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북한은 ‘초대형방사포’로 추정되는 두발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1 우리 정부가 청와대 명의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중단을 촉구하자, 3월 3일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인 김여정 명의로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이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친서를 보내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2 여기까지는 일견, 전형적인 북한의 강ㆍ온 양면전술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2019년 12월 28일~31일간 이례적인 나흘간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모든 난관을 ‘정면 돌파’ 하겠다고 선언할 당시의 분위기와 현재의 행보는 다소 차이가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신년사를 대체해 금년 1월 1일자로 발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서 김정은은 “곧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3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 역시 금년 2월 7일(모스크바 현지시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지도자는 항상 자신의 약속을 이행한다. 그가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으면 이는 그 일이 조만간 반드시 일어날 것임을 의미한다”고 전망하였다.4 전체적인 맥락상 북한의 대남/대외정책상 강경기조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올해 1월까지의 상황이었다.
아직 2020년 초반부이기는 하지만 북한 매체가 대내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대외정책을 위한 단결보다는 경제와 방역이다. 북한의 대남/대외 논조 역시 긴장의 격화보다는 ‘표정관리’에 가깝다. 공식적으로 ‘코로나19’를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 역시 이 영향권 내에 이미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북한의 대내외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북한의 대남/대외정책의 궤적이 향후 어떻게 바뀔 수 있는가에 대한 주목과 대비가 필요하다. 북한의 피상적이고 전술적인 노선조정을 ‘기회’ 요인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는 차제에 우리 주도의 남북한 관계 운영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1. 평양의 초기 메시지와 복안
2019년 12월말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은 2019년 중 전개된 미ㆍ북 협상에 대한 실망감을 피력하는 동시에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조치”를 천명하였다.5 전원회의에서의 논의 내용은 [전원회의 결정서] 형식으로 2020년 김정은 신년사를 대체하여 북한매체에 발표되었다. 다양한 내용들이 결정서에 담겨 있지만, 미ㆍ북 협상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조건(대북 제재조치의 사실상 해제)을 변경한 타협안은 없으며, 미국이 ‘낡은 각본’을 바꾸어야 비로소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2019년 미ㆍ북 협상과 이를 둘러싼 정세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2월 28일 하노이에서의 2차 미ㆍ북 정상회담에서의 합의가 불발된 직후 외무성 부상 최선희는 “우리가 지금 이런 회담에 정말 의미를 둬야 하는지 다시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한편, 자신들의 ‘영변 핵 폐기’가 매우 파격적인 카드임을 강조하였다.6 이어 4월 12일에는 김정은 위원장 자신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단언하였다.7
북한은 이후 미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자신들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하였다. 6월 30일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회동 이후 대화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었으나, 난항 끝에 이루어진 스톡홀름에서의 실무회담 역시 ‘결렬’되었다.8 이 회담에서 미ㆍ북간 어떠한 카드가 논의되었는지는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았지만, 일부 인터넷 매체들은 회담 전부터 미국이 ‘영변 플러스알파’의 검증 가능한 폐기를 대가로 대북제재의 일부(섬유 및 석탄수출)를 일정기간(36개월)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하였다.9 즉, 북한은 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도 자신들이 하노이 회담에서 제시했던 대북 제재의 사실상 전면해제 입장을 고수하였으며, 전반적으로 회담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고 있다고 판단했던 듯하다.10 그러나 북한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은 스톡홀름에서 제시된 이상의 조건들을 북한에게 제시하지 않았다. 