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간 오랜 갈등 현안과 구원(舊怨)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한·일관계의 첫걸음이다. 우리 정부가 채운 ‘물 반잔’을 바탕으로 일본의 성의 있는 자세가 더해지면 양국 간 미래를 향한 협력 역시 더 긴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회담의 의미는 여러 면에서 찾을 수 있지만, 먼저 한·미·일 안보협력을 향한 시금석이 마련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3국 안보협력은 우리 이익에 부합한다.
첫째, 가치·체제를 공유하는 국가 간 연대를 통해 결속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자유·인권·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켜나가는 데 양국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3국 협력은 가치·체제 면에서 타국들보다 훨씬 공통분모가 많으며, 약속 위반이나 기만 우려가 덜하다.
둘째, 한·미·일 협력은 상징을 넘어 실질적 능력 강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북핵 위협이 날로 커지면서 북한의 위협징후를 먼저 보고 대응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이며, 빠르고 정확한 정보판단이 요구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정상화를 계기로 3국 간 대북 정보공유 속도와 신뢰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3국 연대는 한·중, 중·일 관계를 이용한 중국 견제와 각개격파 방지에도 유용하다.
셋째, 한·미·일 안보협력은 일본의 군사력에 대한 예측력과 함께 일정 부분 통제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 등을 우려하지만, 3국 협력을 통해 일본의 자의적 판단이나 행동 소지를 줄일 수 있다. 우리로서는 일본의 군사적 자산을 활용하면서도 일본의 ‘군사대국화’ 우려를 덜 수 있다.
넷째, 최근 국내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처럼 미국 확장억제 공약의 보장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한·일이 각각 미국을 설득하기보다 공통의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공조할 때 미국의 보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은 한·일 갈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양비론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는 한·일 갈등 쟁점의 해법과 관련된 국내정치적 부담에도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일본이 이에 불응할 경우 미국 및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은 일본으로 향할 것이다.
이제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해 어떤 후속조치가 필요한지 제안하는 적극적 의제 창출자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우리 이익 실현을 위한 통로로 만들어야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본격 궤도에 오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적극적 호응을 촉구할 수 있는 정부의 의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이 우리의 결단에 편승하는 것이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일본이 역사문제나 기타 현안에 퇴행적 행태를 보일 때 이를 분명히 지적할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 본 글은 3월 24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