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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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초청으로 6월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하였다. 중국 정부는 박대통령이 중국의 오랜 친구(老朋友)임을 강조하며 성대하게 그를 환영하였다.1 양국 정상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으며, 양국 간에 신뢰를 쌓고 많은 성과를 거둔 성공적인 방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화려한 겉모습에서 벗어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중국 정부가 원했던 목표는 무엇이었으며, 또 양국은 각각 어떤 실익을 얻었는지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특히 한국 정부로서는‘, 심신지려(心信之旅)’를 내세우며 향후 5년을 내다보는 신뢰 쌓기의 포석이 과연 앞으로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중국은 친근하고 성대했던 환영 행사만큼 이나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의 통일에 관해 한국과 실질적인 교감을 가지려 했었는지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1. 정상 회담 관련 중국의 목표와 성과

중국은 왜 그렇게 박대통령 일행을 환대하였을까? 중국에게는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크게 1) 북한에 대한 경고, 2) 미·일 연합으로 이동 중인 한국의 중립화, 그리고 3) 한·중 FTA의 빠른 체결의 3가지 목표가 있었다. 첫째로 북한에 대한 경고이다. 중국은 자국의 최고 국가목표인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그간 한반도 주변의 안정을 중시 하였다. 또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Asia)정책 이후 점점 표면화 되어온 동북아에서의 미·중의 경쟁과 견제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되었다. 중국의 전략적 입장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북한은 중국의 조언과 압력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며 계속해서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언과 위협적인 행 동을 보였다.2

이러한 북한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동북아에서 미국이 한국,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동맹국 보호와 역내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명분하에 군사·안보적 영향력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는 반대로 중국의 군사 방어 전략과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불러 왔다. 따라서 최근 중국은 북한에게 양국 사이의 규칙을 제시하고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 에 들어갔다. 중국은 현재로서는 김정은 체제를 최후의 궁지로 몰아붙일 생각은 없으나, 기존 대북(對北)정책의 우선 순위를 바꾸어 김정은 체제의 안정보다 한반도 비핵화를 더 강조하는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또한 중국 정부는 이번 박 대통령에 대한 성대한 환영을 통해 새로운 한·중 관계 강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의 틀 속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이 새로이 검토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려 하였다.

둘째로 점차 미·일 연합으로 이동 중인 한국의 위치를 미·중 사이에서 가능한 중립지역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미·중 사이의 경쟁과 견제가 점점 표면화되는 동북아 지역 구도 하에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중요성이 최근 확연히 높아졌다. 위에 기술한 대로 북한은 중국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 힘든 상황이다. 동시에 일본 은 중국과의 댜오위다오/센카쿠 영토분쟁에 더하여 최근 정치의 우경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며 아베 내각은 왜곡된 역사관까지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일본을 책임 있고 신뢰 할 수 있는 대화 파트너로서 마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현재 중국에게 동북아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는 한국이 유일한 대상이다.

다른 한편으로 현재 미·일 동맹은 동북아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과 영토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에서까지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3 게다가 6자회담을 통한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및 일본 역사문제에 대한 한·중 공동대응 등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노력을 기울여 더욱 관계를 강화하고 싶은 상대국이다. 또한, 중국은 미·중의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을 얼마나 미·일 동맹과는 떨어져 중국에 가깝게 두느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간 전략적 협력 의 강화를 꾀하였으며 정치·외교·경제 부분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었다.

셋째로 한·중 FTA의 조속한 체결이다. 한·중 FTA는 단지 경제 협력만의 이슈가 아니며 한·중간 전략적 의미 또한 포함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은 한·중 FTA 성사 이후 한·중·일 FTA, 지역포괄적경제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4 그리고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를 형성해 대만에 더욱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편, 미국의 정치·군사·안보적 영향력에 경제적 영향력으로 대응하려는 장기적 전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중 FTA는 한·중 간의 경제 협력 강화의 의미 이외에도 미·중 관계의 틀에서 우월한 미국의 지역 내 영향력에 대응할 중국의 장기적 구상의 첫 단추인 셈이다. 따라서 한·중 FTA의 체결은 한국보다 중국의 행보가 더 급한 사항이었다.