워싱턴은 스톡홀름에서의 제시안이 자신들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한계선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11월에 들어 미국이 회담의 재개를 촉구하였지만, 북한은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담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2019년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한은 계속해서 대미 발언의 수위를 높여갔다. 12월 3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副相)인 리태성은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11 12월 8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서해위성실험장’(동창리 엔진 실험장)에서 ‘중대한 실험’(7일)이 ‘성공적 결과’를 내었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적대행위를 지속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자, 북한 김영철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 성명을 통해 “다시 트럼프를 ‘망녕든 늙다리’로 불러야 할 시기가 올 수도 있다”고 반박하였다.12 이에 따라 동창리 시설에서의 ‘중대한 실험’이 신형 로켓엔진실험일 수 있으며, 성탄절을 전후하여 북한이 중ㆍ장거리(IRBM/ICBM) 미사일 발사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기도 하였다. 북한의 ‘새로운 길’이 결국 2018년 그들이 채택했던 ‘경제집중노선’의 폐기와 ‘병진정책’의 재현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신 북한은 12월말의 전원회의를 통해 ‘새로운 길’의 가능성을 계속 이어갔다. 다만, ‘새로운 전략무기’ 언급 이외에는 북한이 아직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북한이 12월말 ‘새로운 길’을 공식화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애초 ‘새로운 길’은 “과거로의 회귀” 즉 핵개발 재개였으나, 이 노선이 너무 부담스러워 잠시 유보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병진정책’을 다시 추구하는 것, 특히 핵실험과 중ㆍ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는 대안은 여러 가지로 부담이 따른다. 2016년 이후 그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강도 높은 국제제재에 직면해 온 북한의 입장에서 ‘새로운 길’이 과거로의 회귀라면 더욱 가중된 대북제재를 각오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북한이 2016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 온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치명적인 차질을 줄 수 있다. ‘경제발전’을 자신의 중요한 업적으로 추진해 온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설사 제재로부터 ‘생존’할 수 있더라도 ‘발전’이 좌절될 경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투명성 역시 북한의 부담을 더할 수밖에 없다. 2017년 미ㆍ북 갈등 시의 ‘화염과 분노’(fire & fury) 발언을 고려해볼 때 협상국면에서 트럼프의 예측불가능성은 오히려 정상간 회동을 촉진하였지만, 갈등국면에서는 전격적인 군사행동의 우려와 연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을 외교적으로 지원해 온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당장 핵실험이나 중ㆍ장거리 미사일의 발사를 선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무리 두 국가가 북한의 행태를 평화로운 우주개발이나 방어적인 권리로 포장하더라도 이것이 핵실험, 탄도미사일, 그리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응용한 모든 발사체의 실험을 금한 UN안보리 결의안들을 위배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13 미ㆍ중 전략경쟁의 와중에서 북한의 ‘새로운 길’은 미국의 대중압박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중국의 우회적 대북지원 여지 역시 좁아질 수 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혹은 중ㆍ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중ㆍ러, 특히 중국의 분노를 촉발할 위험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뜻을 수차례 표명해 온 중국 노선을 감안하면, ‘새로운 길’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외교적 위신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새로운 길’이 애초부터 다양한 선택지를 가진 것이었으며 반드시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즉, 북한은 ‘새로운 길’을 공언할 2019년 상반기부터 특별한 행로를 정하지는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하노이 합의 불발 이후 평양 역시 다양한 대안을 염두에 두고 고민해왔고, 이중 어느 한 대안을 선뜻 선택하기가 어려웠기에 ‘새로운 길’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반복한 것이다. 즉, 한국과 미국의 추후 반응에 따라 과거로의 회귀, 핵실험/중ㆍ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외의 무력시위, 외부 자원의 도움을 받지 않는 ‘자력’에 의한 경제건설 등 여러 가지 노선중 하나를 탄력적으로 선택하려 했던 것이 평양의 원래 구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14
