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지난 9월 29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선거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64)의 승리로 끝났다. 기시다는 27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었으며, 10월 4일 지명선거를 거쳐 일본의 100대 총리로 취임하였다. 7년 8개월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과 이후 1년여간 아베 내각을 계승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 이후에 들어서는 새로운 내각이다. 한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신(新)내각 발족은 한국의 대일외교 및 한일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기시다 신내각이 출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변화와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기시다 내각의 출범과정에서도 기존 일본 파벌정치의 한계와 아베 전 총리, 아소 타로(麻生太郎)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기득 세력의 영향력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아베 전 총리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고, 2차 아베 내각부터 스가 내각까지 8년 9개월 넘게 자리를 지켰던 아소 부총리는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시다 내각 또한 아베 내각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결국 기시다 내각만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10.31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 내년 여름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기시다 총리를 중심으로 한 구심력을 확보해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 보고서에서는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 결과분석을 통해 본 일본의 정치변동과 함의에 대해 알아보고, 기시다 내각의 외교안보정책 및 향후 한일관계를 전망해 보도록 한다.

 

1. 2021 자민당 총재선거 결과: 분석 및 함의

 
■ 선거결과: 기시다의 ‘완승(完勝)’, 고노의 ‘오산(誤算)’, 다카이치의 ‘선전(善戰)’, 그리고 ‘게임체인저’ 노다
 
2020년 9월, 무파벌 총리로 자민당 주요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역대 총리 중 3번째로 높은 지지율을1 얻으며 화려하게 출발한 스가 내각은 코로나 19에 대한 미흡한 대응과 도쿄올림픽 강행 등으로 인한 여론 악화와 지지율 폭락, 당내 우려 등을 넘어서지 못한 채 1년여의 임기로(2020.9.16-2021.10.4) 막을 내리게 되었다.

스가 총리의 임기종료가 다가옴에 따라 스가 총리의 연임여부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의 출마여부에 쏠렸던 관심은 두 사람 모두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일찍이 선거출마 의향을 밝힌 기시다 전 정조회장과 국민적 인기가 높은 고노 타로(河野太郎) 행정개혁담당상의 양자대결로 옮겨갔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의 지지를 업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의 출마 선언과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간사장 대행이 자민당 총재선거 고시(9.17) 하루 전인 9월 16일 출마를 선언하면서부터 선거구도가 달라졌다. 선거는 기시다, 고노, 다카이치, 그리고 노다의 4파전으로 치러졌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국회의원표와 전국 당원·당우표를 1:1의 비율로 계산하여 최다득표자가 과반수가 넘을 경우 당선이 확정된다. 그러나 과반수가 넘는 후보가 없을 경우, 상위득표자 2인의 결선투표가 이루어진다. 이 때, 국회의원표와 47개의 도도부현표를 합쳐 계산하는데, 1차 투표와 달리 국회의원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진다.2 이와 같은 선거 방식에 따라 당초 국민적 인기가 높은 고노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득표로 당선될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후보가 늘어남에 따라 표가 분산되어 과반확보가 어려워 결선투표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결선투표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기시다가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기시다의 완승이었다(표1 참조).

 

표1. 자민당 총재선거 결과
표1
표1-2
출처: 自民党. “総裁選 2021” https://www.jimin.jp/election/sousai21/ 참조 필자 작성

 

투표는 예상대로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한 후보가 없어 결선투표로 이어졌고, 기시다는 결선투표에서 257표(국회의원 249표+도도부현 8표)로 고노의 170표(국회의원 131표+도도부현 39표)보다 87표 더 많이 획득하며 최종 당선되었다. 뿐만 아니라,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1위 고노, 2위 기시다로 결선투표에 오를 것이라는 대부분의 전망과 달리, 1위 기시다(256표), 2위 고노(255표)로 결선투표에 올랐다. 고노는 지방표의 44%를 획득하였으나, 목표로 했던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으며, 국회의원표에서도 불과 86표에 그쳐 기시다 146표, 다카이치 114표에 이은 3위에 머물렀다. 더군다나 파벌의 영향력이 큰 일본 정치에서 자신이 속한 아소파(麻生派)에서조차 전면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패배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선거 결과는 기시다에게는 완승, 고노에게는 오산, 혹은 참패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예상 외의 다카이치의 선전은 주목할 만하다.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선거 기간 보여준 다카이치의 개인적 역량은 높게 평가받았고, 예상보다 많은 표를 획득하였다. 비록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쳤으나, 상당히 선전하였고, 결선투표에서는 기시다에게 힘을 실어 사실상 기시다의 승리를 도왔다.

