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인권의 시대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보편적 인권선언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UDHR)이 채택된 1948년 이래 국제인권은 그 적용 분야를 넓혀왔다. 다양한 인권분야를 규율하는 국제조약들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인권의 범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of human rights)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한편 최근 20년간 국제사회는 인권의 내재화(internalization of human rights), 즉 개별국가들이 실제 국제인권규범을 어떻게 수용하는가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인권은 개별국가의 국민들이 그 규범적 가치를 인정하고 개별사회와 문화의 구성 요소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실제 수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인권이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실현(realization of human rights)된다는 것은 인권조약을 개별국가가 준수(compliance with human rights treaties)한다는 것과 다르다.
이러한 국제인권법의 발달 속에서, 우리나라는 유엔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 이사국에 진출하였고, 재선에 성공하는 등 국제인권분야에서 그 역할을 확대해 왔으며, 유엔사무총장,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장,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부판무관을 배출하는 등 그 국제적 위상이 강화되었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에게 요구하는 책임수준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기간에 펴낸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를 살펴보면, 인권을 직접 언급한 공약은 북한 인권법 제정 단 한 가지뿐이다. 물론 이것이 국내에 산적한 여러 인권 현안들을 등한시한 결과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 새 정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여성, 아동, 장애인 및 고령층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정책 수립, 인권교육법의 제정,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동권 보장, 표현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 자유권 보장, 인권에 기초한 경제정책 마련 등 산적한 인권 현안들에 대한 개선책 마련의 과제를 안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그 중에서도 국제인권법의 발달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며, 인권외교를통해 풀어나가야 하는 인권 현안 세 가지를 선정하였다. 이하에서는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인권문제라는 주제하에 1. 일본군 ‘위안부’ 문제, 2. 국가인권위원회, 그리고 3.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국가주도의 인권문제 해결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인권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 행복시대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국민 개개인의 인권이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국가로부터 보장받는 시대를 열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열망과 헌신이 반영되기를 희망한다.
1. 일본군 ‘위안부’ 문제
2011년 8월 헌법재판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과 관련해 구체적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행위’ 라고 판결하였다.1 본 판결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은, 한일간의 정치적 대화나 선언이 아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서 정한 분쟁해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판시함으로써, 일본군 ‘위안부’ 피해 배상의 문제가 더 이상 한일간의 정치적 문제가 아닌 법적인 문제임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헌재 결정 이후 2011년 9월 일본 측에 외교공한을 보내 양자협의를 제안하였고,2 같은 해 12월 18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한 바 있다. 그러나 헌재 판결 1년 반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큰 진척이 없으며, 우리 정부는 여전히 일본 정부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도 벌써 1,000회를 훨씬 넘어섰다.3 2012년 5월 5일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세대에게 교육하고자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건립되었고, 심지어 미국에서도 위안부 기림비 건립이 추진되었다.4 국제사회가 독도 문제는 한일간의 영토문제로서 많은 국가들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 하에 중립을 지키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큼은 심각한 인권침해인 성 노예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연합군에 의한 극동국제군사재판(International Military Tribunal for the Far East)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자행된 범죄에 대한 처벌이 다루어지지 않았고,5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San Francisco Peace Treaty)이나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도 이들에 대한 피해배상 문제는 직접적으로 다루어진 바 없다. 