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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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 위치한 한국은 한반도 주변 4강(미, 중, 일, 러) 외교에 집중해왔다. 최근에는 역내 불확실성이 높아져 4강과의 협력을 중시할 수밖에 없게 된 면도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4강 외교에서 벗어나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 인도, 아프리카 국가 등으로 협력대상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중 아세안은 세계 교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우리에게 중요 협력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의 제2 교역 대상이다.

본원은 국내 대(對) 아세안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2019년, 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 직후 실시한 당시 조사에서 한국인은 아세안이 우리나라 국익에 있어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도 절반 가까이 안다고 했고, 그중 대다수는 정부 정책을 지지했다.1 대 아세안 인식 제고에 기대를 갖게 한 결과였지만, 조사 설계상 변화를 추적할 수 없는 한계는 뚜렷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과 두 강대국 사이 선택의 문제다. 미국, 중국을 제외한 차순위 협력대상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적다. 미국,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또는 세력과의 협력, 즉 제3 세력과의 협력에 대한 조사자료는 한국에서 찾기 어렵다. 아세안 지역의 경우,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nstitute of Southeast Asian Studies)가 매년 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2

이 이슈브리프는 미중 사이 한국인의 선택, 미중이 아닌 제3 세력을 택할 경우 어느 국가나 지역을 택했는지를 살펴봤다.3 그리고 응답자 연령대, 이념성향, 미중 인식에 따라 제3 협력대상으로 유럽연합, 아세안, 일본 등을 고른 답이 어떻게 다른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한국인은 미중을 제외하고 중요 협력대상으로 유럽연합을 꼽았다. 흥미로운 점은 유럽연합 다음으로 지목한 대상이 아세안과 일본이었다는 점이다. 추가로 응답자 연령대, 이념성향, 미중 인식 등의 응답자 특성에 따른 선택에는 유의할 결과가 드러났다. 다수가 미중을 제외한 협력대상으로 유럽연합을 꼽았지만, 아세안과 일본을 택한 답은 응답자 특성에 따라 달랐다.

이는 우리에게 두 가지의 시사점을 준다. 우선, 국내 미중 사이 선택에 관한 여론조사는 많지만 제3 협력대상에 대한 조사는 거의 없다. 한국의 커진 국력을 감안하면 미중을 넘어 전략적 다변화가 필요하고, 따라서 제3 협력대상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에 대한 개별 조사와 해석이 필요하다. 또 한국 사회에서 아세안에 대한 인식은 아세안 자체 장점보다 아직은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지에 대한 대안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한국의 대 아세안 외교, 아세안 국가의 한국에 대한 공공외교가 풀어야 할 숙제다.

 

미중 전략적 선택: 중요 협력대상 인식

 
과거 본원 조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한국인은 미중 대결구도 속 1차 협력대상으로 중국보다 미국을 선호했다. 2022년, 한국인은 85.5%가 미국을 고른 반면에 중국을 꼽은 비율은 9.9%였다. 이는 2023년에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인의 80.1%가 미국을 택했고, 중국을 택한 응답은 13.1%에 불과했다. 이 경향은 2014년부터 지속되어 왔고, 미국을 꼽은 답은 최소 58.7%로 적어도 절반 이상이 전략적 협력대상으로 미국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최고 85.5%).

여기에는 미국이 과거 70년 동안 한국과 동맹을 지속해 온 상대라는 점, 반도체나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림 1]을 보면 중국을 택한 비율은 2015~2016년 두 차례 30%대를 기록했으나 그 전후로 20%대에 머물렀다. 최근 이 수치는 10% 내외까지 감소해 한국인의 미국 편향은 더 두드러졌다. 이는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고, 강도가 높아지면서 우리 안보의 중추인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림 1] 미중 대결구도 속 협력대상: 미국 vs. 중국4 (%)

그림1
 

한미관계 전망에서도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양국 관계를 낙관한 한국인의 비율은 다수였다(최소 57.2%, 최고 88.3%). 예외적으로 부정론이 긍정론을 앞선 시점은 2016년 말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로, 미국 대외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았던 때 뿐이었다. 같은 기간 안보에서 미국을 중요하게 본 비율은 최소 56.6%, 최고 81.6%로 중국을 꼽은 비율보다 적어도 41%p 이상 높았다. 경제는 2017년 한반도 사드 배치와 그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후, 미국을 택한 비율이 최소 48.7%에서 최고 60.1%로 30%대에 머무른 중국에 최소 16.4%p, 최대 27.9%p 격차가 났다.5 이는 한국인의 미국 편향을 지지하는 근거다. 즉 한국인이 대체로 한미관계를 낙관했고, 안보와 경제에서 미국을 중요하게 봤기에 미중 가운데 미국을 전략적 협력대상으로 본 셈이다.