분명한 것은 두 가지 설명 중 어느 쪽을 택하든 북한이 한국에 대해 일종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강화된 김정은 위원장의 ‘자기 존대’ 의지든 아니면 ‘핵무장’으로 인한 국력 착시(錯視) 효과든 간에 북한은 2019년 이후 남북한관계에 대한 북한의 주도권을 수용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졌다. 남북대화에는 소극적으로 임하면서도, 우리의 ‘평화경제’ 등의 이니셔티브를 평가절하하거나 비난하는 북한의 행태는 남북한 관계의 수준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자신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2019년 11월 금강산 관광 지역에 대한 현지지도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측 시설에 대한 폄훼와 함께 철거를 지시한 바 있고, 이후 우리 측의 회담 제의에도 응하지 않았다. 2019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오지랖’ 발언은 이러한 점에서 한반도 문제와 남북한 관계에서 한국에 대한 의도적인 ‘낮추어 보기’로 해석될 수 있다. 2020년 신년사를 대체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남북한 관계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전원회의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무시’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15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북한이 애당초 고려했던 대외/대남정책 복안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1) 대미정책: 북한 핵협상과 관련하여 당장은 타결이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여 대북제재의 부당성을 계속 강조해 나간다. 미국에 대해 대북제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 과시하는 한편, 단거리 미사일 성능(발사속도, 정밀도 등) 향상, ‘초대형 방사포’ 등 한반도에서의 비대칭 전력 지속 강화, 신형 잠수함 진수 등의 무력시위를 계속한다. 특히, 한ㆍ미 연합 연습/훈련을 전후하여 군사적 긴장을 고조함으로써 이의 부당성을 국제적으로 강조한다. 다만, 미국의 결정적 분노를 촉발할 수 있는 핵실험이나 중ㆍ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자제하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 중 트럼프가 궁지에 몰리거나, 2020년 11월 대선 이후 미국 차기 행정부의 윤곽이 뚜렷해질 때 다시 대미 협상을 추진한다.
(2) 대중/대러정책: 대북제재가 11월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중ㆍ러와의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킨다. 특히, 미국의 비타헙적 대북정책을 강조하는 한편, 미ㆍ중 전략경쟁에 돌입한 중국의 정책을 활용함으로써 중국으로부터의 대북지원을 확대해 나간다. 중국정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러시아로부터도 일정수준의 외교ㆍ경제적 지원 확보를 지향한다.
(3) 남북한 관계: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이것을 미ㆍ북간의 쟁점으로 유지하는 한편, 남북한 관계의 발전은 교류ㆍ협력에 국한한다. 다만, 한국을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국제여론 조성의 전위대로 활용하는 노력은 지속한다. 한국정부가 남북한관계 발전에 대해 가진 의지를 역이용하여, 대북정책 성과에 대한 서울의 강박관념을 촉진한다. 남북한 관계의 주도권을 평양이 가지고 있으므로, 남북 경제협력 역시 한국의 참여를 북한이 ‘보장’하는 형태를 취한다. 대북지원의 경우에도 북한이 이를 먼저 요청하기보다는 한국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지원을 유도한다.
2. ‘코로나19’변수의 등장과 그 파급영향
이러한 복안을 전제로 한다면 북한은 2020년 중 남북한 관계에 그다지 집중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특히, 1~2월중은 남북대화나 협력에 오히려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우리의 초조감을 촉발하는 데 유리하다고 보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시 제시된 ‘남북생명공동체’ 개념이나 우리 정부가 검토했던 ‘금강산 개별관광’ 허용 방침에 대해 북한이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고려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일단 북한이 남북대화나 협력에 그리 집착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3월로 예정된 한ㆍ미 연합 연습을 기점으로 오히려 군사적 긴장(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을 고조시키는 것이 이후의 유리한 국면전개를 보장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코로나19’ 변수의 등장은 이러한 북한의 초기 복안에 차질을 불러온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12월 31일, 중국 우한지역에서의 ‘코로나19’ 발생 확인 이후 한 번도 공식적으로 북한 내에 이 바이러스가 보고되었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 그러나 1월~2월 사이 북한 매체는 유난히 ‘방역체계’를 강조하였고, 1월 30일을 기점으로 중국과의 출입국 단절조치를 취하였다.16 개성에 위치한 남북연락사무소 역시 잠정중단을 통보하였다. 한국에서 ‘코로나19’ 1호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이 1월 20일이라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으며 활발한 국경무역을 벌여온 북한의 환경 상 만약 북한 내에 ‘코로나19’가 전파되었다면 그 시점은 한국보다 빠를 가능성이 크다.
