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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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5,000㎞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북한이 발사한 후 7월에 열린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 등이 오랫동안 북한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제재와 압박에 집착하면서 북한은 거대한 안보 위협과 생존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legitimate security concerns)’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쥔 대사의 발언은 북한 도발의 원인이 미국을 비롯한 외부세력의 적대정책에 있다고 하면서 북한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집단이라는 주장인데, 이런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중국의 주장은 북한이 침입하여 우리를 위협하는 것도 우리가 북한을 먹고 살기 힘들게 만들어 그런 것이니 이해해야 하고, 우리의 방어도 북한을 더 자극하게 될 것이므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라는 것과 같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개발이 “자위적 핵억제력”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공격하려고 노리고 있고, 우리가 이에 동조하여 한미 연합훈련 등으로 북한을 위협하고 있으므로 핵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리비아와 이라크가 무너진 것은 핵무기가 없어서라고 생각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들 체제가 무너진 것은 대내적으로는 억압과 공포로 주민을 통제하고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대외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규칙에 기반한 세계질서에 도전했기 때문이었다.

국제사회가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는 입장은 중국의 주장과는 다르다. 2006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자 유엔안보리는 대북제재를 골자로 하는 결의안 1695호를 채택했고, 이후 10개가 넘는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결의안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규탄과 대북제재조치를 담고 있다. 지난 8월 10일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11차 NPT 평가회의 제1차 준비위원회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스위스, 핀란드, 헝가리, 폴란드, 아르헨티나, UAE, 카타르, 튀르키에 등 74개국은 “2022년 이후 북한이 전례없는 빈도와 방식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북한이 불법(unlawful) 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통해 주변국의 안전과 주권을 위협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를 훼손하는 도발적 행동을 하고 핵 활동에 계속 관여하는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condemn) … 북한은 NPT에 따라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없음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서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응하라고 설득하기는커녕, 우리에게 인내와 자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하라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취한 최소한의 자위조치를 비난하고 압박했다. 2017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결정했을 때 중국은 한국상품의 불매와 한국 대중문화 금지(限韓令) 등 경제 및 문화보복을 가했다.

중국은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을 자극하고 체제안전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고 주장하는데, 2018년 6월 트럼프-김정은간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발표했고 2022년 중반까지 대규모 연합훈련이 중단되었을 때도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은 역대 최다인 총 40회에 걸쳐 65발의 미사일을 시험발사 했는데, 중국은 러시아와 더불어 이 문제가 유엔안보리에서 논의되는 것을 막았다. 중국은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임에도 불구하고 유엔안보리결의안의 이행을 방해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런 중국의 태도를 보면 중국이 바라는 것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을 도와서 한반도의 공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쌍중단 쌍궤병행(雙中斷 雙軌竝行)’을 주장해왔는데, ‘쌍중단’은 북한의 핵활동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것인데, 북한이 ‘쌍중단’을 어겼는데도 중국은 이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의 최우선 목표는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것이므로, 북한 스스로 130만의 정규군과 700만이 넘는 예비병력 등을 포함한 재래식 위협을 낮추면 연합훈련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중국은 북한의 군사위협은 외면하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만을 주장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누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지에 대해서 객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1953년 7월에 체결한 정전협정은 정전체제가 확립되도록 하기 위해 “적대행위와 모든 무력행위를 정지(cessation of hostilities and of all acts of armed force)”하라고 규정했는데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현재까지 북한은 43만건 이상 정전협정을 위반했고,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주요 도발도 다수 감행했다. 1968년에는 북한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 한 1.21사태, 공해상에서 활동 중이던 미군 정보수집함을 무력으로 나포한 푸에블로호 사건, 120명의 북한 무장공비가 울산과 삼척으로 침투하여 양민을 학살한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를 감행했고, 공해상에서 비행 중인 미 해군 조기경보기 EC-121을 격추한 사건(1969),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oint Security Area, JSA) 남측지역에서 벌목작업을 지도하던 유엔군 소속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살해한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1976), 북한 공작원들의 폭탄테러로 이범석 외무장관을 비롯한 우리 고위관료 17명이 사망한 버마 아웅산 폭탄테러(1983), 강릉 부근으로 북한 특수부대원 26명이 침투하여 우리 군인, 경찰, 민간인 등 18명을 살해한 강릉 잠수함 침투(1996), 북한 어뢰 공격으로 우리 해군 승조원 46명이 전사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민간인 거주지역에 대한 북한의 방사포 포격으로 4명이 사망한 연평도 포격(2010), 북한이 우리 철책통로에 목함지뢰를 설치해 순찰 중이던 우리 병사 2명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힌 목함지뢰 도발(2015) 등 이 모두 북한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중국이 북한 책임론을 거론한 경우는 극히 드물고 늘 쌍방의 “자제”만 주장했다. 중국의 ‘쌍궤병행’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함께 추진하자는 것인데, 평화체제가 구축되려면 우선 정전체제가 잘 지켜져야 한다. 정전체제를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중국이 양비론(兩非論)을 들고 나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한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자위적’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2022년 제정된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은 핵공격을 받지 않고도 핵무기를 언제든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핵을 이용해 우리와 일본, 미국을 공격하여 국제평화와 안전을 파괴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중국이 노리는 것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우려 해소”가 아닌, 다른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주장을 이용하여 한미 연합훈련 철폐,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의 해체를 유도하여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미중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속내일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우려 해소”를 주장하면서, 이를 빌미로 이기적인 자기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만 골몰한다면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과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수교 31년이 된 한중관계를 뒤흔드는 것인데, 중국이 우리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외면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에만 골몰한다면 ‘상호존중’에 기반한 한중관계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