 
■ 파벌정치의 역설, 벗어나지 못한 아베의 그림자, 3A(아베, 아소, 아마리)의 영향력 확대
 
자민당 총재선거를 주목하는 이유는 다수당의 총재가 곧 일본의 총리가 되는 일본의 정치체제에서 사실상 일본의 총리를 선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유독 주목받았던 이유는 곧이어 있을 총선(중의원 선거)을 이끌 자민당의 ‘선거에 내세울 얼굴’을 선출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단순히 당대표를 선출하는 것을 넘어 자민당 의원들에게는 재선(再選)이 걸린 문제이자, 향후 선거에서의 민심의 향방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더욱이 자민당 소속 중의원 275명 중 126명(45%)이 3선 이하의 젊은 의원으로 이들의 선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였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는 통상 취해오던 파벌의 선택이 아닌 국회의원 개인의 선택에 기반한 자율투표를 결정하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지난 해 총재선거에서 스가 당시 관방장관이 7개 파벌 중 경쟁자였던 기시다파, 이시바파를 제외한 5개 (호소다파, 다케시타파, 아소파, 니카이파, 이시하라파) 파벌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선거 전부터 이미 결과가 정해져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된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역시 파벌의 힘을 넘어서지 못했다. 자민당 최대 파벌이자 아베 전 총리가 속해 있는 호소다파(96명)와 두 번째로 큰 아소파(53명)의 결정은 국회의원 표의 향방을 결정할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호소다파는 1차 투표에서 기시다와 다카이치, 결선투표는 기시다를 지지하였으며,3 아소파는 같은 파벌인 고노의 입후보에도 불구하고, 고노와 기시다를 지지하는 노선으로 나뉘어졌다. 아소파의 수장인 아소 부총리는 고노의 총재선거 출마를 용인하였지만,4 고노 등장에 따른 신구세력의 교체, 고노의 예측불가능성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지지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결선투표에서 기시다가 얻은 국회의원 표의 대다수는 자신이 이끄는 기시다파, 아베가 속한 호소다파, 같은 파벌이었음에도 고노가 아닌 기시다를 지지한 아소파(일부)가 중심이 되었다. 결국 선거에서 이긴 것은 기시다였지만, 진정한 승자는 아베와 아소, 그리고 아소파임에도 같은 파벌의 고노가 아닌 기시다 지지에 선봉에 섰던 아마리(아베, 아소, 아마리 3명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3A’라고 부른다.)였다.

한편, 아베는 자민당 내에서도 강성보수로 분류되는 다카이치(다카이치는 과거 호소다파였으나 현재는 무파벌이다.)를 지지했는데, 이는 스가 내각에서 와해된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고, 선거국면에서는 표를 분산시켜 고노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완승이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아베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였고, 선거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3A’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벌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도했던 자율투표조차 결국 파벌정치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파벌의 영향력은 자민당의 주요직 인선에서도 나타났다(표2 참조).

 

표2. 자민당 집행부 주요 4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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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문보도 참조하여 필자 작성

 

기시다가 총재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밝힌 “당 임원 임기는 1년 1기, 최대 3년” 공약에 따라 2016년 이후 5년 이상 실권을 잡고 있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82세) 간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총재선거에서 기시다를 적극 지지했던 ‘3A’ 중 1명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72세)가 임명되었다. 간사장은 당의 자금관리, 선거공천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로, 당내 실권자이다. 또한, 당의 정책전반을 다루는 최고책임자인 정무조사회장에는 총재선거에서 함께 경쟁했던 다카이치, 당의 주요정책방침을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관을 총괄하는 총무회장에는 후쿠다 다쓰오(福田達夫•54세) 중의원 3선 의원, 당의 선거전략을 구상하고 후보자 공천을 담당하는 선거대책위원장에는 총재선거 당시 기시다 진영의 선대본부장이었던 엔도 도시아키(遠藤利明•71세) 중의원 8선의원이 임명되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4.25세로, 스가 내각 당시 자민당 주요 4역의 71.5세보다는5 낮아졌다. 총재선거에서 함께 출마했던 노다는 저출산 겸 지방창생 담당상으로 입각하였고, 고노는 자민당 홍보본부장으로 임명되었다.6

