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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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은 2024년이 되어서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가자 지구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거점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시작되면서 양측의 피해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2023년 11월 24일 잠정적 휴전이 합의되었지만 7일 만에 전투가 재개되었고, 12월에 들어서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親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 간 전투도 격화되기 시작했으며, 親이란계 무장세력인 예맨의 후티 반군도 팔레스타인 지지 명목으로 걸프만을 지나는 민간선박들과 이 지역에 배치된 미군 함정에 대해 공격을 가함으로써 이 전쟁이 중동 전체의 분쟁으로 확산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1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기하는데, 하마스의 북한산 무기 사용 의혹,2 지하터널(땅굴) 활용과 같은 전술 교리에서의 유사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의 하마스 지원 지시 등은 북한과 하마스 간의 연계를 의심케 한다. 더욱이 하마스가 전쟁 초반에 거둔 전과가 북한을 고무시킬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특히 하마스가 기습적인 동시다발적 로켓탄 공격을 통해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을 무력화시킨 점에 주목할 것이다.

탄도미사일 및 로켓탄(방사포) 능력 면에서 북한이 하마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평양이 핵위협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로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핵보복에 직면하여 정권과 체제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공포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에 대해 ‘워싱턴선언’을 뛰어넘는 확장억제 조치의 획기적 강화를 설득해야 한다. 확장억제 조치의 획기적 강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등 실행력 강화가 급선무이고, 이와 함께 우리의 재래식 타격능력 역시 대폭 증대해야 한다. 응징보복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보능력의 강화이고, 한미연합 및 우리 자체 차원에서 감시정찰 및 조기경보 능력을 강화하는 조치가 즉각 추진되어야 한다. 다만,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여 항상 전전긍긍하는 심리상태는 오히려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는 점 역시 유념해야 한다. 북한은 그동안 항상 도발 가능성을 노출하면서 그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논리를 폄으로써 대북 정책에 대한 우리 사회 내의 여론을 분열시키고, 남북한 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책략을 구사해왔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경계하되, 그 위험성에 대해 전전긍긍하거나 특정 분야 위협에만 몰입하여 우리 대비태세 균형을 어그러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의해야 할 하마스와 북한의 유사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우리의 안보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기하고 있다. 2023년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로켓 공격과 민간인 살해 및 납치로 시작된 이 전투는 이전의 이스라엘-아랍권 간의 분쟁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무엇보다 전투 초반 하마스가 최소 2,000여 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아이언돔’을 무력화시켰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이내 전열을 정비하여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 지구에 대규모 폭격을 개시하고 지상군 투입을 시행했지만, 영국 BBC의 보도에 의하면 하마스의 초기 공세 과정에서 이스라엘인 1,400명이 사망하고 220명이 인질로 잡혔다.3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점증하는 북한의 핵위협과 재래 군사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마스는 여러 가지 점에서 북한과 닮았는데, 하마스가 사용하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한 F-7 대전차로켓발사기는 舊소련제 RPG-7의 자체 생산형을 북한이 해외에 수출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고, 우리 군 당국은 북한과 하마스가 무기뿐만 아니라 야간 기습 등 전술교리를 공유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마스가 대규모 무기의 은닉과 이동 통로용으로 사용하는 지하터널은 북한의 ‘땅굴’을 연상케 한다. 북한이 하마스를 실제 직접 지원하고 있는지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북한과 하마스가 서로의 사례를 보고 학습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투를 보고 우리의 정보감시망을 교란하거나 와해시킬 수 있다면 자신들도 충분히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강요하여 우리 사회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초전의 전과(戰果)를 바탕으로 우리를 계속 밀어붙인다면 김정은이 내세운 ‘령토완정(領土完整)’, 즉 완전한 공산화 통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길 것이다.

