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지난 3월 19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의 미중 고위급 회담은 양국 간 직설적인 비판으로 점철되며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된 듯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중 간 경쟁과 갈등, 그리고 협력의 영역과 국제질서에 대한 상이한 인식 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애초 금번 회담의 목표는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그러한 지형을 확인하는데 있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본격적인 강대국 경쟁을 시작하기에 앞서 중국이 의도하는 현상변경(revisionism)의 수위와 그에 따른 오인(misperception)의 위험을 걷어내고자 했을 것이다. 양국은 논의 의제 가운데 기후변화조정그룹(Coordination group on Climate Change) 설치에만 합의할 수 있었으며,1 코로나19, 북한, 이란, 미얀마 문제뿐만 아니라 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전통적 갈등현안, 그리고 경제, 무역, 기술, 사이버안보, 군사, 인권 등 대부분의 영역에 있어 경쟁과 갈등의 입장을 확인하였다. 향후 양국간 협력의 영역이 점차 확대된다 하더라도, 미중 양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제체제 속의 우위(primacy)와 질서 구축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경쟁적 관계로부터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앵커리지 회담 이후 미중관계는 본격적인 강대국 경쟁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특히 미국은 미중 경쟁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고 다양한 현상변경에 대응하기 위해 동류국가들(like-minded states)과의 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이를 통해 규칙기반질서를 회복을 위한 하드파워와 정당성을 마련하고자 할 것이다.

 

국제질서 회복을 위한 미국의 의지와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

 
양국 모두 앵커리지 회담을 전후로 자국의 지지세력을 확보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연합을 구축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었다.2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부상하는 위협이자 경쟁국으로 상정한 것은 적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대외정책추진과 미국우선주의에 기반한 동맹정책으로 인해 단합된 대중국 연합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단합은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중국이 경제적 강압을 행사하며 연합 분할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3월 3일 이례적으로 <국가안보전략 중간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y Guidance) 을3 공개하였고, 강대국 경쟁에 대응하며 규칙기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후 미국은 인도태평양 역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연쇄적으로 회담을 가졌다. 3월 12일 쿼드정상회의, 3월 16일 미일안보협의위원회(2+2), 3월 18일 한미외교국방장관회의(2+2))에 이어 3월 20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인도 방문에 이르기까지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과 회담을 이어가며 미국은 동맹국, 그리고 민주주의 동류국가들에게 공동의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는 공약을 재확인시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이러한 단합된 결의를 인지시켜 주었다.

한편 위와 같이 실시된 회담 각각의 논의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3월 12일 쿼드 정상회의에서 구체화된 쿼드의 목표는 글로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4개국의 역량 결집 및 그에 따른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이다. 실제로 이번 쿼드정상회의 결과로서 합의된 기후변화워킹그룹, 백신 파트너십 및 전문가그룹, 주요신기술워킹그룹 등은 ‘반중(anti-China)’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팬더믹의 상황 속에 결여된 공공재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크다. 또한 중국을 비판하기보다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이 인도태평양 역내에 형성하고자 하는 질서와 비전을 강조하며 이러한 비전을 공유하는 역내 동류국가들과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4 이러한 상황은 향후 쿼드 참여국을 중심으로 역내 규칙기반 질서의 재정립과 공공재의 제공이 지속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아판 나토(Asian NATO)’보다는 느슨한 협의체로서 쿼드를 발전시켜 4개국의 역량을 적재적소에 신속히 결집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다자주의외교란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공공재 제공과 새로운 공급망의 형성, 규칙기반 질서 확립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질서의 재확립과정에 역내 국가들 역시 이슈별로 자국의 상대적 우위를 고려해 기여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또한 느슨한 협의체이기에 특정 이슈에 대한 협력 참여와 철회의 제약을 두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5

한편 쿼드 4개국만이 인도태평양 역내 위와 같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쿼드 플러스 (Quad Plus)라는 협의체 역시 상당히 유연하게 운용될 것이며, 쿼드 플러스 협의체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활동하는 국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21년 현재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해 독자적 전략을 갖고 있는 국가는 미국 포함 7개국, 즉 일본, 호주, 인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이다. 이들은 역내에서 소위 스포크(spoke) 국가들 사이의 협력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호주, 일본, 인도 간의 Resilience Supply Chain Initiative의 경우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재편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6 프랑스, 일본, 인도의 경우 디지털 경제를 위한 다자적 규범을 확립 중에 있다.7 프랑스와 일본의 International Solar Alliance 차원의 협력뿐만 아니라 인도의 인도태평양 구상(Indo-Pacific Ocean Initiative)의 연결성(connectivity) 확대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위와 같은 역내 소다자협력은 예전에도 존재해왔으나,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역외 국가들 역시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대중견제를 주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국 이익을 고려한 이슈별 다자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요컨대 코로나19 팬더믹 이후를 겨냥한 국제질서와 규범, 규칙을 구성하는 과정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쿼드 정상회의가 국제질서와 비전에 관한 것이었다면, 대중견제에 관한 구체적인 주문은 일본과의 회담을 통해 나타났다. 미일안보협의위원회(2+2)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의 행위가 기존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특히 중국의 해양경비대법(China Coast Guard Law) 통과와 관련한 우려를 전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센카쿠섬,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의 현상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8 이를 통해 미일 양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대한 공약을 확인하였다.