다음은 아세안, 유럽연합, 일본에서 실시한 미중 인식 조사의 결과를 살펴봤다. 앞서 인용한 싱가포르 동남아 연구소(ISEAS)의 아세안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2023년 아세안 응답자는 미국과 중국을 6대4 정도(미국 61.1%, 중국 38.9%)로 택했다. 미국 편향이 뚜렷했던 한국인과 달리 특정 국가로의 쏠림이 덜했다(2022년 미국 57%, 중국 43%). 유럽연합, 일본은 문항이 일치하지 않았으나 간접 비교할 수 있는 조사를 참고했다. 먼저 유럽연합은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일어난다면 어느 쪽을 지원할지에 58%가 중립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미중 가운데 한 쪽을 지원할 것이란 답은 각각 25%, 5%였다.6 일본은 EAI-겐론NPO 한일 상호인식조사를 보면 2020년, 일본인은 65.9%는 미국을 가장 중요한 국가로 꼽았으나 중국이라고 한 답은 8.9%에 그쳤다.7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유럽연합, 일본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미국 선호 경향은 일부 드러났다.

 

한국인의 제3 협력대상 인식

 
미중을 제외한 협력대상으로 한국인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살펴봤다([그림 2] 참고). 한국 응답자는 본원 조사의 질문, “선생님께서는 미중 전략경쟁 구도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다음 중 어디와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미중을 제외한 우선 협력대상으로 유럽연합을 꼽았다. 33.1%가 유럽연합을 중요 협력대상으로 봤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별, 이념성향, 미중 인식에 관계없이 유럽연합을 제3 협력대상으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한국과 유럽 사이 지리적 거리, 그리고 유럽, 유럽연합이라는 지역 혹은 지역협력체 단위의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유럽을 선진국 집합으로 보는 한국인의 정서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아세안(19.2%)과 일본(18.2%)을 택한 한국인의 비율이 비슷했다(인도 7%, 호주 4.3%, 영국 2%). 미중을 제외했을 때 유럽연합 다음으로 아세안, 일본을 꼽은 비율이 19% 내외로 비슷한 점은 유의할 결과다. 한국인이 아세안을 일본만큼 중요하게 봤다는 뜻이다. 아세안은 한국 주변 4강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아세안을 개발도상국 모임으로 인식하고, 중요한 글로벌 행위자로 여기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아세안을 유럽연합 다음으로, 일본과 함께 제3 협력대상으로 본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난 5년간 지속된 신남방정책, 한-아세안 간 늘어난 교역-투자 규모, 중국을 대체할 경제 협력 상대로 부상한 아세안의 위상이 부각되며 한국인의 아세안 인식이 바뀌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인이 일본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한 점은 수년간 악화된 양국 관계, 일본의 수출통제 조치 등 경제 보복 여파로 나빠진 국내 대일 여론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8

ISEAS 조사에서 아세안 응답자는 “미중 경쟁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제3세력과 협력해야 한다면 누가 가장 믿을 만한 전략적 협력대상인가?”라는 질문에 42.9%가 제3 협력대상으로 유럽연합을 택했다. 미중 다음으로 유럽연합을 꼽은 점은 앞서 살펴본 한국 조사와 일치한다. 다음은 일본(22.6%), 인도(11.3%), 호주(9.3%), 영국(6.8%) 순이었다. 한국을 택한 비율은 3.2%에 그쳤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한국 조사에 비해 유럽연합을 꼽은 비율이 10%p 이상 높았다는 점이다. 한국인에 비해 아세안 응답자가 유럽연합에 느끼는 전략적 거리감이 가깝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일본은, 1950년대 후 지속적으로 이뤄진 동남아와 협력이 만들어 낸 인식의 기반이 탄탄해 유럽연합 다음으로 꼽힌 듯하다.