이는 2023년 11월 북한의 김정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원할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 우리 정보기관의 보고 내용에서도 알 수 있다.4 김정은의 하마스 지원 발언이 실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우선 김정은의 자기 존대 의식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김정은은 ‘핵 대국’ 건설을 선대(先代)와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업적으로 간주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도 대등하게 상대할 수 있는 지역 강국으로서 북한의 위상을 설정하고 있는 듯하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초반 북한은 “중동사태의 장본인은 미국이다”라는 『로동신문』 사설(10월 23일)을 통해 미국이 이 분쟁을 부추겼다고 평가하는 한편,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까지를 엮어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했다.5 이러한 북한의 접근은 2016년 5월 7차 당대회 당시 “미국이 감행하는 [반테로전]은 반미적인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테로행위이며 새로운 변종의 침략전쟁 책동입니다”라는 『로동신문』 사설과 정확히 일치하며, 이는 미국의 세계질서 훼손에 대해 대응하는 체제로서 북한의 존재를 부각하는 것이다. 즉, 핵무장을 통해 이제 더 이상 국제사회의 변방이 아니라 미국에 맞서는 국가들의 한 축으로서 북한의 입지를 부각하고 있는 것이 북한 매체의 특징이라는 점이다. 김정은의 이러한 지시는 한반도 정세에서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해외 각 지역에서 지역분쟁이 일어나고, 미국이 이에 대해 전력을 분산할수록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운신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와 투쟁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는 하마스나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를 체제 위협으로 보는 북한은 쌍둥이와 같은 도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북한의 김정은은 2023년 12월 26일~30일간 개최된 조선노동당 제8기 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의 발언을 통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정의하고,6 2024년 1월 15일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할 것임을 천명했다.7 김정은의 발언이 일단 북한 주민들에 대해 ‘민족공조’ 노선의 급격한 전환을 주지시키고 대남 적대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더라도, 북한이 더욱 호전적인 노선을 추진할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더욱이, 김정은이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다시 한 번 미북 협상의 재개를 노릴 경우, 그에 앞서 2017년과 같이 한반도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킬 동기 역시 충분하다.

문제는 북한이 하마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협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유사시 우리에게 발사할 수 있는 장사정 포탄 및 로켓탄은 시간당 16,000발에 이르는 것으로 우리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고, 이는 하마스가 동원한 이틀 동안 수천발의 로켓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이다. 로켓포 이외에는 별다른 타격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한 하마스와는 달리 북한은 SCUD-C 및 -D와 같은 구형 단거리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총 1,000기가량의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KN-24(북한판 ATACMS), KN-25(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여기에 핵능력을 날로 고도화하고 있다. 2023년 8월 31일 북한은 ’전군 지휘훈련‘의 일환으로 우리에 대한 ’전술핵‘ 타격 훈련을 실시했는데, 이는 북한이 우리를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방사포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이미 갖추었거나, 조만간 갖출 수 있을 것을 시사한다. 북한은 2024년에 들어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1월 14일), ‘신형 전략순항미사일’인 ‘불화살 3-31’ 등을 잇달아 발사했는데, 이 역시 전술핵 탄두 장착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교훈과 우리의 능력 보강 우선순위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아이언돔’이 무력화된 교훈을 고려할 때,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를 요격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북한의 도발 의지 자체를 꺾을 수 있는 강력한 보복능력이 필요하고, 이러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도 향후 10년 동안 매년 1,000발의 미사일을 추가 생산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10,000발 미사일 보유가 과연 재정적으로 타당하고 주변국과의 마찰 가능성은 없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재래탄두로 무장한 우리의 미사일 능력에 겁을 먹을 것이고, 그로 인해 도발을 포기할 것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파멸의 경고는 그것이 실제로 시행될 수 있다는 공포를 상대방에게 주어야 효과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핵보복에 직면할 것이고 북한 정권과 체제는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공포를 갖도록 만들어야 하고, 한미동맹 차원에서 언제라도 북한에 대해 핵보복이 가능한 체제를 구축하도록 미국에 대해 ‘워싱턴선언’을 뛰어넘는 확장억제 조치의 획기적 강화를 설득해야 한다. 2023년 4월의 ‘워싱턴선언’ 이후 7월의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 1차 회의 및 12월의 2차 회의를 통한 북핵 위협 대응 협의, 미국의 전략핵 잠수함 켄터키함(7월) 및 미주리함(12월)의 부산 해군기지 입항,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전략폭격기 B-52의 최초 국내 착륙(10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북한의 대남 도발 공언은 그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이를 감안할 때, 확장억제 조치의 강화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실행력이다. 미국이 ‘워싱턴선언’을 통해 북한에 대한 핵보복도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하기는 했지만, 그 실행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면 북한은 이 약점을 공략하여 핵협박을 계속하려 할 것이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이러한 점에서 북한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조치이다. 한반도에 미리 전술핵이 배치되어 있는 만큼, 실제 사용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북한의 핵공격에 대해 실시간대 보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미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 역시 핵능력에 기대어 도발을 시도할 의지가 꺾일 것이고, 북한의 장사정포 및 단거리 미사일 위협도 근원적으로 제거될 수 있다.

