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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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절대무기’1로서, 여전히 세력균형과 국제질서의 중심에 서 있다. 미-중 패권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이 충돌하면서 핵무기의 확산을 억제해왔던 국제 핵군축체제도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고 있으며, 중국은 1천발 이상의 핵무기를, 북한도 300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2

미 의회는 새로운 핵경쟁의 상황에서 미국의 핵태세를 재점검하기 위하여 초당적인 연구를 수행할 “전략태세위원회(Strategic Posture Commission, SPC)”를 14년 만에 재구성했다. SPC는 최근 핵위협을 높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양국과의 핵전쟁시 미국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SPC의 보고서는 ICBM과 SLBM 위주의 전략핵억제를 추구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전술핵무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배치하는 등 핵전력을 광범위하게 증강할 것을 제안했다.3 동 보고서는 핵군축을 추구해오던 바이든 정부의 기존 핵정책 기조와는 상충하지만, 중-러 양국과의 핵경쟁을 준비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을 반영한다.

2024년 들어 북한의 핵위협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SPC보고서가 제안하는 미국의 정책변화에는 한미동맹의 핵 확장억제를 강화할 수 있는 실마리가 포함되어 있다. 우선 중-러에 대한 대응으로 전력중심이 변경됨에 따라 미국의 확장억제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기에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편 SPC 보고서의 권고대로 미국의 전술핵무기 역할이 증대될 경우, 우리 정부는 운영 중인 핵기획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을 통해 전술핵운용을 논의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SPC 보고서와 핵태세 변화 요구

 
2023년 10월,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조직한 “전략태세위원회(Strategic Posture Commission, SPC)”가 최종보고서4를 발표하면서 조야의 관심을 얻었다. SPC는 2008년 국방수권법에 의해 만들어진 초당적 조사위원회로, 미 의회로부터 미국의 장기적인 전략태세를 검토하고 권고하는 것을 임무로 했다. 2009년 5월 제출된 SPC의 보고서에서는 냉전종식 후 러시아 등 핵보유국으로부터의 실질적 핵위협은 줄어들어 핵테러를 최대의 안보위협으로 보았으며, 억제전략과 군비통제 및 비확산 등으로 핵사용 가능성과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첫 보고서가 나온 지 14년이 지난 2023년 새로운 SPC 보고서에서는 그간의 국제 핵질서와 세력균형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5 이번 위원회는 12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위협평가와 태세변경을 검토하고, 81개의 구체적인 제언을 제시하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27-2035년 시기에 직면할 ‘중국과 러시아의 동시적인 위협(two-peer threat)’과 핵전력 증강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핵무기 증강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SPC 보고서의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면서, 특히 중국의 핵전력 증강에 위협평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두 경쟁국의 기회주의적이거나 동시적인 공격가능성”에 대한 전략태세를 갖추지 못하면 공격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6 중국 핵무기 보유량의 급격한 증가에 대해서는 미국 대부분의 정보기관과 연구소가 동의하지만, 위원회는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의 핵전력 증강이 근본적으로 미국 핵보복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미국 국방전략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의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요구했다.

둘째, 현재 미국의 핵전략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미 국방부의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 전략7을 지속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래에도 전략적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핵전략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범정부적(whole-of-government) 노력을 통합하는 한편 미국과 동맹국의 재래 전력을 합쳐도 억제를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하여 핵-재래식 통합을 요구했다. 또한 중국이 미국 수준으로 핵전력을 증강할 것을 고려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핵태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8

셋째, 위원회는 전략태세를 질적·양적 모두 즉각 증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략핵무기를 양적으로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ICBM에 한정된 전력구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반영한 핵무기로 현대화할 것을 요구했다. 투발 수단, 핵탄두, 핵 지휘·통제· 통신(NC3), 핵인프라를 포함하는 핵현대화 사업을 신속히 실시하여 질적 수준을 높이며, 다탄두를 탑재한 센티넬(Sentinel) ICBM9 배치, B-21 전략폭격기10 도입 확대, 콜롬비아급 전략원잠(Columbia SSBN)11 도입과 트라이던트(Trident) II SLBM의 증산, 이동식 ICBM의 개발 등 핵전력의 양적 증강을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핵수단을 확대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요구되는 핵전력 수요를 충족하며, 재래전력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12

