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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기지와 시리아·이라크의 친이란 무장 조직 근거지를 타격했다. 전례 없는 이란의 공격을 받고 보복을 선언한 지 엿새 만이다. 앞서 13일에는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했다. 미사일과 드론 300여 기를 발사한 전격 공습이었다. 중동이 또다시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였다.

두 나라는 상대를 주적으로 여기지만 지금껏 정면충돌은 피해 왔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 이라크의 인민동원군, 예멘의 후티 반군, 가자지구의 하마스 등 자신의 대리 무장 조직을 통해 이스라엘을 간접적으로 괴롭혔다. 이스라엘은 이란 내부로 비밀 요원을 침투시켜 핵 과학자들을 표적 암살하거나 사이버 공격으로 이란 핵시설을 사보타주하는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확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실 당사국, 미국, 유럽과 주변 아랍국 누구도 전쟁의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는 확전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확전은 막되 상대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절묘한 병법을 찾아내는 싸움이 두 나라 사이에 시작된 셈이다.

이란은 13일 공격을 ‘진실의 약속’ 작전이라 부르며 1일에 일어난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이라 했다. 이스라엘군은 외교 공관 바로 옆 군사 부속시설을 공습했다. 공관은 아니었다지만 공습으로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 소속 사령관 등 7명을 잃은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는 가혹한 보복을 천명했다.

그래도 이란에 확전은 부담이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비롯된 끝 모를 경제 파탄, 강경 보수파 지배층의 지지 세력마저 참여하는 민생고 시위, ‘히잡 시위’로 폭발한 대규모 반정부 운동 등으로 집안 단속도 버겁다. 3월에 실시한 총선에서는 최고 종교지도자가 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했는데도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수도 테헤란의 투표율은 24%에 불과해 성난 민심이 드러났다. 게다가 오랜 제재로 군사 장비는 노후화됐고 특히 공군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이란은 이스라엘에 보복을 즉각 선포한 후 열흘 넘게 고심했다. 마침내 미사일의 최종 목적지를 자국 영사관 폭격에 이용됐던 이스라엘 남부 사막의 공군기지로 조준 설정했다. 민간인 지역을 피하면서 정당성을 높이려는 계산이다. 또 미국과 여러 유럽 및 역내 국가에까지 공격을 예고했다. 미 당국은 정확한 공격 시기와 대상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란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미국은 이란에 확전 촉발 시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냈을 테고 이란은 계획을 미리 흘렸을 것이다. 이렇게 신중하게 짠 보복에 덧붙여 이란은 공격 전후 확전 의지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도 또 다른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다. 이란은 90만 병력 보유국인 데다가 자체 개발 드론을 대량생산해 러시아에까지 팔고 있다. 무엇보다 이란의 전례 없는 공격을 함께 막아준 영원한 우방 미국이 확전 불가를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대규모 맞대응에 나선다면 돕지 않겠다고도 못 박았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두 개의 전쟁’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이런 미국과 함께 이란발 미사일과 드론 요격 작전에 적극 나서준 영국, 프랑스, 요르단과 아랍 걸프국가 역시 전면전만은 안 된다며 이스라엘을 만류해 왔다.

그렇지만 자국 본토를 공격받은 후 이스라엘이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지금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와 싸우는 병사들의 사기를 생각해서라도 이란을 향한 엄중한 경고 메시지는 불가피했다. 이란은 하마스에 무기와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나라다. 결국 이스라엘은 ‘보여주기’식 대응으로 반격의 수위를 조절하되 이란 응징을 완수해 체면을 지키며 국내 청중도 달래는 묘책을 짰을 것이다.

물론 모두가 원치 않더라도 확전은 우발적 계기로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위기가 닥치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란과 이스라엘의 이번 충돌이, 두 나라 사이 전면전의 방아쇠가 될 우발성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충돌은 상대방의 한계를 직접 탐색해 볼 흔치 않은 기회였고 앞으로 어김없이 또 찾아올 두 나라의 대결에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확전 방지의 절충점을 찾게 해줄 귀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동과 홍해, 호르무즈 해협에 불확실성이 커지면 경제 타격뿐 아니라 미국 주도의 다국적 홍해 항로 안보연합에 더 적극적인 이바지를 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두 국가의 충돌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안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최후의 지상전을 준비한다는 소식마저 들려오는 지금 살얼음판 같은 중동 상황을 자세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4월 19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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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장지향

지역연구센터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중동센터 선임연구위원이자 센터장이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2012-2018)을 지냈고 현재 산업부와 법무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화, 극단주의 테러와 안보, 국제개발협력 등이다. 저서로 «최소한의 중동 수업» (시공사 2023),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Palgrave Macmillan 2013), 주요 논문으로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아산리포트 2018), “Disaggregated ISIS and the New Normal of Terrorism” (Asan Issue Brief 2016),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와즈 게르게스(Fawaz Gerges)의 «지하디스트의 여정» (아산정책연구원 201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