재래식 타격 능력의 강화 역시 중요하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상대방의 막대한 위협능력을 초기에 무력화시키지 않고는 이스라엘이 당한 이상의 참화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킬-체인’과 ‘한국형대량보복(KMPR)’ 관련 전력을 향후 군사력 건설의 최우선순위에 두어야 하고, 탄두중량 4~6t 내외의 ‘현무-4’, 8kg 이상의 ‘현무-5’와 같은 무기체계의 추가 확보도 시도해야 하며, 이 전력이 확보되기 이전에는 한미연합 차원의 타격자산 증강을 위해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만약 북한이 우리에게 도발을 가한다면 몇 배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응징보복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보능력의 강화이다. 이스라엘이 이례적인 피해를 입은 1차적인 요인은 ‘아이언돔’의 요격능력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정보 실패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하마스나 헤즈볼라 등 적대적인 군사세력뿐만 아니라 이란, 시리아 등 이스라엘에 비호의적인 국가들에 둘러싸인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정보능력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선제 및 즉시 대응조치였다.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 공습, 2007년 시리아 원자로 건설 현장 공습 등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핵위협을 사전 차단하려 해왔고, 이란의 핵개발에 대해서도 필요 시 이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수시로 표명해왔다. 미국 Wall Street Journal의 2022년 6월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과 중동 내 親이란계 무장조직을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 등지에 5년간 400여 차례의 공격을 감행하였다. 8

이는 하마스를 상대로 해서도 마찬가지였다. 2021년의 이스라엘-하마스 전투 당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로켓탄의 대부분을 요격했고, 하마스 지휘관과 주요 거점을 초전에 타격했는데, 이는 사전 조기경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기존 분쟁에서 하마스는 한 번의 공격에 많아야 수백 발 정도의 로켓을 동원할 수 있었고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을 이용해 90% 이상을 요격함으로써 하마스의 도발을 효과적으로 격퇴할 수 있었다. 반면, 이번 전투는 이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시작되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 징후를 거의 감지하지 못했고, 이집트 등이 건내 준 경고 징후도 무시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모사드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군 정보당국은 하마스 지도자들이 저항보다는 순응을 택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했고, 하마스가 로켓탄을 비롯한 각종 무기를 지하 터널에 대량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안이한 정보판단과 방만한 대응조치가 이스라엘에게 굴욕적인 피해를 안겼고, 이 상처는 결국 최종적으로 이스라엘이 하마스에게 승리하더라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북한이 어떤 도발 시도를 하더라도 이것이 사전에 탐지될 수밖에 없고, 북한의 공격은 초기부터 우리의 대응타격에 대부분 무력화되거나 요격될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이 절감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 탐색할 수 있는 정보 능력 강화가 필수적이고, 한미연합 및 우리 자체 차원에서 감시정찰 및 조기경보 능력을 강화하는 조치가 즉각 추진되어야 한다. 8월의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체제를 조기 구축하기로 약속한 만큼, 우선 한미연합 차원에서 북한 도발 징후를 감시하기 위해 정찰위성 및 U2 정찰기 등 감시정찰 자산의 증강 운용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 자체적으로도 ‘비행금지 구역’ 설정을 통해 전방 지역의 정보 수집 및 대북 감시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고, 이런 점에서 우리가 11월 22일 결정한 『9.19 군사합의』의 부분 효력 정지는 타당한 조치였다.

