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3,553 views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연구프로그램은 “일본을 향한 두 시선: 한국인의 한일관계 인식과 그 함의”를 주제로 아산 리포트를 발간하였습니다.

 

요약

한일 양국은 정권교체 이후에도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 해 전 세계를 순방하며,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가졌지만 일본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아직도 요원하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 아베 총리의 과거사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팽창,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 북한의 지속적인 무력도발, 일본의 과거사 도발로 올해에도 동북아 정세는 더욱 격랑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급격하게 냉각된 한일관계로 한국인의 일본과 아베 총리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2013년 한해 일본 호감도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며, 지난 1월에는 최근 1년 사이 최저치(2.38점/0-10점)를 기록했다. 일본 호감도 하락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두드러졌다. 일본 호감도의 세대간 격차는 지난해부터 더 분명하게 나타났는데, 20-30대에 비해 40대 이상에서의 호감도 하락이 뚜렷했다. 특히, 지난해 12월말 단행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후로 나타난 일본 호감도 하락에서도 40대 이상의 하락폭이 컸다.

주변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우경화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일본 아베 총리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도 악화되었다. 지난해부터 미국 오바마 대통령, 중국 시진핑 주석에 비해 낮았던 일본 아베 총리에 대한 호감도는 지난 1월 하락세를 지속하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0.99점/0-10점)과 같아졌다. 일본 아베 총리에 대한 호감도 변화에서 특징적인 점은 일본 호감도와 달리, 20대의 하락세가 분명했다는 것이다. 이는 젊은 세대일수록 악화된 한일관계의 원인을 아베 총리와 같은 일본 정치인의 잘못으로 보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한일간 과거사 갈등으로 최근 양국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다수의 한국인은 한일군사·안보협력에 지지를 보냈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에 포함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통해 지역 내 안보역할을 강화하려 하고 있음에도, 한국인은 한일군사·안보협력을 지지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인은 최근 일본의 군사력 확장을 곱게만 보지 않았다(부정적: 66.8%). 이는 다수의 한국인이 일본을 군사적 위협으로 봤기 때문이었다.

한국인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안보역할 확대에는 우려를 표하면서도, 동북아 질서유지를 위한 한일간 군사·안보협력을 지지했다. 일본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직후에도 한국인 2명 중 1명(50.7%)은 2012년 최종 서명을 앞두고 결렬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일본 아베 총리의 급작스런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한국 내 정상회담의 효용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의견이 다소 늘었지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보는 비율도 절반(49.5%)에 가까웠다. 또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과반이 넘는 한국인(57.8%)이 동의했다. 이때 한일관계에 있어 박근혜 대통령 역할론에 동의한 한국인 중 다수(65.4%)는 한일정상회담을 지지하며,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단초가 정상회담을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봤다.

한국인은 일본과 아베 총리에 대해 비호감을 보이면서도, 일본과의 군사·안보협력을 지지했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동북아에서 또 다른 안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부상을 가정했을 때 한국인 중 다수(63.9%)는 일본과의 안보 협력이 필요하다고 봤고, 이러한 경향은 일본의 안보역할 확대를 우려하는 한국인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즉 일본의 안보역할 확대를 부정적으로 본 응답자 중에서도 다수가 한일안보협력(61.5%)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우리 입장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불편하지만,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일안보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한국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일안보협력이 필요하다고 볼수록 한일관계 개선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동북아 내 중국의 부상이 한국인의 한일관계에 대한 인식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첨예한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 동안 과거사 문제는 일본의 무관심과 한국의 민감한 대응으로 그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그렇지만, 한국인은 한일관계 발전에 있어 독도 영유권(42.1%)을 가장 큰 문제로 봤다. 역사 교과서 왜곡(32.9%), 종군 위안부 사과 및 배상(13.8%)은 최근 과거사 인식 논란이나 언론·정계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독도 영유권에 대한 우려를 넘어서지 못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더욱 중요한 것은 전략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 한국인이 한일관계에서 가장 큰 장애물(49.5%)로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진다면, 한일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갈 수도 있다. 향후 독도 영유권 문제는 현재 용일(用日)의 관점에서 한일관계 정상화를 촉구하는 한국인의 목소리마저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일양국의 인식 공유와 이슈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아시아 전략의 중심에 있는 동맹국, 한일 양국 사이 갈등이 커지는 것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아베 정권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앞으로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가 지속될 경우에 미국이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악화된 한일관계와 달리, 한중관계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 한데 이어, 올해에도 한국에서 정상회담이 추진될 예정이다. 중국의 공세적인 대외정책이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남아있지만, 일본이 지속적인 과거사 도발로 ‘공공의 적’이 되면서 다수의 한국인(74.5%)은 역사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보기도 했다.

향후 박근혜 정부에게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공조,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수의 한국인이 동북아 질서를 위협하는 문제의 성격에 따라, 전략적으로 공조해야 할 상대를 고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About Experts

김지윤
김지윤

연구부문

김지윤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선거와 재정정책, 미국정치, 계량정치방법론 등이다. 주요 연구실적으로는 “Cognitive and Partisan Mobilization in New Democracies: The Case of South Korea”(with Jun Young Choi and Jungho Roh, forthcoming, Party Politics), “The Party System in Korea and Identity Politics” (in Larry Diamond and Shin Giwook eds. New Challenges for Maturing Democracies in Korea and Taiwan. 2014. Stanford University Press), “기초자치단체에서 사회복지비 지출의 정치적 요인에 관한 연구” (이병하 공저 의정연구, 2013), 『국회의원 선거결과와 분배의 정치학』 (한국정치학회보, 2010), 『Political Judgment, Perceptions of Facts, and Partisan Effects』 (Electoral Studies, 2010), 『Public Spending, Public Deficits, and Government Coalitions』 (Political Studies, 2010)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 버클리대학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미국 MIT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강충구
강충구

연구부문

강충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정책소통지수 개발" 연구에 참여했고, 연구 관심분야는 양적연구방법, 조사설계, 통계자료 분석 등이다.

이의철
이의철

여론・계량분석센터

이의철은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연구센터 연구원이다. '아산 데일리 폴'과 '아산 연례조사' 등 여론조사 실무와 분석을 맡고 있다. 연구 관심분야는 여론조사, 국내정치, 선거연구 등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Karl Friedhoff
Karl Friedhoff

여론・계량분석센터

Karl FRIEDHOFF is a program officer in the Public Opinion Studies Program at the 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Prior to joining the Asan Institute, he was a program assistant at the Institute for Global Economics. He earned an M.A. in international commerce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and a B.A. in political science at Wittenberg University. His writing has appeared in the Korea Herald and the Joongang Da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