넷째, 보고서 전반에서 강조된 사항은 “비전략태세(Nonstrategic posture)”, 즉 전술핵 중심의 태세전환이다.13 이는 유럽과 인태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구 핵능력(theater nuclear capabilities)”, 즉 전술핵능력이 필요하다는 주장14으로, 적의 핵사용을 억제하고 각 전구(戰區, theater of war)의 재래전력 열세를 상쇄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전진 배치가 가능하고, 적의 선제공격에도 생존이 가능하며, 저위력부터 전략핵까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적 통합 방공체계로 침투할 수 있는 신뢰성과 작전상 투발 가능한 신속성을 갖추려면, 비전략핵무기15, 즉 전술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생존성과 가변성이 있고 배치가능한 전술핵무기’16는 해상발사미사일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전략적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군비통제의 중요성도 포함하고 있다. 비확산과 군축이라는 전통적인 주제를 다룸에 있어, 미국의 안보를 증진하려면 핵군축의 시기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핵군축 기회를 탐색하고, 기술검증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며,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오인 및 오판의 가능성을 줄여나갈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미국, 러시아, 중국 3자가 모든 핵탄두와 운반체계를 효과적으로 검증하고 제한할 수 있는 협정을 맺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이며, 미국은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17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현재의 군비경쟁 추세를 저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제시하지 못했으며, 군비통제의 전제조건이 성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핵심 쟁점

 
SPC 보고서는 미국 의회가 선정한 독립위원회의 조사보고서로, 행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며 채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27년 이후의 핵질서를 전망하는 초당적인 보고서라는 점에서 향후 미국 핵교리와 태세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중요한 보고서이다. 2024년의 미국의 대선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미국 조야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행정부는 보고서의 권고사항을 상당부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보고서는 2022년 미 국방부가 발간한 발간한 『핵태세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와 전반적인 위협인식을 같이하고 있으며, 바이든 정부도 핵무기 현대화와 핵태세 강화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핵위협과 핵태세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장기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한 핵강대국들의 인식이 분명히 달라졌음을 전제할 때, 이번 SPC 보고서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핵질서의 변화를 예측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주는 영향요인을 파악하는 데에도 중요한 작업이다. 현재 미국에서 제기되는 쟁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위협평가가 너무 과도하며 현실성이 낮다는 비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서가 “지구 종말의 날(Dooms Day)”을 상정하여 가장 위험한 단일 시나리오만을 전제했다고 비판했다.18 가능성이 작고 위험성이 큰 중-러 동시 핵전쟁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 경우 소모적이고 편향된 능력 구축이 대응책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협평가는 보고서가 제시한 적응력과 유연성을 오히려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미 국방당국은 러시아와 중국 핵전력의 양적 증강이 정말 미국에 위협이 될 것인가에 대해 계속하여 의문을 품어왔다. 탈냉전기 미국은 상당기간 핵전력의 질적 우세를 통해 핵안보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기체계와 군사전략의 질적 우위가 양적 열세를 상쇄하여 상대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논의인 ‘충분성(sufficiency)’ 논쟁은 지속될 것이다.19

둘째, 해당 위원회가 핵전력에만 집중하여 핵전략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있다. 전략적 사고와 결심에 의해서 다양한 핵태세가 결정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단순한 산술적 계산으로 핵전력의 양적 비교만 하다 보니 핵무기의 증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핵태세는 핵전력의 수량과 유형, 위치, 대기상태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태세를 결정하는 목표와 개념을 제시하는 핵전략을 우선하여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20 결국 핵전략에 대한 고민없이 미국이 스스로 무제한 군비경쟁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는 군비통제론자들의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21

셋째,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볼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이다. 미국 핵무기에 대한 인식 관련 질문으로, 그동안 ‘억제’에 중점을 두었던 것에서 ‘사용’으로 전환했느냐의 질문이다. 핵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하에서 NPT체제가 유지되고 핵강대국 간의 군비통제조약이 유지되어 왔다. 이번 보고서에 대한 강력한 비판 중의 하나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불안감이다. 물론 핵선제공격은 불가능한 옵션이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의 핵공격에 대해서 핵무기로 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다양한 비전략핵무기의 개발과 기존 핵무기의 현대화를 강조하면서, 군비통제와 외교의 공간을 간과함으로써 오히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22