 

북한의 도발을 경계하되 무력감에 빠지는 것을 경계할 필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북한의 도발을 경계하고 이에 대한 대비태세를 강조하되, 전력증강 무용론과 대화 지상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우리의 대비태세는 허점투성이고 예산 낭비이며 북한의 군비경쟁을 위한 자원투입 능력은 화수분인 것처럼 가정하는 접근을 취하면 결국 일방적 무장해제 외에는 방안이 없다. 무엇보다 우리가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군사력을 건설하면 북한이 이를 우려하여 더 대결적인 정책을 펼치고 핵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므로, 대화와 교류·협력, 때로는 일방적 양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나약한 평화론의 허상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2024년 중의 긴장 조성을 통해 ‘한반도 위기설’ 혹은 ‘한반도 전쟁설’ 등을 끊임없이 유도할 것이며,9 한국과 미국 내에 대북 양보론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시도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북한 위협에 대한 대비태세를 강화시키는 것 못지않게 우리의 단호한 대응의지와 자신감을 보여줌으로써 과도한 불안감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특정 위협에 집착하여 우리 대비태세의 허점이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하마스가 초반 기습에 행글라이더, 드론 등을 활용한 점을 들어 우리도 대응태세를 조속히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전력건설은 우선순위 게임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튼튼한 방어태세는 긴급억제-대응타격-요격의 유기적 결합이고, 정보감시능력이 그 핵심인데, 이 모두 유사시 실제 발생 가능성과 위협의 심각도를 함께 고려하여 투자 우선순위가 결정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즉, 북한이 시도할 다양한 도발에 대해 가능한 모든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정작 중요한 분야에서 투자가 부실해지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해 그 한계가 노출되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체계나 방사포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아이언돔’을 조기에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아이언돔’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이는 요격체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보 및 예방조치의 실패로 인해 초래된 것이다. 적절한 조기경보 및 초기 조치, 그리고 보복타격능력과 결합된다면 요격체계는 우리 측 피해 최소화라는 관점에서도 필수적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설마”라는 방심과 해이한 안보 인식이 얼마만큼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가의 교훈을 던져주고 있고, 우리도 그 교훈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교전 수위 높이는 이스라엘·헤즈볼라… 네타냐후 [전면전땐 가자처럼 될 것],” 『조선일보』 (2023.12.12.); “Iranian and Hezbollah commanders help direct Houthi attacks in Yemen,” Reuters (January 21, 2024); “Who are the Houthis and why are they attacking Red Sea ships?” BBC News (January 24, 2024).
  • 2. “Evidence shows Hamas militants likely used some North Korean weapons in attack on Israel,” AP (October 19, 2023).
  • 3. “Israel shows Hamas bodycam attack footage to journalists,” BBC News (October 23, 2023).
  • 4. “국정원 [北, 러에 포탄 100만발 지원…김정은 ‘하마스 지원’ 지시 정황도],” 『조선일보』 (2023.11.01.).
  • 5. “중동사태의 장본인은 미국이다,” 『로동신문』 (2023.10.23.).
  • 6. “2024 위대한 우리 국가의 부강발전과 우리 인민의 복리를 위하여 더욱 힘차게 싸워나가자,” 『로동신문』 (2023.12.31.).
  • 7. “김정은원수님께서 1월 1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에서 강령적인 시정연설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를 하시였다,” 『조선중앙통신』 (2024.01.16).
  • 8. “U.S. Secretly Reviews Israel’s Plans for Strikes Against Iranian Targets in Syria,” The Wall Street Journal (June 16, 2023).
  • 9. 실제로, 워싱턴 정책서클 일부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이 의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Robert L. Carlin and Siegfried Hecker, “Is Kim Jong Un Preparing for War?,” 38 North (January 11, 2024); Robert Gallucci, “Is Diplomacy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 Possible in 2024?” National Interest (January 11, 2024).

 

About Experts

차두현
차두현

외교안보센터

차두현 박사는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

양욱
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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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