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97 views


 

동북아 다자 안보체제
쉬운 분야의 협력부터

이로니에미 전 OSCE주재 핀란드 대사

편집실 김보아 전문원 boahkim@asaninst.org

 

자코 이로니에미(Jaakko Iloniemi) 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재 핀란드 대사가 지난 9월17일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에서 동북아평화협력구상(NAPCI)과 유럽의 사례를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이로니에미 대사는 라운드 테이블에서 1975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발족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발전사와 1960년대 유럽 동-서 진영의 정치ㆍ외교적 발전양상, 이런 발전이 지역 안보체제 구축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대사는 발제에서“핀란드가 처음 제안한 CSCE가 실제로 구성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참여국들 사이에 합의를 도출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이나 소련과의 군사 동맹이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 원칙을 수용함으로써 유럽안보회의가 비로소 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CSCE는 미국과 구소련이 막후 채널을 통해 냉전시대에 기여한 것”고 강조하며 “이제는 유럽 사례를 통해 무엇이 잘 되고 잘못됐으며, 1970년대 중반의 상황이 현재의 우리와 어느 정도 관련 있는지 등 배울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NAPCI를 주도하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안보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일부 참석자는 “유럽에서 볼 수 있었던 공통이익에 대한 광범위한 인식이 중국과 같이 강대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동북아시아에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다자간의 지역 안보를 구축하는데 있어 어떠한 양상으로 해결될지도 논의됐다. 이와 관련 “유럽의 다자안보체재가 일상적으로 다루는 이슈들이 동아시아에서는 상당히 민감한 이슈들이라는 점을 고려해 부드러운 이슈들을 먼저 다루고 점차 민감한 부분까지 접근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이로니에미 대사는 “CSCE를 형성하는 과정에는 협력하려는 의지와 군사동맹의 역할에 대한 공통 이해가 있었다”며 “핀란드의 중립적인 입장 덕분에 안보 협력을 위한 협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핀란드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것처럼 동북아의 깊은 상호 불신을 뛰어넘어 한국이 NAPCI를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사는 마무리 발언에서 “다양한 정치적 상황에서 각 국의 서로 다른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치문화를 상호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협상을 위해 첫째 협상으로 달성하려는 목표에 대한 명확한 이해, 둘째 상대를 파악해 목표와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상대를 판단할 때는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현재 그리고 미래에 무엇을 이루고자 갈망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충고했다. 나아가 그는 “이런 맥락에서 성공이 불확실한 상황에도 때때로 협상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협상을 진행시키는 과정 자체가 해결의 일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