그러나 1992년 2월 유엔 인권위원회를 시작으로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유엔 인권소위를 비롯한 각종 인권조약기구들(Human Rights Treaty Bodies)과 국제노동기구(ILO)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제기, 논의되어 왔다.6 2007년 미국 하원을 시작으로 대만, 네덜란드, 캐나다, 유럽 의회 등도 일본의 국제인권법상의 법적 책임을 확인하고,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를 잇달아 채택하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법에 따른 전쟁범죄와 반인도주의적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일본이 비준한 인권조약들과 국제 관습법 그리고 지난 60여년간의 국제인권의 발달과정을 살펴 볼 때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1998년 로마규정의 채택과 2002년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을 통한 국제형사법의 발달 과정은, 중대한 인권침해를 야기한 전쟁범죄와 인도에 반하는 범죄의 경우 해당 국가에게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일관된 합의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본적으로 주장되어온 일본정부의 사죄, 법적 배상, 책임자의 형사처벌, 그리고 미래세대의 바른 역사교육이라는 네 가지 방안이 놀랍게도 구 유고슬라비아, 르완다, 수단, 콩고, 시에라리온 등지에서 설립된 유엔 국제 형사법정에서의 판결 내용7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지난 20여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이미 법적 배상의 문제는 해결이 끝났고 단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살펴보겠다는 요지부동의 태도를 취해 오고 있다. 심지어 현 아베 내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여가 있었음을 인정한 1993년의 ‘고노 담화’8 역시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일본정부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내에서조차 이제는 ‘일본이 충분히 사과한 것이 아닌가’, ‘무엇을 더 사죄해야 하는가’, 더 나아가 ‘과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계속 거론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확립의 걸림돌이 아닌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들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새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1) ‘과도기적 정의’의 관점에서 법적 문제로 접근
정부는 인도적, 도의적인 대응이 아닌 중대한 인권침해에 따른 법적 구제를 일본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즉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간의 정치적 문제가 아닌 법적 문제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전쟁범죄와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라는 사실, 둘째, 국가 대 국가의 문제에서 벗어나 가해국 대 피해자의 관계 속에서, 위안부 할머니들 각자가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 마지막으로 국제인권의 발전 과정에서 오늘날 범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과도기적 정의(Transitional Justice)’의 문제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독도 문제와 연계시키기보다는 국제인권법적 차원에서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 정부는 최근 독도문제의 국제재판소 상정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한일간에 국제재판을 통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그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일본군 ‘위안부’와 같은 범세계적인 보편적 인권문제부터 먼저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2) 국제사회에 적극적인 인권외교 추진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 각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인권외교를 펼쳐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여러 국가들의 여성들 역시 성 노예로 연행되어 인권유린을 당한 문제이기에, 충분히 다른 아시아 피해국 정부들과 협력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국제적인 지지와 연대야 말로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북한과의 공동 대응 역시 모색해야 한다. 전후 독일의 배상책임을 둘러싼 유태인에 대한 나치의 범죄행위는 이미 국제사회에 잘 알려진 반면,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전쟁범죄행위는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새 정부는 적극적인 인권외교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국제 사회에 폭넓게 알려야 하며,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요지부동인 일본 정부의 태도를 바꾸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심의 접근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과연 피해자 할머니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피해자 중심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면9 오랜 시간 한일 양국 정부간의 정치적 계산과 이해관계에 휘둘려 진전되지 못했던 많은 논의들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정부가 오랜 기간 강변하고 있는 1995년 설립된 아시아여성기금 역시 피해자 입장에서는 인권에 대한 또 다른 침해이다. 선의를 강변하고 도의적인 책임만을 강조함으로써 실제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과 바람을 무시한 처사였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이제는 민족주의와 한일간의 정치문제로서 논의되던 기존의 관점을 벗어나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동북아 지역을 둘러싼 영토갈등, 북핵 문제, 중국의 부상 등 급변하는 국내외 다양한 경제적, 정치적, 안보적 요인들 속에 휘둘리지 말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큼은 피해자 할머니 중심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4) ‘회복적 정의’ 구현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육 실시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과거사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행하여야 한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피해국들과 가해국인 일본 정부까지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있는 그대로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게 올바르게 교육할 때, 아시아 지역 내 평화와 화해 그리고 번영을 이루어 나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올바른 역사 교육은 역사관 건립 및 추모비 건립 등과도 병행되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통일독일, 칠레, 페루, 동티모르, 캄보디아, 구소련연방 등 과도기적 정의를 실현해 오고 있는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공히 이러한 ‘회복적’ 정의가 ‘응보적’ 정의에 더하여 필요함을 명확히 보여 주고 있다.