중국은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에서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며 빠른 협상의 진전을 원하였고, 이는 양 정상의 공동성명에서“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한·중 자유무역협정 (FTA) 체결을 목표”및“협상을 조속히 다음 단계로 진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할 것을 지시”등으로 명시되었고, 중국은 한·중 FTA 협상에서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2. 한국의 정상회담 관련 목표와 성과

한국 정부는 크게 1) 한·중 신지도부 간의 신뢰 강화, 2)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과의 공조 강화, 3)‘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이해와 지지, 그리고 이를 통 한 북한 핵에 대한 한·미·중 3각 공조의 추동력 확보, 4)‘동북아 평화구상’에 대한 중 국의 지지와 같은 4가지 주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 중에서 한국은‘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동북아 평화구상’에 대한 중국의 원칙적 지지를 얻고 이를 공동 성명에 명시 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양국의 신뢰와 협력 강화를 위해 양 정상 간의 신뢰 쌓기와‘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의 세부적이고 실질적인 실천 방안 합의는 주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또 한,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에 비판적이었던 중국의 분위기도 해소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사실 그간 한·중 관계가 실질적인‘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 부를 수 있는가에 대 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5가지의 세부 이행계획이 발표되면서 한 단계 높아진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기반이 마련되었다. 특히 외교·안보 면에서 한국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의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체제 구축, 외교장관 상호방문의 정례화 및 핫라인의 구축, 외교차관 전략대화의 연간 2회 개최, 그리고 외교안보대화, 정당 간 정책 대화, 양국 국책연구소 간 합동 전략대화 추진 등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이외에도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사이에 1개의 정부 간 협정과 7개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인문분야에 서의 교류를 적극 추진하는 인문유대 강화 활동을 강조한 것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평가 된다.

2-1. 절반의 성공인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

1)‘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중국의 원칙적 지지

중국은 전반적으로 자신들이 목표했던 실질적인 이익을 많이 가져간 반면 한국은 실질 적인 이익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우호적 이미지가 중국 인민들의 마음에 성공적으로 스며들었으며,‘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라는 박근혜 정부 주요 외교정책의 큰 그림에 대해 중국의 전반적인 지지를 얻은 형국이다. 한국이 당면한 외교, 안보 정책의 키워드는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의 통일이라고 본다면 가장 중요한 외부변수인 미국과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우호적인 분위기로 이끌어냄으로써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의 5년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포석을 성공적으로 두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한국은 실체가 없는 추상적인 목표만 달성하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외교 전문가들도 그 실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중국 정부가 온전히 그 진의를 이해하고 지지를 표하였다 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도리어 중국이 우려하는‘역내 국가 간 대립과 불신이 심 화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평소 자신들도 주장해온‘역내 신뢰와 협력의 구축’이라는 의미에 동의하며 마치 한국의 대표적 요구를 수용해준 셈이 되었다. 이러한 중국의 원칙 적인 지지를 놓고 굳이 한국이 거둔 큰 성과라 하기는 어렵다.

또한 외교·안보 면에서의 대화체제와 핫라인의 구축은 한국을 중국에 가깝게 끌어 들이려고 했던 중국의 노력과 한국의 이해가 부합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온전히 한국의 외교적 성과로만 본다면 이는 자화자찬 격인 해석이다. 오히려 한국은 중국에 대한 한국 의 전략적 가치를 이용하여 양측의 이견이 부딪혔던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가시적인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2)‘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중국 지지 확보에서의 한계

이번 공동성명에서는 한국 내에서 논란이 되었듯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 가‘한국 측’과‘양측’이라는 표현으로 분명히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양측’이라는 표현 하에서 중국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되었으며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이를 보도하였다.5 하 지만 이는 북한에 대해 선제적이고 진정성있는 비핵화의 조치를 요구해온 한국과 미국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주장임에 틀림이 없다.

“한국 측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이와 관련, 양측은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였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함께 노력 해 나가기로 하였다······(중략)·····양측은 6자회담 틀 내에서 각종 형태의 양자 및 다자대화를 강화하고, 이를 통하여 한반도 비핵화 실현 등을 위한 6자 회담의 재개를 위해 긍정적인 여건이 마련되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 (2013년 6월 27일, 베이징)에서 발췌

북한 핵 문제 해법에 관한 한·중 간의 시각차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근
에 열린 미·중 간 정상회담에서 중국이‘북한의 핵 불용’을 명확히 밝힌 것에 비해 이번 한·중 공동성명에서는‘한국 측’과‘양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사실상‘북한의 핵 불 용’에서‘한반도 비핵화’로 후퇴하였다. 이는 중국의 태도가 미국에 비해 한국을 가볍게 대하는 듯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물론 오바마와 시진핑 두 지도자 간의 합의는 공식 방문 의 공동성명이 아닌 비공식 만남의 의견 교환에 대한 브리핑이었으므로 이번 한·중 공동 성명과 같은 수준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의 문제를 미국과의 정 책 조율로만 풀 수는 없으며, 지금의 상황에서 조급하게 필요 이상으로 북한을 코너로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북한 문제에서 중국이 미국과 한국을 대 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향후 한·중 간의 관계 발전과 전략적 신뢰 형성에서 커다란 장애물로 남을 수 있는 문제이다.6