한편, 기시다가 자민당 총재로 당선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아소는 8년 9개월여의 부총리 겸 재무상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자민당 부총재로 임명되었다. 아소의 후임(재무상)으로는 아소의 처남인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전 도쿄올림픽담당상이 임명되었다. 아베 전 총리는 내각 및 자민당에서 주요 직책에 임명되지는 않았지만, 아베가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호소다파 및 아베의 측근들이 자민당 집행부 및 내각 인사에 대거 포진되었다.7 이는 향후에도 아베가 지속적으로 자민당 및 일본정치의 향방에 영향력을 미치고,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 고노 vs 反 고노의 구도: 신•구 세대교체 실패, 자민당 표심은 ‘개혁과 변화’ 아닌 ‘안정과 유지’ 선택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 결과가 일본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인가?”. 우선 이는 일본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선거가 아닌, 자민당의 총재를 뽑는 선거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자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본 정치의 현 구도에서 자민당의 총재가 곧 일본의 총리이며, 야당의 열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구도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선거의 유권자가 일본 국민 전체가 아닌, 자민당 당원, 그리고 자민당 국회의원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일본의 여론을 보다 정확히 읽을 수 있는 것은 오는 10.31 중의원 선거, 내년 여름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결과이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하도록 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민당 총재선거의 결과가 당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였는가?”를 묻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이러한 의문은 1차 투표에서 고노가 당원 44%의 표를 획득한 것에 비교하여 기시다는 29%에 불과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선거결과를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발견된다(표1 참조).8 특히, 1차 투표에서 당원표의 결과가 흥미롭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체 선거인 수 1,104,336명 중 69%인 760,075명이 투표하였는데, 이 중 무효표를 제외한 유효득표수 중, 고노 335,046표(44%), 기시다 219,338표(29%), 다카이치 147,764표(19%), 노다 57,927표(8%)를 획득하였다. 전체 득표수로만 보면 고노의 압도적인 승리이지만, 이번 선거가 ‘고노vs反고노’의 구도였던 점과 사실상 反고노 진영에 있었던 기시다와 다카이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여 이들이 획득한 표를 합산해보면 48%로, 고노가 획득한 44%를 넘어선다. 마찬가지로, 결선투표에서 나누어진 도도부현 47표는 최다득표자에게 주어지는 선거방식에 따라 고노 39표, 기시다 8표였으나, 고노 vs 기시다+다카이치로 재계산해 보면 고노 19표, 기시다(+다카이치) 28표로 고노를 지지하지 않는 표가 더 많게 나타난다. 결국 이러한 표심이 결선투표에서 국회의원 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선거의 결과는 10.31 중의원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이기도 하다. 따라서 1차 투표의 당원표의 결과로도 이미 고노의 승리는 담보하기 어려웠다. 즉, 고노가 획득한 44%가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그것이 ‘反고노’든, ‘非고노’든) 고노를 지지하지 않은 비율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결국 자민당 당원들의 표심은 ‘고노’가 아닌 ‘非고노’를 선택했고, 이는 곧 개혁보다는 안정을, 변화보다는 유지를 선택하였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노가 당선되지 않은 것이 자민당 당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들의 표심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다만, 고노를 지지한 당원들의 지지 44%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차기 총리를 묻는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고노가 1위를 하고 있다는 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즉, 자민당 당원 및 국회의원들의 표심, 그리고 일반 국민들로부터의 지지 사이의 괴리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 자민당 뿐만 아니라, 자민당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에서도 분열된 상태로 좀처럼 열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야당을 포함한 일본 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이상, 일본의 총리가 파벌정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구도를 타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고노의 패인(敗因)은 파벌간 정치역학, 세대교체를 거부하는 기득세력들의 저항 등도 작용하였지만, 고노 개인의 역량 부족, 고노-이시바-고이즈미 연합에 따른 부정적 효과9 등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2. 기시다 내각의 외교안보정책과 한일관계