5) 소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 할머니들 대부분이 70세가 넘은 고령이며, 해마다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최근에 황금주 할머니가 돌아가심으로써 현재 살아계신 할머니들은 이제 58명에 불과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 할머니들마저 모두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이 문제는 역사의 미제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새 정부에서는 더 이상의 탁상공론도, 기다림의 외교도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2. 국가인권위원회 문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를 둘러싼 논란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혹자는 이를 인권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경시가 초래한 ‘인권위의 위기’라고 표현하였다.10 인권위의 대통령직속기구화 시도부터, 강제적인 조직 축소 및 인원 감축, 전문성이 부족한 위원들의 임명, 민감한 인권 사안들에 대한 거듭된 침묵, 그리고 시민사회 출신 직원들의 잇따른 퇴직까지 지난 5년간 인권위는 호된 시련 속에서 그 기능과 활동이 크게 후퇴되었다. 특히, 용산참사 철거민에 대한 재판부 의견서 제출 안건을 논의하는 당시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입에서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임이 결정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개별 국가기구의 기능 축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지난 60여년간 국제인권체제가 획기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필수적인 국가기구로 자리매김했으나, 정부가 인권위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가졌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인권위는 각종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인권관련 주요 정부정책들의 개선을 권고하며, 교육을 통한 인권의식과 인권문화를 확산시켜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기구이다.11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국가기구의 등장은, 2차세계대전 이후 획기적으로 강화되어 온 국제인권메커니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12
우리나라의 인권위는 비록 타국에 비해 늦게 출범하였지만, 아시아의 모범적이고 대표적인 국가인권기구로써 자리매김하였다. 그동안 인권위는 우리사회의 인권의식 성장과 국민의 인권보호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특히 국민들에게 인권이 단순한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 자기 자신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날의 인권위의 위기는 어디서 기인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일부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인권위의 진보노선이나 좌파성향 같은 편향적인 행보가 문제인가? 반대로 이명박 정부와 현병철 체제의 보수적인 인권인식이 초래한 문제인가? 양자의 주장 모두 올바른 평가가 아니다.
현 상황에서의 인권위 위기의 본질적 원인은 인권위의 특수성과 독립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와 합의가 여전히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그 기능상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 모두와 ‘갈등적 협력관계’를 이룰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인권위는 그 활동을 강화할수록 국내와 국제사회, 진보와 보수세력,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적 경계 사이에서 수많은 비판과 다양한 도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오늘날 인권위의 위기는 역사 속에서 더 큰 전진을 향한 일보 후퇴로 평가될 수 있다. 현재의 인권위가 가진 문제들을 새 정부가 어떻게 풀어나가는가는 향후 전반적인 인권정책을 마련해 나가는 데 있어 위기이자 기회인 것이다. 결국 인권위의 위상과 기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지 못했다고 평가되는 이명박 정부 덕분에, 새 정부는 다행히도 인권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통해 그 독립성과 특수성을 제대로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새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안고 있는 난관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1) 인권위 독립성 확보를 위한 관련 법제도 개선
정부는 적극적으로 인권위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립해야 한다. 국제 인권법상 국가인권기구는 모든 국가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의 의미를 지닌 독립된 기관이다.13 이후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흔들림 없이 인권위가 그 고유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현실화 할 수 있는 독립성 제고 방안들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여타 행정기구와 동일하게 취급되어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권력기구가 위원회의 조직과 인원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도록 해야 한다.14 그 운영, 재정 그리고 임명절차상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관련 법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하여 인권위의 헌법기관화 여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2) 인권위 기능의 특수성 인식
정부는 인권위의 기본적 소임이 인권 문제에 있어서 ‘균형’을 잡는데 있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주된 의무자이지만, 국가권력은 동시에 대표적인 인권 침해자이기도 하다. 즉 인권위는 국가기관이지만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정부와 상반된 견해라도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인권위의 주된 책무는 가치 중립적, 인권 중립적인 기구가 아닌,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것(voice for voiceless)이기 때문이다. 법원과 검찰 그리고 헌법재판소 등도 인권 보장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구이다. 중립성이 강조된다면 인권위가 여타의 국가기구와 구별되는 독립된 별도의 조직으로써 존립할 이유가 없다. 인권위는 인권 보호와 증진이라는 기치하에 기존의 국가기구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15 인권위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권위가 다른 어떠한 국가기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특수한 국가기구라는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3) 다양한 분야의 인권 전문가 영입
정부는 모든 사회계층과 이해집단을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인권 전문가들로 인권위를 구성해야 한다. 오랜 기간 인권위는 법률가 중심으로 유지되어왔고, 이는 결국 실정법 중심의 법리 해석 틀에 갇히게 되어 인권위가 인권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갖는데 제약이 되었다. 기존의 국가사법기관과 동일한 인적 구성을 갖고 있다면 인권위에서 그 기관들과 다른 결정, 다른 의견이 쉽사리 나올 수 없다. 정치, 사회, 복지, 철학, 종교, 인류학, 심지어 과학 분야까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할 때, 인권위는 향후 우리사회를 향한 보편적인 인권 담론들을 건설적으로 개진해 나갈 수 있다. 더 나아가 시민사회가 인권위의 각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인권위가 제기하는 다양한 인권 현안들 역시 현실성이 담보될 수 있다.