넷째, 2027년 이후를 예측하는 문건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군사기술의 영향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는 우주, 사이버, 전자전 능력과 이로 인한 위험을 다루고 있지만 여전히 피상적인 언급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인공지능과 자율무기체계의 통합도 권고하고 있지만 전략개념의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핵태세를 제안하면서 현존 핵무기의 기술수준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기술발전이나 그로 인한 핵전략의 개발보다는 양적 증강에만 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이다. 많은 학자들은 이미 “제3차 핵시대” 로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23 기존에는 핵탄두와 투발 수단 및 플랫폼만을 핵전력으로 인식했지만, 이제는 감시정찰, 지휘통제, 미사일방어, 우주 및 사이버 기반 능력과 연동되는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다섯째, 예산 제약으로 SPC의 권고가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도 비판의 대상이다. 위원회는 전략핵무기의 현대화와 양적 증강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전술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할 것을 권고하는데,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미 미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향후 10년간 총 7,560억 달러의 예산을 요구했는데, 이는 바이든 정부의 요구에 따라 해상발사 순항미사일의 예산을 삭감한 수치이다.24 즉 SPC 보고서가 권고한 전술핵무기의 개발과 생산을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며, 핵물질 효율이나 생산비용 측면에서 전략핵무기에 비해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은 2023년 6월 연설에서 “미국이 경쟁국들의 핵무기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핵전력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 “무제한경쟁은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바 있지만,25 군비경쟁과 이에 필요한 예산에 대한 논쟁은 지속될 것이다.

여섯째, 핵태세의 문제는 ‘표적화(targeting)’ 논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번 SPC 보고서의 골자는 러시아와 중국의 핵전력을 동시에 공격하기 위해 보다 많은 수의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더 많은 핵무기가 필요하냐’는 질문은 ‘어디를 공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핵무기가 정밀성과 융통성을 갖추지 못했던 시기에는 민간인이 거주하는 도시를 표적으로 하는 공격(대가치 표적 공격)이 유일한 선택지였지만, 군사기술이 발전하면서 군사목표만을 겨냥하는 공격(대군사 표적 공격)도 가능해졌다.26 여기에 민간 부수피해와 국제법적 제약을 고려할 때 대군사 표적을 지향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27 그러나 대군사 표적만을 공격하는 것은 실현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너무 많은 핵무기가 필요하여 효율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대가치 표적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28

결국 SPC 보고서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기존의 핵군축체제의 근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논란이 가열되는 것은 냉전종식 후 지속된 핵군축 정신의 역린을 건드린 것에 핵군축론자들이 치열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최악의 핵경쟁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SPC 보고서의 과감한 주장은 핵능력에 기반하여 국제질서를 유지해야만 하는 미국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안보에 대한 함의와 정책제언

 
SPC 보고서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과 논의는 향후 미국 핵태세의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와 한반도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2024년의 대선 결과에 따라 트럼프 정부 출범 시에는 SPC의 권고사항이 적극 반영될 수 있지만, 바이든 정부가 지속되더라도 SPC 보고서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SPC 권고사항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보는 것은 한국 국방전략의 방향을 수립하는데 있어서도 꼭 필요하다.

첫째, 한미동맹의 억제태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백에 대응하여 한국 전용의 핵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SPC 보고서는 핵강대국 간의 핵경쟁에 초점을 맞추므로 북한의 핵무기는 부차적인 위협으로 인식된다. 미국은 두 핵강국의 위협 하에서 북한의 미 본토 타격 위협이 가시화될 경우 확장억제 태세를 조정할 것이고, 이는 한국이 직접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는 태세를 강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동북아 지역의 핵위협이 점차 고조될수록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은 지속적으로 의심받게 된다. 결국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고 북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려면, 한반도에서의 확장억제태세에 빈틈이 없도록 한국 방어에 전념할 수 있는 핵전력이 할당되어야 한다.

