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시진핑 중국 주석이 3일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인은 어느 때보다 중국에 대해 호의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 호감도는 많이 개선돼 올 들어 10점 만점에 4점대 후반으로 올랐다.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더 많은 한국인이 중국을 협력상대로 봤고, 앞으로도 양국간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우리 국민은 중국으로부터 안보위협을 덜 느끼고 있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의 호감도도 동반 상승했다. ‘국가수장 호감도’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바짝 뒤쫓는 2위를 1년 동안 유지했다. ‘한국과 중국이 협력상대’란 인식도 2013년 1월 49.8%에서 올 6월 60.8%로 올랐다. 두 나라의 전면적 협력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사정은 복잡하다. 중국에 대한 불신까지 불식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과반의 한국인이 중국의 군사경제적 부상을 위협으로 보고 있었고, 중국의 친한(親韓) 행보를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한국인의 66.4%는 “중국의 군사력에 위협을 느낀다”고 했다. 중국이 주변국과 벌이는 영토 분쟁, 군비증강 움직임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 71.9%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위협”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한국 기업 못지 않고, 중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봤다. 요컨대 한국인은 중국을 여전히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모처럼 한중협력의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는 깊지 않았다.
그 핵심에 북한과 북핵 문제가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한중 관계와 한국인의 대중(對中)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다수의 한국인은 중국이 여전히 북한 편이라고 봤다. 대중(對中) 인식이 많이 호전됐지만, 한반도 전쟁시 중국이 한국 편에 설 것으로 본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 또 중국이 통일에 적극 협력할 것으로 본 비율도 낮았다. 상당수는 북핵 문제 해결에서도 중국이 기대만큼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북한 문제가 개입되면 대다수 한국인이 중국이 아닌 미국을 더 신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에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가 바뀔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한국인은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길 바라고 있었다. 한국인의 53.6%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다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의제로 북핵 문제를 꼽았다. 82.4%는 “한반도 통일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과 북핵에 대한 중국의 명확한 입장정리가 정상회담에서 꼭 필요한 이유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이 한 발 빼는 모양을 보인다면 한국인은 “한미동맹이 역시 가장 믿을 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도 한국인의 40%는 북핵 문제 해결에 미국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봤다. 중국이 안보 문제에서 한국의 신뢰를 얻으려면 “북핵 불용”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시진핑 주석과 중국 정부는 북핵 문제,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예전처럼 한반도 비핵화, 남북통일 지지와 같은 정치적 수사만 반복되면 협력 분위기로 흐르는 한중관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시진핑 주석이 들고 오는 해법이 6자회담 재개뿐이라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란 말이 나온다. 중국이 책임대국으로의 면모를 보이고 한중관계를 ‘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본다면 이번 정상회담이 제대로 된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기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양국 정상이 경제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제스처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한중 FTA 체결에 조속히 합의한다”는 선언으로 두 나라의 경제협력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메시지를 대중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의 경제성장을 두려워하는 한국인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정상회담은 양국 경제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 두 나라 사이 경제 통합을 가속화하며, 경쟁보다 상생하는 한중 경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만, FTA의 빠른 체결에 집중해 환경부문과 식품안전 문제에 대한 충분한 협의를 못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최근 안전문제가 대두되면서 식품, 환경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은 고조돼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 식품의 신뢰성 문제와, 중국발 환경오염도 한국인은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문제에서 주변국과 협력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 때문에 한중 FTA 협상 과정에서 식품 안전과 환경오염 문제 협상을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중국 경제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도와도 직결된다.
최근 중국은 소프트파워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경제·군사 부문을 넘어 문화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관점은 조금 다르다. 한국인의 중국 이미지는 ‘광대한 영토와 인구를 가진 국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다. 반면에 중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떠올리는 한국인은 소수였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문화 자산을 주변국에 널리 알리는 데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중 양국은 외교안보 및 경제분야에서 협력을 늘려야 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화협력이 오히려 두 분야 협력의 출발점일 수 있다. 중국 문화의 확장에 긍정적인 한국인일수록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경제성장에 대해 위협을 덜 느끼고 있었다. 이런 한국인일수록 중국이 아시아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는 것에도 긍정적이었다. 한국인이 중국의 문화 영향력 확장에 거부감이 덜 하다는 점은 문화교류를 통한 협력증진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외교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본다면, 박근혜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한중협력 강화를 위해 문화 분야 협력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한류(韓流)가 중국에서 사회 현상이 된 지금, 양국 정부는 문화차원 협력을 늘려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야 한다. 문화교류를 통해 국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따라서 한중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한중 FTA와 더불어, 문화교류 확대에 대한 논의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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