4) 인권위 산하 인권정책 전문연구기관 설립
인권위 산하에 ‘인권정책연구소’(안)와 같은 전문정책연구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보편적정례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16을 비롯해 개별국가들이 자국의 인권상황을 보고하는 국제인권메커니즘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인권현안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국가인권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새 정권은 인권위를 통해 포괄적인 인권정책을 개발할 수 있도록 그 역량을 확대∙발전시켜야 한다.
5) 인권교육법 제정
정부는 인권위와의 협력을 통해, 인권교육의 전면적이고도 효과적인 실시를 위한 인권교육법의 제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 현재 인권교육법 제정을 위한 노력은 상당 부분 지체되어 있다.17 2001년 인권위가 설립된 이후 법집행 공무원들을 비롯한 전 국민에 대한 인권교육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우리 사회의 최대 인권현안 중 하나였다. 인권위 역시 이러한 인권 교육의 확대 및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인권위의 위상과 기능이 약화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인권 교육 역시 급격히 약화되었다. 인권 교육의 전면적인 강화, 확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인권위의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
6) 소결
우리나라가 중견국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권외교 역량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인권위의 위상과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아시아 역내 주도적인 인권기구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는 현재 유일하게 지역인권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인데, 인권위가 지역인권기구 설립을 견인할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 인권상황이 열악한 국가들의 국가인권기구 설립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권위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인권외교를 펼침으로써,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3. 북한 인권 문제
북한 인권 문제는 이미 국제적인 인권 현안이 되었다. 작년 3월 유엔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 결의안을 처음으로 표결 없이 채택하였고, 올 1월 초 유엔인권고등판무관 필레이(N. Pillay)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우려하며 유엔 차원의 독립적 조사를 수행할 북한인권범죄 국제조사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장마당’이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고 조직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의 북한이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 때만큼 경제적 사정이 심각하지는 않아 보인다.18 그러나 민간인권단체들의 보고서와 탈북자들의 증언 등은 결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경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식량난이라는 대내외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체제 보장이라는 명목하에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해 왔으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국제사회를 비롯한 그 누구도 이들의 인권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북한 정권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한체제 변화만이 해결책이라는 단순한 도식 관계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북한 정권이 인권 침해의 당사자임은 자명하나, 동시에 북한 정권이야말로 결국 인권을 개선시킬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의 인권의 발전과 변화는 결국 내부(human rights from below)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19 그러나 오랜 시간 국제사회는 북한을 상대로 강제력 있는 경제제재 등을 통한 외부로부터의 변화에만 몰두해 왔다. 즉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방안들을 주로 모색하였고,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식량지원을 재개하는 등 북한 인권에 대한 비인권적 접근 방식들이 그동안 주를 이루어 왔다. 이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등 또 다른 인권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반드시 대항적이고 대결적일 필요만은 없다. 대화와 소통, 인도적 원조, 투자, 상호교육, 문화 교류와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의 포괄적인 접근방식 역시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접근 방식들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실제 기여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고, 그 즉시적 효과도 현재까지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방식의 접근법이 균형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야말로 북한 인권에 대한 인권적 접근방식(human rights based approach to North Korea human rights)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새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1) 남북 정부간 대화 재개
정부는 오랜 시간 정체되었던 남북 정부간 대화를 다시 재개해야 한다. 단 북한 인권 문제를 남북간 대화의 중요 우선 순위로 배치하고, 정부 차원에서 직접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간 대화 재개를 통해 우선 양자간의 신뢰를 다시 구축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인권 문제는 시민사회와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는 북한 정권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제한적일지라도 개방과 개혁을 유도해야 한다.
