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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중에는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이 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넘치고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지지하기도 한 소위 ‘대화파’ 학자다. 그런 그마저도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국의 안보를 훼손하고, 불필요하게 위험을 증가시키며,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대한 경고시간을 무너뜨리면서 한미동맹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미국의 국가 이익에까지 해를 입히는 심각하고 옹졸한 실수(serious, small minded mistakes)”라고 비판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현재 워싱턴의 기류는 공화당·민주당 지지 여부나 정부 인사나 민간 전문가를 막론하고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미관계와는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최근 한국을 방문한 모든 미국 고위급인사들이 증명했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걱정되는 이유다. 실제로 지소미아 종료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수반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한국의 안보를 훼손한다. 우리는 독자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에 역부족이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핵 위협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 한 해 북한이 발사 시험한 신형 탄도 미사일과 대구경 장사정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될 경우 우리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막을 수 없다. 미국의 지원이 불가피한 이유인데, 미국의 한반도 억제전력은 주한미군 외에도 주일미군의 후방지원 기능을 필요로 한다. 일본의 행태가 얄미워도 북한이라는 위협을 고려할 때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불필요하게 북한에 기대감을 줌으로써 없어도 될 위험을 증가시킨다. 억제력은 심리적 영역이다. 북한은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한미일 안보협력 약화를 기회 요인으로 볼 것이다. 한일 간의 역사문제와 경제문제를 한미 간의 안보문제로 확대시킨 결정으로 인해 북한은 무언가 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 공세적으로 한국을 미국과 일본에서 떼어내려고 할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조기 경보에 장애를 초래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가장 빨리 파악하는 것은 군사위성이다. 미사일에서 뿜어나오는 열을 파악하는 적외선 탐지기를 통해 한국에 위치한 레이더보다 더욱 빨리 미사일 발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군사위성은 대부분 지구 궤도를 돌기 때문에 한반도 상공에 시간적 공백이 존재한다. 그 틈을 일본의 군사위성이 메워줄 수 있다. 이러한 위성정보를 한미 군사당국이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지소미아이기에 그 종료는 한미동맹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동맹국인 미국의 지역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훼손한다. 이 전략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다양한 소다자협력으로 구성돼 있다. 동북아에서는 한미일 협력, 동남아에서는 미일호 협력과 같이 소지역에서의 동맹국들과 3각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이러한 미국의 지역 전략 실현을 어렵게 만든다. 그만큼 미국은 국익이 손상됐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한일 간의 문제로 보고 있으니 ‘심각하고 옹졸한 실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 이 상태로 하루가 더 지나가면 지소미아는 종료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한미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자주의 나라’가 될 것인가, 아니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의 나라’가 될 것인가. ‘지소미아 종료는 한미관계와 관계없다’고 말한 것이 정부의 진심이라면 무능한 상황 판단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그렇지 않음을 알면서도 거짓핑계를 댄 것이라면 국익을 저버리는 오만에 분노가 앞설 뿐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 본 글은 11월 21일자 서울경제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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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신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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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