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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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6월 19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의 방북을 계기로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이하 북러 新조약)을 체결했다. 푸틴의 북한 ‘국빈 방문’ 자체가 2023년 9월 러시아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의 2차 푸틴-김정은 정상회담 이후 가속화된 북러 밀착의 상징이라 할 수 있었는데, 2차 정상회담 직후인 10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 2024년 1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방러 등이 이루어지고, 2024년에 들어서도 대표단 교환이 이어졌다는 것 역시 그의 일환이었다. 특히, 2019년 4월의 1차 푸틴-김정은 정상회담 이후 실현되지 못했던 푸틴의 평양 답방이 이루어졌고, 새로운 조약이 맺어졌다는 점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신뢰와 지속성을 과시하는 효과도 내재되어 있다.

북러 新조약은 그 서명 사실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외형적으로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푸틴 방북 전만 하더라도 북러가 외교적 밀착을 넘어 2000년의 『북러 우호·선린·협조 조약』(이하 2000년 조약)을 대체하는 북러 新조약까지를 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러시아가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여럿 제기되었다. 그러나, 북러 新조약이 실제로 체결되었고, 그 내용에 군사적 ‘자동개입’으로 해석될 만한 문구가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북러 간 밀착이 단순한 상징적 수준이 아니라는 해석도 제기된다.1 무엇보다 2000년 조약에는 배제되었던 군사협력 부분이 포함됨으로써 북러 간의 실제적 군사거래, 더 나아가 러시아의 대북 핵기술 지원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북러 新조약을 통해 양자 간 군사협력 여지까지 부각됨으로써, 미 대선 이후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미국의 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억제하고, 대미 협상에서의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김정은의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러 新조약 4조는 무력침공 당할 경우 즉각적인 상호 군사원조를 규정함으로써, 북한과 러시아가 냉전 시대였던 1961년 당시의 결속관계로 회귀한다는 상징성도 지니고 있으며, 북한이 이 상징성을 활용해 당분간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공세적 대남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동시에 북러 新조약은 여전히 조문상의 약속을 넘어선 실질적인 이행의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우려 일변도의 해석을 내릴 필요는 없다. 특히, 북러 新조약을 기점으로 한러 관계 개선에 집착하여 대러 유화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러시아의 한미동맹 견제에 활용될 위험이 있음을 유념하여 중장기적인 관계관리의 차원에서 긴 호흡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이 북러 新조약에 고무되어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한 8월 및 9월에 기존에 비해 더욱 대담한 도발을 감행할 위험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태세를 강화하는 것 역시 요구된다.

 

북러 新조약의 체결배경 및 맥락

 
북러 新조약은 당분간 북러 밀착을 과시하는 것이 자신들의 국내정치와 대외전략상 유리하다는 푸틴과 김정은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2024년 3월 대선에서 당선됨으로써 2030년까지의 장기집권 체제를 다진 푸틴으로서는 어느 체제보다도 풍부한 무기공급원인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미 대선 이후에 대한 전략적 자산을 확장하려 했을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는 2023년 8월 북러 및 북중 국경의 재개방을 통해 경제회복에 매진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아직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중국 이외에 또 다른 후원자를 확보했다는 인상을 대내적으로 줄 필요가 있었다. 북한은 현재의 국제정세를 ‘新냉전’으로 규정한 2022년 12월의 제8기 6차 노동당 전원회의 이후, 북-중-러 3각 연대를 이끄는 핵심행위자로서 김정은의 역할을 부각하려 한 것으로 판단되고, 최근의 북러 밀착 역시 이러한 고려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되었을 것이다.

북러 新조약을 통해 양자 간 군사협력 여지까지 부각됨으로써, 미 대선 이후 미국의 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차단하고, 대미 협상에서의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김정은의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러 新조약의 제4조는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체약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 련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1961년 7월의 『조쏘 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 조약』(이하 1961년 조약)의 내용과 매우 유사하며, 결국 이 조문은 북한과 러시아가 냉전 시대인 1961년 당시의 결속관계로 회귀한다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2

따라서, 러시아 측 태도와는 관계없이 북한은 북러 新조약을 계기로 당분간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공세적 대남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북러 新조약을 기점으로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또 한 번의 희망을 강요하는 가운데, 북러 협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난국을 헤쳐나가고 사상적 무장을 강화하자는 내부 선전선동을 전개할 명분이 생겼다. 또한, 러시아와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관련 협력(이 정도는 러시아가 수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을 통해 5월 실패한 4차 정찰위성 발사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과시를 지속하려 할 것이다.