북한 정권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분명히 문제 제기를 하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며,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새 정부는 홀로 대북 인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바를 지양하고, 시민사회 및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다양화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20 그리고 문화교류 등을 민간차원에서 주도하여 재개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후원해야 한다. 개혁과 개방은 비록 부분적일지라도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는 결국 자국의 상황을 노출시킬 수 밖에 없도록 만들기 대문이다. 이러한 내부로부터의 점진적인 변화야말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2) 국제사회를 향한 적극적인 북한인권문제 제기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국제 사회에 알려야 한다.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권운동가들과 민간단체가 국제적으로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은 여타 다른 중동,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인권 상황에 비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이해를 늘릴 수 있는 영상과 출판물의 수 역시 다른 인권침해국가들을 다룬 영화나 책들에 비해 현저히 적다. 더욱이 2014년에 북한은 제2차 UPR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받게 된다. 정부는 올 한 해 동안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 인권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공론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북한인권을 위해 국제적인 활동을 펼치는 국내외의 민간단체들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활동을 하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이들과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3)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정책 모색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때 북한 체제의 비판을 위한 도구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 이는 북한 인권 문제를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우리 내부의 정치적 문제로 접근하지 말고, 국제인권규범의 틀 안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는 물론 남북한 간의 분단체제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국제인권의 문제이자, 인류보편적 차원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 볼 때, 북한 인권 문제 제기는 결코 북한 내부의 문제에 대한 간섭일 수 없고, 반대로 대북 강경책의 합리화 수단일 수도 없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남남갈등 속에서, 진보는 소극적 자세에서 대북유화정책을 견지하고, 보수는 북한체제 붕괴에 초점을 맞춘 대북강경정책을 주장하는 대치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정부들의 대북 인권정책들을 살펴보면, 그 어느 접근 방식도 북한의 인권 상황을 크게 개선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보수이고, 인권이 아닌 대화와 협력만을 말해야 진보라고 여기는 우리 사회의 전도된 편견을 바꾸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인권법상의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로 접근할 때,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합리적이고 통합적인 정책을 모색할 수 있다. 그리고 비로소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들이 나올 수 있다.
4) 체계적인 북한인권침해 데이터베이스 구축
정부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북한 인권 침해 사례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목적 하에 ‘북한인권정보센터’라는 민간단체가 설립되어 활동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통일연구원과 같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으나, 인력도 재정도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북한에는 정치범 수용소, 의사표현의 자유 및 집회 결사의 자유와 같은 자유권 침해 문제부터 식량부족 등에 기인한 생존권과 같은 사회권 보장의 문제까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인권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북한 인권 상황 전반에 걸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개별 인권 침해 사례들간의 연계성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북한 인권 침해 사례들을 종류별로 분석하고 우선 풀어나가야 할 사안들을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유권 보호를 위한 접근 방식과 사회권 보장을 위한 접근 방식 모두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균형 있게 고려되어야 한다.21
5) 북한인권법 제정
정부는 상기 언급한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체계적인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
6) 소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압박과 강제뿐만 아니라 대화와 협력 등 다양한 접근방식이 공존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자원 지원, 질병퇴치를 위한 의료물품 지원 등 인도적 대북지원이 재개되어야 하며, 개성 공단의 경우에는 협력을 강화하고 다른 국가들에게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화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지원 자원의 상당부분이 북한 정권 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쓰일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쓰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인도적 지원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남과 북의 교류, 대화, 그리고 협력을 통해 접촉면을 넓혀 나가는 것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해 나가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며, 이러한 포괄적인 접근 방식만이 북한 정권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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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2011.8.30. 