 
10월 4일, 기시다 내각이 출범했다. 동시에 내각 인선이 발표되었는데, 전체 20명 중 첫 입각은 13명으로, 2012년 2차 아베 내각이 10명, 2020년 스가 내각이 5명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연령별로는 70대2명, 60대 12명, 50대 5명, 40대 2명이 임명되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61.8세로, 앞서 스가 내각의 평균 연령이 60.4세였던 것에 비해 1세 이상 높다. 하지만, 중견•신진 등을 고르게 등용하여 노장청의 균형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듯, 중의원 3선 신진의원 3명, 여성 3명이 입각하였다. 파벌별로 살펴보면, 호소다파 4명, 다케시타파 4명, 아소파3명, 기시다파3명, 니카이파2명, 무파벌3명이며, 나머지 1명은 공명당이다. 내각은 보통 5선 이상의 의원들이 입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진의원을 발탁하고, 각 파벌간 안배 등을 고려한 비교적 견실한 인사라는 평이다.10 하지만 아래 표3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의 인사들이 아베 내각에서 주요업무를 담당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시기적으로 비교적 최근까지 아베 내각이 장기간 집권했던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나, 이들의 경험이 앞으로의 정책추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표3. 기시다 내각 (2021.10.4 발족)
표3
표3-2
표3-3
출처: 신문기사 및 각 각료 홈페이지 참조하여 필자 작성

 

■ 유임되는 외교•안보 라인, 아베-스가 내각의 외교 노선 유지
 
기시다 내각에서는 대부분의 각료가 교체된 가운데 외교•안보 라인만은 유일하게 유임되었다. 이는 기존의 아베 내각과 스가 내각의 외교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의미이고, 외교의 지속성을 중시하겠다는 것으로도11 풀이된다.

실제로 총재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외교•안보 정책도 기존의 아베-스가 내각에서 주요하게 여겼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 내각에서 외무대신을 4년 7개월여간(전후 최장기간, 2012.12.26-2017.8.3) 역임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총재선거 당시 기시다의 공약자료를 살펴보면,12 기시다는 외무대신의 경험을 통해 외교는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3가지의 ‘각오’를 언급하는데, 첫째,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것, 둘째, 일본의 영토•영해•영공을 지키는 것, 셋째, 지구규모과제의 해결을 주도하여 인류에 공헌하는 것이 그 주요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권위주의 체제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만해협의 평화 등을 위해 미국, 호주, 인도 등과 함께 의연히 대응하고, 해상보안청의 능력강화, 자위대와의 연계강화, 미사일 방위능력 강화, 국가안전보장전략의 개정, 핵군축•비확산, 재해대책 등의 과제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나갈 것을 약속하였다. 뿐만 아니라,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전체로서 압력을 최대한 가하여, 핵•미사일 개발의 완전한 포기에 이르도록 하고, 납치피해자의 즉시 일괄귀국을 목표로 하며, 러시아와의 북방영토문제의 해결에 대해서도 전면반환을 추진할 것을 언급하였다.

또한, 선거과정에서도 아베 내각에서의 일미동맹강화를 높게 평가하였으며, 총재당선 직후 양원의원총회와13 기자회견에서14 일본이 추진해온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FOIP, Free and Open Indo-Pacific)을 실현해 나갈 것을 표명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 볼 때, 기존에 일본이 주력으로 추진해 온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한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계 강화를 방침으로, 미국 바이든 정권의 국제협조노선 동참,15 QUAD(미일인호) 협력 강화 등 아베 내각에서 추진해온 기본적인 외교 방향은 유지될 것으로 여겨진다.