물론, 북한은 ‘코로나19’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및 국제적인 감염병 확산의 이슈가 된 2월 중순까지도 이 감염병이 북한 내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설사 발생해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17 WHO 역시 2월 중순 현재 북한에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징후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18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초기 대응과정에서 WHO가 보였던 대응이나 특정국가에 대한 편향성향을 감안할 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매체들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되어 북한이 사실을 숨기고 있으며, 북한 내에서 ‘방역절차’를 무시한 인물이 처형되기도 했다고 전했다.19 북한 매체 역시 ‘코로나19’의 전파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동신문』의 “비루스 전염병을 막기 위한 선전과 방역사업 강도높이 전개”라는 3월 1일자 사설에 따르면 평양남도와 강원도에 총 3,900여명의 ‘의학적 감시대상자’가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또한, 2월 24일 『조선중앙방송』은 북ㆍ중 접경지역인 평안북도에 3,000여명의 의학적 감시대상자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20 북한 매체가 자체적으로 시인한 수치로만 따져도 약 7,000여명의 ‘의학적 감시대상자’가 있는 셈이다. 북한 내에 다른 국가와는 다른 특별한 감염병이 발생했다고 보기 힘든 만큼, 북한이 이야기한 ‘비루스 전염병’은 ‘코로나19’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감시대상자의 규모와 지역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3월 9일 0시 기준 한국 에서의 확진환자는 7,382명이고, 이중 격리중인 환자는 7.165명이다.21 우리 인구의 1/2에 달하는 북한이, 그것도 전역이 아닌 3개 지역에서만 7,000여명의 ‘의학적 감시대상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그냥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사실이 아니다. 평안북도와 함께 대표적인 북ㆍ중 접경지역으로 다량의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자강도와 양강도의 통계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더욱이, 평안남도와 강원도는 북한에서도 상대적으로 남쪽에 위치해있으며, 평안남도는 우리의 ‘수도권’과 경기도 지역에 해당한다. 이 지역에 3,900명이 의학적 감시(격리에 해당할 가능성이 큼)를 받고 있다면 이미 북한 전역에 ‘코로나-19’가 확산되었을 수 있다.22 북한은 지난 2월 29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하여 ‘비루스 방역’을 강도 높게 강조하였다. 이는 ‘방역’이 단순한 원칙적 노선이 아니라 실질적 문제의 차원이 되었음을 암시한다.23
북한이 ‘코로나-19’의 영향권에 들었을 경우, 그 파급영향은 낙후된 보건ㆍ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 미칠 수 있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제재내구력의 약화’ 혹은 ‘제재효과의 증폭’이다. 북한이 지속되는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기 싸움을 계속할 수 있으려면 ① 북한 내부의 결속, ② 긴축재정의 운영, ③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우회적 지원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코로나-19’의 확산은 북한 내부에 심리적 불안감과 정권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킬 수 있다. 또한, 확산 차단을 위해 계획에 없던 자원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 관리비용 역시 제재 하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못지않게 중대한 타격이 중ㆍ러로부터의 우회적 지원 차단이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강화된 제재를 반대하는 가장 큰 논리의 하나는 ‘민생경제의 타격’이었다. 중국이 제재국면 하에서도 국경무역을 통한 우회적 지원을 계속해 왔을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의 차단은 북한이 받는 제재 부담을 급격히 가중시킬 것이다. 이미 북한은 방역을 위한 중국과의 일시적 ‘절연’(insulation) 조치를 내렸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된다면 타격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코로나-19’는 북한에게는 제재내구력의 약화와 함께 중국으로부터의 미래 지원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부담으로도 작용한다. 금년 초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은 국가는 중국이었으며, 이는 단순한 사회적 혼란뿐만 아니라 정치ㆍ경제적 불안의 원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당분간 다른 국가들에 대한 지원보다는 내부적인 수습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여건에 직면할 것이다. 이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자발적 봉쇄 이상의 타격을 북한에게 줄 수 있다. ‘코로나-19’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북ㆍ중의 교역로와 철도ㆍ항공 운송은 재개될 것이지만, 정작 이 단계에서 중국의 지원은 ‘코로나-19’ 사태 이상의 수준이 되기는 힘들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감염병 사태 진전 이후 복구 및 정상화를 위한 자원의 증강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중국이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은 현재의 단절 이상으로 북한에게 뼈아플 수 있다.