2006헌마788 결정. 2006년 7월5일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109인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대한민국(피청구인 외교통상부장관)을 상대로 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1년반이 지난 2009년 2월 20일 공개변론을 열기로 하는 결정을 내렸으며, 그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11년 8월 30일 청구인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이 선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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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9일에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위안부 문제 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가 외교통상부에 설치되었고, 특히 국제인권법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자문단이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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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4일 1,000번째 수요시위가 열렸고,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비를 건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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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팰리세이즈팍 도서관 앞 기림비, 뉴욕 나소카운티 기림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기림비에 이어 2012년 12월 15일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서 최초로 미국의 정부기관이 주도한 기림비가 건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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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1월 19일 극동국제군사재판소헌장에 의해 설치된 극동국제군사재판소는 A급 전쟁범죄용의자에 대해서는 동경재판에서 심리하였으나, B급 통상의 전쟁범죄 및 C급 인도에 대한 죄에 대한 용의자에 대해서는 아시아태평양 각 지역에서 전승국에 의해 심리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서 행한 바타비아군사재판을 제외하고는 어느 재판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바타비아군사재판에서도 네덜란드인 여성들에 대한 범죄행위는 처벌되었지만,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대만, 필리핀 등 여타 다른 아시아국가의 위안부 여성 피해자들은 완전히 무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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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3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특별보고자’라는 새로운 기관을 설치하고, 스리랑카의 인권변호사 라디카 쿠마라스와미를 임명하였다. 다음해 1월 3일 공표된 소위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는 ‘위안부’에 대한 가해행위를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비판하였으며, 이는 3월 8일 인권위원회에 의해 공식 채택되었다. 한편 1998년 8월 12일 유엔 인권소위에서는 ‘전시성노예제 특별보고자’로 임명된 게이 맥두걸이 ‘제2차 대전 중 설치된 위안소에 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책임자 처벌의무 및 피해자 보상의무)의 분석’이라는 획기적인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이는 일본정부의 수락거부에도 불구하고 인권소위에서 압도적인 지지하에 같은 달 21일에 채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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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리온 특별재판소의 경우 13명이 기소되어 현재 르완다에서 8명이 복역 중에 있다. 1993년 유엔 안보리 결의 808호에 의해 설치된 구유고전범 재판소의 경우 1991년 이후 구유고 지역에서 발생한 4개범죄(전쟁범죄, 제노사이드, 반인도적 범죄 등)에 대해 161명을 지금까지 기소하여 130명의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 종결되었고 (현재 66명 유죄선고, 13명 국내법원 이송, 36명이 기소 철회 또는 사망) 2016년까지 모든 재판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1994년 유엔 안보리 결의 955호에 의해 설치된 르완다 특별재판소의 경우 현재 제노사이드, 반인도적 범죄, 그리고 전쟁범죄에 대해 총 7개 사건이 1심 재판 중, 16개 사건이 항소심 중, 그리고 38개 사건이 종결되어 32명이 복역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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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8월 4일 미야자와 개조내각의 고노 요헤이 내각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로서 일본군 ‘위안부’의 모집 및 이송과 위안소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해서 일본군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하였음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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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에서 2005년 12월 16일 채택된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침해와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에 따른 피해자의 구제와 배상을 위한 권리에 관한 기본원칙과 지침’ (U.N. Doc. A/RES/60/147)이나 2006년 12월 20일 채택된 ‘강제실종 협약’ (U.N. Doc. A/RES/61/177)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피해자 중심의 권리보장체제는 국제인권규범상 확립되어온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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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4일 유엔사회권규약위원회에서 1) 인권위의 권한이 제한적이고, 2) 독립성이 훼손되었으며, 3) 21%의 인원이 감축되었음 등을 지적하였고, 같은 해 86여개의 국내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는 인권위의 위기임을 성명서를 통해 발표하였다. 또한 2011년 3월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의 인권위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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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법률 제11413호, 2012.3.21, 일부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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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위원회의 결의를 통해 1962년부터 등장한 ‘국가인권기구’라는 개념은 국제인권규범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국제적, 지역적 이행 체제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결국 개별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결집되어 만들어 낸 성과이다. 