둘째, 미국 전술핵무기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므로,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고 구체적인 핵 작전계획도 수립되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거리핵전력조약(Intermediate -Range Nuclear Forces Treaty, INF)”에서 탈퇴하고 다양한 전술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예견된 것이었지만, 바이든 행정부도 경쟁국들의 전술핵무기 위협을 무시할 수 없었다. SPC 보고서에서도 역시 전술핵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는 전술핵무기의 한국 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아산-RAND의 최근 보고서 내용과도 방향성을 같이 한다.29 북한이 전술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고 나서면서 한반도 억제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전술핵 사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와 “재래-핵전력 통합(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CNI)”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도 점증하는 핵사용의 위험을 고려하여 한반도 전구에서의 “모든” 군사작전에 대한 기획과 실행을 주도해야 한다.

셋째, 군사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표적화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SPC 보고서를 둘러싸고 억제의 효과성, 작전의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표적화 논쟁이 뜨거우며, 북한의 핵위협이 고도화될수록 한미동맹 역시 구체적인 표적화가 요구된다. 북한의 핵공격 징후를 정확히 식별하고 선제적으로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북한 핵전력에 대한 정보분석, 감시정찰, 지휘통제, 타격 및 방호,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일련의 핵작전을 공백 없이 기획해야 한다. 2023년 워싱턴 선언의 정치적 공약을 군사적 차원에서 이행하는 과정에서 표적화 문제에 대한 한미 간의 인식차이가 있을 수 있다.30 따라서 어떤 표적을, 어떤 수단으로, 누가, 언제 타격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공동기획과 공동실행, 연습·훈련을 통한 지속적인 조정의 과정이 요구된다.

