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간으로 18일 열리는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의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북핵 위협 대응,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경제 안보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3국 공조의 신기원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언론에서는 벌써 캠프데이비드 ‘원칙(Principles)’과 ‘정신(Spirit)’ 두 문건을 채택할 것이라고 대통령실 설명을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로서도 정교한 전략의 구사가 중요하다.
우리가 특히 집중해야 할 이슈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 확장억제 공약의 지속적인 강화 △공급망 재편과 첨단 과학기술 보호 등 경제안보 이슈들에 있어 우리 기업의 보호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일 간 상호 조율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이슈는 외형적으로는 3국이 모두 비슷한 목소리를 내지만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다. 지난 4월의 ‘워싱턴선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위협은 현재진행형의 성격으로 커지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한미일 3국의 시각에는 미묘한 편차가 있다.
일상적으로 북한의 핵 협박에 노출돼 가는 우리의 인식과 대한해협 및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일의 긴박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등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 통미봉남(通美封南)에 매달리고 북일 국교정상화 카드를 주기적으로 활용해온 북한의 책략에 때론 미일이 말려들었던 과거 경험도 유의해야 한다.
물론, 정상회담에서 나만의 의제와 이익을 강변하는 것은 신뢰 측면에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의 언어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이 공유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최대 강점이자 미덕은 다양성의 인정이고, 다양성의 인정은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존중과 경청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논거를 바탕으로 한반도 및 지역,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의 방향성에는 적극 동의하면서도, 왜 한반도 문제 해결이 한미일 협력의 최우선 순위가 되는지를 차분히 설명해야 한다.
당면한 북핵 위협을 우리 국민이 얼마만큼 심각하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더 확실하고 강력한 확장억제를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지를 부각해야 전술핵을 포함한 미국 핵 자산의 비상 또는 상시 배치, 이를 동원한 연합 및 합동 훈련 등의 진전된 조치를 논의할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미국의 경제 관련 각종 입법에 대한 한국 기업의 우려가 왜 단순한 기우(杞憂)가 아닌지도 설명해야 한다.
북한과의 관계는 각국 대외정책의 영역이지만, 한미일 3국 간에 속도와 수준을 조율할 때에만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 있음도 강조해야 한다. 특히, 민주주의라는 특성상 우리나라가 현재의 협력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적지 않은 국내적 부담을 감수하고 있음도 은근히 주지시켜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경제안보 관련 입법, 중국의 경제 보복 위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강제징용 문제 관련 일본 기업의 책임성 등에 대한 미일의 부채 의식이 늘어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모든 것을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가 과거의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3국 공조에 임할 것이고, 그 안에서 자국의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한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 본 글은 8월 18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