한편 한미외교국방장관회의(2+2)는 대중견제보다는 방위비분담금 협정 합의,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차원의 현안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다만 규칙기반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양국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하였다.9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인해 북한 문제가 한국 대외정책의 핵심사안이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를 대외정책 우선과제로 상정하고는 있으나, 한국은 위험회피적 헤징에 머무르지 말고 역내 형성되고 있는 규칙기반질서의 유지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중 경쟁에 대한 헤징전략은 한국이 마주한 사안에 따라 서로 상충되는 해결책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원칙에 기반한 외교’라는 입장과도 배치되며, 궁극적으로 한국의 신뢰도(credibility)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모든 세부 사안에 대해 미중관계 속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밝힐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인도태평양 역내 형성되고 있는 규칙기반질서와 가치외교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중 경쟁상황에 대해 헤징을 수행할 것이라 예측되었던 여러 인도태평양 중견국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외교 및 규칙기반질서 회복을 위한 대외정책에 호응하며 동시에 역내 자신의 지정학적·지경학적 공간을 확대해가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접점을 모색하며 그 시너지 효과를 확대한다는 입장이지만,10 한미간 양자협력만으로는 앞서 논의한 다자차원의 질서 구축 및 구조재편 과정에서 소외될 공산이 크다.

 

중국의 대응과 다자주의 카드

 
한편 중국도 우호국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앵커리지 회담 이후 3월 31일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 난핑에서 아세안 국가 –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 과의 회담을 가졌고, 4월 3일 대만 해협에 위치한 푸젠성에서 정의용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이번 연쇄 회담을 관통하는 주제는 대만 문제였다. 이는 미국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속 미중 간 충돌지점으로 상정되는 부분이며 동시에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수 있는 현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은 외교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현상변경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필립 데이빗슨 인도태평양사령관에 의해 제기되며11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비전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4월 16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만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공동선언문에 담길 것이라는 예측에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최근 일본 모테기 외무상과 통화하며 “중국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가진 국가들에 의해 일본이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또한 4월 중순 일본-독일간 최초로 열릴 외교안보장관회의(2+2)에서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는 소식에 시진핑 주석은 메르켈 총리와 통화하며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 블록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12 이는 최근 유럽연합이 신장 위구르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경제제제조치를 단행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3월 양회를 앞두고 중국은 코로나19 백신 및 경제개발지원, 문화개방 등의 사안을 바탕으로 우호국을 확보하고자 프랑스, 타지키스탄, 폴란드, 한국 등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바 있으나, 현상변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역시 다자주의 프레임을 통해 지지국가들을 결집시키려 해왔다. 중국은 미국의 다자주의가 소수의 동맹국들과 함께 폐쇄적으로 운영되기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21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의 연설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밝혀줄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13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다자주의란 다양한 국가들의 정치체제, 문화, 사회적 가치들을 존중하며 이들이 민주주의나 인권이라는 단일한 가치 기준에 따라 판단되지 않는 국제질서의 구성원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의 다자주의란 미국의 대중압박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적 의미로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신장, 대만, 홍콩 등에 대한 중국의 조치는 미국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자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자국이익을 반영한 일방주의적 대외정책 추진을 주저하지 않았는데, 예컨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거부하는 행태뿐만 아니라 호주에 대한 무역보복조치 등에서 나타난 경제적 강압은 중국의 힘에 기반한 일방주의와 다를 바 없다.14 중국은 이번 미중 고위급 회담을 통해 시간은 중국의 편이며, 국제사회는 규칙기반 질서가 아닌 거래주의적 질서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 동맹국들의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15 그러나 중국식 다자주의 비전이 역내 국가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국내정치를 고려한 미중 양국의 포석