위의 한국, 아세안 조사 결과를 정리하면 첫째, 두 조사에서 미중을 제외한 전략적 협력대상으로 유럽연합을 우선 꼽은 점은 일치했다. 물리적 거리를 감안해도 유로존의 정치∙경제 영향력을 높게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둘째, 유럽연합 다음으로 아세안 응답자는 일본, 한국 응답자는 아세안과 일본을 꼽았다. 역내 일본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해가 된다. 다만, 한국 응답자가 일본만큼 아세안을 중요하게 본 점은 의외다. 이는 한국인이 제2 교역 상대가 된 아세안의 위상 변화를 일부 인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셋째, 아세안 조사와 달리 한국 조사는 모름∙무응답이 14.1%나 됐다. 4강에 집중된 한국 외교로 인해 한국인이 미중을 제외한 다른 선택을 생각해 본 적 없다는 뜻으로 읽혀 흥미롭다.

 

[그림 2] 미중을 제외한 제3 협력대상: 한국 vs. 아세안 (%)

그림2
 

인구사회학적 특성별 제3 협력대상 인식

 
한국인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제3 협력대상 인식은 연령대, 이념성향별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미중을 제외하고 유럽연합을 중요 협력대상으로 꼽은 것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동일했다. 20대부터 50대 모두 40%이상이 미중을 제외하고 유럽연합을 중요 협력 상대로 꼽았다. 이와 달리, 60대는 일본을 택한 비율이 31.7%로 가장 많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30대, 50대는 유럽연합 다음으로 일본이 아닌 아세안을 꼽은 점이다. 30대, 50대가 아세안과 일본을 택한 비율은 그 격차가 10~15%p로 꽤 컸다. 60세 이상, 20대는 유럽연합 다음으로 일본을 중요 협력대상으로 꼽았는데, 그 비율은 각각 31.7%, 24%였다. 여기서는 60세 이상 고령층이 일본을 중요 협력 상대로 본 점, 30대와 50대는 일본보다 아세안을 택했다는 점, 20대와 60세 이상이 아세안보다 일본을 택한 비율이 높은 점이 주목할 만하다.

 

[표 1]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제3 협력대상 인식9 (%, (명))

표2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일본을 택한 비율이 높았던 것은 이들이 ‘잃어버린 30년’ 전의 선진국 일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이들에게는 그들이 사회화된 젊은 시절 느꼈던 유럽까지의 물리적 거리 등이 작용해 다른 연령대보다 유럽연합을 덜 중요하게 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세안을 꼽은 비율이 20대보다 높게 나타난 점은 최근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 아세안 성장에 따른 전략적 중요성 등을 고령층도 어느 정도 인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젊은 층일수록 국제관계, 국제정세 정보가 풍부해 아세안을 더 중요하게 볼 수 있었으나, 오히려 20대는 아세안의 중요성을 낮게 봤다. 대신에 유럽연합을 중요하게 봤고, 일본의 중요성은 30~50대보다 높게 평가했다. 이 점은 고령층과 달리 젊은 층은 유럽과의 지리적 거리감을 극복했고, 이에 따라 유럽연합을 멀리 떨어진 상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젊은 층일수록 일본 문화 소비에 활발한 점은 일본을 중요 협력대상으로 인식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30~50대에서 일본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한 경향은 과거사 및 영토 문제, 일본의 경제 강압 조치 등 한일관계에 대한 민족주의 시각이 작동한 탓으로 보인다.

미중을 제외한 제3 협력대상 선택은 이념성향별로도 차이가 났다. 보수층은 다른 이념성향 응답자에 비해 일본을 택한 비율(31.8%)이 높았다. 중도에 비해 약 13%p, 진보에 비해서는 20%p 이상 높았다. 반면에 유럽연합을 택한 비율은 중도, 진보에 비해 10%p 안팎으로 적다. 아세안을 택한 응답자는 진보(29%)가 가장 많았고, 보수와 중도는 21%내외였다. 진보층 내 일본을 택한 비율이 11.7%였던 점을 고려하면 10%p가량 차이가 났다. 연령대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은 이념성향과 관계없이 유럽연합을 제3 협력대상으로 꼽았다(중도 43.8%, 진보 41.6%, 보수 32.4%).

