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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모든 분야에서 개혁을 추구한다. 국방 분야도 그랬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지휘구조개편계획인 통칭 8·18 계획이 추진됐고, 1990년대에는 5개년 국방발전계획으로 국방 분야의 변혁을 구체화했다. 한편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 키워드는 국방개혁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방개혁 2020이,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방개혁 307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방개혁 1430이,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이 제시되었다.

 
역대 정부의 국방개혁들
 
특히 국방개혁이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부여된 국방개혁 2020에서는 그 문제의식 자체는 좋았다. 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는 인구절벽이었다. 오죽하면 2006년 옥스퍼드대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한국이 세계 최초의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2020년 초에 찾아올 인구절벽에 대응해 국방개혁 2020이 수립되었다. 골자는 2000년 기준 69만 명이던 병력을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이었다.

결국 병력 감축과 부대 구조 재조정이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군단과 사단의 숫자를 줄이는 대신 단위 부대의 전투력은 강화하고, 부족한 병력은 첨단전력으로 대신한다는 계획이었다. 또한 각 부대를 무장시킬 장비도 문제였다. 2000년대 초반에는 차기 전차, 차기 보병전투장갑차, 한국형 기동헬기와 무장헬기 등의 차세대 전력이 야심 차게 기획되었다. 그러나 무기체계가 실전 배치되어 활용되기까지는 10년 정도가 걸린다. 보수 정권에서는 북한의 위협에 힘겹게 대응하면서 현실 속에서 부대 구조를 만드는 한편 무기체계를 가다듬어 나갔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국방개혁 2.0에서 ‘2.0’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국방개혁 2020을 이어받는 정통성을 강조한 것이다. 국방개혁 2.0은 정예화·스마트화·선진화의 3대 기조를 바탕으로, 주도적 방위역량을 확보하고 과학기술로 미래전장환경을 준비하며 범국민적 지지를 받는 선진국 군대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다시 살펴보면 소위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첨단무기체계를 획득하고 병영의 부조리가 없는 군대를 만들어, 50만 명으로 감축하고 전시작전권을 회수해도 문제가 없을 국방력을 건설하겠다는 의도였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성적표
 
문재인 정부에서 병력 감축과 신형무기 증강이 동시에 추진됐다. 1군과 3군 사령부가 통합되어 지상작전사령부가 창설되었고, 2025년을 목표로 한 6개 군단, 33개 사단 편제로의 감축도 진행됐다. K808 장갑차, 천궁2 포대, 대구급 호위함, 시그너스 공중급유기, F-35A 스텔스 전투기 등이 속속 전력화되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되어 추진된 것이며, 막상 문재인 정부에서 새롭게 전력화를 목표로 했던 무기체계는 논란의 대상인 항모와 원잠 이외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 수많은 ‘비전’들이 펼쳐지기도 했다. 특히 육군은 육군비전 2030·2050 등 미래비전 문건들을 발행하면서 장차 작전환경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이러한 육군의 노력에 자극을 받은 해·공군도 해군비전 2045와 에어포스 퀀텀 5.0 같은 비전서를 통해 각 작전영역에서의 미래를 제시했다. 국방부도 국방비전 2050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가장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다. 바로 적과 위협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록 미·북 비핵화 협상 시기에는 긴장 완화가 필요했다고는 하나,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으로 대비 태세는 크게 약화되었다. 그러나 미·북 협상이 결렬된 이후에도 코로나19를 핑계로 정권의 나머지 기간에 연합훈련은 재개되지 못했다. 게다가 북한의 전술핵 능력 개발을 위한 잇단 미사일 발사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이 폭파되었을 때 군사력의 시현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군이 국방의 임무를 게을리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과감한 개혁에는 한계가 있었다.

 
국방혁신 4.0 제시
 
윤석열 정부는 위협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적을 적으로 규정하는 정상화를 추구한다. 특히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8가지를 국방에 할당하며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약속하면서, 국방의 첫 번째 과제로 ‘제2 창군 수준의 국방혁신 4.0 추진으로 인공지능(AI)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제시했다. 지난 7월 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국방업무보고에서 ‘국방혁신 4.0을 통한 첨단과학기술군 육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국방혁신 4.0에서 4.0의 의미는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이라는 의미와 2000년대의 국방개혁에 이어 창군 이래 국방의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네 번째 계획이라는 뜻이다.

소위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미래전장환경에서 국방혁신 4.0을 통해 국방과 전쟁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등 군사선진국들은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군사혁신을 이미 추진하여 전환 중이며, 특히 다영역작전(MDO) 개념을 도입하여 우주와 사이버전자기파영역으로 전장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전력이 현저히 열세에 있던 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도움으로 사이버전자기파영역에서 러시아군을 혼란시키면서 우주 기반의 지휘통신을 바탕으로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방혁신 4.0에서는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목적으로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무기체계와 기반체계 운용 능력 등 핵심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여 국방 전 분야를 새롭게 설계하는데, 이를 위해 5대 추진 분야를 구체화했다. 즉 ① 국방연구개발과 전력건설체계를 완전히 재설계하며 ② 국방과학기술의 기반을 확장하고 ③ 핵심 첨단전력을 확보하며, ④ 새로운 군사전략과 작전개념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⑤ 군구조와 운영을 최적화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국방혁신 4.0 추진에서 방점은 국방 AI 기술을 확보하면서 유무인복합체계(MUM-T)와 합동전영역지휘통제체계(JADC2)를 획득하는 것이다.

 
정권 초월하는 국방혁신 지속돼야
 
하지만 국방개혁 또는 국방혁신은 정권 차원의 이벤트가 아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거듭하여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이겨야만 한다. 따라서 자신을 혁신하여 언제나 적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은 매일 해야만 하는 통상적인 국방의 업무이다. 문제는 정권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다. 5년마다 선거로 바뀌면서 정권마다 지향점이 다소간 달라진다. 따라서 국방혁신 4.0도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을 정도로 설득력이 있는 구상이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방혁신 4.0은 지속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도 2040년대에 다가올 인구절벽을 인지하고 그 해결책으로 유무인복합체계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유무인복합체계란 AI 기반의 무인로봇전투체계를 유인부대와 결합하여 전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아이디어다. 국방부는 기술 수준과 발전단계를 감안하여 AI 발전 로드맵을 제시했다. 우선 영상분석 등 정보분석에 사용하도록 1단계 초기 자율 AI를 감시정찰체계에서 2023년까지 구현한다. 이후 2027년까지는 무인전투차량·무인수상정 등 전투체계에서 인식지능과 판단지능을 결합하여 2단계 반자율 AI를 구현한다. 그리고 2028년 이후 완전 자율 AI 단계로 접어들어 인식과 판단에 더하여 결심지능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현 정권 내에서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여 방향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AI나 무인체계는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대용량 정보통신네트워크가 없이는 구현될 수 없다. 뛰어난 지휘통제 역량을 확보하여 기존의 유인부대와 무기체계들 사이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우리의 유일한 안보동맹인 미국이 차세대 지휘통제체계인 JADC2를 확보하여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이에 빨리 동참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미 동맹군은 상호호환성(interoperability)을 넘어 상호대체성(interchangeability)으로 진화할 수 있다.

 

* 본 글은 이코노미조선 462호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방송을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