3. 노선전환을 위한 포석들
‘코로나-19’ 변수의 발생은 평양으로 하여금 기존의 대남/대외정책 방향에도 수정을 가하는 것이 불가피한 환경을 촉발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 결과, 대미정책에 있어서는 기존에 비해 타협된 가능성(‘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의 조건 수용)을 내비치면서도 이것이 굴욕적인 양보로 해석될 소지를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설혹 북한 내에 방역상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제재효과로 인한 경제ㆍ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발생 가능한 인도적 문제”로 포장해야 한다. 즉, 향후 ‘코로나-19’ 관리를 위해 외부로부터의 의료ㆍ보건 지원이 필요하더라도 미국의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형식을 취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노선수정을 위해서도 기존에 자신들이 공언했던 ‘새로운 길’과 ‘새로운 전략무기’라는 말을 수습할 필요가 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최고지도자가 ‘빈말’을 했다는 인식을 받게 되고, 과거로의 회귀 등 고강도 조치를 취하기에는 분명한 부담이 따른다. 이 대안으로 북한이 고려하게 된 것이 ICBM/IRBM과 같은 조치는 아니더라도 북한의 ‘위협능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을 것이다. 타이밍 역시 변경될 수밖에 없다. 평양이 당초 의도했던 무력시위의 시기는 3월 초ㆍ중순의 한ㆍ미 연합 연습/훈련 전후였을 것이다. 규모도 ‘초대형방사포’ 수준을 넘어선 중거리 미사일(ICBM은 아닌)까지도 염두에 두었을 수 있다. 그런데, 3월의 연합훈련이 대북 유화책의 차원이 아닌,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유예되었다. 스스로가 짠 시간예정표가 어그러짐으로써 새로운 타이밍을 잡아야 할 필요성이 발생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당장의 지원을 기대하기가 힘들더라도 결속을 지속 과시하는 것이 앞으로의 포석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중국에 대해 주변국 중 가장 선제적으로 철도ㆍ항공 운송을 중단한 조치 역시 원만하게 납득시켜야 한다. 이와 관련, 중국 내 ‘코로나-19’의 창궐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던 2월 1일, 북한은 시진핑 주석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위문서한’ 발송사실을 공개하였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위문서한에서 중국에 대해 ‘친혈육’ 등의 친근감을 과시하였으며, 지원금 역시 전달하였다.24
[표 1]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북한의 대남/대외 노선 수정
평양으로서는 남북한 관계 차원에서도 기존의 ‘무시’ 위주 정책에 변화를 가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믿고 있던 자원의 유입통로가 막힌 이상 그를 대체할 지원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북한의 기존 대남노선을 변화시킬 정도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입장에서 최선의 구도는 한국이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대북 지원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다. 마침, 2020년 초반부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재차 밝힌 만큼,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평양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고도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계산을 북한이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4. 남북한 관계의 새로운 기회와 도전
북한이 3월 2일과 9일 연이어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것은 바로 위의 고려가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무력시위의 시기로 예정했던 한ㆍ미 연합훈련이 유예된 만큼, 차제에 조기에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였다는 인상을 주면서, 대남/대미 대화나 협상을 전개할 명분을 만드는 것이 북한의 계산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두 차례의 방사포 발사, 3월 3일의 김여정 담화,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는 상호 모순되면서도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평양이 이러한 일련의 행동을 통해 발신하고자 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미국과 한국에 대해 북한은 지속적으로 그들의 핵/미사일 전력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가 지연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워싱턴과 서울이다.
둘째, ‘새로운 길’과 ‘새로운 전략무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초대형방사포’는 중ㆍ장거리 핵전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반도와 그 인근에 대한 확실한 위협이며, 핵 탑재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북한은 추가적인 대북제재나 미국의 전격적 강경대응(군사적 대응)을 회피하면서도 ‘수령’의 말이 단순한 ‘공언’(空言)이 아님을 그들의 인민과 대외에 과시한 것이다.