넷째, 군비통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SPC 보고서는 군비통제보다 군비경쟁으로 방향을 설정했다고 비판받는다. 미국은 강대국과의 핵무기 감축을 이뤄낸 경험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전략경쟁에서 승리하고 전략적 안정성을 이뤄냈다는 인식으로 인해 군비통제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사이의 핵군축 시도 그 자체는 북한의 핵무장 용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한국은 섣부른 군비통제 시도를 저지하고 비핵화에 집중해야 한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양국의 공통된 목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하고 핵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위기관리에 나서야 한다. 한미 양국은 추구해야 할 현실적인 비핵화 로드맵과 위기관리 목표를 상호 간에 정렬하고, 전술핵 재배치 등 핵억제를 위한 최적의 동맹전력을 구성함은 물론, 양자·다자 차원의 대북제재 이행과 반확산의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여, 양국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절대무기(Absolute Weapon)’란 ‘적이 그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앞에서 굴복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위력을 지닌 무기’를 의미한다. 국제정치학자이자 군사전략가인 버나드 브로디(Bernard Brodie)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절대무기’라고 정의하기 시작하면서, 절대무기는 통상 핵무기를 일컫는 것으로 통용된다; R.A. McConnell, ‘The Absolute Weapon’, AIBS Bulletin Vol.11 No.3 (June 1961), p.14; Bernard Brodie, The Atomic Bomb and American Security (New Haven, CT: Yale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1945); Bernard Brodie, Atomic Power and World Order (New York: Harcourt Brace, 1946).
  • 2. “China will have over 1,000 nuclear weapons by 2030, exceeding US predictions, Pentagon report on PLA expansion says”, South China Morning Post (Oct 21, 2023); 최강·브루스 W. 베넷 등, 『북핵위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아산정책연구원 및 RAND 연구소, 2021); 박용한·이상규, “북한의 핵탄두 수량 추계와 전망”, 『KIDA 동북아안보정세분석』 NASA 23-2 (2023년 1월 11일).
  • 3. Tara Drozdenko, “Why the congressional strategic posture report is not about nuclear deterrence, but warfighting”,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Nov 8, 2023).
  • 4. Madelyn R. Creedon et al., America’s Strategic Posture: The Final Report of Congressional Commission on the Strategic Posture of the United States (October 2023),
    https://armedservices.house.gov/sites/republicans.armedservices.house.gov/files/Strategic-Posture-Committee-Report-Final.pdf.
  • 5. 2009년 보고서에 대해서는 당시 SPC 위원장을 맡았던 윌리엄 페리(William J. Perry) 전 국방장관이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발언했던 내용을 통해서 자세히 알 수 있다. 2009년 SPC 보고서는 냉전종식후 핵 위협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판단했으며, 미국이 직면한 잠재적 위협을 억제하려면 충분한 전력확보와 함께 현대화를 추구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범지구적인 핵군축과 비확산, 그리고 위협감소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William J. Perry & James R. Schlesinger, America’s Strategic Posture: The Final Report of Congressional Commission on the Strategic Posture of the United States,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2009).
  • 6. Creedon et al., Op cit., p.7.
  • 7.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란 바이든 정부에서 발표된 새로운 안보전략으로, 핵억제력에 더하여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 등 국력의 모든 수단을 통합하여 동맹국과 협력국의 네트워크 속에서 모든 적대적 공세를 억제하는 전략개념이다; U.S. Department of Defense, 2022 National Defense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October 27, 2022), pp.8-11.
  • 8. Creedon et al., Op cit., p.96.
  • 9. ‘센티넬(LGM-35 Sentinel)’은 차세대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으로, 현용 ICBM인 ‘미니트맨 III(LGM-30G Minuteman III)’를 대체하여 2030년부터 일선에 배치될 예정이다.
  • 10. B-21 ‘레이더(Raider)’는 미 공군의 차세대 전략폭격기로, 2040년대부터 현재 미군이 운용 중인 B-52 · B-1 · B-2 전략폭격기 3개 기종을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 11. 콜롬비아급(Columbia-class)은 미 해군의 차세대 전략원잠(Submarine, Ballistic Missile, Nuclear Powered, SSBN)으로, 2028년부터 12척이 건조되어 현재 운용중인 오하이오급(Ohio-class) 14척을 대체할 예정이다.
  • 12. Creedon et al., Op cit., pp.33~35.
  • 13. Ibid., p.38.
  • 14. Ibid., p.46.
  • 15. 비전략핵무기(Non-Strategic Nuclear Weapon)란 전선의 적을 무력화하는 용도로 개발된 저위력 핵무기(Low-Yield Nuclear Weapon)로, 전술핵무기를 가리킨다. 미국은 냉전종식 이후 핵사용의 남발을 막기 위하여 미국은 더이상 전술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전술핵이란 단어를 비전략핵으로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다; Center for Arms Control and Non-proliferation, Fact Sheet: United States Non-strategic Nuclear Weapons (May 25, 2016), https://armscontrolcenter.org/u-s-nonstrategic-nuclear-weapons/.
  • 16. Creedon et al., Op cit., p.98.
  • 17. Ibid, pp.85~86.
  • 18. Amy J. Nelson, “Doomsday thinking leads the Strategic Posture Commission astray,” Brookings Commentary (Nov. 13, 2023), https://www.brookings.edu/articles/doomsday-thinking-leads-the-strategic-posture-commission-astray/.