또한 한국은 이번 공동 성명에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중국과 합의한 반면, 한국이 그간 미국과 이견을 조율해온‘북한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따라서 이번 공동성명의 내용은 향후 각론을 위한 실무자 협의 시한·중 간, 한·미 간의 대북정책 조율의 갈등이 생길 여지가 있음은 물론,7 심지어 북한에도 또다시 상황을 오판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3. 향후 전망과 한국의 대응 방안

3-1.‘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개념화 및 추동력 확보

한국정부로서는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통일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국제적 담론을‘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통해 불러일으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 두 가지 구상의 정의와 향후 전략의 구체 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구상들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은 한·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입장에서 보는 한·중 관계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게 한·중의 협력은 한국이 미·일 동맹에서 떨어져 중국으로 다가가는 모습으로 이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독도 와 역사문제로 일본과 껄끄러운 관계이며, 한·중 FTA에는 적극적인 반면 환태평양경 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에는 소극적이며, 또한 미국의 MD와 한·미·일 지역안보체제에 대해 한국 내 여론의 반대가 높기 때문이다.

3-2. 한국의 대북정책의 일관성과 한·중 신뢰관계의 환상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가장 우려하였던 동북아 핵
도미노 현상을 차단하는 성과를 얻었다. 다시 말해 한국 정부가‘한반도 비핵화’에 동의 하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북한 핵에 대응하는 미국 전술핵 반입과 한 국의 자체 핵개발의 협상 카드, 더불어 일본 핵무장의 명분까지 한꺼번에 차단한 것이다.

만약 정상 회담 당시 중국이 북한을 더이상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국에게‘북한의 핵 보 유 반대’보다‘한반도 비핵화’의 선택을 주장하였던 것이라면 한국은 중국과의 의견 불 일치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북한 핵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의 단호한 입 장을 중국에 일관되게 밝히면서 양측의 차이점을 인정하는 원칙에 충실한 모습도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단지 겉모양에 치중하여 필히 다루어져야 할 문제를 포장 하여 덮어 버린다면 언젠가 그 문제는 다시 터져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 양국 지도자들의 발언과 대화내용을 놓고 한국과 중국이 북한 핵 문제에 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아 혼란이 나타났었다.8

또한,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입장 차가 지도자 간의 신뢰만으로 좁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협상문제는 한·중 간 철저한 국가 이익의 교환에 달려있다. 한민족의 운명을 가를 이러한 문제들의 협상에서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신뢰를 앞세우며 중국에게 우리의 입장을 따라 주도록 강요하거나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양국 사이에 의견의 차이가 존재한다면 시간을 두고 상황의 변 화를 지켜보면서 서로의 전략적 이익을 교환하며 양국 지도자들 간의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 그것은 또한 한국이 놓은 장기적인 포석이 진정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3-3. 미국과 중국을 향한 포석의 현실 정책화: 한·미·중 전략대화의 강화

박근혜 정부가 둔 장기적인 포석이 힘을 발휘하려면 한·미·중 전략대화와 이를 통한 정 책의 공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한·미·중 3국 의 정책 공조는 김정은 체제에 가장 두려운 압박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한·미·중의 전략적 협력구도는 북한 핵 문제를 넘어 동북아시아의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은 물론, 향후 지역 내에서 예상되는 긴장과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매우 유용한 수단임을 중국에 이해 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한반도 주변국들의 지지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미·중 협력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한편, 각 주변국들이 처한 상황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미 간의 협력을 우선 강화하고 동시에 한·미·일의 3각 협력 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이로 인해 중국이 한· 미·중 체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유도하여야 한다.

또한 한국은 러시아와 지역안보 문제에 관해 긴밀히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해야 한 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안보·정치적 영향력 증가에 중국과 더불어 반대를 나타내는 나라가 러시아이다. 만약 미국이 계속해서 한국에 MD 가입을 요구하고 한·미·일 지역 안보체제를 구축해 나간다면 중국과 북한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김계관은 중국과의 전략대화를 마친 뒤 7월 4일에 러시아를 방문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중견국가로서의 위상을 중심으로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프랑스 등 세계 각 지역에서 미·중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주요 국가들 간의 협력체제 구축을 신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시기이다.

3-4. 한·중간 안보·외교 핫라인의 공고화

한국정부는 한·중 고위층 간의 안보·외교 대화체제와 핫라인을 문제가 발생하였을 시 양국의 빠른 의견 교환 또는 의사의 확인을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문제 발생의 예방 도구로서의 사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2005년 11월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주석의 방한 시에도 공동 성명을 통해 양국 외교장관 간에 핫라인이 설치되었다. 하지만 막상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였던 2010년 당시 한·중 간의 핫라인은 가동되지 않았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을 통해 양국 간의 대화체제와 핫라인 구축만을 믿고 만족하기보다 는, 이를 평상시 양국관계 협조와 정책 조율을 위한 기제로 사용해야 한다. 즉 한·중 간 의 중요 이슈에 관한 양국의 정책적 공감과 전략적 공조의 공고화를 위해 상시로 이러한 대화체제와 핫라인을 가동해야 한다. 또한 고위급 관료의 상호 방문 확대를 통해 양국에 구축된 대화 시스템의 점검은 물론 이를 통해 양국 간에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적 대화가 오고 간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2013년 6월18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华春莹) 정례 기자회견(http://www.fmprc.gov.cn/ mfa_chn/fyrbt_602243/t1051230.shtml).