셋째, 일단 자신들은 기존의 노선을 먼저 바꿀 생각이 없으니, 향후 선택은 한ㆍ미의 몫이라고 하면서도 타협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3월초 적절한 무력시위를 통해 선제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나머지는 한ㆍ미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결정하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넷째, 핵/미사일 문제는 철저히 미ㆍ북간의 문제이며 한국은 이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남북한 관계에서의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평양이 [방사포 발사 → 우리 정부의 유감 표시 → 김여정 담화 → 김정일 친서 → 방사포 재발사]의 수순을 취한 것은 “김여정의 표현이 다소 과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우리 입장은 불변”이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다섯째, 그러면서도 향후 있을 수 있는 한국의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기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 친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경축사에 담긴 “남북 보건ㆍ의료 협력”에 대한 우회적 답신이자, 자칫 김여정 담화로 경색될 수 있는 남북한 관계에서의 ‘표정관리’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 변화는 남북대화의 재개 측면에서는 분명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대남/대외도발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2020년 중 우려되었던 북한의 ICBM 발사나 ‘위성발사’를 빙자한 장거리로켓 실험의 우려 역시 줄어들었다. 또한, 남북 보건ㆍ의료협력을 통해 경색된 남북한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추구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대화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제시된 북한 메시지의 함축성 상 중ㆍ장기적인 지속성을 보장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북한의 노선 변화가 기회의 측면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 변화의 수준과 방향성에 따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까지 시사된 북한의 대내외 노선 변화는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아닌, 전술상의 선후관계 조절에 불과하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국제적 신뢰성을 지니는 조치(로드맵, 검증수단 등)에 동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수단이 일부 바뀌었기는 하지만, 이것이 ‘과거로의 회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은 ‘버티기’와 ‘기싸움’이라는 기본노선을 수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점은 김여정의 담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김여정은 담화를 통해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서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행동”이라고 주장하였다. 남북한 간의 군사합의의 기본정신을 훼손하고, UN 안보리결의안을 사실상 위배한 초대형방사포의 발사가 ‘자위적 행동’이라고 주장한 것은 한반도 긴장의 가장 큰 원인이 한ㆍ미 동맹과 연합훈련, 한ㆍ미의 전력증강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북한의 노선 조정은 남북한 관계에서도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북한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인식 역시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설사 보건ㆍ의료분야 협력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과 지원품목에 따라 국내적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동안의 대북지원은 우리가 비교적 준비가 잘 된 상태에서 시행되어왔다. 그러나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남북한 간에는 ‘코로나-19’의 확산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 국내에서 ‘마스크 대란’으로 불리는 대응자원 부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마당에, 북한이 우리에게도 제한적인 ‘방역’ 관련 물자를 요청할 경우 이에 대한 국내적 이견이 증폭될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다. 북한은 ‘코로나-19’가 자신들의 능력으로 관리할 임계점을 넘었다고 판단될 때, 우선 WHO 등의 국제기구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혹은 지원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 대해서는 먼저 지원을 요청하기보다는 서울이 보건ㆍ의료분야 협력의 일환으로 ‘알아서’ 지원 제의를 하는 것을 기다릴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요청도 없는 상황에서, 그것도 충분한 기여에 대한 평가도 못 받아가면서 그들을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여론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다.
5. 결론
전반적으로 북한의 대외/대남정책 역시 ‘코로나-19’ 변수로 인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되며, 부분적인 노선수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의 현재 행태를 ‘희망적 사고’에 입각해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자신들이 변하는 대신 한국이 변해서 적극적인 ‘민족공조’로 나올 것을 바라고 있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북한의 일부 노선수정을 확대해석하여 급속한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우리가 설정한 남북관계 발전의 전제조건을 북한이 얼마만큼 충족하는가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우리 스스로의 페이스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3월 2일, 북한의 초대형방사포 발사 이후 우리 정부의 반응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중단을 촉구’하였다. 3월 3일 김여정 담화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3월 9일의 방사포 이후에는 “한반도 평화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응하였다.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북한의 연속된 행태에 대해 오히려 우리의 메시지는 갈수록 순화된 셈이다. 우리의 인내력과 대화의지를 과시한다는 고려를 인정하더라도, 제대로 된 대응은 아니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한 관계의 주도권을 여전히 자신들이 쥐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도 대화와 협력에 지장이 없다는 착시(錯視)를 불러올 수 있다.