다만, 동 조약에 대한 의미 부여에 있어 러시아와 북한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러 정상 회담 이후의 기자 회견에서 김정은은 북러가 ‘동맹수준의 관계’라고 언급한 반면, 푸틴은 ‘공격당하면 상호 지원’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동맹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다.3 푸틴은 북한 방문 이후 베트남에서의 기자 회견에서 이 조약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즉, “’1962년’인가로 생각되는데 그때의 기존 조약과 (북러 新조약의) 모든 것이 똑같았다. 여기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면서 1961년 조약의 체결연도를 혼동하는 모습을 보였는데,4 북한의 입장에서는 상징성이 떨어지는 부분으로, 푸틴의 발언에는 “북한이 원하기에 과거 조약에 있었던 내용을 다시 회복했다”는 뉘앙스도 존재하고 있다. 푸틴은 북한과 베트남에서의 기자 회견에서 모두 북한이 ‘공격받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에서 군사협력이 북한에 대해서는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5

또한, 북러 新조약 이전 푸틴의 발언을 고려하면, 푸틴의 포석은 한국과의 관계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푸틴은 3월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자체 핵우산’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6 이는 굳이 러시아가 북한에 핵무기 관련 기술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우리 정부가 북러 新조약에 유감을 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자제 정책 재검토 용의를 표방하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경우 아주 큰 실수”라고 언급했지만,7 6월 초 주요 외신과 가진 기자 회견을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공식적으로) 무기를 제공하지 않은 것을 높이 평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는 러시아 나름의 한러 관계 ‘레드라인’을 제시한 외교적 수사로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조약이 북한의 급격한 러시아 경사와 북중 관계 이상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일부 매체에서 북한 최선희가 중국 파견 북한 공병부대 철수를 지시하는 등 북중 관계에 ‘이상징후’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확히 이야기해 북중 관계는 북러 관계 만큼의 급속한 재밀착이 보이지 않을 뿐,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러시아와의 밀착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북중 경제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이 일방적으로 북중 관계 냉각을 시도한다는 분석은 타당성이 떨어지고, 경제적으로 러시아가 북한 경제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도 현실이다. 더욱이 푸틴이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최초로 방문한 곳이 중국(5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러 관계에 있어서도 조율을 이루었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북-중-러 연대를 북한이 견인한다는 김정은의 구상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조문별 함축성

 
북러 新조약이 과거 어떤 시대보다도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된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점을 다짐한 점은 분명하다. ‘전문(前文)’에서 1961년 조약은 “사회주의적 국제주의 원칙”에 입각한 친선 관계 발전을 규정한 데 비해, 북러 新조약은 “일극세계질서를 강요하려는 책동으로부터 국제적 정의를 수호”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결국 북러 관계가 反미 연대, 더 나아가 反한미동맹 및 反한-미-일 협력의 성격을 띰을 의미하고, “…협조의 전통을 보존하고 미래지향적인 새시대 국가간관계를 구축하려는 공동의 지향과 념원”을 담았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결속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1961년 조약은 위기발생시 발생 시 상호협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던 데 비해 북러 新조약의 3조는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쌍무협상통로를 지체없이 가동시킨다”고 되어 있어, 군사적 개입으로 이행되는 전 단계의 위기 시부터 협의를 규정함으로써 군사개입의 정당성을 강화하려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북러 新조약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제4조이고, 이를 통해 북러가 강력한 군사적 협력을 다짐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군사적 ‘자동개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현재 미국의 동맹조약 중 가장 강력한 것은 NATO 조약으로, 동 조약 5조는 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받으면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여 무력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NATO의 경우 그러한 집단적 자위권의 발동은 즉각 UN 안보리에 보고되어야 하고, UN 안보리 차원의 대응조치가 있을 경우에는 종료되도록 규정하고 있다.8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경우, “당사국 중 어느 1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제2조)고 되어 있어, ‘자동개입’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 주한 미군의 주둔, ㉡ 평시 군사력 증강에 대한 상호 협력, ㉢ 한미 연합훈련 등이 있어 ‘자동개입이 보장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러 新조약의 경우, ‘지체없이’ 및 ‘모든 수단으로써’ 등의 단어를 통해 NATO형 ‘자동개입’의 여지를 남기고 있으나, 한미동맹의 관계와 같은 위의 요건을 충족하지는 않은 상태이며, 실제적인 이행은 여전히 여백상태로 남아 있다. 또한, 1961년 조약에는 없었으나 북러 新조약에는 포함된 ‘UN헌장 51조’를 원용할 경우, 집단적 자위권의 인정과 동시에 이 행위에 대한 UN 안보리 보고를 명시하고 있고, UN 안보리가 이 자위권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면 불법적인 대응 논란이 일 수도 있다. 또한, NATO 조약 5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이러한 집단적 자위권은 UN 안보리의 행동 개시가 있으면 원론적으로 중단되어야 하는데, 이는 UN 안보리 이사국인 러시아에게는 행동의 융통성을 보장하지만 북한에게는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북러 新조약의 제8조, 즉 “쌍방은 전쟁을 방지하고 지역적 및 국제적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위능력을 강화할 목적밑에 공동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한다”는 조항으로, 이 조항은 1961년 조약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문구이다. 즉, 평시부터 상대방의 군사력 강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이 규정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선에 대한 무기 지원, 러시아의 대북 군사기술 지원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평시 군사 지원에 합동훈련까지 정례화될 경우, 이는 ‘자동개입’을 위한 조건 충족으로 해석될 수 있다.