 
■ 미중 갈등 대응을 위한 경제안보담당상 신설, 대중견제 강화
 
주목할 점은 ‘경제안보담당대신’ 포스트가 신설된 것이다. 이는 미중갈등 등 국제질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16 점차 격화되는 미중 갈등에 대한 일본의 위협인식을 나타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일본의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와 경제안보 강화 인식은 일본의 「2021 통상백서」에서도17 나타난다. 백서에서는 일본의 통상정책 목표로 ‘경제안보강화’를 제시하고 있는데, 정책목표로 경제안보 강화가 제시된 것이 처음일 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으로 드러난 공급망의 취약성, 반도체 등 주요 물자의 기술개발, 국내 생산기반 정비 강화 등을 제언하고 있는 것을 통해 미중대립에 대한 일본의 대응태세가 강화될 것을 전망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신설된 경제안보담당대신은 국가안전보장국(NSS)을 포함해 전 부처에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경제안보정책의 사령탑으로 중요성이 강조된다.18 담당 대신은 반도체 등 주요 물자의 확보 및 기술유출 방지 등을 추진하며,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유사시 국민생활과 경제활동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의 책정도 담당한다.19

이와 같은 일본의 경제안보강화 정책은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본래 기시다가 이끄는 고치카이(宏池会)는 전통적으로 자민당 내에서도 리버럴한 성향으로 분류되며, 경제를 우선시하고, 대미협력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주변국 관계 또한 중요시 여기는 보수본류의 ‘온건파’, ‘비둘기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일본내 반중 정서가 높아짐에 따라 기시다 내각의 중국 견제 정책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총재선거 과정에서도 기시다는 중국에 대해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주의적 체제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만해협의 안정과 홍콩,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대응하고, 민주주의, 법의 지배,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20 또한,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할말은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국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면서도 대중견제가 이루어질 것을 예고했다.21

더욱이 과거 아베, 스가 내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니카이 간사장이 대표적인 친중파(親中波)였던 것과 달리, 기시다 내각의 아마리 간사장은 자민당 내 경제안보정책을 주도하고, 대중국 서플라이체인의 재검토를 적극적으로 내세워 온 인물이다.22 기시다 내각에서 신설된 경제안보담당대신에 임명된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는 대중견제를 위한 경제안보문제를 다룬 자민당 ‘신국제질서창조전략본부(新国際秩序創造戦略本部)’의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두각을 나타냈는데, 당시 해당 모임의 좌장이 아마리 현 간사장이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미중 갈등에 대처하는 경제안보 논의는 당과 내각의 연계 강화 속에서 더욱 급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 한일관계 난항 지속
 
현재 한일의 주요 갈등현안은 위안부문제, 강제징용문제, 수출규제문제이다. 위안부문제는 ‘2015 위안부합의’를 양국 모두 인정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위안부 소송과 그 결과에 따른 국내 일본 정부 자산의 현금화 등이 일어날 경우 새로운 외교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강제징용문제의 경우, 2018년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지적재산권 압류가 확정되며, 배상금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되어 현금화로 인한 한일갈등의 고조가 우려되며, 수출규제문제의 경우, 당초 일본이 제기했던 수출규제 사유가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어느 문제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시다 신내각이 들어섰지만, 한일관계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기시다 총리는 ‘2015년 위안부합의’의 당사자로 당시 외무대신으로 아베 총리와 주변인물들을 설득하며 합의를 주도한 인물이다. 우리 정부는 ‘2015 위안부합의’를 양국의 공식합의로 인정하고 있지만, 기시다 총리는 당시 아베 총리를 비롯한 강경보수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합의가 사실상 형해화된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재선거 당시, 일본기자클럽초청 토론회(2021.9.19)에서 “대화는 필요하지만, 그 기본이 되는 것을 확실히 지켜줬으면 한다. 2015 위안부 합의를 확실히 지켜 나가야 하며, 문제 해결의 공은 한국에 있다”는 발언 또한 이러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아베 내각에서 외무대신을 지내고, ‘2015 위안부합의’를 주도했던만큼 기시다 총리가 기존에 자신이 추진했던 정책이나 생각에 어긋나는 ‘자기부정적’ 행동을 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한국 정부는 수출규제문제의 우선해결을 원하고 있지만, 동 사안이 강제징용문제의 해결과 얽혀있는만큼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수출규제문제의 실무총괄을 담당하는 경제산업대신으로는 아베의 최측근이자, 2019년 수출규제 당시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의 정당성을 언급한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전 문부과학대신이 임명되었고, 앞서 언급한 자민당 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간사장직의 아마리는 2019년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당시 자민당 선대위원장으로 수출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침에 찬성하고, 당시 한국의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23 또한, 아베 정권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전 총리비서관이 기시다 내각의 내각관방참여(고문역)로 재기용 되었다.24 결국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당장의 수출규제 해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책결정의 한가운데 있는 주요 인사들의 인식은 문제 해결에 영향을 미치며, 기시다의 위안부합의에 대한 인식과 마찬가지로, 수출규제문제와 관련된 주요 정책결정자들이 과거에 추진한 정책 및 주장했던 사안에 반하는 ‘자기부정적’ 행동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기시다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에 대해 “시기와 상황을 고려해 참배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여지를 남겼으며, 독도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가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를 한국 영토로 인식하지 않도록 정보 발신이 중요하며, ICJ 제소를 포함하여 여러가지 행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언급하여 이 문제들에 대한 갈등도 지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3. 향후 전망 및 정책적 고려사항