 
앵커리지 고위급 회담 내내 강한 레토릭으로 일관한 미중 양국은 각자의 동맹국 및 파트너국가들뿐만 아니라 자국 국민들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실제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대중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정책보다 더욱 강경할 것이라는 점을 유권자들 및 의회에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 유권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더욱 강경한 정책을 추진하기를 선호하며, 중국과의 경제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더라도 중국내 인권신장을 위한 미국의 대외정책이 추진되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16 또한 미국 유권자들이 중국에 관해 갖는 우려는 단순히 경제, 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기술발전, 사이버 공격, 인권, 홍콩, 대만 문제등 전방위적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유권자들의 이러한 선호를 반영한 대중 강경책을 유지해야하는 필요에 직면해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보여준 중국의 대결적 태도 역시 중국내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존재한다. 이번 회담 직전 3월 17일 미국은 홍콩 민주화 탄압을 이유로 중국과 홍콩 고위관리 24명에 대한 금융제재를 부과했으며,17 지난 2월 16일 미국 위스컨신 밀워키에서의 타운홀 미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중국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비판하기도 했다.18 그러나 중국은 미국으로부터의 이러한 비난과 압박에도 결코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고위급 회담에 참석했던 중국 양제츠 정치국원은 “미국도 서구도 국제여론을 독점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미국이 회복하고자 하는 규칙기반질서 역시 소수의 국가들만이 구축하려는 것이기에 국제적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 비판했다.19 더욱이 미국의 동아시아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제 2, 3위 교역국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이들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의 대결적 태도에 대해 중국내 여론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는데, 웨이보(Weibo)에는 “그 어떤 국가가 미국을 자국 영토에서 이렇게 코너에 몰수 있을 것인가?”라는 코멘트가 등장하기도 했다.20

그러나 현재의 미중경쟁의 성패는 양국이 직면한 국내적 도전 요소를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극복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국가안보전략 중간지침>에서 밝혔듯 “build back better”, 즉 국내적 회복이 중요하며,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 경제적 양극화 및 사회적 분열의 극복을 통해 예시적 민주주의로서의 리더십을 회복해야만 규칙기반질서를 공고화하고자 하는 미국의 대외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그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통과시킨 1조 9천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뿐만 아니라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 투자 및 일자리 법안은 분명 미국 경제회복의 시급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경기부양책 추진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1조 7천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미 재무부의 최근 보고서는 분명 경기회복의 속도가 더욱 빨라야 하는 점을 보여준다.21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을 통해 리커창 총리는 중국내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으며, 중국 역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정책 추진으로 인해 중국 정부의 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70.1%에 달하고 있다.

요컨대 미중 양국 모두 이러한 국내적 요인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극복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미중경쟁의 구조와 방향성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대응과제

 
지금의 미중 경쟁은 질서에 관한 경쟁임과 동시에 이를 지탱할 구조의 재편과정을 포함한다. 미중 양국은 우위를 확보하기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규칙기반질서 회복을 위한 시도와 공급망 재편의 지경학적 구조 변화, 그리고 공공재 제공을 주도하는 연합이 이미 관찰되고 있다. 위와 같은 구조의 재편은 미중 양국이 시도하는 다자주의 연합 구성의 공고화 수위와 속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한 미중 양국이 마주한 국내적 도전 요소, 즉 코로나19 국면을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극복하느냐에 따라서도 변화될 것이다.

한국의 상황은 물론 녹록치 않다. 코로나19와 북한 비핵화문제, 그리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구상 모두 한국외교가 당면한 우선과제임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우선과제는 현재 국제사회가 직면한 미중 경쟁 과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질서와 구조의 재편과정에 한국의 이익은 반영되어 있는지, 북한 문제와 규칙기반질서의 현상변경 시도를 같은 층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한미동맹차원의 양자협력을 통해 한국이 지역질서 재편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한국의 지역전략은 이러한 재편과정에 어떠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궁극적으로 역내 질서의 재확립과 구조의 재편이라는 측면이 크다. 당장 논란이 되었던 쿼드 혹은 쿼드 플러스 참여 여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내 질서 확립과 다양한 구조재편과정에 대해 협력요청이 올 가능성은 앞으로도 높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해답을 구해볼 필요가 있으며, 그래야만 미중경쟁 국면에서 한국의 이익과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재편과정이 어느 정도 안착되는 시점에 이르면, 인도태평양 역내 지경학적·지정학적 지형은 지금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빠른 변화에 한국의 이익을 선제적으로 투영하기위해 다양한 국가들과의 소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전략을 수립한 다수의 국가들이 한국과의 협력영역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영역에 대해 협력하며 한국의 역내 영향력을 확대함과 동시에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취약성 역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미관계의 협력 영역 역시 지금의 질서 재편과정에 발맞추어 다층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차원의 양자 협력뿐만 아니라, 소다자·다자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확대하여 한국이 지역질서 확립 과정에서의 다자협력영역 및 전략적 이익을 확대하고 지역 내 위상 역시 제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비전은 양자협력에 그치지 않고, 공유된 가치와 질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자의 영역으로 확대하여 한반도뿐만 아니라 역내 질서 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정구연
정구연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정구연 교수는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동 대학교 강사로 재직하였으며(2011-2012), 이후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객원교수(2014-2015),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연구위원(2015-2017)으로 근무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미국 대외정책과 아시아-태평양 안보 현안으로, 최근의 연구는 미국의 소다자주의 제도디자인과 민주주의쇠퇴의 안보적 함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