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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방장관 체제가 출범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 후 1년 5개월 만에 새로운 국방장관이 취임했다. 이종섭 장관 체제에서 국방부는 실전적 대비 태세를 강조하고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3축 체계를 부활하는 등 국방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9·19 군사 합의나 주적론 등 주요 이슈에서 ‘신중한’ 정책 실행과 인사를 추구하면서 지난 정권이 남긴 문제들을 과감하게 개혁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여기에 해병대 사망 사건 후속 처리나 육사의 홍범도 동상 이전 등의 문제가 정치적 충돌로 비화해 리더십이 상처를 입자 장관 교체로 이어졌다는 관측도 있다.

 

강력한 리더십의 신원식 국방장관

신 장관은 육사 37기로 1981년 임관해 35년간 엘리트 군인으로 활약해 왔다. 특공·수색 부대에서 합동참모본부에 이르기까지 최일선에서부터 중핵 부서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 왔다. 특히 국방부 정책기획관, 수방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작전과 정무 모두 뛰어난 감각을 보이는 지휘관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4성 장군 진급이 끝내 좌절되자 전역 후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후보였으나 여당의 득표율 부진으로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재야에서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앞장서서 문재인 정권의 종북적 행태에 대항했다. 그리고 결국 2020년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8번으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에서 그는 치열한 파이터였다. 대정부 질문에서는 9·19 군사 합의의 부당성을 집요하게 따지면서 문재인 정권의 취약한 국방을 질타했다. 좌파 정치인들의 잘못된 안보 인식과 싸웠고, 주요한 정책 이슈들에서 우파 정당의 관점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다. 육사의 홍범도 동상 이전 등의 이슈에 맞서 최일선에서 싸운 것도 신 의원이었다.

그러나 동상 이슈가 사관학교의 정체성 문제로 비화하면서 정치적 이슈로 가열되며 현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하자, 그는 말을 아꼈다.

그리고 8월 말에 이르러 이종섭 장관 체제로는 더 이상 정치적 혼돈을 수습하지 못하자, 용산은 결국 장관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러 인사가 거명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현 정부의 안보 정책을 얼마나 굳건히 추진할 수 있는 뚝심을 가졌냐 일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당내 경선 당시 신 의원은 군 미필은 국가 지도자가 되어선 안 된다면서 공세를 가한 바 있었다. 대통령은 불편할 수도 있는 과거를 모두 포용하고 신 의원을 국방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치열한 대척점에 있던 신 후보자를 공격하면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결국 그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취임 일성은 응징과 억제

신 국방장관은 10월 7일 토요일 무사히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적을 압도하는 국방 태세”를 구축하겠다며, “응징이 억제고, 억제가 곧 평화”라는 강렬한 문구를 남겼다. 그는 “적이 도발하면 첫째, 즉각 응징하라. 둘째, 강력히 응징하라. 셋째, 끝까지 응징하라”고 주문했다. 적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느껴야 적의 행동을 좌절시킬 수 있다는 억제 이론을 간명히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3대 응징 원칙(‘즉각-강력히-끝까지’)은 윤석열 정부가 바라는 강력한 국방 리더십을 반영한다.

취임사에서는 응징과 억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예 선진 강군 5대 중점 과제로 ① 장병 정신 전력 강화 ② 적을 압도하는 국방 태세 구축 ③ 한미 동맹 강화 및 연합방위 태세 발전 ④ ‘국방 혁신 4.0’ 가속화 ⑤ 선진 국방 문화 조성 등을 제시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5대 과제 가운데 정신 전력 강화를 제일 첫 과제로 제시한 점이다.

신 장관의 정신 전력 강화 발언은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군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는 ‘군인다운 군인’”이 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초급 간부의 지원율 하락과 중견 간부의 이탈 사례 그리고 이로 인한 어수선해진 병영 내 군기를 다잡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병장 월급을 초임 부사관 수준의 200만원으로 상향시키고 있건만, 과연 비전문적인 18개월 의무 복무 병사가 부사관만큼의 사명감으로 임무를 수행하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많은 보수층이 걱정하는 것이 최근 군 기강과 대비 태세다. 일단 첨단 무기 체계를 도입하기에 앞서 간부와 병사의 항전 의지부터 다잡겠다는 신임 장관의 접근은 매우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정신 전력 강화라는 말은 다소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구시대의 일방적인 군기 교육을 떠올리게 한다.

 

21세기에 맞는 정신 전력 강화가 필요

과거에 군은 정치권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군기’의 개념을 악용한 바 있다. 애초에 군기란 전투 중에 어떤 이유로든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정신적 준비 태세를 뜻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상급 부대나 지휘관에게 좋은 평판을 듣기 위하여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한 명령이 남발하면서 이를 군기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즉 국가와 군의 이익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을 위해 명령을 내리면서 군기처럼 포장하는 일제 강점기 황군 수준의 악습이 오늘까지도 일부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군기’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한편 정신 전력 강화는 군기의 본질을 유지하는 것에 더하여 적이 누구인지 식별하고 어떠한 정신 자세를 가질지 대적관을 키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좌파 정권은 이러한 대적관 교육을 천시하며 정신 전력 강화에 호의적이지 않아 왔다. 북한이 주적인지 여부를 논쟁거리로 만들고 그러한 논의를 하는 것 자체를 구시대적인 사고인 것처럼 프레임을 씌워 왔다.

그래서 신임 장관의 정신 전력 강화 정책은 과거를 향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것이 돼야 한다. 전쟁의 승리와 전투력 강화와 보존을 본질로 하는 진정한 군기를 키워 현재와 미래의 전쟁 수행 능력과 연결해야 한다. 적을 ‘즉각-강력히-끝까지’ 응징하기 위해 필요한 전투력과 부대 단합을 위한 군기는 강화하고, 그 이외에 낡고 잘못된 관행이나 지휘관 개인의 영달을 위해 군기가 악용되는 것을 막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정신 전력 강화다.

 

북한이 두려워할 국방장관이 돼야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신 장관이 최근 어떤 장관보다 대북 항전 의지를 뚜렷이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김관진 장관 이래 북한이 우리 국방장관을 대상으로 프로파간다를 펼친 일은 없었다. 그만큼 전임 정권의 대북 태세가 취약했다는 증거이거니와 국방부의 존재감이 약했다는 말이다.

신임 장관은 엘리트 군인으로 정책과 작전의 요직을 두루 거쳤고, 심지어 정치권을 거쳐 정치적 감각까지 갖췄다. 다만 그가 국방부 정책기획관을 한 지 10년이 넘었고, 합참을 나온 지 5년 넘게 지났다. 그만큼 위협도 안보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과 지식에 의한 정책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며 지난 정권에서 취약해진 군을 다잡아야 한다. 또한 정신 전력 강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군대다운 군대, 군인다운 군인을 구현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강한 응징과 억제의 메시지가 공허하지 않도록 군기를 바로잡고 이를 전투력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장관의 복안이 기대되는 이유다. 신임 장관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할 또 한 명의 국방장관으로 활약하기를 기원한다.

 

* 본 글은 이코노미조선 512호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