 
■ 총재선보다 주목해야 할 10.31 중의원 선거 & 2022년 여름 참의원 선거
 
기시다 新내각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외교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단기간내 한일관계의 개선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기시다 내각 출범에 큰 역할을 한 3A(아베, 아소, 아마리)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자민당 및 내각의 주요 직책에 이들 파벌간 정치역학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안보라인에 모테기 전 외무상, 기시 전 방위상이 유임된다는 것은 기존의 외교안보정책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큰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현재 기시다 내각의 최우선과제는 10.31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 그리고 2022년 여름으로 예정된25 참의원 선거에서의 승리이다. 아베 전 총리가 7년 8개월여의 기간 동안 1강(强) 체제를 구축하고, 견고히 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도 재임기간 동안 6번의 국정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며 구심력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기시다 내각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연이어 있는 2번의 선거를 모두 압승하여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내년 참의원 선거 이후 (중의원 해산을 하지 않는다면) 이후 국정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黄金の3年)’이 찾아온다. 즉, 기시다 내각에 있어 연이은 중의원/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다면, 바로 이 시기야말로 앞선 2번의 선거를 통해 기반을 탄탄히 다진 기시다 총리 그리고 기시다 내각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현재 악화된 한일관계의 국면 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기도 바로 이 시기, 즉, 내년 여름 이후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향후 있을 2번의 선거 결과로 나타날 일본 여론의 향방, 그리고 자민당의 세력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중단된 한일교류부터 단계적 • 점진적 관계 회복 추진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한일 양국 모두 정치변동이 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내년 하반기가 되어 갑작스러운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한편, 가능한 범위의 협력을 추진하며, 꾸준히 신뢰를 쌓으며,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관계 회복을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 사실상 중단된 한일민간교류부터 회복해야 한다. 코로나19의 확산 속 한일민간교류는 대폭 감소하였고, 직접교류는 사실상 중단된 것과 다름없다. 한국에서 중장기 체류자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백신접종자들에게는 14일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것과 달리, 일본의 경우, 외국인의 입국은 외교•공용 등으로 크게 제한되었고, 일반인들의 민간교류는 비자 발급 자체가 중단되었다. 주재원, 유학생, 취업자 등 중장기 체류자들의 입국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관광목적의 단기방문까지 일률적인 전면해제는 쉽지 않겠지만, 유학생, 취업자, 주재원 등 중장기 체류자, 업무상 직접교류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부터 단계적•점진적으로 교류를 회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후 백신 접종자에 대한 입국허용 및 자가격리 면제, 백신여권 도입, 나아가 한일간 트래블버블 (여행안전권역) 체결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장기화 속 교류의 활성화를 통한 점진적인 관계 회복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정부의 역할, 그리고 일본과의 교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수출규제문제-강제징용문제-위안부문제 등 성급한 해결보다는 관계 관리: 임기 내 성과위주의 접근보다는 갈등해결을 위한 기반 마련과 신뢰 구축 노력
 