남북한 간의 화해와 교류ㆍ협력의 추진은 한반도 평화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향후 추진될 수 있는 북한과의 대화를 고려하여 우리의 목적을 희생하는 본발전도식의 대응으로는 결코 평양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수 없다. 북한은 앞으로도 단거리발사체나 초대형방사포의 발사를 통해 자신들의 ‘전략무기’를 과시할 것이다. 이에 대해 단호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으면 않을수록 반복의 횟수는 늘어날 위험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북한의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그래야 북한의 것이 아닌 “우리 자신의 시간예정표”가 도출되고, 북한 역시 이를 수용하게 된다.
둘째, 북한이 현재 당면한 ‘코로나-19’ 변수를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촉진제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 역시 준비해나가야 한다. 인도적 문제에 정치ㆍ외교적 이슈를 연결시키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코로나-19’의 파급영향은 단순한 인도적 차원을 넘어 북한의 정치ㆍ경제적 행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연히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이 단순한 전술적 변화를 넘어 진정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남북한 간의 보건ㆍ의료 협력을 논의하는 동시에 북한에게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을 지키도록 촉구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북 방역협력의 경우에도 우리가 선제적으로 제의하기보다는 북한의 제안이나 요청이 있은 후 이에 응답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북 방역지원에 상응하는 북한의 조치(도발적 행위/언사의 중단 등)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개진될 필요가 있다.
셋째, ‘코로나-19’와 관련된 방역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그 지원 수준과 속도는 국내의 확산관리 속도와 철저히 연계되어야 한다. 북한이 어떤 수준의 요청을 하던 이는 국내상황이 우선적으로 안정화된 이후에 고려해야 한다. 또한, 구체적인 지원을 결정하기에 앞서 전반적인 사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야 대북지원에 대한 거부감이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얻기 힘들다.
‘코로나-19’ 사태가 북한의 대내외정책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기회와 도전은 확연히 바뀌게 된다. 북한의 노선조정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유도’해 나가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북한은 이 발사체의 제원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초대형방사포’는 합참의 판단을 따른 것이다. 또한, 북한의 김정은은 2월 28일부터 인민군 포병의 타격훈련을 ‘지도’하였으며, 이 단거리발사체 발사 현장에도 참가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기사를 참조할 것: “김정은, 어제 인민군 합동타격훈련 지도…[전투력 강화],” 『연합뉴스』, 2020년 2월 29일자; “북, ‘초대형방사포’ 연발사격 30초→20초 단축…기습능력 높여,” 『연합뉴스』, 2020년 3월 3일자. 북한은 3월 9일에도 3발의 초대형방사포를 발사하였다.
- 2. “김정은, 친서 보내 “코로나극복 응원”…문 대통령도 답장,” 『연합뉴스』, 2020년 3월 5일자.
- 3. “김정은 [머지않아 새 전략무기 목격할 것]…대화 여지는 남겨,” 『연합뉴스』, 2020년 1월 1일자.
- 4. “주북 러시아 대사 [북한, 새 전략무기 조만간 시험할 것],” 『연합뉴스』, 2020년 2월 8일자.
- 5. “北김정은 ‘공세적 정치외교·군사조치’ 보고…오늘도 전원회의,” 『연합뉴스』, 2019년 12월 31일자.
- 6. “北 최선희 [김정은, 생각달라지는 느낌…회담 계속할 필요 못느껴],” 『조선일보』, 2019년 3월 1일자.
- 7. “[전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연합뉴스』, 2019년 4월 13일자.
- 8. “北김명길 “추후 회담 美에 달려…기대했는데 실망,” 『연합뉴스』, 2019년 10월 7일자.