위의 결과에는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보수층이 일본을 택한 비율이 높았던 점은 일본에 대한 전통 관점 즉 일본이 선진국이고, 경제적으로 중요하며, 한반도 문제에서 한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층에서 일본을 택한 비율이 높았던 것은 60대 이상과 보수층이 겹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지리적으로 먼 유럽연합의 중요성을 낮게 본 점은 이들을 연령에 영향받은 보수층으로 규정하면 설명 가능하다.

이에 반해, 진보층은 일본을 중요 협력대상으로 본 비율이 낮았는데 이들은 일본 대신 아세안을 택했다. 전반적으로 유럽연합, 아세안, 일본을 택한 비율을 보면 앞선 연령대별 응답에서 30~50대 응답의 양상과 유사했다. 그 경향이 연령별 응답에 비해 두드러진 이유는 과거사 문제, 경제 갈등 등으로 일본에 대한 불신이 진보층 내에 퍼져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진보층이 민족주의 성향을 띤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다.

그러나 진보층이 민족주의 성향으로 인해 아세안을 택한 것으로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신, 이는 국내 정치적으로 진보 정부로 평가받는 문재인 정부가 아세안과 인도를 대상으로 한 신남방정책을 적극 펼친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된다. 대통령의 아세안 순방, 2019년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등은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가 문 정부의 주요 외교정책 유산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문 정부 지지층에 가까운 진보층이 아세안에 더 관심이 있고, 한-아세안 경제 관계 등 아세안의 중요성을 더 많이 인지했을 개연성이 있다.

 

미중 인식에 따른 제3 협력대상 인식

 
미중 전략적 선택
 
[표 2]는 한국인의 미중 전략적 선택에 따른 제3 협력대상 응답을 교차해 보여준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중국 가운데 어디와 더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지를 물은 양자택일 문항을 이용했다. 앞서 살펴봤듯이 미중 전략적 선택에는 한국인의 미국 편향이 뚜렷했으나 미국, 중국 다음으로 꼽은 협력대상이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한 경향을 파악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함의가 있다.

미중 전략적 선택에서 미국을 고른 응답자는 미중을 제외한 제3 협력대상으로 유럽연합을 꼽았다(40.9%). 다음으로는 24.9%가 일본을 꼽았다. 반면에 전략적 협력대상으로 중국을 택한 응답자는 사례 수(117명)가 적지만, 아세안(41%)과 유럽연합(35%)를 꼽은 비율이 오차 범위 내로 차이가 없었다. 이는 미중 전략적 선택에서 중국을 택한 응답자가 아세안을 유럽연합만큼 중요한 것으로 봤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또 이들 중 다수가 아세안, 유럽연합을 고른 탓에 일본을 꼽은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6.8%). 사례 수가 적어 해석에 유의해야 하지만, 미중 가운데 중국을 택한 이들이 미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전통 우방이 아닌 대안을 고른 경향이 있었다. 이로 인해 제3 협력대상으로 일본 대신 아세안과 유럽연합을 골랐을 가능성이 있다. 또 신남방정책 등 아세안의 중요성을 강조한 문 정부의 행보가 아세안을 유럽연합만큼 중요한 제3 협력대상으로 본 원인으로 해석된다.

 

[표 2] 미중 전략적 선택에 따른 제3 협력대상10 (%, (명))

표3
 

경제∙안보 중요 국가
 
[표 3]은 우리 안보와 경제에 있어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가운데 어느 나라가 중요하다고 보는지에 따른 제3 협력대상 응답치다. 분석에는 미국, 중국을 선택한 표본만 이용했다. 먼저 경제 문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첫째, 응답자의 미중 선호와 관계없이 유럽연합이라고 한 답이 많았다. 둘째, 미국을 택한 응답자는 유럽연합에 이어 일본, 중국을 택한 이들은 아세안을 꼽은 경향이 드러났다. 즉 중국을 택한 응답자는 유럽연합보다 아세안을 제3 협력대상으로 꼽았다.