아베-스가 내각이 퇴진하고, 기시다 신내각이 들어섰지만, 적어도 외교•안보 라인에 있어서는 새롭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기시다 총리는 아베 내각에서 4년 7개월여 동안 외무대신을 지내며, 가장 선두에서 아베 내각의 외교정책을 추진하던 인물이다. 기시다 신내각에서도 기존의 외교•안보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20명의 각료 중 외교•안보 라인만은 교체하지 않은 것에서 증명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신내각 발족에 따른 분위기에 편승하여 무리한 성과를 내려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한일 양국 모두 중요한 국정선거를 앞두고 있고, 정치적 변화가 심한 시기이므로, 무리한 관계 개선 시도는 오히려 선거 국면에서 국내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관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기시다 내각에서도 현재 악화된 한일관계에 대한 개선 노력이 있을 것이다. 또한, 기시다는 오히려 자신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위안부 합의의 당사자인만큼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도 볼 수 있다. 현재의 갈등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며, 갈등 해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점차적인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실무협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상차원의 관계 개선 합의와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일양자 전화·실무회담 및 다자회의 등의 국제무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일 정상간의 소통 회복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기시다 내각의 주요 인물들 및 인맥 등과의 지속적 교류 확대를 통해 직•간접적 소통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기시다 총리의 외교•안보 브레인 및 인맥으로는 앞서 언급한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 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전 국가안전보장국장, 기시다 총리의 외무대신 시절 외무심의관 및 종합외교정책국장으로 함께한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전 국가안전보장국장, 외무대신 시절 지식인간담회 및 핵군축 현인회의 좌장이었던 시라이시 다카시(白石隆) 구마모토현립대 이사장, 미국 존 케리(John F. Kerry) 기후변화 특사, 영국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 등이 거론된다.26 민·관의 다양한 기회를 활용해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한일 갈등에 대한 오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 모색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북한문제를 둘러싼 한일·한미일 공동전선 고려
 
역사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지만, 양국은 북한문제 해결이라는 공동과제를 갖고 있다. 기시다 내각에서 나타나는 안보태세의 강화는 비단 중국 견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기시다는 이미 총재선거 과정에서 인권문제 비판,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특히,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해 “유력한 선택지이다.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논의하고 싶다”라고 언급하였으며, 중기적인 방위장비를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2019-2023 중기방력정비계획」에 대한 재검토와 방위비 증액에 대해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GDP 1%를 기준으로 한 방위비에 대해서도 “퍼센트 등 숫자로 구분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27 이와 같은 일본의 안보태세 변화는 북한위협을 둘러싼 한반도와 동북아 지형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최근 북핵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일·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11일과 12일에 걸쳐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15일에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은 역내 안보위협과 불안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현재 정체된 한일관계를 역사문제와는 별도로 북핵위협에 대한 대처에 보조를 맞추며 협력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즉,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핵문제에 대처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기 위해 한일·한미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북한문제 관련 정보와 인식을 공유하고, 정부 차원의 실무 및 고위급 회의 정례화를 통해 한미일 공조체제를 견고히 하며, 북핵폐기 및 북한문제의 해결 등에 대한 한일 및 주변국들과의 전략대화를 지속 추진해 나가며 북한의 도발 및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는 한일GSOMIA를 정상화시키고, 평화로운 한반도, 안전한 동북아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한일•한미일 공조를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미중 갈등 속 한일 협력을 통한 경제안보 대응체제 마련
 
중장기적으로는 미중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사한 입장에 처한 한국과 일본이 함께 생존전략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일본은 미중 대립에 대응하여 다방면에서 경제안보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또한 이러한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정부 차원의 고려는 물론이고, 전문가 및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충분한 대응태세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한국은 그 동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점증하는 미중 갈등에서 QUAD, Five Eyes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이루어진 5개국간 군사 동맹 및 정보 네트워크) 가입 등 선택을 요구받으며, 기존의 모호함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한국, 일본 등 유사한 입장에 처해 있는 국가들이 함께 논의하고, 지혜를 공유하며,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한일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전략대화 등의 논의를 확대하며 보다 심도있는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역사문제에 매몰되어 있는 양국관계를 한일협력을 통한 상승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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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최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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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2007),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2009), 박사 학위(2015)를 취득하였다.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 미국 미시간대학교(2012-2013)와 일본 와세다대학교(2013-2014)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2015),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2016-2018),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2018-2019)로 재직하였다.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