통일규정의 삭제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다. 1961년 조약과 2000년 조약은 모두 한반도 통일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지만(각 5조 및 4조), 북러 新조약은 이 규정을 삭제했는데, 이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론에 대한 러시아의 사실상 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론은 통일을 부정하고 있기에, 한반도 통일에 대한 규정 자체가 존재하는 것이 모순이기 때문이다.

 

[표 1] <1961년 조약과 북러 新조약의 상호 비교(안보 분야)>

표1
 

결국, 북러 新조약은 북러 간 전략적 연대의 강화를 강조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며, 이를 통해 북러 간 협력이 단순한 군사적 협력이 아닌 포괄적 협력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러 新조약은 1961년 조약에 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들이 망라되어 있고, 군사협력 위주로만 북러 관계를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세계 전략상의 연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의롭고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제6조)한다는 공통의 지향에도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쌍방은…일방적인 강제조치들의 적용을 반대하며 그러한 조치들의 실행을 비법적이고 유엔헌장과 국제법적규범에 저촉되는 행위로 간주”(제16조)한다고 함으로써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유엔 제재의 불법성을 주장하는 한편, 제재 무력화에 대한 양자 간 협력의 의지를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북러 新조약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정당화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9 조문상 이 방향으로 해석될 만한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북러 新조약 체결 전 푸틴의 ‘합리적 안보 우려(legitimate security concern)’론 등이 그러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는 있지만, 북러 新조약 자체가 북한의 핵보유를 정당화한다고 하기는 어렵고, 푸틴의 입장에서는 굳이 북러 新조약에 그러한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 다른 시각에서, 북러 新조약은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보다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유도할 가능성이 더 크기도 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김정은이 노회한 푸틴에게 말려든 측면도 있다. 북러 新조약 후 푸틴이 지적했지만, 한국이 북한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지 않는 이상 동 조약이 발동될 가능성은 적다. 반면, 이미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지원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제한적으로 공격하는 것(러시아의 전선확대 저지)을 양해했으므로, 이러한 상황 하에서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을 ‘전쟁’으로 변환하여 선포할 경우(전황 불리 시) 조약의 발동 요건이 발생한다. 이 경우 오히려 북한은 지금보다 더 많은 무기를 공식적으로 러시아에 공급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북한군도 파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북러 新조약이 러시아의 북한 유사(‘급변’)시 개입 근거로 활용될 상황에 대해서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북한 ‘급변’이 자신들과 유사한 1인 독재 체제의 붕괴 사례를 만들 것을 우려할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의 구성원인 한국 주도 자유민주주의 통일로 귀결될 것을 피하려 할 것이고, 특히, 지금과 같은 가치 경쟁 구도에서는 권위주의 세력에 대한 자유주의 세력의 강화 및 확장을 저지하려 할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극동 및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보존 및 과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개입할 동기가 있다.