중국을 택한 응답자가 유럽연합(34.6%)과 아세안(32.4%)을 꼽은 비율은 오차 범위 내로 차이가 없었다. 일본은 17.3%에 불과했다. 중국이 우리 경제에서 중요하다고 본 이들은 현실적으로 한국의 대중 무역의존도, 투자 규모 등을 근거로 중국을 골랐을 것이다. 이 응답을 한 이들 입장에서 중국 시장 미래가 불투명하거나, 중국이 우리의 안보 위협이 될 경우 중국 시장을 대체할 잠재력 있는 곳이 어디인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은 중국을 대체할 후보로 언급된 아세안을 미중에 이은 제3 협력대상으로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보 문항을 이용한 결과는 [표 2]의 미중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것과 유사했다. 미중 전략적 선택보다 안보에서 미국, 중국 사이 선택은 미국 편향이 두드러졌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중국을 택한 응답자에 대한 해석은 유의해야 한다. 먼저 안보에서 미국이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유럽연합(41.5%)을 제3 협력대상으로 봤다. 일본(23.5%), 아세안(20.1%)을 꼽은 비율은 20% 초반으로 비슷했다. 반면, 안보에서 중국을 중요하다고 본 이들은 먼저 아세안(36.8%)을 꼽았다. 그러나 이는 사례 수(57명)가 적어 유럽연합, 아세안, 일본을 꼽은 응답을 유의미한 차이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표 3] 경제∙안보 중요 국가 인식에 따른 제3 협력대상11 (%, (명))

표4
 

미중 전략적 선택, 안보∙경제에서 어느 나라가 중요하다고 보는지와 관계없이, 한국인은 대체로 유럽연합을 제3 협력대상으로 봤다. 한국인이 유럽연합을 제3 협력대상으로 꼽은 점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경제와 안보에서 중국이 중요하다고 본 이들이 아세안을 유럽연합만큼 중요하게 봤다는 것이다. 반면, 어느 경우에도 한국인은 일본을 최우선 제3 협력대상으로 보지 않았는데, 미국을 택한 응답자만 유럽연합 다음으로 일본을 꼽았다.

위에서 전략적 선택, 경제∙안보 중요 국가 선택에서 중국을 고른 이들 중에 아세안을 제3 협력대상으로 꼽은 이들이 상당한 점은 다소 의외다. 이는 미중 사이 미국을 택한 응답자가 유럽연합, 일본, 아세안 순으로 제3 협력대상을 택한 반면에 중국을 택한 응답자는 아세안을 유럽연합만큼 중요한 제3 협력대상으로 봤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아세안의 군사력, 외교력, 전략적 무게를 높이 평가해 아세안을 고른 것은 아닐 것이다. 아세안 때문이 아니라 안보에서 중국이 중요하다고 본 응답자는 안보에서 미국과 차이 없는 일본, 유럽연합을 택하기보다 다른 선택지를 꼽았을 가능성이 있다.

 

나가며

 
본 연구에서 다루려고 했던 핵심 질문은 미국과 중국 외 제3 협력대상으로 어느 국가 혹은 지역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라는 한국에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국가가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미중 양국에 한국의 모든 외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나친 의존은 우리의 자율성을 제약한다. 이런 점에서 미중 외 제3 협력대상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국에서 이 질문을 던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대외정책 범위가 넓어질수록 미중을 넘어 제3 세력과의 연대, 협력은 반드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고, 향후 한국인의 제3 협력대상 인식에 관한 개별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유럽연합, 일본, 아세안 등을 포함한 제3 협력대상 인식 조사에서 의외로 아세안을 택한 한국인이 많다는 점은 눈에 띈다. 결론을 대신해 이에 대한 해석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인구사회학적으로 30~50대, 중도 및 진보층이 유럽연합에 이어 일본이 아닌 아세안을 제3 협력대상으로 꼽았다. 아세안이 일본보다 앞섰던 연령대와 이념성향을 감안하면 문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대한 지지와 그에 따른 아세안 중요성 인식, 일본에 대한 상대적으로 강한 반감 등이 드러난 결과로 보인다.

