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한다. 2019년 첫 만남 이후 4년4개월 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 북한은 탄약과 무기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독재국가들의 무기고’다.
러시아가 구매할 북한제 무기는 탄약 외에 다양한 첨단무기가 포함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국산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재고가 소진되자, 이란제 자폭 드론을 구매한 후 면허생산까지 한다. KN-23과 KN-25처럼 첨단 기술에 높은 살상력을 가졌지만 저렴한 북한 무기를 러시아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북한이 얻어낼 반대급부다. 북한은 스스로 만들 수 없었던 첨단 재래전력을 러시아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 Su-35 같은 최첨단 전투기가 대표적이다. 1980년대 말 도입한 MiG-29를 최신 전투기로 운용하는 북한에는 절호의 기회다. 입수 불능이던 전투기용 엔진이나 핵심 부속 등을 확보하며 공군력을 재건할 수도 있다. 러시아의 위성항법체계(GLONASS·글로나스)를 활용해 정밀타격 능력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이 핵 개발에서 풀지 못한 기술적 난제를 러시아가 해결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언론 보도에서는 핵잠수함이나 정찰위성 기술을 언급했지만, 북한은 전술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북한판 ‘핵 3축 전력’을 모두 완성하지 못했다. △ICBM은 정상각도 발사와 다탄두 기술 △전술핵은 초소형 핵탄두를 기폭시킬 폭발렌즈 △SLBM은 핵잠수함의 추진체계 등 여전히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이렇듯 핵무기 완성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들이 북한에는 절실하며, 세계 최대 수준의 핵무기고를 가진 러시아는 그 해답을 쥐고 있다.
북한이 국제정치상의 얻을 실익은 더 크다. 먼저, 유엔 대북 제재가 무력화된다. 특히, 유엔 대북 제재의 핵심인 무기금수조치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폐기하는 형국이다. 무기 거래로 북한이 받을 대금이나 원유는 고스란히 핵 개발의 기반이 된다. 게다가 소련 붕괴 후 좀처럼 이뤄지지 않던 북·러 군사 협력까지 구체화된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을 중·러 연합 해상훈련에 초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북·러 협력은 한국 안보의 심각한 위기로, 정부의 결기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러시아 정부에 대한 강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 북·러 무기 거래와 군사 협력이 우리의 안보를 뒤흔드는 레드라인임을 천명해야 한다.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협한다면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첨단 무기를 지원해 러시아를 패배시킬 것임을 경고해야 한다. 유엔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행동하는 한 한·러 상호 발전의 실익이 여전히 존재함을 환기할 필요도 있다.
또한, 북중러 삼각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필요에 의해 협력이 가속되는 북·러와 달리, 중국은 대만-동중국해-남중국해를 넘어 분쟁을 확장시킬 실익이 작다. 중국은 북한 정권 유지를 위해 비핵화 목표를 희생하지만, 오히려 핵폭탄 수백 발을 가진 북한이 중국에 위협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견고한 한미일 삼각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회유하고 러시아를 압박하는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 본 글은 9월 7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