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3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17번째이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2일에 이어 벌써 2번째 도발이다. 이번에는 한·미 미사일 부대가 국군의 현무-2와 미군의 에이태큼스 미사일 1발을 응사했다.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징후도 속속 포착됐다고 한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대북 메시지에 대한 북한 식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평양이 먼저 노선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은 기존의 노선을 변화시킬 의사가 없으며, 앞으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에 거의 도착할 즈음이었다. 미국에 대한 직접적 도발로 비칠 수 있는 한국과 일본 체류 중의 미사일 발사는 유보했지만, 그래도 미국에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책략으로 볼 수 있다. 발사한 미사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이 사용됐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모두를 사거리에 둔 미사일 능력을 시위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이 자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 24일 러시아와 중국 항공기들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진입한 사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의 인도·태평양 지역, 더 나아가 글로벌 차원의 공조 여지가 확대됐고, 한·미·일 간의 안보 협력 가능성도 언급된 만큼 이에 대한 견제 차원의 움직임이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교감에 따라 이뤄졌는지는 단언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이번 미사일 도발을 통해 북한은 베이징·모스크바와 연대할 수 있는 카드로서,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하는 효과도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5년간은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믿고 북한의 선의에 기댄 대북정책이 추진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비핵화와 남북 협력 모두 실패로 나타났다. 오히려 핵·미사일은 더 공고해진 시기였다. 이제는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도발에 분명하게 대응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 정상회담 후 나온 공동성명에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이 천명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러시아가 행한 핵 위협의 사례를 되돌아봐야 한다. 북한은 실물적인 확장억제의 위력을 체감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거리낌 없이 핵 협박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EDSCG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식의 핵기획그룹(NPG)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비롯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한·미 간 핵 공유 등의 개념에 대한 열린 접근이 있어야 하고, 감시·정찰·타격 능력 등 우리의 대응 전력 역시 조기 확보돼야 한다.
그동안 대북정책의 문제는 대북 압력 자체가 아니라, 압력이 일관되게 제대로 가해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아야 할 때다.
* 본 글은 5월 26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