다만, 전통적으로 러시아가 군사개입까지를 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북러 新조약에 의해서 그 여지가 생겨났다. 2022년 러시아가 카자흐스탄 소요에 개입한 근거는 ‘집단안보조약기구(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 CSTO)’ 상의 의무 이행이었다. 러시아의 주도로 2002년에 창설된 이 기구는 회원국 일방의 요청이 있을 경우, 다른 회원국의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에 개입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러시아는 북러 간의 군사협력을 규정한 북러 新조약을 활용하여 북한 문제에 개입할 근거가 있고, 특히, 북한 정권이 내부 혼란을 관리하기 위해 제3조를 원용하여 러시아에게 도움을 요청할 경우 그 정당성이 강화된다. 이와 같이, 러시아는 북한 정권의 공식 요청을 빌미로 북한 내정에도 개입할 수 있으며, 2022년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의 前 독재자인 나자르바예프를 은퇴시킨 것과 유사한 사례를 만들 수 있다.

 

북러 新조약에 대한 우리의 대응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단기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대북정책과 ‘자유민주주의 기반 통일’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분명하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권위주의 체제이고, 특히 과거의 북소 관계와는 달리 현재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1인 독재 체제를 택하고 있으므로 체제상의 유사성이 높아졌고, 양자 모두 국내정치적 차원에서 독재 체제의 약화나 붕괴 사례를 방지하고 우호적 독재 체제의 생존을 보장할 동기가 강화된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러시아는 우리의 (1) 북한 비핵화, (2) 남북 관계 정상화, (3)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 등의 대북정책과 자유민주주의적 통일이 자신들의 체제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론을 지지할 것이다.

따라서, 한러 관계의 냉각국면은 향후 당분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미-중 전략경쟁, 한미동맹 결속, 한-미-일 안보협력 추세 등을 생각하면,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냉각은 어떤 면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당분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지원, 대러 제재 상징적 동참 등이 불가피하며,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당장 긴박한 한러 협력 의제가 존재하지 않다는 점에서 급속한 관계 개선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과시가 실질적 군사거래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 이를 저지하려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레버리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10