특히 1993년 비엔나세계인권회의와 이후 유엔 총회에서 당시 171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국가인권기구의 설립과 운영원칙을 제시한 파리원칙(Paris principles, U.N.Doc. A/RES/48/134)은 인권위와 같은 국가인권기구가 국제인권규범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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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ed Nations, 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s: A Handbook for the Establishment and Strengthening of National Institutio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 (U.N. Doc. HR/P/PT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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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인권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법률개정안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소관 상임위 별로 실시하는 인사청문 대상자에 인권위원장 포함’하자는 일부개정법률안(19인 공동발의, 2005.3.24); ‘국회법과 연동하되 인권위원장을 소관 상임위 별로 실시하는 인사청문 대상자에 포함’하자는 일부개정법률안(10인 공동발의, 2009.3.5);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임명하려면 국회법 제65조의2 제2항에 따른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 한다’는 일부개정법률안(12인 공동발의, 2009.6.25);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지 않고, 호선하도록 하고, 인권위 활동 및 위원장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일부개정법률안(12인 공동발의, 2009.3.6)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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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및 의견표명 등의 이행현황 정보공개 요청자료 (2012. 11.29)를 보면 인권위는 2001년 출범 이후 (2012년 10월 31일까지) 인권관련 법령 및 정책에 대하여 총 184건의 정책권고와 244건의 의견표명 및 의견제출을 해왔다. 최근 4년간을 제외하면 관련기관의 정책권고 수용률은 (일부수용 포함) 70%를 대부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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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정례검토는 유엔에 가입한 193개 모든 회원국들이 서로 자국의 인권상황을 4년 6개월(제1차 UPR의 경우는 4년)마다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토하도록 한 유엔인권이사회가 마련한 인권보장제도이다. 2008년 처음 시작하여 2011년 첫 사이클을 마쳤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8년 5월 7일 첫 심의를 받았고, 2012년 10월 25일에 제2차 UPR 심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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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인권교육진흥법안(의안번호 177259, 정성호, 2007.8.28), 인권교육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77687, 정부, 2007.11.2)을 정부와 국회가 각각 발의했으나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바 있고, 2011년 ‘인권교육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811380, 이은재, 2011.3.31) 역시 18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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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출간된 『2012 북한인권백서』를 보면 생존권 관련 사건은 1990년대 1,157건이 보고되었으나, 2000년대는 240건만이 보고되는 등 생존권 위협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200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호전되고 시장을 통한 식량과 필수 생활용품 구입이 용이해졌다고 평가된다. 북한인권정보센터, 『2012 북한인권백서』 16면, 80-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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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통해 1975년 최종 채택된 헬싱키 의정서와 이후 일련의 헬싱키 프로세스를 들 수 있다. 헬싱키 최종의정서 자체는 냉전시대에 유럽 안보협력을 위한 10개의 원칙과 3개 부분의 신뢰구축 조치(바스켓)로 구성되었으며 인권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등장하지는 않았다. 바스켓 III (인도주의 부문에서의 협력)에서 사회, 문화, 교육 분야의 교류와 협력이 강조되었는데, 이를 통한 신뢰구축과 개혁, 개방을 위한 교류의 활성화가 인권개선을 위한 환경 조성에 큰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된다. 특히 1989년 베를린 장벽 해체와 1991년 구소련연방 해체에 이르기까지 헬싱키 프로세스를 통한 동유럽국가들과의 접촉면을 늘려가는 단계적인 접근방식이 내부로부터의 자발적인 변화를 초래하였고, 동시에 인권 문화를 조성하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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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은 약 60-70만명으로 추산되며 (통일부 60만명 2007기준, 통계청 17만6천명 2005기준, 이북5도위원회 70만명으로 추정), 현재까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을 통한 상봉신청자는 128,779명이고 (2012.12.31.기준) 이 중 74,836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80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차원에서 총 21,891명이 상봉을 하였고, 민간차원에서는 3387명이 상봉을 하였다(대면상봉과 화상상봉 포함. 2012.12.31.기준). 남북 양측 모두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적인 사안임을 천명하면서도 실제 협상과정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정치문제로 취급되어 남북관계에 따라 상봉의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어 왔다. 특히 정부차원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은 2010년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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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직접 관련 있는 북한의 법제 연구도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 각종 국제인권규범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과 원칙이 반영되었는지 및 실제 이행 실태를 연구하여 추후 법치 교류 프로그램 개발과 같은 기술적 지원방안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