  • 19. Jeffrey Lewis et al., “How Much is Enough?: Revisitng Nuclear Reliaability, Deterrence, and Preventive War,” Vipin Narang & Scott D. Sagan, eds., The Fragile Balance of Terror: Deterrence in the New Nuclear Age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2022), pp.124-127.
  • 20. 특히 핵전략은 상대의 인식과 판단을 고려한 맞춤형 억제개념, 미-중-러의 복잡한 삼각억제, 국가의 모든 수단을 활용하는 이익거부와 비용부과, 범정부 및 동맹을 포함하는 통합억제, 핵과 재래식 무기의 최적화된 통합성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 사고를 요구한다; Adam Mount, “A Not-So-Strategic Posture Commission,” Arms Control Today (Nov. 2023), https://www.armscontrol.org/act/2023-11/features/not-strategic-posture-commission.
  • 21. Daryl G. Kimball, “ACA Warns Against Calls for Buildup of the Already Massive U.S. Nuclear Arsenal in Race with Russia, China,” Arms Control Association Press Release (Oct. 12, 2023), https://www.armscontrol.org/pressroom/2023-10/aca-warns-against-calls-buildup-us-nuclear-arsenal-russia-china.
  • 22. Tara Drozdenko, “Why the congressional strategic posture report is not about nuclear deterrence, but warfighting,”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Nov. 8, 2023), https://thebulletin.org/2023/11/why-the-congressional-strategic-posture-report-is-not-about-nuclear-deterrence-but-warfighting/.
  • 23. 통상 제2차 세계대전부터 냉전종식까지 미-소간의 핵 군비경쟁을 ‘제1차 핵시대’, 세계적인 핵 군축 경향 속에서 1998년 인도-파키스탄 핵실험 이후 신규 핵무장국 등장과 핵테러 위협 등 새로운 핵확산을 방지하고자 하던 시기를 ‘제2차 핵시대’로 구분한다. 그러나 최근 기존의 핵 군축체제가 무너지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핵전력을 증강하고 특히 중국이 미-러 수준으로 핵무기를 현대화 및 증강하는 현 상황을 학자들은 ‘제3차 핵시대’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Andrew Futter & Benjamin Zala, “Strategic Non-nuclear Weapons and the Onset of a Third Nuclear Age,” European Journal of International Security, Vol.6, No.3 (2021).
  • 24. Congressional Budget Office, Projected Costs of U.S. Nuclear Forces, 2023 to 2032 (Jul. 2023), https://www.cbo.gov/publication/59365.
  • 25. “Remarks by National Security Advisor Jake Sullivan for the Arms Control Association (ACA) Annual Forum,” (National Press Club, Jun. 2, 2023),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peeches-remarks/2023/06/02/remarks-by-national-security-advisor-jake-sullivan-for-the-arms-control-association-aca-annual-forum/.
  • 26. 핵전쟁시 어떠한 성격의 표적을 공격할 것인가를 미리 설정하면서 핵전략의 방향이 결정되는데, 표적은 크게 대군사(counterforce) 표적과 대가치(countervalue) 표적으로 구분된다. 우선 대군사 표적이란 전쟁수행능력에 직접 관련이 되는 대상으로 적국의 핵전력이나 재래식 군사력 등이 포함된다. 반면 대가치 표적이란 인구밀집지역이나 산업시설 등 국민들이 가치를 두는 국가의 전반적인 능력의 기반을 가리킨다. 핵무기를 충분히 보유한 국가의 경우 통상 대군사 표적을 중심으로 핵전략을 세우지만, 핵무기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나 적의 핵공격 이후 보복공격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통상 대가치 표적부터 공격하는 전략을 세우게 된다; Dennis M. Drew & Donald M. Snow, Making Twenty-First-Century Strategy: An Introduction to Modern National Security Processes and Problems (Air University Press, November 2006), pp.172~174.
  • 20. Keir Lieber & Daryl Press, “The New Era of Counterforce: Technological Change and the Future of Nuclear Deterrence,” International Security, Vol.41, No.4 (Spring 2017); Lieber & Press, The Myth of the Nuclear Revolution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2020).
  • 28. James Acton, “Two Myths about Counterforce”, War on the Rocks (Nov. 6, 2023), https://warontherocks.com/2023/11/two-myths-about-counterforce/.
  • 29. 최강·브루스 W. 베넷 등,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아산정책연구원 및 RAND 연구소, 2023), https://www.asaninst.org/?p=90980
  • 30. 미국은 북한의 ICBM이나 (핵추진 잠수함 확보 시) SLBM 등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부터 제거하는데 더 큰 관심을 두는 반면, 한국은 개전과 동시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는 단거리 타격체계를 우선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되므로, 표적선정의 우선순위 설정에서 양국 간의 이견이 있을 수 있다.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방송을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손한별
손한별

손한별 박사는 국방대학교 전략학부 부교수로, 전쟁론, 핵전략, 전략기획론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는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방문학자로, 북핵 위험평가, 제3차 핵시대, 전략적 동시성 등을 연구 중이다. 최근 논문으로는 “사이버 억지의 요건과 고려사항”(2024), “핵무기 개발과 국가행위의 변화”(2023), “회색지대에서의 우세 달성”(공저, 2023), “포괄적 위험평가의 시론적 검토”(공저, 2022) 등이 있으며, Foreign Policy, The Diplomat, The Peninsula 등에서 그의 기고문을 찾을 수 있다. 손 박사는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군사전략과, 전략무기대응과) 실무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군사전략연구센터장을 역임하였고,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 국방대학교에서 군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