은 국가 안보 역량 확충보다는 예산을 적게 쓰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표 2. 국방개혁 기본계획 (2014~2030) 국방개혁 과제 현황
물론 2023년까지 미국에 의존하여 우리의 안보를 지킬 수도 있다. 문제는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이 한국에 보다 적극적으로 방위력 건설 및 개선사업 추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이 방위력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경우 미국 내에서 ‘안보 무임승차론’이 제기되고 한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형성되고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한미동맹이 갖는 의미와 역할이 훼손될 여지도 있다. 따라서 이번 재연기 합의를 계기로 우리는 현실성 있는 국방개혁을 구상하고, 기본계획에 포함된 과제 간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제한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집행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노력을 확실하고 꾸준히 경주해야 한다. 나아가 국방비를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보험으로 생각하고 과감히 증액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수행한다고 상정할 필요는 없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연합방위체제를 공고히 유지하고, 예산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미국과 미국의 군사자산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합의에서 핵심군사능력과 필수대응능력이 전환의 조건으로 제시되었다. 이 두 가지 능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히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굳이 이러한 부분에서 한국군의 독자적인 체제와 능력을 구축하기보다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예산절감은 물론 전작권 전환 이후의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연합방위체제를 유지·운용하기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유사시 증원전력 극대화와 신속한 국제협력 동원을 위해서 유엔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46차 한미 안보연례협의회에서의 합의에 의해서 연합사령부 본부와 미8군사령부가 전작권이 전환되기 전까지 평택으로 이전하지 않고 용산기지에 잔류하게 됨에 따라 이에 대한 국방부의 대책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용산기지 부지를 활용한 각종 개발 사업들이 영향을 받는 일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210화력여단의 동두천 캠프 케이시 잔류가 확정되면서 이에 대한 보상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두 장관은 합의문에서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을 유지하고, 사업상에 제반 도전 요인을 최소화 해 나가면서 적시에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하였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벌써 해당 시설들과 전력을 현재 위치에 남겨두는 것은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견제에 나서고 있다. 또한 동두천시도 210화력여단의 잔류로 주민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시와 협의를 거쳐 충분한 지원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YRP와 LPP에 관한 협정을 개정할 필요가 없으며 “미군기지 이전계획의 일부 시기를 조정하는 일이지만 미군 부대를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협정의 기본 원칙과 정신은 변함이 없다.”라고 전했다. 동두천 210포병여단의 이전 시기에 관해서는 “양국 국가지도부가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두천시는 계획대로 이전한다는 국방부의 장담을 믿고 안전행정부와 함께 2016년 반환을 전제로 각종 개발계획을 이미 발표한 상태이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국가안보상의 필요성만으로 지자체와 주민에게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정부가 주한미군 시설 이전 연기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대책을 약속하고 협의하는 성의를 우선 보여야 원만한 해결을 위한 첫발을 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속히 현재의 YRP와 LPP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보완할지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결론
국가의 안보 주권을 주장하며 이번 전작권 전환 재연기가 나라의 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의 북한의 도전과 위협을 고려할 때 전작권 전환 재연기는 불가피한 선택이며, 명분과 이상보다는 실리와 현실을 택한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나아가 그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구비하는 데 소홀했던 우리 자신에 대해 철저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난 2010년에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가 2015년으로 연기된 이후, 국방부 관계자들은 예정된 환수 계획이 계획대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수차례 이야기해왔다. 지난 2012년 6월에는 110개 전환 과제 중 60%가량이 진행되었다고 밝히며 전작권 전환 준비가 정상 추진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동안 변함없이 2015년 전환을 장담하던 국방부와 합참이 불과 2년 새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국민과 동맹국에 아쉬운 부탁을 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다변화하고 증가하였다고는 하나, 그동안 정부의 말만 믿고 따라온 국민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납득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더 나아가 두 번의 연기 결정에 실망했을 미국을 생각한다면, 이제 우리 군은 약속한 조건을 조속히 갖출 수 있도록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통해 우리는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안보를 우리가 책임지는 미래, ‘한국방위의 한국화’로의 문을 연 것이고, 그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벌었다. 이러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우리가 놓여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결연한 의지를 갖추고 튼튼한 안보를 다지기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경주해야 한다. 대대적인 물량 투입이 아니라 북한 위협과 도전에 대한 치밀하고 동적인 분석·평가·전망,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군사전략과 작전 구상, 신뢰할 수 있는 군사력의 적시 확보가 국방개혁의 지침이 되어야 하며, 낭비적인 요소를 식별하고 제거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구 노력이 있을 때 국민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군으로 발전하고, 동맹국으로서 한국에 대한 신뢰가 증진되고 한미동맹이 더욱 굳건해지고 발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