미중을 제외한 제3 협력대상 선택에 있어 경제, 안보에서 중국을 중요하다고 본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일본보다 아세안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에 대한 상대적 호감이 아세안으로 연장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 응답자 군은 아세안을 중국과 유사한 세력, 혹은 중국의 연장선상에 놓고 보기보다 중국에서 얻는 경제 이익을 보완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거나 안보적으로 미국, 일본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국을 택하지 않은 이들이 일본 대신 아세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은 아세안이 자체 경쟁력을 가지고 유럽연합, 일본 사이에서 한국의 제3 협력대상으로 온전히 자리잡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세안을 제3 협력대상으로 선택한 한국인은 다른 선택을 피하기 위한 반대 급부로 아세안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본에 대한 반감, 혹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일본이 아닌 다른 선택지로 아세안을 택한 점은 한국인이 아직 아세안의 강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즉 한국과 아세안 사이 경제 관계, 사회문화 교류의 폭에 비해 아세안의 중요성이 국내에 덜 확산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런 점은 향후 한국의 대 아세안 정책뿐 아니라 아세안 국가의 대 한국 공공외교가 풀어야 하는 숙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이재현∙강충구 (2020). 아세안과 신남방정책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정치성향과 세대의 간극. 이슈브리프. 서울: 아산정책연구원.
  • 2. Seah, S. et al (2023). The State of Southeast Asia  2023. Survey Report. Singapore  ISEAS-Yusof Ishak Institute.  https://www.iseas.edu.sg/articles-commentaries/state-of-southeast-asia-survey/the-state-of-southeast-asia-2023-survey-report-2/ 위에서 아세안 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학계, 연구자, 산업계(금융), 시민사회(NGO 등), 언론, 정부, 비영리(국제) 기구 종사자 등이다(조사기간: 2022년 11월 14일~2023년 1월 6일, 조사대상: 동남아 10개국 1,308명).
  • 3. 원고에 인용한 본원의 여론조사 개요(방법론)는 다음과 같다.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 표집오차: 95% 신뢰구간에서 ±3.1%p, 조사방법: 유선∙휴대전화 RDD 전화인터뷰(CATI) 조사, 조사기간: 2023년 3월 13~15일, 실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
  • 4. 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2023). South Koreans and Their Neighbors 2023. Survey Report. Seoul  As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https://en.asaninst.org/contents/south-koreans-and-their-neighbors-2023/
  • 5. 제임스 김∙강충구∙함건희 (2022). 한국인의 한미관계 인식. 아산리포트. 서울: 아산정책연구원. 2023년 수치는 3월 실시한 조사의 결과다.
  • 6. 유럽외교협회(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https://datawrapper.dwcdn.net/4E0Ze/3/
  • 7. EAI-겐론NPO (2020). 제9회 한일 상호인식조사.
    https://www.eai.or.kr/new/ko/event/view.asp?intSeq=20799&board=kor_event&keyword_option=& keyword=&more
    본문에는 공개된 자료에서 각각의 가장 최근 결과를 비교했다.
  • 8. 앞서 밝힌대로 본 조사는 2023년 3월 자료로 현 정부가 추진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본격화되기 전에 이뤄졌다. 이후 한일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시각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인해 좋지 않다. 다만, 일본이 중요 협력대상인지에는 한국인의 관점이 다소 바뀌었을 가능성은 있다.
  • 9. 본문 [표 1]에는 미국, 중국을 제외하고 협력을 강화해야 할 대상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상위 3순위(유럽연합, 아세안, 일본) 응답만 제시했다. [표 1]에 제시한 교차분석 검정값은 연령대 x2=62.991, df=20, p<.05, 이념성향 x2=43.752, df=10, p<.05였다.
  • 10. 미중 전략적 선택은 미중대결 속 우리나라가 협력을 강화해야 할 나라를 답하게 한 문항으로 모름∙무응답을 제외한 교차분석 사례수는 811명이었다. 검정값은 x2=39.754, df=5, p<.05였다.
  • 11. [표 3]의 경제, 안보는 각각 현재 우리나라 경제, 안보에 가장 중요한 나라를 답하게 한 문항에 대한 조사결과다(질문: “선생님께서는 현재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 경제/안보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여기에 제시한 교차분석은 모름∙무응답을 제외한 결과로 사례수는 경제 834명,
    안보 836명이었다(검정값 경제 x2=59.238, df=25, p<.05, 안보 x2=39.330, df=20, p<.05).

 

About Experts

이재현
이재현

지역연구센터 ; 출판홍보실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며, 비전통 안보와 인간 안보, 오세아니아와 서남아 지역에 대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2011),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2012), 『동아시아공동체: 동향과 전망』(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미-중-동남아의 남중국해 삼국지” (2015),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 공간의 등장” (2015).

강충구
강충구

연구부문

강충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정책소통지수 개발" 연구에 참여했고, 연구 관심분야는 양적연구방법, 조사설계, 통계자료 분석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