  • 2

    북한은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과 11월 연평도 포격 등 연이은 서해에서의 무력 도발은 물론이고,2012년 12월 장거리 미사일로 기술적 전이가 용이한 위성로켓 발사 실험과 올해 2월 중국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 3

    예를 들면 박대통령의 방중 첫날인 2013년 6월 27일 필리핀의 볼테르 가즈민(Voltaire Tuvera Gazmin) 국방장관은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田)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을 마친 뒤 미군이 자국 군사기지 를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입안 중이라는 것을 밝히는 동시에 또한 차후 일본에게도 사용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같은 날 미군과 필리핀군은 수비크만(Subic B.)의 옛 미 해군기지에서 합동훈련 개막행사를 열고 곧바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도서에서 엿새 일정의 합 동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중국정부로서는 일본이 2013년 1월 아베 총리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ASEAN 3개 국가를 순방하였고 최근 필리핀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추진하는 등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재등장에 이어 미·일·필의 군사협력체제의 등장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 4

    RCEP는 아세안이 새롭게 주장하는 지역 경제통합 구상이다. 대상 국가는 기존 동아시아정상회의 (East Asia Summit, EAS)의 구성원인 아세안 10개국, 한, 중, 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 국으로 상정되어 있다. 기존 동아시아 지역 경제통합 구상인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East Asia Free Trade Area, EAFTA)과 동아시아 포괄적 경제협정(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in East Asia, CEPEA)의 진전이 지지부진 하고 미국이 강력히 추진하는 TPP에 지역 국가들이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아세안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를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 5

    예를 들면 중국의 영문 일간지인 China Daily는 한·중 정상회담의 내용을 소개하는 6월 28일자 기사를“북경과 서울은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를 위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였으며 이를 위해 조속 한 6자회담의 재개를 요구하였다”는 내용으로 시작하였다(http://www.chinadaily.com.cn/cndy/ 2013-06/28/content_16677305.htm).

  • 6

    이번 한·중 공동성명에서 사용된 북한 핵 문제 관련 표현과 2003년 7월에 발표된 한·중 공동성명 에서의 표현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2003년 공동성명에는“양측은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 관하여 협조와 협력을 가일층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라고“북한 핵문제”를 직접적으 로 기술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그간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상황에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 판 단된다.

  • 7

    그간 한국은 북한의 선제 조치를 앞세운 미국과 함께 대북정책 공조를 하면서도 실제로는 북한과의 대화를 우선 받아들이며 북한 비핵화 조치를 추구해 나가는 미국과는 또 다른 정책을 펴고 있었다.

  • 8

    박 대통령 방중 성과‘입맛대로’마사지하는 청와대”한겨례 (2013.06.30)(http://www.hani.co. kr/arti/politics/bluehouse/5938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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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권
김한권

지역연구센터

김한권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지역연구센터장이다. 미국 코네티컷 주립대에서 정치학 학사와 행정학석사(MPA)를, 미국 American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취득했다. Post-Doc과정을 중국 칭화대 (清华大)에서 마치고 (2008.03-2010.12), 칭화대의 국제전략과 발전연구소의 연구원 (2011.01-08)과 북경대 국제관계학원에서 연구학자를 지냈다 (2011.09-12). 이후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객원교수로 재직하였다 (2012.01-06).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의 외교정책과 민족주의, 그리고 북-중 경협이다. 주요 저서로는 『차이나 콤플렉스』 (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A New Type of Relationship between Major Countries and South Korea: Historical and Strategic Implications", The Asan Forum (E-Journal), (Dec. 20, 2013); The Implications of the Chinese “String of Pearls” for the U.S. Return to Asia Policy: the U.S., China, and India in the Indian Ocean. Journal of Global Policy and Governance . Volume 2 Number 2 (2013); “중국 당・군 관계의 변화와 북・중 관계 전망: 시진핑 시대의 당・군 관계와 대북 정책,”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2012년 정책연구과제 1 (2013년 2월), pp. 281-316. (ISSN: 2005-7512); “The Multilateral Economic Cooperation for Tumen River Area and China’s Leadership” 『국제정치연구』, Vol. 13, no.2 (2010/1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