다만, 중장기적인 차원에서는 한러 관계에 있어서도 개선을 모색하는 한편, 우리의 대북정책 및 우리 주도 통일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결 및 대러 제재 단체 해제 국면에서 자연스럽게 1차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한편, 우리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이 러시아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설명논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논리는 현 단계부터 준비되어 관계 개선 계기 도래 시 즉각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다만, 러시아의 대북 밀착이 보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가 지분을 가지는 다극적 세계질서 구축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11 당분간 북러 밀착은 하나의 추세라는 점에서 지나친 대러외교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북한은 북러 新조약을 남북 관계에 있어서 이를 북한 주도권 확립의 계기로 생각하고, 대화 거부를 지속하며, 북일 물밑 교섭을 활용하여 한-미-일 공조 이간의 계기를 마련하고, 더 나아가 11월 미 대선 이후의 대미전략 구사 시 운신의 폭을 넓히려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도발 양상이 금년 5월까지는 주로 미사일 능력 시위가 주를 이루었으나, 5월의 한-일-중 정상회의를 전후하여 전방지역의 GPS 교란, 오물풍선 살포, 북한 병사들의 군사분계선(MDL) 월선 등 직접 도발 前단계의 행위를 하기 시작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8월의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하여 우리 인력이나 재산을 겨냥한 직접 도발을 시도할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하는데, (1) 미사일 위험구역(MDZ) 지역에서의 우리 수색정찰인력에 대한 총격, GP 재무장 강화 및 소규모 총격, (2)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의 ‘해상국경선’ 주장의 강화 및 NLL 월선, (3) NLL 이남 ‘해상국경선’ 이북에서의 우리 어선 나포 및 어민 납치 및 위해 시도 등을 상정한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직접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한미 간 미 전략자산의 증강 및 전개를 위한 협력이나 한미 군사훈련의 규모 확대 및 수준 강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우리가 피해야 할 것은 북러 新조약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하거나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것을 오히려 북한과 러시아가 활용하려 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고, 특히 러시아는 이를 통해 對한국 레버리지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결속을 확인함으로써 우리 대비태세의 건재를 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모험을 부추길 수 있는 러시아의 행태에 대해서는 이를 분명히 지적하는 한편, 한러 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선을 강조하는(북한에 대한 핵기술 지원 등) 수준의 대응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러시아가 우리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이 북러협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데 대해서는 상황에 따른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가운데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북러 간 핵기술 거래,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등 무기체계의 대량활용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북러 간의 新조약은 그 자체에 적지 않은 논리적 상충성과 자기모순을 내포하고 있고, 우리가 역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논리도 존재하므로 이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가령, 러시아가 항상 북한의 ‘합리적 안보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북러 新조약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의 우려를 경감했으니,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할 수 있다. 또한, 1990년 우리와 수교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협력조약을 맺었으니 앞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이 재기되어 미북 관계개선이나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더라도 러시아가 한미동맹 해체를 주장할 근거는 없어진다. 러시아가 ‘침공받을 경우’의 대북 원조를 강조한 만큼, 북한의 각종 도발에 대한 분명한 근거의 축적이 앞으로 한반도 상황의 관리에서 더 중요해졌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단기적으로 북한이 저강도이지만, 우리 인력이나 자산을 직접 도발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대비태세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단, 이러한 국면이 8월 한미 연합훈련 때까지는 지속될 것인 만큼, 전방지역 병사들의 정신적 피로도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이에 대해서는 최은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과 정상회담 평가: 교류협력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세종포커스』(2024.06.26); “북러 군사협력 노골화…속도감 있게 추진 전망,” 『YTN』(2024.07.22) 등을 참조할 것.
  • 2. 북한과 러시아 간 1961년 조약의 원문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과 쏘베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맹 간의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에 관한 조약,” 『로동신문』(1961.07.07)을, 2024년 新조약의 원문은 “북러 신조약(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 전문,” 『SBS 뉴스』(2024.06.20)를 참조할 것. SBS 뉴스의 해당 링크는 아래와 같음.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691814&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 3. “북러 조약: ‘무력침공시 지체없이 군사원조’…4조 조항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BBC News 코리아』(2024.06.22).
  • 4. “푸틴 “한국, 우크라에 살상무기 제공하면 아주 큰 실수”,” 『연합뉴스』(2024.06.21).
  • 5. 푸틴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는 “With its new pact with North Korea, Russia raises the stakes with the West over Ukraine” AP (June 24, 2024); “북러 조약은 ‘동상이몽’ 혼인신고서…러, 동맹 격상 안할 것,” 『동아일보』(2024.07.07) 등을 참조할 것.
  • 6. “Putin says North Korea doesn’t need Russian nukes, downplaying cooperation,” NK News (March 13, 2024).
  • 7. “Putin says South Korea would be making ‘a big mistake’ if it supplies arms to Ukraine,” Reuters (June 21, 2024).
  • 8. 해당 조문은 다음과 같음. “The Parties agree that an armed attack against one or more of them in Europe or North America shall be considered an attack against them all and consequently they agree that, if such an armed attack occurs, each of them, in exercise of the right of individual or collective self-defence recognised by Article 51 of the Charter of the United Nations, will assist the Party or Parties so attacked by taking forthwith, individually and in concert with the other Parties, such action as it deems necessary, including the use of armed force, to restore and maintain the security of the North Atlantic area. Any such armed attack and all measures taken as a result thereof shall immediately be reported to the Security Council. Such measures shall be terminated when the Security Council has taken the measures necessary to restore and maintain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NATO 조약에 대해서는 NATO 공식 홈페이지의 아래 링크를 참조할 것.
    https://www.nato.int/cps/en/natohq/official_texts_17120.htm
  • 9.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러북 정상회담 결과 평가 및 對 한반도 파급 영향,” 『INSS 전략보고』, 275호(2024.06.21).
  • 10. 또 다른 측면에서 중국에 대해서는 한 번도 동일한 ‘자동개입’ 조항이 있는 1961년의 『조중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 조약』을 폐기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으면서 러시아에 대해서만 북러 新조약에 반발하는 것이 오히려 한러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 11. 현승수, “러·북 정상회담과 조약 체결: 평가와 전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2024년 3차 NK포럼(2024.07.09) 발표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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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현
차두현

외교안보센터

차두현 박사는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