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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약속 위반에 지친 美 민주당… 대북시각 매우 싸늘
우리가 트럼프 시대에 했던 대북정책 계속 유지한다면 ‘균형감각 상실한 중재자’ 간주
커다란 위기란 현실 자각하며 냉철한 이성으로 대처해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만나봐서 아는데”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똑똑하다(smart)고 주장하면서 보여주기식 대북 행보를 보였는데,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의 중요성과 실질적 북한 비핵화를 강조한 점은 트럼프 행정부와 대비된다.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추어 우리는 새로운 미국과 ‘같이’ 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짚어봐야 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같은 ‘불량배(thug)’에게 합법성을 부여했다고 비판했고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무역 전쟁이 너무 거칠다고 공격하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중국의 정치·경제적 행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고수해왔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이미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이라는 대중국 견제 전략을 추진했음을 고려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더욱 정교한 견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는 나름대로 호응하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구상에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 간 네트워크 구축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추진해왔고, 트럼프 행정부도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쿼드 플러스’ 를 강조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쿠바에는 핵탄두가 배치되지 않았음에도 미국민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케네디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결연한 대응을 다짐했는데, 머지않아 소련은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했다. 북한이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고 노동당 규약에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을 포함한 것을 보면 머지않아 적화 통일 여건이 완성된다고 북한 나름대로 기대할 것이다. 우리의 안보 상황은 1962년 당시 미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데, 우리나라 전체의 안보 의식은 해이하고 북핵 문제의 실질적 해결책을 고민한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3월 정부의 특사단이 평양에 갔을 때 미국이 체제 안전을 보장하고 군사적 위협이 사라진다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데, 이는 주한 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폐기가 비핵화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돌려서 말한 것이다. 이후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에서 중재자를 자처하며, 한미 군사훈련 축소와 폐기 등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생각은 미국의 침략 위협 때문에 핵과 미사일을 만들었다는 북한 주장에 맞장구를 치는 것이며, 이런 식의 맞장구를 계속 치다 보면 주한 미군이 철수할 때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논리에 빠지고 ‘한반도의 월남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북한의 계속된 약속 위반에 지친 민주당 인사들의 대북 시각은 매우 싸늘하다. 미 본토가 북핵 위협에 직면한 상황의 정책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다. 새로이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조치 표명과 이행, 그리고 그에 대한 깐깐한 검증을 요구하는 실무 협상을 추진할 것이다.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의 엄격한 이행부터,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의 미국 시장 접근을 차단하여 북한의 수출입과 금융거래를 제약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 대폭 확대 등 더 강화된 조치를 실행할 것이다. 사드 배치를 추진한 것이 오바마 정부 때부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군사 대비 태세 강화도 추진할 것이다.

우리가 트럼프 시대에 했던 대북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를 ‘균형 감각을 상실한 중재자’라고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 중국과 북한이 주한 미군 철수를 공통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자주’의 가치에 매달려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을 추진한다면 미국은 한국이 진정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자기 스스로를 지킬 능력과 의지도 없으면서,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보다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대화하기 힘든 나라로 볼 수 있다.

동맹으로서 우리를 신뢰하지 못할 때 미국 역시 철저히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다. 바이든 캠프 내의 군축론자들이 주요직을 차지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미국의 안전을 우선하면서 비핵화보다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방지를 위해 북한과 ‘군축 협상’ 벌이기를 강조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동맹은 형해화하고, 비핵화는 멀어질 것이다.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절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태평양을 사이에 둔 동맹 관계가 이완된다면 우리의 생존과 번영은 백척간두에 놓이게 된다.

동맹 간에도 이견은 있을 수 있고 그것을 슬기롭게 조정하고 공동 대안을 모색해 가는 것이 동반자의 모습이다. 문제는 어떤 자세로 이러한 소통을 이루는가이다. 일부에서는 바이든 캠프에 우리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접근은 바이든 정부가 우리를 잘 모르고, 우리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때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참여가 예상되는 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인물들이 아니다. 바이든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앞으로 대외 정책상 핵심 직위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대부분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한반도 문제에 익숙한 이들이다. 그들은 한국 정부가 어떤 생각을 해 왔는지 잘 알고 있다.

오늘의 현실이 우리에게는 커다란 위기이며 북핵 문제가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점을 자각하여, 막연한 기대에 의존하기보다는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 국민 모두의 중지를 모으는 노력을 하면서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 바이든 행정부가 우리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바이든 행정부와 우리가 같이 갈 수 있다.

 

* 본 글은 11월 17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부원장(원장 직무대행); 수석연구위원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