- 9. “Exclusive: Here’s the nuclear proposal the US plans to offer North Korea this weekend,” Vox (Oct 2, 2019). https://www.vox.com/world/2019/10/2/20894979/north-korea-trump-nuclear-talks-deal
- 10. 실제로, 김명길은 ‘결렬’을 선언한 이후 귀국길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추후 회담은 미국에 달려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미협상 결렬 北김명길 [욕스럽다, 추후 회담 美에 달려있어],” 『중앙일보』, 2019년 10월 7일자.
- 11. 北외무성 “연말시한 다가오고 있어…남은건 미국 선택,” 『연합뉴스』, 2019년 12월 3일자.
- 12. “Trump says Kim Jong Un risks losing ‘everything’ after North Korea claims major test,” Reuters (December 8, 2019); “北김영철 [우린 잃을 게 없는 사람들…트럼프를 망녕 든 늙다리로 또 부를 수 있다],” 『조선일보』, 2019년 12월 9일자.
- 13. 이로 인해 아산정책연구원의 2020년 정세전망에서도 북한이 설사 중ㆍ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다고 하더라도(핵실험은 선택하기 힘든 대안) 2017년과 같은 막무가내형의 행태를 보이기보다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일탈적 행위의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신범철, “불확실한 한반도 정세, 기로에 선 남북 관계,” 아산정책연구원(편), 『2020 ASAN 국제정세 전망: 신 지정학』 (서울: 아산정책연구원, 2019.12), pp. 32-34.
- 14. 이중 ‘자력 경제발전’은 사실상 실현이 어려운 개념이지만, 어쨌든 인민들에 대해 경제제재 완화/해제 시까지는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자력 경제발전’은 결국 “내구력 소진을 통한 ‘보여주기’식 경제 실적”과 동일하다 할 수 있다.
- 15. 최강ㆍ신범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분석,”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Jan 02, 2020).
- 16. “’신종코로나 우려’ 북한, 중국 오가는 열차·항공편 운행 중단.” 『연합뉴스』, 2020년 1월 31일자. 북ㆍ중간 철도는 1월 30일부로, 북ㆍ중간 항공편은 1월 31일부로 잠정 중단되었다. 이로 인해 북ㆍ중 국경은 잠정 폐쇄되었다.
- 17. 북한 “코로나19 국내유입 없다…발생해도 신속대처 준비”(종합) 연합뉴스, 2020년 2월 17일자.
- 18. “WHO says no signs of coronavirus cases in North Korea,” CNBC News (February 19, 2020).
- 19. “North Korea ‘clearly lying’ about coronavirus cases, expert says,” Fox News (February 13, 2020). “North Korean official reportedly executed for breaking coronavirus quarantine,” New York Post (February 13, 2020).
- 20. “[코로나19 없다] 북한, 평안·강원도 자택격리만 7천명 육박,” 『연합뉴스』, 2020년 3월 1일자.
- 21.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발생 현황(3월 9일 0시 기준)을 참고한 것임. https://www.cdc.go.kr/board/board.es? mid=a20501000000&bid=0015&list_no=366492& ;act=view.
- 22. KBS에 따르면 북한은 『노동신문』 9일자 기사를 통해 총 9,550명이 격리되었고, 이중 39%가 격리해제 되었다고 밝혔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97241&ref=A.
- 23. ‘정치국 확대회의’는 정치국 성원(정위원, 후보위원) 이외에도 노동당 각 부서의 간부들이 함께 참석하는 회의이다. 따라서 원칙적인 노선 결정 이외에 실무에서의 뒷받침이 있는 경우에 주로 개최된다.
- 24. “북한 김정은, 시진핑에 위문서한…’신종코로나’ 지원금도 전달,” 『연합뉴스』. 2020년 2월 1일자. 북한은 또한 김성남 노동당 제1부부장을 북경에 파견하여 국경폐쇄 조치에 대한 이해를 구하였다.
- 25. “北김여정 한밤중에 직접 청와대 쳤다 [저능한 사고] [겁먹은 개] [바보],” 『조선일보』, 2020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